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56
제756화 임무를 완수해라
“흥, 요즘 것들은 무섭군.”
노황숙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젊을 때는 패기가 넘쳐 두려움을 모르지. 부디 앞으로도 지금처럼 용맹하길 바란다.”
또 다른 노황숙은 한숨을 짓더니 뒤이어 사라졌다.
그들은 지위가 높았으나, 항소운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는 공평한 대결이기 때문에 승자가 패자를 어떻게 처리하든 아무도 간섭할 수 없었다.
이것은 격투장의 규칙이었다.
명황인들은 항소운을 축하하며 큰소리로 환호했다.
“19황자 대단하다! 최고다!”
“황자님, 저와 결혼해주세요. 제가 평생 잘 모실게요!”
“정말 강하네. 앞으로 크게 되겠어!”
“…….”
명황족은 강자를 숭배했다.
따라서 항소운처럼 세 가지 재능을 모두 각성한 천재는 당연히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그가 인간족이란 것도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명황이 직접 임명한 황자인데, 신분에 문제가 있을 리 있는가.
명부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해서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항소운은 환호하는 명황인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손을 잡았다.
“어머니, 제가 이길 거라고 했죠? 이제 제 말 믿으시겠어요?”
“그래, 우리 아들 장하다.”
명부는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환히 웃었다.
두 사람은 군중의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행궁으로 돌아갔다.
항소운은 이번 대결로 명황족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면서 명실상부한 19황자로 인정받았다.
이는 명부가 종족에게 다시 받아들여지는 기회가 되어 더는 멸시나 차별을 받지 않았다.
옛말에 아들이 귀해지면 그 어미도 같이 귀해진다더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항소운은 명아비의 일격을 어떻게 막아낸 걸까?
그것은 명룡혼고의 힘을 완벽히 발현했기 때문이다.
명룡혼고에 마기를 불어넣어 방어막을 형성하자, 예전과 달리 머리만이 아닌 전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는 마기의 경지에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마족의 신물(神物)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게 되면서 위력도 한층 강해졌다.
항소운이 명판과 명아비를 죽인 일은 명황족 내부에 금세 퍼졌다.
이로써 명황인들은 19황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게 되었다.
게다가 명황이 직접 봉했다고 하니,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다.
19황자와 일찌감치 관계를 맺어두면 장차 자신들에게 막대한 이득이 돌아올 게 틀림없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어떤 이들은 연줄을 맺으려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선물을 보내 환심을 사려 했으며, 혼담을 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항소운의 행궁 앞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항소운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는 명혁연에게 저들을 상대하도록 했다.
또 명혁연이 처리할 수 없는 일은 어머니께 맡겼다.
이런 일에 구태여 직접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어머니가 명황족이긴 하나, 그렇다고 그가 모든 명황인과 가까이 지낼 이유는 없었다.
지금 그에게는 마연을 어떻게 빠져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다른 곳 같으면 은신으로 몸을 감춰 빠져나가면 되지만, 여기서는 은신 능력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지혜의 빛을 동원해도 좋은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저 죽어라 수련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성진의 힘이 아닌 마기의 힘을 단련하고 있었다.
명황족은 3대 능력 외에도 강력한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마기를 이용한 기술을 몇 가지 수련하여 전투력을 높일 생각이었다.
성급 무기인 환이 있으니 ‘구환마살(九環魔殺)’이란 기술을 연마하기로 했다.
이거면 환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환을 들어 올렸다가 자르고 회전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전개했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기술은 점점 손에 익어서 며칠 안 가 구환마살을 전부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환을 다루는 솜씨도 능수능란해져서 위력이 한층 거세졌다.
그는 이 무기가 결코 평범한 성급 무기는 아닐 거라 짐작했다.
적어도 최상급 성급 무기는 될 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공간을 가르며 사람을 데리고 멀리 도망칠 수 있겠는가.
그는 ‘구환마살’ 외에도 ‘마무화도’란 금지된 기술을 연마했다.
이것은 명황인이라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었다.
위급한 순간, 목숨을 지키는 비장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기에 어머니가 직접 전수해주셨다.
별로 배우고 싶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기에 우선 배워두기로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그가 명황족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그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무공 수련 외에는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낼 뿐, 다른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어느새 마기의 경지는 9품 마제 정점에 올랐으니, 실로 놀라운 성장 속도였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재능을 타고난 데다 마기로 가득한 마연은 그에게 있어 최상의 수련 환경이었다.
그간 어머니도 빠른 속도로 예전의 무공을 회복했다.
품급을 두 개나 높여 어느덧 6품 마성에 올랐다.
마혈지심 덕분이기도 하지만, 항소운이 명아비의 마핵을 어머니에게 드렸기 때문이다.
얼마 후면 그녀의 무공은 훨씬 강해질 터였다.
두 사람은 세 식구가 다 함께 모여 살날을 고대하며 부단히 노력했다.
반복되던 일상 속, 마침내 명황족을 떠날 기회가 그를 찾아왔다.
명황은 항소운을 불러들였다.
19황자란 직위를 받은 후, 2년 만에 처음 뵙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이 명황에게 달려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마연을 떠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황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서 이곳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명황의 부름을 전해 들은 그는 알 수 없는 흥분에 휩싸였다.
명황을 뵙는 것이 기뻐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곳을 떠날 수 있도록 명황을 설득할 기회가 왔다는 것이 기뻤다.
다른 명황인이 이런 속마음을 듣는다면, 죽이려 달려들지도 모른다.
남들은 명황을 뵐 기회가 평생 있을까 말까 한데 그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였다.
그런데 여길 떠날 생각이나 하다니 아주 괘씸하지 않은가.
항소운은 다시 명황전 앞에 섰다.
여전히 다른 사람은 없었고, 명황의 흐릿한 그림자만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명황의 모습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명황께 인사 올립니다.”
그는 공손히 절을 올렸다.
강자에 대한 예우나 혈통 때문에라도 극진히 예를 갖추어야 했다.
“몸은 여기 있으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으니, 널 여기 둬봤자 뭣 하겠느냐?”
명황의 말에 항소운은 소름이 쫙 끼쳤다.
명황이 홧김에 자신을 죽일까 봐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상대가 꿰뚫고 있는 마당에 부정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는 되려 허리를 곧게 펴고 말했다.
“명황 말씀이 맞습니다. 부디 제가 떠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절대 명황족과 척을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죽든 살든 부딪쳐보는 거다.
“종족이 다르면, 다른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지. 비록 네 혈맥이 전부 바뀌기는 했으나, 인간의 감정을 버리지는 못했구나. 이곳에서 누리는 영광도 너에게는 한낱 바람에 지나지 않으니, 붙들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겠지.”
명황은 한숨을 짓고선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하는 두 가지 일을 완수한다면, 자유를 돌려주마.”
“정말이십니까?”
항소운은 기뻐서 되물었다.
“내 말은 일언천금이거늘, 어찌 거짓을 말하겠느냐.”
명황이 담담한 투로 대답했다.
“그럼 제가 무얼 하면 됩니까?”
항소운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문득 명황이 몹시 어려운 일을 맡기진 않을까 두려워졌다.
아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장담할 수도 없기에 마음은 이내 가라앉았다.
“첫째, 다른 명황인들과 함께 서암족의 옛터로 가서 잔당을 소탕하는 것이다. 서암족 잔당을 다섯 마리만 죽이면 네 임무는 끝난다. 허나 실패하면 돌아올 생각은 말아라.”
명황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는요?”
항소운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응했다.
서암족은 어머니를 공격했던 놈이라 그렇지 않아도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둘째, 내가 주는 물건을 가지고 중원 대륙으로 가서 명황족 분파에 전달해라.”
“그 두 가지만 하면 됩니까?”
항소운이 되물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크지 않아서 전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것만 하면 된다. 지금 즉시 다른 자들과 출발하도록 해라. 빨리 완수할수록 더 빨리 떠날 수 있을 게다.”
명황이 말했다.
“저, 그럼 제 어머니는…….”
항소운이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자, 명황은 다 듣지도 않고 바로 말을 잘랐다.
“네 어미 얘기는 할 것 없다. 그 애는 여길 떠날 수 없어. 허나 네가 지금 말한 임무를 전부 완수하고 앞으로 우리 종족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한다면, 기회를 줄 수도 있지.”
명황은 명부를 곁에 두고 항소운을 통제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항소운의 실력이 별 볼 일 없다 해도 장차 대성할 게 틀림없었다.
또한, 그는 인간족이니 명황족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할 수도 있을 터였다.
즉, 명황은 그를 쓸 만한 장기 말로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현 실력을 감안하면, 명황의 장기 말이 된다는 것조차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명황은 그만큼 대단한 신분이었다.
명황전에서 나오자, 명차경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황자 전하,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공주께는 이미 수하를 보내 말씀을 전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출발하시지요.”
명차경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항소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차경을 따라갔다.
얼마 후, 그들은 어느 광장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백 명의 명황인이 모여 있었는데, 전부 마성의 경지로 하나같이 무공이 뛰어났다.
명황족의 내실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명황인들은 항소운을 보자,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가 이번 임무에 참여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서암족은 아주 강한 놈들이라서 제아무리 명황족이라 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이 무공이 약하지는 않지만, 이번 임무는 굉장히 위험했다.
명황인들 앞에는 마귀문(魔鬼紋)이 한 마리씩 서 있었다.
오직 명황족에게만 있는 특별한 탈것이었다.
마귀문의 혈맥은 무척 강했다.
항소운의 명혼공간에 있는 귀문들보다 훨씬 강력해서 모두 성급 존재였다.
명혼공간 속 귀문들은 동족의 기운을 느끼고선 밖으로 뛰쳐나오려 했다.
귀문족과 마귀문은 본래 한 종족이다.
다만 마귀문은 명황족에게 길러진 덕에 혈맥의 힘이 훨씬 강했으니, 밖에서 떠돌아다니던 귀문과 어찌 비교가 되겠는가.
그간 항소운은 자신의 귀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실제로 크게 진일보했으나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했다.
이쯤 되자, 항소운도 더는 감출 이유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기르는 다섯 마리의 마귀문을 밖으로 소환했다.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다른 마귀문들이 소리를 빽빽 지르며 도발을 시작했다.
혈맥의 힘이 한참 뒤져서 얕보는 것이었다.
주인인 명황인들도 비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