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51
제751화 사정을 알게 되다
항소운은 어머니를 보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에 얼굴은 창백하고 야위었지만, 또렷한 이목구비가 미인임을 말해주었다.
전문이 없다는 가정하에 얼굴만 보면 영락없는 인간족이었다.
하지만 몸에는 기이한 마문이 있어 명황족의 순수 혈통이 분명했다.
항소운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지금처럼 인간의 형태가 아니라 추악한 마족처럼 생겼더라면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의 생김이 어떻든 받아들여야 하지만, 종족이 달라지면 그 또한 무시 못 할 문제였다.
명부(冥芙). 항소운의 어머니 이름이다.
그녀는 명황족의 선대 공주였다.
타고난 재능이 무척 뛰어나 어려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며, 명황족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였다.
명황조차 그녀를 후계자로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인간족과 관계를 맺고 아이까지 낳으면서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만 것이다.
명부는 자신의 아이가 찾아왔을 때, 서암족이 기습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미 힘이 봉인된 상태였다.
어떻게든 속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으나, 결국 죽음을 피할 순 없었다.
그래도 살 운명이었는지 아들이 제때 찾아와 주었다.
그는 전문을 다루는 법을 알았고, 마혈지심도 갖고 있어서 그녀는 다행스럽게 목숨을 지켰다.
명부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혈맥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끈끈한 느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삶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있는 힘껏 마혈지심을 제련시키자, 몸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시야에 항소운이 들어왔다.
순간, 그녀는 항양전으로 착각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전 오라버니?”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 항소운이에요.”
감정이 벅차올라 그의 음성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제야 명부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항소운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말을 되뇌었다.
“니, 니가 내 아들이란 말이지. 내 아들, 그래 내 아들이야!”
그녀는 항소운을 와락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다.
“내 아들, 드디어 널 만났구나. 드디어 만났어…….”
막혔던 둑이 터지듯 삼십 년의 한과 그리움이 세차게 터져 나왔다.
항소운도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놓아 외쳤다.
“어머니!”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던 말인가.
어려서부터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이 세 글자를 마침내 입 밖으로 소리 내 불렀다.
명차경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마족이긴 하지만, 감정이 없는 악마는 아니었다.
오히려 동족 간에는 인간 못지않은 따뜻한 정이 있었다.
그 뒤로 명부는 아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다가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얘야, 널 봤으니 이 어미는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이제 아버지와도 만나셔야죠. 우리 세 사람 다시는 헤어지지 말고 함께 살아요.”
그의 희망이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였다.
“그래, 꼭 그러자꾸나.”
항소운은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어서 이 괴상한 곳에서 나가요.”
“……난 죄인이야.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명부는 갑자기 아들을 놓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어서 가거라. 널 봐서 이 어미는 아주 기쁘단다.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어서 가거라.”
“어머니, 여기에 온 이상 제가 쉽게 떠날 수 있겠어요?”
그 말에 번쩍 정신이 든 명부가 놀라 물었다.
“설마 저들에게 잡혀 온 거니? 안 돼, 그럴 순 없어. 내가 너만은 풀어달라고 사정하마. 네가 여기서 고생하는 꼴은 볼 수 없어.”
명부가 극도로 불안해하자, 그가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어머니, 제 말 들어보세요.”
다행히 명부는 금세 진정되었다.
“지금 전 명황족 19황자가 됐어요. 명황께서 직접 봉하신 거예요. 이미 그분의 허락도 받아서 어머니를 모시고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명부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명황이 어떤 분인가.
까마득히 높은 자리에 있어, 평범한 명황인은 얼굴조차 뵐 수 없었다. 황자는 물론이고 황숙이라 해도 쉽게 뵐 수 없는 분이었다.
그런데 아들에게 직접 직위를 하사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19황자가 됐다면, 우리 종족의 혈맥을 완전히 각성한 거니?”
“네, 비록 몸은 인간이지만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혈맥 덕분에 명황족의 3대 능력도 벌써 깨우쳤어요. 그래서 19황자가 된 거고요.”
항소운은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다.
명황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냥 따르면 되는 것 아닌가.
어쨌든 황자가 되면 명황족의 지원도 받을 테고, 어머니를 구할 수도 있었다. 인간족을 어떻게 대할지는 당분간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온 세상을 적으로 돌린다 해도 어머니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네가 고생이구나.”
명부가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 우선 마혈지심의 힘을 흡수해서 몸부터 추스르세요. 앞으로 얘기할 시간은 많아요.”
“그래, 알았다.”
명부는 온화한 눈빛으로 아들을 보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마혈지심의 남은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혈지심에는 수많은 명황인의 혈액이 응집되어 있어 명부의 혈액과 완벽히 부합했다.
무엇보다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 수십 년간 봉인되었던 힘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전문은 쉼 없이 꿈틀대며 요사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혈기가 왕성해지면서 기운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겉모습도 차츰 젊음을 되찾으면서 생기가 더욱 강해졌다.
항소운은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는 찾았지만, 명황족을 어떻게 떠날까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였다.
‘언젠가 내 무공이 명황을 넘어서게 되면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겠지.’
그는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들끓어 올랐다.
힘을 길러야만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그건 중원 대륙이나 마연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였다.
힘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지금처럼 남에게 이끌려 살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전생의 무공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훨씬 강해져서 최고의 경지에 올라야 했다.
어머니와의 상봉을 통해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 지금은 명황족의 19황자로 사는 거다.
꼭 명황이 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명황을 능가하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여길 떠나 아버지를 찾고, 세 식구가 영원히 함께 사는 거다.
‘그래, 살아야 희망도 있지.’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명부(冥芙)가 회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최상급 시절의 실력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경지도 한 단계 돌파할 것 같았다.
방금 큰 재난을 겪고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 마혈지심(魔血之心)을 사용해 바로 돌파했을 것이다.
그녀는 수년간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최상급 상태를 회복했다는 것은 마혈지심의 강대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의 마발이 흩날리자 지극히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원래 심각하게 허약했던 몸도 훨씬 더 풍만해졌다.
그야말로 절세미인이었다.
그래서 인간족인 항양전도 그녀에게 빠져들었던 것이었다.
항양전은 왜 명부와 함께하게 된 것일까?
사실 이건 명부의 장난스러운 성격 때문이었다.
명부는 당시 명황족의 공주님이었다.
천부가 제일 뛰어났던 그녀는 온 명황족의 큰 총애를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매우 활발하고 장난기가 많았다.
한번은 그녀가 위층으로 가서 인간족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 했다.
그녀는 인간족이 어떤 점이 대단한지 그들과 겨루어 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그녀는 5층에 이르렀을 때 항양전을 만났던 것이었다.
당시에 항양전은 기세가 드높았고 대단히 강한 전투력을 지녔었다.
그는 연속해서 강대한 마족들은 죽였다.
5층처럼 위험한 곳에서도 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의 비범함을 증명했다.
명부는 다가가 항양전과 직접 대전을 치렀다.
그들은 꽤나 격전을 벌였다.
최종적으로는 3대 천부를 지닌 명부가 항양전을 이기긴 했지만.
명부는 항양전을 죽이진 않았다.
그녀는 항양전을 굴복시켜 자신의 인총(人宠)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꽤나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항양전이 꽤나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죽이기에는 다소 아까울 정도로.
하지만 그녀는 그때는 몰랐다.
항양전을 죽이지 않은 것이 나중에 그들의 악연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걸.
당시에 그녀는 항양전을 쉼 없이 소환해 그를 여러 가지 방면으로 부려 먹었다.
항양전은 치욕을 참아가며 임무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도망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반격할 기회를.
그는 홀로 나선 지 얼마 안 되어 마녀한테 이런 모욕을 당한 것이다.
한번은 명부와 그녀의 사람들이 인간족 강자의 추격을 받았었다.
그중에는 소생 경지의 인물도 있었는데, 그로 인해 명부를 수호하던 강자가 가까스로 명부를 구해냈었다.
그 당시 명부는 항양전을 데리고 한 독장(毒障)으로 대피했다.
이 독장은 춘성(春性)을 지닌 기이한 독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춘성이라는 독에 빠져 그만 정사를 하게 되었다.
뒤늦게 의식을 회복한 명부는 정신을 차리자 항양전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물론 잘못이 항양전에게 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울분을 그에게 토해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독에 취해서인지 명부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고 오히려 항양전에게 잡혀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원래 항양전은 명부를 죽이려 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인간족과 마족은 대립해오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부를 잡은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와 지내면서 이 마녀가 사실은 마음씨가 곱고 이쁘면서 귀엽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둘은 큰일을 치르지 않았는가.
이제 명부는 그의 여인이 된 셈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와 그녀는 관계가 발생해서 그의 여인이 된 셈이다.
그렇게 간 큰 항양전은 명부를 중원 대륙으로 데려가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명황족은 명부가 실종되자 5층에 있던 모든 마족이 동원해서 그녀의 행방을 찾으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항양전은 명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살해의 위협을 받았다.
항양전의 전투력이 놀라울 수준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게 둘이 전투를 겪으면서 명부는 점점 항양전에게 빠져들었다.
나중에 항양전이 살해당하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녀가 직접 나서서 마족들을 막았다.
그렇게 고난을 같이하면서 두 사람은 점차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분도 잊은 채 사랑에 빠진 것이다.
결국 그 사랑의 결실로 명부는 임신을 하게 된다.
항양전은 기뻐하면서 명부를 데리고 중원 대륙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인간족에게 공격당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는 그녀가 마연에서 아이를 낳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거대하고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신마(神魔)의 모습이 떠다니다가 용과 호랑이가 뛰어오르고 봉황과 거북이가 서로 겨루더니 기린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아이의 타고난 자질이 지극히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기이한 현상은 명황족도 감지했다.
명황족의 고수가 나타나 명부를 데려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했다.
그 사람의 추궁 속에 명부와 항양전의 사랑은 알려졌고.
항양전은 아내를 두고 아들만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항양전은 명부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는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사일생의 곤경을 겪고 나서야 아들인 항소운을 마연에서 산 채로 데려 나왔다.
이 일들은 나중에 명부가 회복하고 나서 항소운에게 말해준 것이다.
항소운도 드디어 이 일들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됐었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당시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