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57
제757화 서암족 잔당 소탕 작전
“19황자님, 저 마귀문은 어디서 데려오신 겁니까? 혈통이 아주 형편없군요. 고작해야 마제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차라리 제 탈것에 먹이로 주시죠.”
명황인 하나가 조롱 섞인 농담을 던졌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왜 데리고 계십니까. 이번 참에 제가 하나 드리지요. 저 다섯 마리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녀석으로 말입니다.”
그러자 다른 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때, 귀척이 큰소리로 외쳤다.
“혈맥 진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마귀문 두 마리가 다른 두 마리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강한 마귀문은 상대적으로 약한 마귀문을 산 채로 먹더니, 남은 두 녀석이 서로를 집어삼키려 하다가 끝내 더 강한 쪽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가장 강한 마귀문은 귀척에게 다시 먹히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마귀문의 진화 과정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펼쳐졌다.
마귀문은 매우 기괴한 종족이다.
소문에 따르면 명황족의 선조가 창조한 종족으로, 명황족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소문과 달리 실상은 명황족이 창조한 종족은 아니고, 단지 명황족에 의해 탈것으로 길러진 마족일 뿐이었다.
마귀문의 영혼 공격은 많은 종족에게 무시무시한 위협을 가했으나, 어째 명황족에게만은 먹히질 않았다.
반면 명황족의 명혼공간은 마귀문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이 되어 주었다.
이런 이유로 마귀문은 명황족에게 의지하여 살게 되었고, 고유한 탈것이 되었다.
다만 갓 태어난 녀석은 덩치가 작다 보니 보통은 다 크고 난 후에야 탈것으로서 능력이 생겼다.
명황족은 마귀문에게 독자적으로 살 땅을 마련해주고, 싸우러 나갈 때나 불렀다.
반면 항소운이 데리고 있는 마귀문은 혼천지지에서 발견한 녀석들이다.
거기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것 같은데 마연과 다른 열악한 환경에 계속 있다 보니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항소운이 데리고 나온 후에야 차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적에게 죽거나 서로 먹고 먹히는 과정을 통해 겨우 다섯 마리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 남은 다섯 마리가 다시 먹고 먹히는 과정을 통해 진화를 거듭했다.
항소운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단순히 주인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귀척이 이런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어쩌면 동족으로부터 압박을 느낀 녀석이 이제 진화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주인인 항소운이 강해짐에 따라 녀석들도 일찌감치 마제의 경지에 올라섰다.
특히 마연에 온 뒤로는 마핵을 닥치는 대로 삼키며 부쩍 성장했다.
어느덧 귀척은 8품 마제의 경지에 올랐고, 다른 녀석들도 바짝 따라붙었다.
그런데 지금 귀척이 동료를 전부 집어삼키면서 아주 놀라운 변화가 발생했다.
실력이 급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몸집이 배는 커졌으며, 얇은 날개는 거의 성급 마귀문만큼 길어졌다.
그리고 이마에는 문양이 떠올랐는데 거기서 알 수 없는 힘이 흘러나오자, 다른 마귀문은 불안한 듯 정신없이 울부짖었다.
“이럴 수가……. 저, 저건 우리 종족의 최상급 전문(戰紋)이잖아.”
“가장 순수한 선조의 피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설마 선조의 직계 혈통인 건가?”
“틀림없어. 저 완벽한 문양과 날개 좀 봐. 가장 순수하고 오래된 혈통만이 가질 수 있는 거야.”
“그래, 우리 선조의 피가 분명해. 미래의 황제가 틀림없다고!”
“…….”
마귀문들은 깜짝 놀랐다.
귀척의 변화에서 선조의 피를 느낀 그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모두 고개를 조아리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명황족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까만 해도 조롱거리였던 마귀문 몇 마리가 순식간에 저렇게 변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귀문의 선조의 피에 관한 이야기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기록되었다.
고서에 따르면 완벽한 마귀문의 전투력은 명황족 못지않다고 했다.
상황이 역전되자, 항소운을 보는 그들의 눈빛도 부러움으로 변했다.
“19황자님, 선조의 피를 지닌 마귀문을 두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명차경은 축하의 인사를 올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우선은 마귀문을 거둬들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진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출발이 지연될 겁니다.”
항소운도 그 점을 예상했기에 바로 명혼공간을 열어 귀척을 거둬들였다.
귀척이 다시 등장할 때는 아마도 아주 강력한 성급 마수로 변해있을 것이다.
항소운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한숨을 지었다.
“난 탈 만한 요수가 없는데.”
“19황자님, 괜찮으시면 저와 함께 타실래요?”
어디선가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 그를 보며 생긋 웃고 있었다.
앳된 얼굴인데도 자리가 상당히 가까운 것을 보면 명황족에서 지위가 높은 듯했다.
다른 이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분은 7공주 명미니(冥微妮)십니다.”
명차경이 옆에서 알려주었다.
항소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
“7공주님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항소운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다른 여인들은 생김이 평범한 데 반해 그녀는 꽤 예쁜 편이었고, 또 남자와 함께 타고 싶지는 않아서 자연스레 승낙했다.
그녀는 육감적인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중요 급소만 가렸을 뿐, 늘씬한 몸매를 과감히 드러낸 차림이었다.
거기다 요사스러운 마문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예술 작품처럼 매혹적이었다.
저 문양만 없다면 명황족이나 인간족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핥으며 생긋 웃었다.
“19황자님과 함께 갈 수 있다니, 저야말로 영광이에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소운은 이에 화답하듯 활짝 웃었다.
“출발!”
뒤이어 명차경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백 마리의 마귀문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성급 마귀문이 일사불란하게 날개를 흔들자,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단숨에 천 리를 날아갔다.
무리는 바로 서암족의 옛터로 쳐들어갔다.
서암족의 잔당을 찾아서 완전히 뿌리를 뽑을 계획이었다.
그들 외에도 불사마족과 사룡족 역시 각각 백여 명의 정예병을 보냈다.
이들 3대 마족은 서암족과 깊은 원한이 있어서 서암족의 재건을 어떻게든 막고자 했다.
* * *
서암족은 어느 황량한 산에 살고 있었다.
이곳의 산과 물은 온통 검은색으로, 일 년 내내 구름이 뒤덮고 있어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어둠에 잠식된 곳이었다.
지금 이곳의 어느 동굴 속에선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피로 가득 찬 동굴처럼 대량의 마혈이 동굴 안을 떠다녔다.
쾅-!
갑작스러운 굉음에 무수한 선혈이 땅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그러더니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용맹한 후손들이여, 이제 깨어날 때가 되었다!”
뒤이어 거대한 두 개의 손바닥이 동굴 밖으로 쑥 뻗어져 나가더니 부근의 산과 흙을 모조리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주변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고, 그 사이로 몇몇의 그림자가 차례로 튀어나왔다.
“3대 마족이 군대를 파견했다고 한다. 일부는 남아 놈들의 주의를 끌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 금기 통로로 가서 선조의 귀환을 맞이한다.”
어둠을 뚫고 정체 모를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 * *
마연 7층에서 가장 높은 산은 ‘불사산(不死山)’이다.
불사산은 7층에서만 가장 높은 게 아니라 마연을 통틀어 제일 높은 산이기도 했다.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는 고개를 힘껏 젖혀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았다.
불사산은 모진 세월의 풍파 속에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마연을 묵묵히 굽어보았다.
이 산에는 신급 정점의 약초인 불사초가 자라고 있었다.
불사초 한 줄기면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심지어 죽은 자를 살리며 젊음도 되찾는다.
과거 각 종족의 강자들은 불사초를 찾기 위해 불사산에 들어갔으나, 살아서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이 산이 불사마족의 금지이기 때문이었다.
오직 불사마족의 족장만이 그곳에 거주할 수 있을 뿐, 다른 자들에게는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불사마족은 모든 마족이 인정하는 최강의 전투 종족이다.
그들은 거의 불멸의 존재라서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완전히 소진되어야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
다만 전투 능력과는 별개로 번식 능력은 명황족보다도 한참 떨어졌다.
불사마족이 마연의 유일한 지배자로 군림할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록 개체 수는 적지만 그들의 후손은 하나같이 강력한 혈맥의 힘을 지니고 있어 모두 뛰어난 존재로 성장했다.
혈맥이 너무 강해서일까.
불사마족의 여인은 회임이 무척 어려워서 어느 집이건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종족 전체가 기쁨에 들떴다.
오늘 불사마족은 서암족의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이십 명을 파견했다.
그들의 외모는 명황인보다 훨씬 인간에 가까웠다.
남자는 잘생기고, 여자는 아름다웠다. 저 일렁이는 마기만 없다면, 신으로 착각할 만큼 완벽한 외모였다.
“서암족이 다시 나타났다더군. 그놈들 정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때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불사마인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다.
“어쩌면 훨씬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지. 물론 시작도 전에 발각됐지만 말이야.”
여자가 대꾸했다.
“어쨌든 그런 놈들은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려야 해.”
다른 이도 이를 부득 갈았다.
그들은 불사조를 타고 서암족의 옛터를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 * *
또 다른 쪽에는 험준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그 사이로 생겨난 거대한 산골짜기는 마치 커다란 용이 꿈틀대며 기어가듯 생동감이 넘쳤다.
쿠오오-!
별안간 용의 울음소리가 상공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거대한 용이 차례로 날아올랐다.
용에는 몸집이 크고, 날개가 달려 있었다. 그들은 격렬한 기세를 드러내며 어딘가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들은 사룡족이었다.
이번에 이백 마리에 가까운 사룡이 출정하여 기세가 대단했다.
다만 이백 마리가 전부 서암족을 죽이러 가는 것은 아니었고, 일부는 6층으로 향했다.
“각 종족에게 더욱 속도를 높여 위층으로 진격하라 명하라. 가능한 많은 인간을 죽여 단련토록 해라. 족장께서 출관하시면, 인간족의 땅으로 쳐들어갈 것이다!”
우두머리 사룡이 우렁차게 외쳤다.
사실 사룡족이야말로 이번 마연의 난의 실질적인 배후였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바로 중원 대륙으로 쳐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의 전투력은 불사마족 못지않게 강했으나, 회복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번식 능력만큼은 불사마족과 명황족보다 월등했다.
그리고 다른 종족과의 교배를 통해 돌연변이 형질을 지닌 후손을 많이 만들어냈다.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 중원 대륙으로 쳐들어갈 생각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서암족 잔당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들의 계획은 꼬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