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24
제724화 마, 말도 안 돼!
사룡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사룡이 숨을 훅 뱉자, 항신희 일행의 힘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 바람에 사람들은 중심을 잃고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약한 자들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끝도 없는 무력감에 진무 학당 제자들은 완전히 절망했다.
앞서가던 패왕군단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도망치느라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사룡은 진무 학당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입을 비죽이며 외쳤다.
“앞에 먹이들도 전부 이리로 오거라!”
사룡이 다시 입을 쩍 벌리자, 방대한 힘이 패왕군단 사람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죽을힘을 다해 전진하려 했으나, 몸은 정반대로 후진하고 있었다.
두려운 나머지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나름 날고 긴다는 천재들인데 저런 괴수의 먹이로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항소운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뒤이어 그의 분신이 뛰쳐나오며 큰소리로 외쳤다.
“저 용은 내가 처리하마!”
분신은 달려 나가며 강력한 영혼력을 펼쳤다.
권법에서 빛이 솟구치며 곧장 사룡에게 돌진했다.
빛의 힘이 실린 권법에는 사악한 힘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 사룡의 거대한 흡입력을 그대로 저지했다.
그리고 반대편 손에 들린 광명성검은 허공을 가르며 적의 머리를 공격했다.
분신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고 거기다 성급 무기까지 합세하자 적의 힘이 일시적으로 깎여 나갔다.
사룡은 약이 바짝 올라서 머리를 하늘 높이 쳐들고 강력한 힘을 토해내며 항소운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명황족의 피 냄새가 느껴지는군. 바로 네놈에게서 말이야. 널 잡아가야겠다.”
사룡은 눈을 번뜩이더니 시커먼 안개가 되어 달려들었다.
사룡의 속도는 무척 빨라서 순식간에 근처까지 접근하여 날개를 사정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중상을 입혀 꼼짝 못 하게 할 생각이었다.
날갯짓일 뿐인데도 공간이 무너져 내릴 듯 강력한 힘이 터져 나왔다.
평범한 전천 성인은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요천검결 제2식 유광여우!”
항소운은 예민한 감각으로 재빨리 광명성검을 휘둘러 무수한 검기를 만들어내 반격에 나섰다.
콰광-!
두 힘이 충돌하자, 난기류가 형성되며 주변을 삽시간에 휩쓸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멀찍이 몸을 숨겼다.
이어서 항소운의 우렁찬 포효가 들려왔다.
“다들 죽기 싫으면 멀리 도망가!”
패왕군단은 물론이고, 진무 학당도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그는 저들이 남는 걸 원치 않았다.
사룡을 죽일 수 있을지 장담도 못 하는 상황인데 저들이 남아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진무 학당 제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장서 도망쳤다. 항신희가 굳이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반면, 항신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항소운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빠르게 달아났다.
‘소조,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는 항소운에게 진심으로 탄복하고 있었다.
조상의 환생이 아니라면, 어찌 저런 강력한 적과 맞선단 말인가.
“패왕, 저희도 남을게요!”
이때, 한신비의 외침이 들렸다.
“패왕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습니다!”
반운도 의리 있게 말했다.
뒤이어 다른 자들도 함께 남길 청했다. 그래도 일부는 도망치고 싶은지 주저하는 눈치였다.
“어서 가라니까 그러네!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 안 그러면 전부 죽을 거야! 여기서 빠져나가면 바로 찾으러 갈게!”
항소운이 다급히 소리쳤다.
“가자!”
궁금음은 결단력 있게 가장 먼저 무리를 이끌고 떠났다.
그녀는 그를 누구보다 믿고 있었다. 그가 무사히 빠져나올 걸 알기에 그녀는 다른 자들이 방해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녀가 앞장서 가자 일부 단원이 바로 뒤따랐다.
그들은 여기 남아 목숨을 헛되이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한신비도 정신이 번쩍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섰다.
“패왕, 꼭 우릴 찾아와야 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당부한 뒤, 다른 이들을 데리고 전속력으로 빠져나갔다.
“감히 먹잇감들이 도망쳐!”
등 뒤로 사룡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룡은 항소운과 대적한 상황에서도 먹잇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녀석은 항소운의 분신을 따돌리고 도망치는 자들을 집어삼킬 작정이었다.
물론 항소운이 그럴 틈을 줄 리 만무했다.
“나와 싸우면서 딴생각을 했겠다? 그럼 죽어야지!”
손에 들린 광명성검이 춤을 추자, 검광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
“검광혈영!”
“영광화우(零光化羽)!”
요천검결의 두 초식을 연이어 펼치자, 무수한 정화의 힘이 사방을 순백으로 물들이면서 검기(劍氣)가 사룡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검광이 적의 급소를 노렸다.
분신은 부단히 단련한 덕분에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게 되어 사룡과의 싸움에서도 밀림이 없었다.
사룡은 광명성검 때문에 도망치는 사람들을 붙잡을 방도가 없었다.
녀석은 성이 잔뜩 나서 항소운 쪽으로 꼬리를 힘껏 휘둘렀다.
성급 무기에 비유될 만큼 단단한 꼬리는 무수한 검기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빌어먹을 놈! 네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주마!”
사룡은 포효를 지르며 몸통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여덟 개의 분신이 만들어지더니 항소운에게 맹렬히 달려드는 것이었다.
“사룡분영살(邪龍分影殺)!”
여덟 마리의 사룡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공간을 찢고 눈 깜짝할 사이 항소운의 분신 앞에 도달했다.
동시에, 여덟 개의 입이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통찰력을 통해 저 분신들마저도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지녔음을 느꼈다.
이제 믿을 거라곤 광명성검 뿐이었다.
검의 위력을 끌어올리자, 검광이 잇달아 폭발하면서 적들을 거침없이 공격했다.
몇몇 형체는 검에 무참히 사라졌으나, 그중 세 마리는 검광을 뚫고 들어와 그의 몸과 충돌하고 말았다.
쿵-!
세 마리는 폭발과 함께 항소운의 분신을 그 자리에서 찢어발기려 했다.
급박한 순간, 그는 이형환영술로 세 마리의 공격을 잽싸게 피하고는 사룡의 진신 옆으로 가서 광명성검으로 녀석의 목을 힘껏 내리쳤다.
깡-!
검이 목에 닿은 순간, 마찰로 불꽃이 일면서 쟁쟁한 소리만 날 뿐 머리는 잘리지 않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그가 재차 검을 휘두르려는데 사룡의 몸에서 별안간 마력(魔力)이 터져 나왔다.
반응할 새도 없이 가슴을 호되게 얻어맞은 그는 정신없이 나뒹굴고 말았다.
절대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다.
“진짜 성가신 놈이군.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본데, 소원대로 해주마!”
급기야 사룡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시커먼 목구멍 속에서 마력을 한 덩어리 내뱉었다.
가히 천재지변과 같은 괴력이었다.
삽시간에 폭발이 일어나면서 공간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급격한 난기류에 산이 박살 나면서 돌이 마구 날렸다.
이것이 바로 사룡의 분노였다.
4품을 넘어 5품 성급에 육박하는 힘이었다.
항소운은 엄청난 폭발을 목도하며 놀란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명음지문을 열었다.
그러자 흡사 시커먼 동굴을 연상케 하는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힘은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능력이 있어 사룡의 폭발적인 힘을 완벽히 돌려버렸다.
명음지문은 마연에서 힘을 크게 얻어 흡수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저 공포스러운 사룡의 힘조차도 잠깐 사이에 전부 삼켜버린 것이다.
이쯤 되자, 사룡도 깜짝 놀랐다.
“명음지문? 저건 명황족의 타고난 능력인데. 저 인간족이 명음지문을 운용할 줄 알다니……. 정녕 명황족이 인간족과의 결합에 성공했단 말인가?”
항소운은 불현듯 명음지문으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명음지문 속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고, 그 속에서 어떤 존재가 자신의 부름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소환할 수 있을 듯했다.
그는 바로 의념을 보내 정체 모를 존재를 소환했다.
그러자 명음지문 속에서 거대한 두 형체가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항소운은 깜짝 놀라 엉겁결에 소리쳤다.
“명음마!”
명음마는 예전에 마주쳤던 명옥마와는 판이했다.
명옥마는 명황족의 혈맥을 소량 가지고 있는 종족이고, 명음족은 명계에 사는 다른 종족이라 둘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거인처럼 몸집이 거대하고 전신에 기다란 검은 털이 나 있었다. 흉악한 얼굴과 녹색 눈동자, 커다란 입 밖으로 삐져나온 날카로운 송곳니는 아주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몸에서 내뿜는 음기는 짙은 살기를 띠고 있어 그들이 머무는 곳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다.
명음지문은 힘을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명계에 사는 명음마도 소환할 수 있었다.
혈맥 속에 감춰져 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불현듯 되살아났다.
명음지문에서 명음마를 소환할 수 있는 명황족은 순수 혈통의 명황(冥皇)이면서 성급 이상이어야 가능했다.
무엇보다 한 명을 소환하기도 어려운데 동시에 두 명을 불러내다니,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룡은 귀신이라도 만난 양 기겁을 했다.
“명음마가 둘씩이나……. 마, 말도 안 돼!”
사룡은 4대 마족 중 하나인 만큼 명황족의 비밀도 꽤 알고 있었다.
들은 바에 따르면, 명음마를 동시에 둘이나 소환하는 것은 마신(魔神) 경지 이상의 명황족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인간족의 피가 흐르는 애송이가 버젓이 해내지 않았는가.
명음마들은 명음지문에서 나온 후, 바로 사룡을 공격했다.
항소운의 적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
번쩍 정신이 든 사룡은 연거푸 숨을 토해내며 모든 힘을 다해 맞섰다.
그러나 명음마의 전투력이 원체 센 데다 동시에 협공을 펼치자, 명음의 힘이 강대해지면서 사룡의 공격을 전부 무마시켰다.
녀석들은 갈퀴나 다름없는 음조(陰爪)로 양쪽에서 마구 잡아 뜯었다.
사룡은 전력을 다해 방어하며 마력을 연신 폭발시켰으나, 명음마의 손아귀를 피할 순 없었다.
사룡의 전투력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지만, 두 명음마의 협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명음의 기운이 숨통을 옥죄는 탓에 사룡은 죽음의 압박마저 느꼈다.
명음마들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양쪽에서 몸통을 잡아 뜯자, 마혈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크어어!”
사룡은 연신 포효하며 몸을 마구 비틀었다.
어떻게든 명음마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지금 상태로는 역부족이었다.
막다른 상황에 봉착한 사룡은 결국 은밀히 감춰두었던 사룡족의 능력을 펼쳤다.
“사룡승천(邪龍升天)!”
일순 사룡의 전투력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몸집이 몇 배는 커졌다.
한층 흉악해진 용 머리가 상공으로 솟아오르며 몸통을 마구 돌려 후려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룡족의 호전적인 혈맥이 깨어난 것이다.
“날 죽이겠다고? 그전에 네놈들부터 없애주마!”
사룡이 연신 숨을 토해낼 때마다 더욱 강력한 힘이 터져 나와 명음마들은 연거푸 뒤로 밀려났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항소운은 당황하긴 했지만, 명음마가 이렇게 패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