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91
제791화 연화기지
“좋습니다. 이견이 없다면, 항 공자 일행을 그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유언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녀는 항소운의 세력을 이용해 연화루의 장로들을 압박함과 동시에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고 있었다.
원령소를 죽인 것도 그래서였다.
그녀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소루주란 자리도 언제 다른 자로 교체될지 모를 터였다.
잠시 후, 장로들이 모두 물러간 후에야 그녀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항 공자, 귀한 걸음 해주셨는데 며칠을 기다리고 그런 언짢은 일까지 겪게 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허허. 유 낭자, 참 애쓰십니다.”
항소운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갑시다. 다른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이제 연화기지를 보여주시죠.”
“그럼 절 따라오시죠.”
그녀는 항소운이 자신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음을 느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굳히기 위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 *
유언연을 선두로 하여 항소운과 척발완아, 궁금음이 뒤따라 걸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회랑을 따라 걷다가 정자를 지나고 작은 돌다리를 건너고 나니 그윽한 분위기의 정원이 나타났다.
정원 주위에는 강력한 진이 처져 있고, 많은 무인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비석에는 ‘임원금지(林園禁地)’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들이 정원 앞에 이르자, 노쇠한 음성이 들려왔다.
“걸음을 멈추시오. 이곳은 금지라 아무도 들어갈 수 없소.”
“장로님, 이미 장로 회의를 통해 우방인 항소운 일행을 연화기지에 들여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 제 영패입니다. 길을 열어주십시오.”
유언연은 영패를 내보였다.
“지금껏 금지에 외부인이 출입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개방하라니요? 이는 우리 연화루에 절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어둠 속 노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 어쩔 수 없지요. 들어가십시오.”
뒤이어 유언연은 항소운 일행을 데리고 금지로 들어갔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당부했다.
“저를 잘 따라오십시오. 절대 다른 길로 가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급 진법이 즉시 발동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도 당신들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행은 그녀의 뒤를 바짝 따라 걸었다.
항소운은 주변을 조용히 관찰했다.
이곳은 나무들조차 특별한 규칙에 따라 배치되어 진법과 완벽한 공명을 이루고 있었다.
이로써 주변의 기운을 차단하여 감응을 불가능하게 했다.
그의 성혼도 이곳에서만큼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연하루도 보통 세력은 아니군.’
그렇게 한참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전방이 환히 밝아지면서 새로운 풍경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아주 맑은 호수가 있었다.
너무 맑아서 밑바닥까지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호수 앞에는 ‘연화기지’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연하기지입니까?”
항소운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네, 연화경관은 바로 여기서 나타납니다.”
유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면 돼?”
척발완아가 물었다.
“응, 저기 다섯 개의 꽃봉오리가 보이지? 꽃이 피고 나서 저 꽃 위에 앉으면 돼. 그럼 연화경관을 볼 수 있어.”
유언연이 호수 한가운데 있는 다섯 개의 커다란 꽃봉오리를 가리켰다.
꽃봉오리는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꽃잎을 뒤덮은 무늬에선 신비로운 기운이 흘러나와, 한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수많은 서적을 읽고 전생을 두 번이나 겪은 항소운이라 해도 이런 꽃은 난생처음이었다.
“저게 연화입니까?”
항소운이 물었다.
“네, 저 꽃이 연화고 이 호수는 관성호(觀星湖)라고 합니다. 연화와 관성화가 결합되면 무인은 깨달음을 얻고 무공을 높일 수 있죠. 연화는 십 년에 한 번씩 피는데, 이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좋은 곳이군요.”
그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여타의 호수와는 차원이 다른 호수였다.
영기(靈氣)가 아주 강할 뿐 아니라, 주변의 배치를 보니 천지의 영기가 모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토록 신비로운 모습이 만들어졌나 보다.
“연화가 피고 나면 누구든 한 번만 머물 수 있습니다. 십 년 후면 같은 사람에게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죠. 그리고 전천 성인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그녀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군요. 그럼 여기서 기다리면 되겠습니까?”
항소운이 물었다.
“네. 빠르면 2, 3일, 늦어도 한 달 안에는 꽃이 필 겁니다. 꽃은 보름 동안 피는데, 꽃이 지고 나면 모든 힘이 사라집니다.”
“보름이면 너무 짧은 거 아냐?”
척발완아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궁금음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좀 짧긴 하네요. 그래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보름이어도 보통 사람이 1, 2년 수련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 달렸지만요.”
유언연이 담담히 대꾸했다.
항소운 일행이 연화가 피길 기다리는 사이, 연화루에서 또 한 사람을 보냈다.
그들처럼 연화 속에 들어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였다.
상대는 항소운 일행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아마도 유언연이 없었더라면 바로 험한 말을 쏟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항소운 등은 상대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들은 묵묵히 호숫가에 앉아 꽃이 피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별안간 하늘에서 한 줄기 햇빛이 내리쬐자, 다섯 개의 꽃봉오리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꽃에서 흘러나온 성스러운 힘은 태양의 힘과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어서 들어가죠.”
유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그녀는 그중 한 송이로 날아갔고, 또 다른 연화루 사람도 서둘러 날아갔다.
항소운과 척발완아, 궁금음 역시 차례로 날아가 각자 꽃을 선택했다.
꽃잎에 내려서 보니 한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만한 크기였고, 아주 맑고 깨끗한 힘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 힘에는 조화로운 기운이 가득하여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꽃잎에 앉은 항소운은 바로 특별한 기분에 휩싸였다.
일순 그의 머릿속으로 연화 한 송이가 천천히 피어나는 장면이 펼쳐졌다.
그 왕성한 생기 안에서는 무궁무진한 힘이 꿈틀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호수 위로 무수한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광활한 우주가 호수에 안겨있는 듯한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장면은 이내 사라지고, 곧바로 연화가 앞다퉈 피어나는 장면이 펼쳐졌다.
꽃은 너른 바다를 이루면서 바람결에 몸을 흔들었다.
연속되는 장면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한 규칙에 따라 변화하는 듯했다.
연화경관은 심오한 이치를 깨닫고 무공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일일까?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듯이 이들 다섯 명은 각기 다른 경관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항소운은 이 같은 변화를 지켜보며 조금씩 깨달음을 얻어갔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황결의 구결을 떠올렸다.
혼돈초분(混沌初分), 음양양극(陰陽兩極), 창뢰(蒼雷), 풍폭(風暴)…….
그 속에는 여러 힘의 진의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는 연화와 작게나마 공명을 이루는 듯했다.
본래 잔결본에 불과했던 황결은 천천히 보완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힘의 진의는 머릿속에서 한결 명확해졌고, 각 진의 간의 관계를 차츰 깨달아갔다.
어느덧 그는 무의식 상태로 접어들었다.
눈앞에선 연화가 피었다가 지고, 별이 위치를 바꾸며 움직였다.
이윽고 별은 소멸되고, 하늘에선 무수한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과 끝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면서 대자연의 진리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생명의 진의는 그에게 가장 큰 감명을 주었다.
생명의 진의란 나무의 진의의 가장 깊은 내면이지만, 나무의 진의라고 단순하게 규정지을 순 없었다.
그 속에는 물과 빛의 진의도 함께 들어 있어서 세 진의가 합쳐져야 비로소 생명의 진의를 이룰 수 있다.
나무의 진의를 중심으로 하여 물과 빛의 진의가 부가적 역할을 하면, 수명이 한없이 늘어나 불사의 상태에 이르면서 왕성한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이로써 영원한 젊음을 누리니, 이것이 바로 생명의 진의의 묘체다.
항소운은 그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세 종류의 진의를 결합하면서 생명의 진의 속으로 차츰 스며들었다.
그리고 체내의 성진은 호수 속 영기를 빠르게 흡수하여 9대 성진의 힘을 급속도로 강화했다.
무의식 속에서 진행된 과정이란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연화와 관성호의 결합이 빚어낸 결과였다.
다섯 송이의 연화에 앉은 다섯 사람은 서로 다른 장면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
자연히 깨달음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 성과도 제각기 달랐다.
이로부터 보름이 흘렀다.
연화가 시들어감에 따라 차츰 힘도 줄어들었다.
깨달음의 상태에 머물러 있던 그는 변화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대로 나갈 순 없었다.
생명의 진의를 깨우치고 나자 혼돈의 진의를 미력하게나마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연화의 힘이 사라진다면, 지금껏 이어왔던 깨달음이 끊어지지 않겠는가.
절대 그런 상황만은 막고 싶었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는 지혜의 빛을 열었다.
그리고는 지금껏 포착한 정수를 토대로 하여 혼돈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했다.
얼마 후, 항소운을 제외한 네 사람이 연화에서 전부 빠져나왔다.
그들은 여전히 깨달음의 상태에 심취해 있는 항소운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유언연과 연화루의 다른 자는 아주 놀란 눈치였다.
“흥!”
고요한 가운데 연화루의 다른 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누가 봐도 항소운의 깨달음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
척발완아와 궁금음은 즉시 그자에게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냈다.
깨달음의 상태로 접어드는 것은 무척 어려워서 흐름이 끊기면 또 언제 그런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나가라!”
유언연 역시 눈을 부릅뜨며 전음을 통해 꾸짖었다.
그제야 그자는 자신의 행동이 지나쳤음을 느끼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척발완아와 궁금음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은 항소운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기에 당장은 상대하지 않았다.
유언연도 이들만 두고 나갈 수 없어서 함께 남아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항소운이 지닌 지혜의 빛은 통찰력과 기억력을 크게 높이고,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심오한 진리를 깨닫도록 만들었다.
그는 연화에 남은 마지막 힘을 이용해 지혜의 빛으로 혼돈의 진의를 깨닫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과연 효과가 있었다.
혼돈의 진의는 금, 목, 물, 불, 토 등 5대 진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5대 진의의 힘을 깨닫는 작업이 먼저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는 일찌감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래도 이들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운데, 이렇게 물꼬가 트이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