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74
제774화 겁먹을 필요 없어
보다못해 당용비와 제갈전천이 도우려 하자, 항소운이 막아섰다.
“저들이면 충분해요.”
구양전기와 한신비, 장기는 각 학당을 대표하는 인재들이었다.
전투력은 최상급 혼태경에 달하는지라 세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패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만개산은 아직 최상급 혼태경 강자를 둘이나 남겨둔 상태였다.
구양전기는 본래 항소운 못지않게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근 몇 년 사이 항소운을 넘어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 경지에서 앞지른 것은 물론이고 최상급 제존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그는 화염이 실린 창을 휘두르며 포위해 들어오는 다섯 명을 잇달아 쓰러뜨렸다.
뒤이어 그는 가장 약한 적을 공략했다.
창과 한 몸을 이룬 그는 거센 불길을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상대는 미처 방어조차 못 하고 날카로운 창에 가슴을 찔리고 말았다.
바로 그때, 구양전기 뒤로 누군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공격이 먹혔다고 생각한 순간, 구양전기는 재빨리 허리를 굽히며 일격을 피하고는 다리를 이용해 상대의 하반신을 걷어찼다.
상대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뭐야? 겨우 이정도야? 너무 실망인데.”
구양전기가 전의를 불태우는 탓에 적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창끝에 수없이 죽어 나갔다.
한신비와 장기 역시 범상치 않은 무공을 펼쳤다. 두 사람 모두 진의에 능통한지라 성진의 힘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었다.
가히 9품 혼태경 못지않은 위력이었다.
이 정도 실력이 아니고선 4대 학당에서 천재 소리를 들을 수는 없을 터였다.
만개산은 안 되겠다 싶었던지 옆의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나서라. 저 두 여자는 생포하고.”
두 강자는 낮게 대답하고선 구양전기와 두 여인을 각기 공격했다.
만개산은 항소운을 향해 소리쳤다.
“감히 내 아우의 물건을 훔치다니, 네 놈을 불구로 만들어주마.”
그는 거대한 손바닥을 쭉 내밀며 달려들었다.
최상급 혼태경답게 순식간에 항소운을 봉쇄하더니 일말의 틈도 허용치 않았다.
당용비와 제갈전천은 만개산이 항소운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도 막아서기는커녕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그들은 조용히 상대를 비웃었다.
하필 항소운을 공격하다니 불쌍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뭣도 모르는 호입해는 잔뜩 신이 나서 소리쳤다.
“형님, 그놈을 죽여주세요!”
만개산의 손바닥이 항소운 앞에 들이닥친 순간 마침내 항소운이 움직였다.
그는 흙의 진의를 일으켜 강력한 중력장을 형성하더니 상대를 짓눌러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다.
만개산 역시 흙의 힘을 연마했으나 진의를 깨우치지는 못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중력장에 맞서며 사납게 부르짖었다.
“이따위 잔꾀는 안 통한다!”
“멍청한 놈.”
항소운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상대의 손을 꺾어 버리고선 하반신을 힘껏 걷어찼다.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상대는 방어도 하지 못하고 날아가고 말았다.
만개산은 항소운이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걷어차이는 순간 그제야 상대를 잘못 골랐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허나 싸움을 시작한 이상 물러날 순 없었다.
항소운은 만개산이 땅에 닿기도 전에 재빨리 접근해 다시 힘껏 걷어찼다.
그는 방향을 틀어 일부러 호입해 쪽으로 날려버렸다.
호입해는 믿고 있던 사촌 형이 일격에 무너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도 잊지 않고 있었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호입해는 만개산에게 깔리고 말았다.
한낱 입룡경인 그가 항소운의 힘을 어찌 버티겠는가.
그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다만 만개산은 아우가 완충작용을 해준 덕분에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만개산은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너 이 자식, 가만 안 둬!”
만개산은 분통을 터뜨리며 모든 힘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몸집이 순식간에 거대해졌고, 어느새 양손에는 한 쌍의 도끼를 움켜쥐었다.
그가 발을 내디디며 달려들자 땅이 쿵쿵, 흔들렸다.
개산부(開山斧) 제7식 벽산열지(劈山裂地)!
순식간에 산이 와르르 무너지는가 싶더니 땅이 갈라지면서 엄청난 위력이 폭발했다.
뒤이어 9겹의 혼태에서 짙은 혼문을 발산하며 강력한 위세가 터져 나왔다.
제아무리 혼태경 강자라도 까다롭게 여길만한 공격이었으나 항소운이 보기에는 별것 아니었다.
항소운은 천둥의 힘을 응집시켜 권의가 실린 주먹을 힘껏 날렸다.
주먹에 실린 힘이 도끼와 충돌한 순간 상대의 힘이 순식간에 와해 되더니 만개산은 그만 도끼를 놓치고 말았다.
만개산은 천둥의 힘에 새까맣게 타서 정신없이 나뒹굴었다.
최상급 제존인 만개산이 항소운의 일격에 무너진 것이다.
“너희 같은 조무래기는 영 재미가 없단 말이야.”
초주검이 된 만개산을 내려다보며 항소운이 시큰둥하게 말을 뱉었다.
“제, 제발 살려줘…….”
만개산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애원했다.
그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으로, 확연히 실력 차이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말을 들은 호입해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는 살며시 일어나 빠르게 도망쳤다. 지금 달아나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어김없이 자신이었다.
항소운은 호입해 쪽을 힐끔 보더니, 만개산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놈을 죽이면, 넌 살려주지.”
만개산은 항소운이 가리키는 쪽을 보고선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망설임은 잠시였고 빠르게 뒤쫓아가 호입해를 단숨에 붙잡았다.
“형님, 같이 도망쳐요.”
호입해가 간절한 얼굴로 애원했다.
어찌 만개산이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항소운의 기운은 자신을 악착같이 따라붙고 있었다.
여기서 달아나는 순간, 상대의 손에 무참히 죽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아우야, 이 일은 네가 시작했으니 네가 책임져야겠다.”
만개산은 이렇게 말하고선 호입해를 항소운 앞에 내던졌다.
“네 말대로 잡아 왔으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 저들은 살려줘라.”
현재 구양전기와 한신비, 장기는 완전히 승기를 잡고 닥치는 대로 적들을 죽이고 있었다. 만개산 무리는 이미 궤멸된 상태였다.
“내 말 못 들었어? 너더러 직접 죽이라고 했잖아. 그런 일로 내 손 더럽히긴 싫다.”
항소운이 팔짱을 낀 채 태연히 대꾸했다.
순간, 만개산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대가 저렇게 잔인한 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호입해는 사촌 아우였다. 아우를 제 손으로 죽이라니, 그것만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항소운, 날 놓아주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랬다간 우리 후가가 가만 안 있을 거야!”
호입해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어서 안 죽이고 뭐 해? 왜, 너희 둘 다 죽여줄까?”
항소운이 낮은 소리로 협박했다.
만개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선 도끼에 힘을 모았다.
“아우야, 걱정 말고 가.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줄게.”
“형님, 싫어요…….”
호입해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서 달아나려 발버둥을 쳤으나, 만개산은 끝끝내 놓아주질 않았다.
손에 들린 도끼가 허공을 가른 순간, 호입해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눈을 부릅뜬 채 말이다.
“잘했다. 다들 멈춰!”
항소운이 만족스레 웃었다.
이번 사건의 원흉은 호입해였다.
그는 죽어 마땅하지만, 한패인 만개산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다.
혹자는 그의 방법이 잔인하다며 비난할지 몰라도, 동문을 위험에 빠뜨려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에게 이 정도 처벌은 관대했다.
항소운의 외침에 구양전기 등은 공격을 멈췄다.
이제 만개산 무리는 절반도 남지 않아서 손실이 막대했다.
만개산은 스스로를 탓하며, 남은 자들을 데리고 황급히 달아났다.
그는 분함을 참지 못했다.
언젠가 이 원한은 반드시 갚고 말리라 다짐했는데, 막상 항소운이 엽마 행동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그런 생각은 깡그리 사라졌다.
그는 극심한 절망에 빠졌다.
남들은 항소운의 실력을 의심할지 몰라도, 자신이 직접 본 상대는 혼태경을 뛰어넘어 성급 존재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더욱 대단한 인물이 될 것은 극명한 사실이라서 이제 복수는 꿈도 꿀 수 없게 돼버렸다.
“소운, 도와줘서 고마워요.”
장기가 깊은 감사를 전했다.
그녀와 항소운은 고작 몇 번 보지 않은 친구 사이지만, 그는 여러 차례 그녀를 구해주었다.
그녀는 언젠가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처럼 항소운의 외모에 현혹되어 무턱대고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
좋은 친구가 되는 편이 낫지, 다른 여자들과 그를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것은 그녀의 고고한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사흘 후, 마침내 엽마 행동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어쩐 일인지 나찰녀가 돌아오질 않아, 항소운은 마음이 심란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엽마 행동에 참가한 자는 오십만 명이 넘었으나, 지금까지 돌아온 자는 십오만 명도 되지 않았다.
일부는 지금 돌아오는 길일 수도 있으나, 대다수는 영영 돌아올 수 없었다.
이날, 당전은 폐회식을 열고 다시 좌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로 엽마 행동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가장 높은 공적 점수를 획득한 100인을 발표하겠습니다.
1등은 항소운입니다. 일만 육천팔백 성훈과 사천팔백억의 보통 공적으로, 공적비에 999만 등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당당히 이번 엽마 행동을 빛냈습니다.
그럼 항소운은 앞으로 나와주시죠.”
단상에 선 당전이 흐뭇한 눈길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사람들 틈에 있던 항소운은 단상에 가볍게 뛰어올랐다.
항소운이 모습을 드러내자, 좌중은 금세 떠들썩해졌다.
“저 사람이 항소운이야? 스무 살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어쩜 그리 대단하지.”
“마희와 우채접 같은 절세 미녀가 좋아하는 남잔데 당연히 평범하진 않겠지. 그건 그렇고 용봉 학당의 파문 제자라고 하던데, 거기 장로들은 제정신이 아닌가 봐. 저런 제자를 내치다니 말이야.”
“어쨌든 참 잘생겼네. 근데 4품 혼태경이면서 저만큼 점수를 쌓는 게 말이 되나? 설마 속임수는 아니겠지?”
“몇 년 전에 4대 학당 경쟁전이 열렸었잖아. 거기서도 항소운이 1등을 했대. 그런데 이번에 또 1등을 차지했으니, 진짜 대단한 거지.”
“저 녀석, 백 년 후면 따라잡을 자가 없겠군.”
수만 명의 시선이 일제히 쏟아지자, 천하의 항소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단상 아래는 대부분 혼태경이었고, 가장 약한 자도 입룡경이라서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데 모이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견디지 못하고 달아났을 테지만,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태연히 자리에 앉았다.
이래 봬도 대마성을 죽인 경험도 있는데 이 정도 기세에 압도당해서야 되겠는가.
‘난 장차 중원 대륙을 호령할 사람이야. 이런 것에 겁먹을 필요 없어.’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