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25
제725화 반드시 데려오거라
명음마는 고통을 모르는 괴뢰처럼 맹렬히 달려들었다.
명음마들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힘을 모아 권법을 날렸다.
사룡의 공격은 무참히 깨졌고, 또다시 사룡과 명음마 사이에 치열한 격투가 벌어졌다.
세 마수의 무력은 실로 대단해서 주변은 쑥대밭이 돼버렸다.
다른 성급 마수 같으면 명음마에게 진작 목이 달아났을 테지만, 사룡은 강한 마족인 만큼 지금껏 버티고 있었다.
사룡은 항소운과 싸울 때보다 몇 배는 강한 힘으로 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녀석의 진정한 실력이었다.
두 명음마도 절대 만만치 않아서 싸움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별안간 항소운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싸움이 길어짐에 따라 명음지문을 지탱하는 힘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 상태면 얼마 못 가 명음지문이 사라질 테고, 명음마도 돌아갈 터였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 오늘 반드시 내 손으로 저 용을 죽이고 만다!’
항소운은 재빨리 은신 능력으로 몸을 감췄다.
진작부터 은신 중이던 진신은 분신에게 무기를 건네주고는 명음지문이 바로 사라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지탱했다.
항소운은 치명타를 날릴 기회를 찾기 위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사룡은 명음마들과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성을 잃고 정신없이 날뛰면서 명음마를 찢어 죽여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얼굴이었다.
녀석은 싸움에 정신이 팔려 그가 접근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항소운은 곁에서 잠자코 지켜보며 일격을 가할 기회를 엿보았다.
이 무렵, 진신은 명음지문의 힘을 지탱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 사이 명음지문은 줄어들었고, 명음마들도 변화를 느꼈는지 공격력이 급격히 약화 되면서 적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고 말았다.
사룡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날개를 거칠게 흔들며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이 몸을 다치게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돌아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사룡은 몸통을 회전시켜 나선형을 만들더니 공간을 사정없이 비틀기 시작했다.
그 속에 명음마들을 붙잡아두고 조각내 죽일 작정이었다.
‘지금!’
항소운은 두 눈을 번쩍이며 음검에 어둠의 힘을 실어 음검결을 날렸다.
명음마가 나타나는 곳은 음기가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힘 외에도 음기를 빌려 검의 위력을 최고조로 높였다.
검이 공간을 가르며 뻗어나가자 그 위로 매서운 틈이 생겨나면서 무수한 극음의 힘이 온갖 것을 부식시키고 장애물을 뚫더니 정확하게 사룡의 급소를 공격했다.
사룡은 명음마를 죽이는 데 혈안이 돼 있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서걱-
순식간에 급소가 베인 사룡은 몸통이 거의 두 동강이 나버렸다.
뜨거운 선혈이 하늘로 솟구치며 악에 받친 비명이 뒤를 이었다.
이번 일격으로 항소운은 힘을 대거 소모했지만, 이를 악물고 두 번째 공격을 이어갔다.
“내가 오늘 용을 죽인다고 했지? 그건 네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신검합일을 이룬 채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과연 음검은 무림 최고의 무기였다.
분신이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펼치자, 음검에서 상상을 초월한 위력이 터져 나왔다.
사룡은 온몸으로 죽음을 직감했다.
살고 싶었지만, 이미 퇴로는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최후의 발악으로 목숨을 연명할 뿐이었다.
“사룡마주(邪龍魔呪)!”
사룡은 자신의 생명을 써서 독문 비술을 펼쳤다.
사악한 저주가 하나둘 튀어나와 상공을 가득 메웠다.
접촉하는 순간, 사룡마주에 의해 썩어 문드러지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끔찍한 능력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부식의 힘이 아닐까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사악한 저주였다.
조금만 닿아도 제거는 거의 불가능했다.
항소운은 그런 걸 따질 새도 없었다.
그는 사룡의 상반신 쪽으로 날아가 적의 머리를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마침내 사룡의 목을 자른 것이다.
하지만 안심할 새도 없이 탈진한 상태로 멈춰 서 있다가 사방으로 흩어지던 사룡마주에게 걸려들고 말았다.
사룡마주는 놀라우리만큼 집요해서 도저히 피할 방도가 없었다.
“으악!”
항소운의 분신은 실체가 있기에 부식의 힘에 부패 되기 시작했다.
긴박한 순간이지만, 그는 기지를 발휘해 명룡혼주로 사룡마주에 맞섰다.
두 주문이 대치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다행히 부식은 진행을 멈췄다.
한숨 돌리게 된 분신은 잽싸게 허상으로 변해 진신의 뇌 속으로 피했다.
진신은 명음지문을 계속 지탱할 수 없었기에 이미 명음마들은 명음지문 속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항소운은 진신과 분신이 합일을 이룬 후, 사룡의 몸부터 거둬들였다.
그리고 탈진한 몸을 이끌고 떠나려는데, 마제 괴수가 갑작스레 기습을 가했다.
항소운은 사룡에게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체력 소모가 심한 상황에서 사룡마주까지 상대하느라 마제의 기습 공격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마제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 공격해왔다.
그것은 한 마리의 탄토마(呑土魔)였다.
흙을 먹는 마수로, 마치 토석으로 만들어진 듯 상당히 기괴한 모습이었다.
언뜻 보면 무생물처럼 보이나, 실상은 생명력이 있는 생물이었다.
녀석은 항소운이 완전히 긴장을 놓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일격을 날렸다.
탄토마는 입을 쩍 벌리고 항소운이 서 있던 위치를 집어삼켰다.
그러자 땅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뿔싸 싶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괴수가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여러 괴상한 힘이 솟구쳐 올라 그의 몸을 찢어발기려 했다.
이거 단단히 걸려들었구나 싶었다.
그는 재빨리 광명성검을 꺼내 연신 휘두르기 시작했다.
탄토마는 제급 마수일 뿐이라 성검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마수의 몸통은 이내 토막이 났고, 그는 가뿐히 땅 위로 올라왔다.
‘큰일 날 뻔했네. 여기선 한시도 방심해선 안 되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달아나는데,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사룡마주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명룡혼주로 막고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머릿속이 완전히 뒤죽박죽될 것 같았다.
계속 움직이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그는 근처 수풀 사이로 들어가 성혼을 다시 소환했다.
성혼을 계속 머릿속에 뒀다간 정신마저 혼란에 빠질 것 같았다.
그는 서둘러 명룡혼고를 불러냈다.
명룡혼고의 힘이면 명룡혼주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 사룡마주도 제거가 가능할 터였다.
과연 명룡혼고는 명황족의 최상급 기물다웠다.
의념을 보내자, 혼고에 있던 두 마리 용의 형상이 갑자기 꿈틀하더니 사룡마주를 집어삼키려 했다.
명룡혼고는 명황족이 최상급 용의 힘줄로 만든 특별한 기물로, 사룡마주를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잠시 후, 사룡마주는 혼고 속으로 흡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정신도 한숨 돌리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분신과 진신이 다시 결합하고 나자, 그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정신적 고갈은 견디기 힘들었다.
성혼은 전력을 쏟아 계속해서 음검을 휘두른 탓에 힘이 거의 소진된 상태였는데 사룡마주까지 상대하느라 정신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하지만 마토(魔土)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은자가 있었다.
항소운의 팔에서 깊은 잠을 자던 은자는 그가 갑자기 기절하자, 팔에서 기어 나와 그를 안전한 장소에 숨겼다.
항소운은 항가에서 자릉종으로 돌아온 뒤, 그동안 모았던 천둥 본연의 힘을 은자에게 주었다.
은자는 천각사족 고유의 천각의 힘에 천둥 본연의 힘까지 더해지자, 동시에 두 힘을 소화하기 벅찼다.
그래서 깊은 잠을 자며 힘을 소화하고 있었다.
항소운이 갑자기 쓰러지지 않았다면, 은자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 * *
마연 가장 깊은 곳에는 기괴한 건축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집 같기도 하고 성루 같기도 한데, 어쨌든 인간족의 주거 형태와 매우 흡사했다.
언뜻 봐도 굉장히 예스러운 분위기로, 주변에는 마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가장 높은 산의 꼭대기에는 일 층 짜리 전당이 있었다.
전당의 지붕에는 희미한 빛을 발하는 능석(菱石)이 있는데, 마치 작은 성진처럼 주변의 마기와 음기를 빨아들였다.
지금 전당 지붕에는 인간족과 매우 흡사한 외모의 노인이 서 있었다.
능석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듯 예리하고 영민했다.
노인은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작게 혼잣말을 했다.
“후손이 명음마를 소환했군. 여기서 꽤 먼 2층에서 말이야.”
그 후로 노인은 한동안 미동이 없더니 순식간에 몸을 돌려 전당 앞에 내려섰다.
그는 좌우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 종족 중 누가 밖으로 나갔는지 조사해라. 조사가 끝나면 신속히 보고하거라.”
“예, 명황.”
허공 속에서 즉시 대답이 들렸다.
마족이라면 어느 종족을 막론하고 ‘명황’이란 두 글자에 벌벌 떨었다.
마연에서 ‘명황’이라 불릴 수 있는 자는 명족(冥族)의 가장 높은 신분인 제황뿐이었다. 달리 말하면 명황족의 실질적인 통솔자로, 최강의 명황족을 다스리고 무수한 마족을 복종시켰다.
상고 시대, 마연에서 발생했던 한차례 혼란은 명황족이 일으킨 것이었다.
당시 명황족 일부가 중원 대륙으로 나가 뿌리를 내리면서 독자적인 마수의 땅을 형성했다.
명황의 명령에 명황족 내부는 크게 동요했다.
명황은 중대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직접 나타나 지시를 내렸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란 뜻이었다.
명황족은 지시 사항을 수행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황마 여럿이 전당 앞에 도착했다.
명황마는 인간의 용모와 매우 흡사했다.
다만 키가 더 크고 건장했으며, 몸에는 기이한 무늬가 있어 강인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에 복잡한 형태의 무늬가 있다는 점이다.
이 문양은 명황족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다른 종족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전당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명황께 인사 올립니다.”
“보고하거라.”
전당 안에서 명황의 음성이 들려왔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종족 중 밖으로 나간 자는 없으며, 다들 본분을 잘 지키며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명황마인이 대답했다.
전당 안에서 잠깐 정적이 흘렀다가 다시 목소리가 이어졌다.
“2층에서 우리 종족의 후손이 명음마 둘을 동시에 소환하여 적을 상대한 일이 있었다. 너희가 가서 이 일을 자세히 조사하거라.
만일 내부 사람이 아니라면 바깥에서 잃은 후손일 테니, 분명 내 직계 혈통일 게다. 그 아이를 계속 떠돌게 둬선 안 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데려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