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16
제716화 차라리 한꺼번에 덤벼라
제압당한 쪽은 전무쌍이었다.
그는 상대의 힘에 압도당해 맥없이 날아가고 말았다.
불멸금신으로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그였으나, 항소운이 펼친 금의 힘은 실로 특별해서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마치 수만 개의 바늘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에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일격에 나가떨어진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참혹한 몰골로 쓰러졌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일대를 휘감았다.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만 휘둥그레 뜰 뿐이었다.
전무쌍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한 자였다.
혼태경을 막 돌파했을 무렵에는 그보다 훨씬 경지가 높은 혼태경 강자를 여럿 제압한 전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강한 3품 혼태경이 되었는데, 항소운의 일격에 무너지다니.
두 사람의 격차가 얼마나 크단 소리인가.
항소운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복잡했다.
부러움과 질투, 존경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다.
뒤늦게 정신이 든 패왕군단이 소리높여 외쳤다.
“패왕 무적! 패왕 무적!”
그렇지 않아도 항소운에 대한 존경심이 깊은데, 그가 다시 활약하는 모습을 보자 단원들은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제 일처럼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항소운은 전무쌍에 대한 흥미를 잃고 공격을 멈췄다.
“누가 감히 우리 용봉 학당의 제자를 건드린단 말이냐! 가만두지 않겠다!”
별안간 상공에서 쩌렁쩌렁한 외침이 들리더니 거대한 손바닥이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떨어졌다.
공간을 가르며 떨어진 장법은 몹시 빠르고 매서웠다.
틀림없는 전천 경지의 성인이었다.
항소운은 강한 위협을 느꼈으나, 상대의 기세에 묶인 탓에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이 상태면 진신이 피하는 건 불가능해서 성혼이 나서야 할 판이었다.
성혼으로 반격에 나서려는데, 또 다른 강력한 힘이 날아와 장법을 내리치고 저지했다.
쿵-!
육중한 충돌음과 함께 사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보루는 놀라우리만큼 견고해서 이 정도 충돌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래로 내려간 사람들이 성급 힘에 무참히 당했을 것이다.
공간 속에서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소위, 지금 제정신인가? 제자가 죽을 뻔한 걸 봤지 않는가?”
“흥, 나야말로 자네 의도를 묻고 싶군. 젊은이끼리 이 정도 싸움은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어찌 끼어든단 말인가? 그렇게도 학당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싶은 겐가?”
상대가 언짢은 듯 따져 물었다.
“난 위험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 한 것뿐이네. 난 통솔 장로로서 우리 제자들이 출정하기 전까지 마땅히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 할 말 끝났으면 어서 비키게. 그렇지 않으면 적을 비호한 죄로 자넬 학당 장로회에 고발할 걸세.”
“공적인 신분으로 사적 원한을 풀면서 참으로 당당하군. 사람이면 응당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상대가 혀를 끌끌 차자, 앞서 공격했던 자는 대꾸도 없이 바로 항소운을 공격했다.
잠깐 멈칫하는 사이 막을 때를 놓치는 바람에 거대한 장력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갔다.
“망할 놈! 저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네놈도 곱게 죽진 못할 거다!”
상대는 다급한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항소운은 상공을 올려다보며 냉랭히 혼잣말을 뱉었다.
“정말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성혼을 내보내려는데, 별안간 정체 모를 힘이 넘실대며 공간을 가르더니 항소운을 향하던 장법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누가 겁도 없이 용봉 학당의 일에 끼어드느냐?”
공간 속의 사내가 다시 분노를 토했다.
“용봉 학당의 친구여, 어찌 내 조카를 죽이려 하는가? 절대 이 일만은 방관할 수 없소.”
낮고 힘 있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조용히 걸어 나왔다.
키가 크고 풍채가 당당하며 위엄이 넘치는 자였다.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은 허공을 꿰뚫고 당장이라도 상대를 끌어내릴 것만 같았다.
그 뒤로 두 사람이 뒤따랐는데 기운을 감추었음에도 전천 성인임을 알 수 있었다.
“성주 대인이잖아.”
누군가 놀라서 나지막이 외쳤다.
“정말이네. 저런 대단한 분이 오시다니!”
성주는 당용비의 아버지 당전이었다.
당용비는 반가운 마음에 가장 먼저 달려가 맞이했다.
“아버지, 소운이를 지켜주세요.”
“그래, 내가 있는 한 아무도 건들지 못할 게다.”
당전은 아들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러자 허공 속 사내의 언짢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 성주, 진짜 참견할 생각이오?”
“그렇소.”
당전은 물러서지 않았다.
“흥!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상대는 험한 말을 뱉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항소운은 허공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풍혹색, 목 간수나 잘해라. 곧 이 몸이 베러 갈 테니까.”
다른 사람은 허공 속 상황을 못 느낄지라도 항소운은 예리한 감각으로 상대의 정체를 눈치챘다.
상대는 줄곧 그의 목숨을 노리던 풍혹색이었다.
용봉 학당에 들어간 뒤로 풍혹색은 늘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거기다 풍소살과의 악연이 겹치면서 상대는 그를 어떻게든 죽이려 했다.
그러다 되려 풍소살이 그에게 죽임을 당하자, 풍혹색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제 기회가 왔다 싶어 어떻게든 죽이려 했으나, 연거푸 저지당하고 말았다.
자리를 뜨던 풍혹색은 항소운의 호통을 듣더니 당황한 듯 이내 멈춰 섰다.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분노를 토했다.
“애송아, 며칠은 더 살게 해주마!”
그러고는 허공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항소운은 상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젠 더 이상 과거의 힘없는 소년이 아니었다.
겁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자에게는 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 만한 끔찍한 기억을 안기리라.
항소운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당전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백부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녀석. 그동안 아주 잘 컸구나.”
당전은 활짝 웃으며 항소운의 어깨를 두드리다가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이 백부가 하마터면 네 대사를 그르칠 뻔했구나.”
항소운은 당전의 말뜻을 알아듣고선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그동안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리 말씀하시면 저야말로 백부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 지난 일은 꺼내지 말자꾸나. 그리고 가업을 되찾았단 소식은 들었다. 정말 축하한다. 앞으로 자릉종이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마.”
당전은 항소운이 무척 대견했다.
사리 분별에 능하고 타고난 재능도 뛰어나서 장차 중원 대륙에 이름을 떨칠 훌륭한 재목이었다.
“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항소운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자, 그럼 너희는 여기서 쉬고 있거라. 난 근처에 묵고 있으니, 나중에 용비와 찾아오거라. 용비가 어딘지 알 게다.”
당전은 이번 엽마행동의 주관자라서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그는 몇 마디를 당부한 뒤, 수하를 거느리고 떠났다.
당전이 떠난 후, 항소운은 상공을 올려다보며 인사를 올렸다.
“소위 대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항소운을 도왔던 자는 몇 해 전 죄혈성에서 용봉 학당으로 그를 데려갔던 소위 장로였다.
항소운의 인사에 응답이라도 하듯 소위가 허공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랜만이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한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저들이 농간만 안 부렸어도 학당에서 가장 강한 제자가 됐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소위는 항소운의 성장을 쭉 지켜본 자였다.
타고난 재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아홉 가지 힘을 융합하면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체로 기록될 만한 재목이었다.
그런 항소운을 소위는 무척 아꼈으며, 계속 용봉 학당의 제자로 남아 학당의 이름을 드높이고 용봉의 전설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사심에 눈이 먼 몇몇 사람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항소운은 소탈하게 웃었다.
“대인, 그런 말씀 마세요. 이게 제 운명인가 보죠. 그래도 대인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전 우리가 좋은 친구 사이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혼태경의 실력으로 전천 성인과 친구가 되고 싶다니 남이 들으면 웃을 일이었다.
전천 성인은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귀한 신분이거늘 어찌 손아래 무인과 벗이 된단 말인가.
다른 사람이 저렇게 말했다면 소위 역시 들은 척도 안 했을 테지만, 항소운의 진실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따스해지면서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지금부터 우린 친구다.”
소위는 기분 좋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남들은 항소운의 신분을 모를지 몰라도 소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수릉 장로의 유일한 제자였다.
수릉 장로는 학당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좀처럼 없으나, 태상 장로보다도 항렬이 높았다.
아마도 수릉 장로는 하나뿐인 제자를 암암리에 지켜볼 터이니 항소운과 친구가 되는 것도 소위 입장에서는 괜찮은 일이었다.
용봉 학당 제자들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들도 소위 장로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왜 그리 어려울까.
소위는 항소운과 몇 마디를 나눈 뒤, 돌아갔다.
떠날 무렵, 그는 항소운에게 남몰래 전음을 보냈다.
“풍혹색뿐 아니라 섬영과 사도명우까지 전부 마연에 왔단다. 마연에서 큰일이 벌어질 거라 전천 성인들이 지키러 온 거지. 그러니 각별히 조심해라.”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위의 당부를 가슴에 새겼다.
‘차라리 한꺼번에 덤벼라. 그래야 한 번에 잡을 수 있으니까.’
한바탕 소란으로 많은 사람이 항소운의 등장을 알게 되었다.
다른 학당 제자들은 이 소식을 같은 학당의 천재들에게 서둘러 알렸다.
항소운은 4대 학당 경쟁전의 최종 우승자였다.
당시 용봉 학당의 제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다른 세 학당은 얼굴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구양전기와 한신비 등도 소식을 듣고선 항소운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특히 한신비는 오랜만에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와 의자매로 통하는 한천유와 한설유 역시 가슴이 벅차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예전처럼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들은 한신비가 항소운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신비는 무공이며 모든 면에서 자신들과 까마득한 차이가 있는지라 그를 차지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신비의 마음도 받아들이지 않은 그가 자신들을 받아줄 리 만무했다.
실은 당용비가 항소운을 찾으러 자릉종으로 떠날 무렵, 한신비는 경지를 돌파 중이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당연히 따라나섰을 것이다.
“패왕!”
구양전기와 한신비를 비롯한 패왕군단은 항소운을 보자,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한목소리로 외쳤다.
어느덧 패왕군단은 삼천 명 규모의 세력으로 발전했다.
모처럼 능력을 발휘할 기회에 대부분이 참가한 터라 이들이 일제히 외치자,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져 주변에 있던 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느 세력의 대장이 왔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