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방심을 했구나
순간 사방이 고요해졌다.
다들 넋을 잃은 채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항소운이 세 사람의 공격을 쉽게 와해시키고 그들을 한 번에 물로 떨어뜨릴 줄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눈으로 보고도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항소운의 기세에 경외심이 생긴 그들은 스스로 경배 해야겠다는 충동의 감정이 생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잘했다, 잘했어!”
담광화의 입에서 저절로 칭찬의 소리가 나왔다.
옆에 있던 걸세도 한없이 기뻤는데, 그 감정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한편, 줄곧 항소운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엽첨룡은 떫은 감을 씹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젠장!’
엽첨룡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오가의 오명양 역시 항소운을 뼛속 깊이 미워하고 있었다.
설령 항소운이 무당전의 명예를 빛냈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히려 항소운이 더욱 미울 뿐이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분명 우리 오가에 큰 화를 가져올 거야!’
오명양이 매서운 눈을 번득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낙림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욕을 해댔다.
그는 눈앞의 소년이 이토록 대단한 실력을 지녔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년은 놀랍게도 화강경에 이른 자만이 가능한 힘과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소년은 본래 화강경의 실력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무당전은 왜 처음부터 이 녀석을 내보내지 않은 걸까?
설마 이 모든 것이 무당전의 계략인 것인가?
먼저 그들의 기분을 한껏 띄었다가, 다시 내동댕이칠 속셈이었던가?
낙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낙림의 생각은 모른 채, 담광화와 걸세도 속으로 후회를 하고 있었다.
항소운처럼 뛰어난 장수가 있는데도 다른 세 사람을 보내 망신을 당하다니.
인재를 보는 안목이 없는 무능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항소운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무당전의 운명은 백진 대결이 벌어지는 금하곡에 가기도 전에 이곳에서 끝났을 것이다.
항소운이 실력을 발휘해 동렴원의 제자들을 연거푸 이기니, 마음이 놓이면서 후련해졌다.
“계집애, 아직도 안 나오고 뭐 해? 아니면 내가 너희 배로 가서 싸울까?”
항소운이 방청아를 보며 말했다.
낙림이 정중한 태도로 방청아에게 말했다.
“청아야, 부탁한다!”
방청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비처럼 가볍게 강물 위로 뛰어내렸다.
방청아는 나무판자도 필요 없다는 듯, 물의 힘을 이용하여 수면 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몸은 물 밑으로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이런 능력은 화강경 고수만이 가능했다.
방청아는 일반적인 1품 화강경이 아니라, 2품 화강경에 오른 실력자였다.
항소운도 그 부분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그렇게 쉽게 말죽과 진흔의 공격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넌 세(勢)도 깨달았으니 앞으로 화강경을 돌파하는 것도 어렵진 않을 거야. 다만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 아니면 우리 동렴원으로 들어오는 건 어때? 내 시중을 들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방청아가 태연히 말했다.
그녀의 매력이면 어느 누구든 충분히 사로잡을 만했다.
다만 항소운은 평범한 소년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강철처럼 단단했고 견문도 넓어 방청아 정도의 미모에 넋을 잃을 사람이 아니었다.
“하하, 널 시녀로 삼겠다니까, 또 나더러 시중을 들라는 거야? 아니면 우리 내기하는 거 어때? 내가 지면, 너 말대로 내가 시중을 들고, 내가 이기면 네가 내 시녀가 되는 거야!”
항소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항소운의 내기를 듣고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
‘설마 항소운이 방청아보다 실력이 뛰어난 건가?’
“청아야, 다 널 교란시키기 위해 그러는 거니 저놈 말은 신경 쓸 것 없다. 저놈은 절대 네 상대가 못 되니, 어서 해치워 버려!”
낙림이 재촉했다.
아무리 봐도, 항소운이 7품 성력경 정점의 실력을 지녔는데 그 실력으로 방청아를 이길 수는 없었다.
방청아가 항소운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지면, 내 노비가 되는 거야!”
그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항소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선녀처럼 물 위를 밟으며 걷더니 흰 손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항소운의 가슴을 공격했다.
화강경에 이른 방청아의 실력은 실로 뛰어났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에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항소운은 줄곧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으나, 하마터면 상대방의 기습 공격에 말려들 뻔했다.
그는 몸을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가슴 쪽은 여지없이 옷이 찢기고 말았다.
“와, 계집애가 아주 방탕하네. 사람들 앞에서 내 옷을 찢다니 말이야. 난 말이야. 그렇게 쉬운 남자가 아니라고!”
항소운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도 개의치 않고 공격을 하려던 그녀는 항소운이 다시 던진 말에 화가 나서 하마터면 물에 빠질 뻔했다.
“벗기려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해야지. 이렇게 남 앞에서 벗기면 사람들이 다 보잖아. 그럼 나도 부끄러워진다고!”
항소운이 거리를 벌리며 수줍은 듯 말했다.
방청아뿐만 아니라, 배에 있던 사람들도 더는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
“무슨 저런 개발싸개처럼 염치없는 놈이 다 있어!”
“제발 네 실력이 입방정만큼 대단했으면 좋겠다!”
방청아가 수면 위를 가볍게 밟으며 몸을 돌리더니 연속 발차기를 하며 달려들었다.
그녀의 발차기에는 강력한 강경이 실려 있었다. 그 기운이 파도마저 사납게 일어났다.
이렇듯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성력경의 무인이 막아내기란 힘들었다.
방청아의 전력을 다한 공격 앞에 항소운도 마냥 태연한 척할 수는 없었다.
순간 그의 눈빛이 진지해지면서 나무판자 위에 안정적으로 서서는 두 주먹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웅-
주먹과 발이 맞부딪치면서 묵직한 낮은 울림이 들려왔고, 서로 다른 성력이 강물 위로 흩날렸다.
방청아의 공격에 항소운은 계속 밀려나면서 몸이 쉴 새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 강물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이제 넌 끝이야!”
방청아가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자, 몸에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면서 항소운을 짓눌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세(勢)의 힘과 신체 공격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화강경의 장점이었다.
항소운은 이중으로 압박을 당하고 있었으나, 당황한 기색 없이 여전히 침착했다.
방청아의 세(勢)의 압력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지금 그는 그녀의 기세를 누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방청아가 빠르게 발차기를 하는 만큼, 항소운의 주먹도 그만큼 빨라졌으며 화강경 2품의 힘을 전부 받아내면서 아무런 압박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항소운이 이미 화강경 고수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저 녀석은 분명 7품 성력경이었는데, 어떻게 방청아의 공격을 막아내는 거지?”
낙림이 놀라서 소리쳤다.
한편, 담광화와 걸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항소운은 엄청난 실력을 숨긴 인재였던 것이다.
오랜 공격에도 상대방이 꿈쩍도 하지 않자, 방청아는 급히 뒤로 물러나며 항소운과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항소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도무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계속 공격하지 그래. 힘도 좋네. 하마터면 나도 빠질 뻔했잖아!”
항소운이 말했다.
만약 천둥의 심판에 의해 몸이 씻기지 않았다면, 그는 이렇게 강한 신체와 화강경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게 그의 진정한 실력이었다.
“네 전투력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넌 역시 내 상대가 아냐!”
방청아가 칭찬하더니, 바로 새로운 공격을 시작했다.
그녀가 근접전에서 전술을 바꿔 손바닥을 쉬지 않고 날리자,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렁이던 물결은 사나운 파도가 되어 항소운을 그대로 덮쳤다.
물결로 인해 시야가 가려졌을 뿐 아니라, 파도 안에 엄청난 힘이 실려 있어 그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항소운은 나무판자를 움직여 후퇴하면서 쉴 새 없이 손바닥으로 파도를 날려버렸다.
그렇게 파도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방청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넌 졌어!”
어느샌가 그의 뒤로 다가온 방청아가 날카로운 검을 매섭게 휘둘렀다.
사실 방청아의 방금 공격은 미끼일 뿐이었다. 지금 이 공격이 진짜였던 것이다.
“아이쿠, 당했다!”
항소운은 자신이 방청아의 ‘허허실실’ 계략에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땅이었다면, 수만 가지 방법을 동원해 방청아의 기습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물 위에서는 그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항소운이 이대로 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방청아의 검이 닿으려는 순간, 갑자기 그의 몸에서 천둥의 힘이 일어나면서 자줏빛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마치 자줏빛 용이 지키는 것처럼 그를 단단히 에워쌌다.
이것은 분명 강경의 방어력이었다.
챙!
방청아의 검이 항소운의 강경에 부딪치자, 그의 몸이 그대로 날아올랐다.
항소운의 발은 마치 나무판자에 붙어있기라도 한 듯 날아올랐다가 아슬아슬하게 착지를 했다.
윽!
공격은 막아냈으나 어쩔 수 없이 부상당한 그는 피를 토해냈다.
이것은 그가 제때 힘을 모으지 못한 결과였다. 만일 그가 강경을 일찍 모아서 공격을 막았더라면 부상을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모든 건 그의 자만심 때문이었다.
그가 강경을 연마하게 된 계기를 얘기하자면, 백수산에서 나왔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
백수산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의 실력은 이미 7품 성력경에 올랐고, 화강경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전투력은 화강경과 대등한 수준이었으나, 방어력은 훨씬 약했다.
그래서 그는 폐관수련을 하며 강경을 모아 방어 능력을 수련했다.
성력경인 그는 보통의 성력경 무인과 달랐다. 그는 타고난 자줏빛 천둥의 힘과 첫 번째 성진에 강력한 천둥의 힘을 지니고 있었으며, 단단한 신체까지 더해져 충분히 화강경과 겨룰 만한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강경을 응집시켜 몸 안의 천둥의 힘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그리고 365개의 혈도와 서로 감응하여 수많은 힘이 빛을 발하게 되면 방어력을 갖춘 강경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말로는 쉬우나, 실행하기는 어려웠다.
항소운은 꼬박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이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털어놓지 않았다. 만일 오늘 무당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면, 사람들 앞에 강경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화강경! 항소운도 화강경이었구나! 어떻게 실력이 저렇게 빨리 오른 거지? 반년 전만 해도 분명 3품이었다고!”
무당전 쪽에서 사람들이 놀라 소리쳤다.
“이건 비정상 아냐? 겨우 반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큰 품급을 2개나 넘을 수 있어? 푸른 하늘을 비춘 5성 지체가 맞나? 어째 내가 보기엔 6성 옥만당지체는 되는 것 같아!”
“아직 흥분하긴 일러. 상대 여자애도 만만치 않다고. 마지막에 누가 이길지는 끝까지 두고 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