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43
제743화 성진의 힘을 사용 못 하다
항소운이 명혁연을 따라 멀리 가고 나서야 두 여인과 우자양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항소운의 기운이 느껴지질 않은 것이다.
그녀들은 항소운이 있던 곳을 보더니, 당황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패왕, 또 은신한 거야?”
마희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항소운은 이곳으로 돌아온 후 더는 은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사라질 리 만무했다.
그녀의 외침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으나, 그녀는 계속해서 항소운의 이름을 불렀다.
우채접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패왕, 장난 그만 해요. 다들 걱정하잖아요.”
그러나 그녀들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이쯤 되자, 진짜 무슨 일이 났구나 싶었다.
우자양도 이상함을 느끼고, 대뜸 욕을 퍼부었다.
“항소운, 자신 있으면 당장 나와! 비겁하게 숨어있지 말고 나오란 말이다. 겁쟁이처럼 숨어서야 어디 내 상대가 되겠어?”
이미 이곳에 없는 사람이라 우자양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들을 턱이 없었다.
“진짜 무슨 일이 생겼나 봐. 빨리 찾으러 가자!”
마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우채접과 우자양도 흩어져 찾기 시작했다.
하늘, 땅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 샅샅이 살폈으나 항소운은 흔적도 없었다.
두 여인은 터지는 울음을 간신히 참았다.
너무나 걱정이 되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아무 인기척 없이 항소운을 데려간 것만 봐도 상대는 굉장히 강한 자였다.
그녀들은 각자 호신용 옥통을 깨뜨려 자신의 수호자를 소환했으나, 그들 역시 온갖 수를 써도 항소운을 찾아내지 못했다.
* * *
현재 항소운은 3층을 떠나 4층을 지나고 있었다.
명혁연은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 항소운의 눈에 마연의 풍광 따윈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상대에 이끌려 어딘가로 하염없이 가고 있을 뿐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몸속 마혈이 거세게 들끓으면서 어쩐지 주변의 마기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상대에게 속박되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완전히 달라진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마연이 분명할 텐데 어째 마족이 별로 없었다.
대신 거대한 산과 강이 펼쳐진 가운데 풀과 나무가 평화로이 자라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온하고 자연스러워서 마기만 제외하면 중원의 풍경과 무척 닮아 있었다.
“여긴 몇 층이에요?”
항소운이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7층이다. 우리 명황족의 구역이지.”
명혁연이 대답했다.
“여기가 7층이라고요?”
항소운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소문에 따르면 마연은 한 층 한 층 내려갈수록 무척 위험하다던데, 실제 마주한 7층은 소문처럼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명황족 외에도 불사마족과 사룡족이 살고 있지. 다른 종족은 이곳에 들어올 수조차 없어.”
명혁연의 표정이 거만해졌다.
“그럼 서암족은요?”
항소운이 물었다.
불사마족과 명황족, 서암족 그리고 사룡족은 절대적인 힘을 지닌 4대 마족으로, 마족을 통치했다.
그런데 명혁연이 세 종족만 언급하자 의아해졌다.
“그 더러운 놈들은 이미 멸족됐다!”
명혁연은 서암족의 이름조차 듣기 싫은지 발끈 성을 냈다.
“어쨌든 넌 날 따라가면 된다. 명황께서 찾으시거든. 음, 그분께서 널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분명 네 몸엔 인간족의 피가 흐르는데 또 우리 조상의 피도 흐른단 말이야. 거참 이상하지.”
“명황이요?”
항소운은 깜짝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혈맥의 기억을 통해 ‘명황’이 얼마나 높은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그분은 명황족을 다스리는 제황이자, 생살권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 분이 자신을 찾고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전생에 명황족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명황족의 강자와 겨룬 적도 있는데, 당시 상대의 경지는 그보다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그가 패할 뻔했다. 상대가 말하길 자신은 명황족 내에서 별 볼 일 없는 위치라고 했다.
당시 그는 상대가 허튼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달리 생각하면 명황족이 그만큼 강하다는 소리였다.
천하에 두려울 게 없는 항소운도 어찌 된 일인지 살짝 겁이 났다.
명황.
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 전생에는 뵙고자 감히 상상도 못 했던 분을 현생에 뵙게 되다니.
만약 전생만큼 무공이 강했다면 이보다는 담담히 대처했을 테지만 현재 실력으로는 다시 살아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도 감히 품을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은 기적이 생기길 바랄 뿐이었다.
명황족은 4대 마족 중 하나이다.
명황족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종족이었는데, 그들은 태생부터 대단히 강한 천부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다른 종족이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명황족이 강하긴 하지만 그들의 번식 능력은 다른 종족보다 현저히 뒤처졌다.
그래서 무수한 시간 동안 존재해 왔지만 진정한 명황인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독보적인 천부를 지닌 명황인은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
그들도 모든 마족이 태어날 때부터 강한 혈맥의 힘을 지녀서 바로 최강 전투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다른 종족과 같았다.
태생부터 뛰어난 천부를 지닌 자는 족에서 중요시 여겨졌고, 별다른 천부를 지니지 않고 혈맥의 힘이 충분히 강하지 않은 자는 말단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모든 명황족이 명황족의 천부를 지닌 건 아니었는데, 명혁연은 모습을 감추는 천부만 지녔고, 명혼공간과 명음지문 두 천부는 지니지 않았다.
다른 명황족들은 기본적으로 그중 한 가지의 천부를 지녔다.
동시에 두 가지 천부를 지닌 이들은 명황족에서 중요시 여기며 키우고 지켜나가야 하는 대상이었다.
항소운처럼 세 가지 천부 능력을 지닌 이는 분명히 순수한 선조의 피를 이어받은 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명황은 항소운의 존재를 알아차리고서 그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항소운을 데려오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항소운은 이 상황을 몰랐다.
그는 그저 명황족의 사람들이 모두 이 세 가지 천부를 다룰 줄 아는 것으로 알았다.
왜냐하면 그의 혈맥의 기억 속에서는 명황족의 사람은 세 가지 천부를 지닌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항소운은 명혁연에 의해 명황족의 요지로 데려가졌다.
그때였다.
명황족의 사람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명혁연이 놀라 부들부들 떨며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차경(次耿) 어르신을 뵙습니다!”
항소운은 앞에 있는 사람이 명황족의 한 부대인 것을 발견했다.
부대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저 열여덟 명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아주 강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괴이한 눈빛에는 사람을 압박하는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부대를 이끄는 사람은 더 커 보였는데, 그의 이마에는 족문(族紋)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눈부셨다.
이는 그가 지닌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항소운은 부대 우두머리의 시선을 느꼈다.
그 순간 항소운은 모든 것이 그에 의해 꿰뚫어 보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오직 그의 스승과 성정 정주에게서 받았던 것이었다.
항소운의 짐작에 의하면 그는 진정한 마신급의 존재였다.
명차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를 내게 넘겨라, 내가 데리고 명황을 뵈러 가지.”
명혁연은 차마 공적을 주장하지 못하고 다급히 말했다.
“네? 아,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수고했다.”
명차경은 칭찬하고선 항소운에게 말했다.
“인간족의 혈맥을 지닌 후손이라. 명황께서 보고 노하실지 모르겠군. 네 놈, 날 따라와라!”
말을 마치고 그는 손을 뻗어 항소운을 속박시키고선 그를 데리고 명황족의 족지로 갔다.
항소운은 전혀 반항할 능력이 없었기에 순순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지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른 한 곳으로 데려가졌다.
도착한 곳은 마치 거대한 건축 현장 같았다.
원형으로 된 곳의 주위에는 여러 개의 자리가 보였다.
그곳엔 많은 명황족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은 아래에서 전투 중인 사람들을 보며 한껏 환호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이곳이 격투장인 것을 발견했다.
아래에서는 명황족의 사람이 다른 마족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사용한 천부는 명음지문이었는데, 그는 기술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수많은 공격을 모두 전이시키고선 기회를 틈타 기습 공격했다.
명황족의 족문은 모두 신비한 힘을 지닌 것 같았는데, 그것이 활동함과 동시에 장시간 천부 능력을 지켜주어 자신의 마력을 강화시켜 주었다.
결국 명황족의 사람이 비록 승리를 쟁취했지만, 그의 몸에는 많은 상처가 남아있었다.
약한 힘으로 강한 상대를 맞서 싸운 것이었고, 적수도 많은데다가 적들이 그를 둘러싸 공격했기에 그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다.
명황족의 사람이 물러설 때였다.
항소운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격투장으로 이끌려 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성진의 힘이 다른 힘에 의해 속박된 것을 알아차렸다.
‘성진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다니.’
그는 당황했다.
주위에 있던 명황족의 사람들은 일동 의아해했다.
“어디서 온 인간족이지? 저렇게나 약한데 대체 어떤 어르신이 집어넣으신 거지?”
“보기에는 영민해 보이는데, 뭔 능력을 지니기나 했으려나. 바로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는데 말이지.”
“얇은 껍질과 부드러운 살의 인간족은 수년간 보지 못했는걸? 목구멍의 때를 좀 벗길 수 있을지도 몰라!”
“저 인간족은 별 힘이 없어 보이는데. 격투장에 먹잇감이 되려고 들어온 거겠지?”
“…….”
“모두 조용히 해라! 그리고 황급 격투사를 집어넣어서 싸우게 해라!”
명차경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이 격투장의 주재자인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
곧이어 격투장의 입구에서 한 마황이 풀려 나왔다.
그는 아주 강한 마응호(魔鷹虎)였다.
그는 독수리와 호랑이의 몸을 지녔고 날개도 있었다.
보기에 대단히 흉악해 보였다.
이 마응호의 눈빛은 살인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강제로 마물(魔物)을 먹여져 죽이는 것만 알지 본래의 영리함은 이미 잃은 것이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선 바로 항소운을 덮치려 했다.
항소운을 바로 삼켜버리려고 한 것이었다.
항소운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성진의 힘을 사용하지 못했기에 눈앞의 마응호와 전투를 벌일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수년간 쌓인 전투 본능으로 바로 공격을 피해 나갔다.
그의 몸은 극한격활술의 강화를 거치고 천둥 본연의 힘에 의해 단련되어 이미 성인의 몸만큼 빨라졌다.
그는 성진의 힘의 도움이 없어도 반응 능력은 여전히 꽤나 빨랐다.
크르르-!
마응호는 항소운을 붙잡지 못하자 분노한 채로 포효하기 시작했다.
두 날개가 움직이며 엄청난 힘이 항소운을 휩쓸려 했다.
항소운은 다시 한번 피했지만, 그의 속도는 크게 느려졌다.
그중 한 힘이 날아오면서 그를 무겁게 지면으로 내려쳤다.
그 모습은 처참했다.
만약 그의 몸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면 방금의 힘은 그를 충분히 찢어 죽일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