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48
제748화 서, 설마 마핵?
항소운은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몰려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별안간 머릿속에 있던 명룡혼고가 제멋대로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슉-!
명룡혼고는 항소운의 머리 위에 가만히 내려앉더니 아주 강력한 힘을 발산하며 명황전과 공명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러자 명황전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니 마치 컴컴한 곳에 빛을 비추듯 금세 환히 밝아지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명룡혼고에서 두 마리 용의 형상이 뛰쳐나와 거칠게 포효했다.
웅장하고 위엄이 있었다.
뒤이어 한 사람이 조용히 걸어와 명룡혼고를 손에 움켜쥐자, 포효하던 용의 형상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항소운은 크고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상대의 모습은 흐릿하여 생김새를 제대로 살필 수는 없으나,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저 한없이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였다.
왠지 자신과 같은 시대가 아닌 까마득히 먼 옛날에서 온 사람 같았다.
‘설마 그 경지에 다다른 생령(生靈)인가?’
‘그’ 경지란 생사를 초월한 영원불멸에 이른 상태로, 소생 경지보다 훨씬 두려운 존재였다.
전생의 기억을 헤집고 봐도 그 경지에 다다른 생령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이런저런 소문이나 전설이야 많이 듣긴 했지만, 당시 그는 그 경지를 꿈꿀 수도 없을 만큼 까마득한 차이가 있었다.
물론 중원 대륙에도 그런 존재가 있기는 했다.
다만 그 정도 경지에 이르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땅에 발붙이고 살 필요가 없기에 구름 위도 집이요, 너른 하늘도 제집 마당이나 다름없었다.
명황족은 마족 최고의 종족이며, 명황은 그 명황족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따라서 명황이 그 경지에 다다른 생령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상고 시대 명황족이 마군을 대거 이끌고 중원 대륙으로 쳐들어갔을 때, 인간족 강자들도 완벽히 막지는 못했던 것이다.
“소실된 혼고인가?”
명황은 담담히 말을 뱉으며 항소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날카로운 눈빛이 그를 속속들이 꿰뚫었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름이 무어냐?”
명황이 물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으나, 결코 거역할 수 없는 마력이 흘러나왔다.
“항소운입니다.”
항소운이란 이름은 어느새 마연에 쫙 퍼졌다.
마희와 우채접이 그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의 행방을 알려주는 자에게는 감사의 뜻으로 성급 물건을 주겠다고 해서다.
항소운이 갑자기 사라지자 두 여인은 몹시 걱정되었다.
그녀들은 이미 그를 자신의 남자로 받아들였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렇게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건만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자, 두 여인은 절망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그녀들은 그가 절대 단명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다.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그녀들은 사방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마족을 죽였다.
항소운이 지금 마연의 맨 아래층에 있고,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명황전에서 명황과 독대하고 있으리라고는 까맣게 모르고 말이다.
“인간족의 혈맥과 인간족의 이름이라……. 올해 스물아홉이 됐겠지?”
명황의 물음에 항소운이 사뭇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되물음과 동시에 돌연 그 답이 떠올랐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 설마 여기에 제 어머니가 계세요?”
아버지는 인간족인데, 그의 몸에는 명황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머니께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명황이 그의 나이를 알고 있는 걸 보면, 분명 어머니의 일도 알고 있을 터였다.
“네 아비가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은 게냐?”
명황이 되물었다.
“네.”
항소운이 넋 나간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몰라도 어쩔 수 없지.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네게 가장 순수한 명황족의 피가 흐른다는 거다. 네 몸에 있는 인간족의 피와도 섞이지 않았지. 이건 실로 굉장한 일이야. 이제 여기에 있도록 해라.”
명황은 항소운의 의사 따윈 묻지 않았다.
그의 말은 곧 성지로, 이를 어기는 것은 용납조차 되지 않았다.
항소운은 마음 깊은 곳에서 어서 복종하고 따르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마치 마땅히 따라야 할 사명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전 여기 있지 않을 겁니다. 전 인간족이에요.”
“인간족 말이냐? 이제 곧 아니게 될 거다.”
명황의 나지막한 음성을 뒤로 한 채 갑작스러운 힘이 항소운을 훅 덮쳤다.
항소운은 저항할 새도 없이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명황은 그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명황족의 금지로, 산들이 우뚝 솟아 있었다.
무시무시한 마기가 뿌연 안개가 되어 전부 뒤덮는 바람에 맨눈으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
그중 어느 산에는 사방에 마족의 뼈가 쌓여 있어 그야말로 해골산이라 부를 만했다.
보기만 해도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끔찍한 곳이었다.
그 산에는 아주 어둡고 깊은 동굴이 있었다.
그 속에선 뿌연 마기가 쉴 새 없이 용솟음쳤으며, 주변에선 아주 고약한 악취가 났다.
명황은 항소운을 그 동굴 속에 내던졌다.
“네가 여기서 나올 때는 더 이상 인간족이 아닐 게다.”
명황은 이 말만을 남긴 채 바로 사라졌다.
항소운은 영문도 모른 채 쓰러져 있다가 뼛속을 파고드는 음산한 힘에 움찔해서 깨어났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웬 동굴 안이었고, 수많은 혈저(血蛆)가 자신의 몸에 들러붙어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그는 아파서 악, 소리를 냈다.
그는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면서도 역겨운 구더기들을 떨쳐내기 위해 힘을 운용해보았으나, 어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힘이 봉인된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명황족의 능력을 써보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것조차 쓸 수 없었다.
지금은 전문(戰紋), 혈맥을 비롯한 모든 능력이 봉인된 상태였다.
명차경 때보다 훨씬 철저하게 봉인돼서 몇몇 감각을 제외하고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명황을 다시 만나기 전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괴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몸속에서 피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런데도 그저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잘생겼던 얼굴도 바싹 말라 쭈글쭈글해지면서 급격히 노쇠해졌다.
누구든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 기겁할 것이다.
정녕 그 위풍당당하던 항소운이 맞단 말인가.
이곳에는 시체나 다름없는 바싹 마른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주름진 얼굴은 추하게 일그러졌고, 힘겹게 옅은 숨을 몰아쉬었다.
혈저는 피를 빨아먹는 구더기로, 이곳에서 길러지고 있었다.
그동안 녀석들은 명황인의 피를 수도 없이 빨아 먹고 진화를 거듭했다.
항소운은 피를 빨아 먹히자 생명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숨이 끊어질 위기에 봉착했다.
보통 사람은 피가 마르면 신체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죽고 만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마지막 숨을 지탱하고 있으니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그때 항소운의 피를 빨아먹었던 혈저들이 뿔뿔이 흩어지더니 또 다른 무리가 다가와 들러붙기 시작했다.
피도 다 빨아먹었으니 더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거늘 녀석들은 또 달려들었다.
혈저들은 이빨을 들이밀었으나 이번에는 그의 몸에서 무언가를 빨아가는 것이 아니라 되려 자신들의 신선한 피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피를 빨아먹는 능력뿐만 아니라 반대로 피를 주입하는 능력이 있을 거란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피를 준다는 것은 이제 녀석들이 죽을 차례란 뜻이었다.
과연 녀석들은 피를 다 주고 나자 몸이 바싹 마르면서 그 즉시 죽고 말았다.
그렇게 한 무리가 죽고 나자 또 다른 무리가 다가와 같은 방법으로 피를 주입했다.
간단해 보여도 굉장히 기나긴 과정이었다.
혈저들에게 피를 공급받고 나자 온몸을 짓누르고 있던 금제의 힘이 조용히 풀리면서 차츰 의식을 회복했다.
정신을 차린 그는 힘을 운용하여 혈맥을 가다듬고 혈기를 빠른 속도로 보충했다.
놀랍게도 그의 피는 흑적색으로 변해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마혈이었다.
인간의 선홍빛 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빌어먹을.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그는 울부짖었다.
자신의 몸에 마혈이 흐르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온몸의 피가 마혈로 변하는 건 결코 원하던 일이 아니었다.
항소운이 원하든 그렇지않든 혈저는 마혈을 그의 몸에 계속 주입했다.
그것은 가장 순수한 마혈이었다.
그는 살기 위해 마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키진 않지만, 산송장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혈을 거부할 용기는 없었다.
설령 극도로 싫다 해도 이 피를 받아들여야만 살 수 있었다.
제패천을 향한 복수 때문이 아니라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어머니를 뵙고 싶어서였다.
어렸을 때, 그는 어머니가 무척 그리웠다.
겉으로는 다 필요 없고 아버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긴 했지만, 어머니의 행방을 알게 된 후로는 어떤 분인지, 잘 지내시는지, 이 아들을 기억하시는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어머니를 뵙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 탓일까.
불현듯 미간의 전문이 떠오르면서 체내로 들어온 마혈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순 몸이 펄펄 끓어오르며 강력한 흡입력이 생겨나더니 혈저가 주입하는 피를 맹렬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혈이 대량으로 들어옴에 따라 바싹 말라 있던 육신에 생기가 돌면서 차츰 원래 모습을 회복했다.
다만 이에 비례해 몸속 마기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간에선 주변의 마기를 쉴 새 없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탓에 미간이 부풀어 올라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마치 그 안에서 무언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했다.
안쪽을 살펴보니 새까만 힘이 빙빙 돌면서 힘을 점점 키워가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짐짓 겁이 났다.
가만 보니 저 새까만 힘은 몸속 마기가 한데 뭉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예전에도 있었으나 그때는 명혼공간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서 몰랐던 것뿐이고, 지금은 전문과 혈맥에 의해 한데 모였을 뿐이다.
그는 불현듯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 설마 이게 마핵?”
마족이라면 누구나 마핵을 가지고 있었다.
요수의 요단(妖丹)과 비슷한 개념으로, 힘의 결정체이다.
그에게 마핵이 생겼다는 것은 진짜 마족이 됐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명황은 이점까지 계산해서 항소운을 이곳에 던져 놓은 것이다.
피를 바꾸고 마핵을 응집시켜 완벽한 마족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