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23
제723화 한 번은 봐주마
사룡의 주변을 지키던 한 마제가 나서서 말했다.
“대인, 제가 아래에서 들은 바로는 한 인간족이 우리 최고족의 혈맥을 지녔다 합니다.”
“어느 최고족 혈맥?”
사룡이 되물었다.
“불사마족의 혈맥입니다.”
마제가 대답했다.
“오, 불사마족의 혈맥이라고? 어서 그를 잡아와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말이다!”
사룡은 강렬한 악기를 드러냈다.
“네, 대인!”
마제는 대답하고선 명령을 따르러 갔다.
그때, 또 마제 한 마리가 뛰어와 말했다.
“대인, 제가 얻은 소식으로는 한 인간이 또 다른 최고족 혈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 혈맥은 명황족이라고 합니다.”
“명황족? 그들이 인간과 결합하는 것에 성공한 건가?”
사룡은 의아해했다.
이어 그는 말했다.
“그럴 리가. 명황족은 건방져서 다른 족을 거들떠보지도 않아. 명황족이 인간족과 결합한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어서 그 인간족이 어디 있는지 말해라. 내가 직접 잡아 와 확인해 볼 테니.”
“제가 대인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마제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가자. 우리 족의 대인이 세상 밖으로 나와 인간 세계를 점령하실 때까지 모든 인간족을 죽이겠다!”
사룡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제를 이끌고 나갔다.
사룡은 허공에 더 강한 인간족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룡과 함께 한 마제도 그들이 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항소운, 이번에 어떻게 죽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 주마.”
허공 속의 인물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항소운은 앞서 명혼공간을 드러냈다. 놈이 명황족의 천부를 지닌 건 분명해. 잘못이라면 그가 우리를 밉보인 거지. 절대 놈에게 살길을 열어주면 안 돼.”
다른 사람이 담담히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사형의 수단은 정말 탁월하네요. 마제를 조종해 사룡도 진짜인지 구분 못하게 하다니. 사룡이 항소운을 죽인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군요.”
“그래. 하지만 그 녀석의 수단은 만만치 않으니, 사룡이 정말 놈을 죽이고 나서 보자고. 자, 이제 제4층으로 갈 때가 됐어. 계속 머무른다면 다른 이들이 우리가 손 쓴 걸 발견할 거야.
가자. 우린 이번 마재(魔災)가 사룡족이 시작한 걸 발견했으니, 이미 큰 건수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 * *
항소운은 곧 자신에게 닥칠 위험도 모른 채 패왕군단을 이끌고 마족을 소탕하고 있었다.
이 층에는 마황이 대부분이었으나, 마제도 심심찮게 등장하여 상대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항소운이 없었다면 단원 중 많은 수가 다치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공교롭게도 다른 무리와 마주쳤다.
상대는 진무 학당으로, 소패왕 항신희가 이끄는 무리였다.
항신희는 여전히 자전마를 타고 자주색 옷을 입고 있었다.
잔잔히 빛나는 자줏빛 번개가 전신을 휘감고 있어 흡사 승천하는 용처럼 비범한 기운이 흘렀다.
그의 무공은 어느덧 4품 입룡경에 올라 있었다.
이 정도면 빠른 축에 속했는데, 비록 과거에 항소운에게 패하기는 했어도 자신감이 꺾이지는 않은 걸로 보였다.
그 뒤로는 혼태경 무인 서넛이 서 있었다.
나머지는 후기 인황들로, 자그마치 오백 명에 달하는 대군이었다.
당연히 전반적인 실력에서 패왕군단에 훨씬 앞섰다.
항신비는 복잡한 눈빛으로 항소운을 보았다.
쓰라린 패배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적개심은 조금도 일지 않았다.
뒤편의 사람들은 조용히 항신희의 지시를 기다렸다.
몇몇은 항소운을 알고 있었고, 그가 대장을 짓밟았단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명령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덤빌 기세였다.
“날 보면 말에서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항소운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항신희에게 말했다.
“무엄하다. 감히 소패왕께 내리라고 하다니, 네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뒤편에 있던 자가 앞으로 나서며 눈을 부라렸다.
“차라리 저놈들을 전부 때려눕히는 게 어떻습니까. 분명 좋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다른 자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 소리에 호응이라도 하듯 진무 학당 제자들이 일제히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패왕군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힘만 모으면 저 정도쯤은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었다.
이쯤 되자 패왕군단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래 봬도 무술깨나 한다는 자들이 모였는데, 저런 괄시는 참을 수 없었다.
“그럴 배짱이 있으면 덤벼보든가. 나 혼자도 일곱 여덟은 거뜬히 죽일 수 있거든!”
성격 좋은 반운도 열이 바짝 올라서 되받아쳤다.
“그래, 얼마든지 덤벼. 바로 다져줄 테니까!”
옆에 있던 여인도 이를 부득 갈며 사납게 외쳤다.
다른 단원들까지 덩달아 아우성을 치면서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뭐라고 말이라도 하지 그래?”
항소운이 다시 말했다.
이젠 항신희도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남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취했다.
“항신희, 소조께 인사 올립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예를 갖췄다.
양측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콧대 높은 소패왕이 또래에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다니,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래, 일어나거라.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예의 갖추지 않아도 돼. 그리고 수하들은 잘 가르쳐야겠더라. 날 모욕하는 건 널 모욕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항소운은 흐뭇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그는 항가의 성로들이 인정한 소조였다.
이는 항가의 고위층이라면 거의 다 아는 사실이었으며, 진무 학당에 있는 항신희도 가문으로부터 전갈을 받았다.
항신희는 항가의 젊은 세대 중 가장 뛰어난 무인으로 꼽혔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소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더군다나 항소운과는 충돌한 적도 있는지라 항가로서는 그런 불상사가 다시 발생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항신희는 처음 이 소식을 접하고,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자신과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자가 순식간에 집안의 높은 어르신이 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따져볼까도 생각했으나, 대장로가 친서를 보낸 마당에 감히 의심할 순 없었다.
“어서 소조께 잘못했다고 말씀드려라.”
그는 항소운에게 불손하게 굴었던 수하에게 말했다.
“대장, 진심이십니까?”
수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뒤이어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항신희가 뺨을 후려치자 수하는 균형을 잃고 휘청했다.
“이분은 우리 집안의 소조이자, 내 소조시기도 하다. 이분을 모독하는 건 날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알겠느냐?”
그는 수하를 엄히 꾸짖었다.
항가는 항렬을 무척 중시하는 집안이었다.
항소운은 항정천의 환생이니, 항렬로 따지면 한참 윗대였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사실이거늘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는가.
또한, 항소운이 자신과 다른 천재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실은 항정천의 환생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심지어 약간의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항신희가 화를 내자, 그제야 수하들은 농담이 아님을 깨닫고 황급히 사죄했다.
항소운은 너그러이 용서했다.
“됐다, 이번 한 번은 봐주마. 허나 두 번은 없다.”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신희는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항소운의 신분은 인정하지만, 아직 같이 다닐 정도로 편한 사이는 아니었다.
항소운도 별 이견은 없어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 별안간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여길 빨리 떠나야겠군. 마족이 떼로 몰려오고 있어.”
“마족 떼가 어디 있다는 겁니까?”
항신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감응력으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아서 항소운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내 말 믿고, 우선 여기서 벗어나야 해.”
항소운의 표정은 진지했다.
“패왕군단은 전속력으로 나를 따르라. 한 명의 낙오자도 있어선 안 된다!”
항소운은 큰소리로 외치며 반대편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패왕군단 단원들은 주저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움직임에서 망설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구보다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제 능력만 믿고 제멋대로 행동했던 자들은 이미 뼈저린 후회를 했던지라 살기 위해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패왕군단은 한 명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진무 학당 사람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항신희의 명령을 기다렸다.
항신희는 결정을 못 내리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전방을 살피던 그는 갑자기 아연실색해서 큰소리로 외쳤다.
“전부 날 따라 도망친다!”
그가 앞장서 항소운이 떠난 방향으로 날아가자, 다른 자들도 서둘러 뒤따랐다.
그 뒤로 마족 무리가 구름떼처럼 몰려왔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싱싱한 젊은 인간족이 아주 많군. 전부 내 먹잇감이구나!”
사악한 음성이 귀청을 때렸다.
사룡은 적어도 2품 성급 마수였다. 그렇다면 실제 무력은 4품 이상이란 뜻이었다.
사룡은 태생적으로 다른 마족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이 정도면 항소운 무리를 죽이는 것쯤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패왕군단과 진무 학당 제자들을 바로 죽이진 않았다. 물론 살려줄 생각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사룡은 거대한 먹구름처럼 상공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엄청난 기세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저, 저거 용족 맞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사악하고 무서워.”
“무식하긴, 저건 용족이 아니라 4대 마족 중 하나인 사룡족이야. 요수족의 진룡족만큼 강하다고. 이제 우린 끝장이야…….”
“그럼 어떡하지? 제급 정점, 아니 마성(魔聖)은 돼 보이잖아. 저런 놈을 우리가 어떻게 이겨.”
“망했다. 다 죽기 싫으면 어서 도망쳐!”
“…….”
두 무리는 혼란에 휩싸였다.
사룡은 우습다는 듯 입을 비죽였다.
“먹잇감은 한 놈도 놓칠 수 없지.”
그러면서 흉악한 머리를 쑥 내밀자, 강력한 흡입력이 발생하면서 뒤처져 있던 진무 학당 제자들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사룡의 길쭉한 입은 끝을 알 수 없는 시커먼 동굴을 연상케 했다.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힘에 사람들은 몸이 제멋대로 뒤집혔다.
“빌어먹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난 죽기 싫다고!”
누군가의 절규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자는 곧 수십여 명의 동료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 사룡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켜보는 항신희는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모두 진정해라. 다 함께 힘을 합쳐 저 괴수를 무찌르자!”
이렇게 된 이상, 싸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성급 무기를 꺼내든 그는 천둥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항신희의 외침에 다른 자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래, 아무것도 안 하고 죽을 바에야 끝까지 싸워보는 거다.
그들은 각 거대 세력에서 발탁된 인물들이었다. 그런 만큼 비장의 수단도 적지 않아서 성급 무기를 꺼내든 자만도 벌써 여럿이었다. 그들은 평소보다 배는 강한 전투력으로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