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99
제799화 순조로운 성장
마희와 우채접 등은 지난 며칠간 항소운이 동재원의 얼굴을 치료하기 위해 애썼음을 알고 있었다.
며칠 만에 다시 마주한 동재원은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본 모습을 되찾은 그녀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래서 항소운이 그렇게 마음을 썼나 보다.
항소운은 그들에게 동재원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그와 동재원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로, 중간에 일이 생겨서 헤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만났다고 했다.
당연히 마희와 우채접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와 다정히 있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하니 딱히 딴지를 걸 수도 없었다.
* * *
항소운 일행이 천설산에 온 지 보름쯤 됐을 무렵, 마침내 연성공간이 열렸다.
커다란 깃발 아래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깃발을 뽑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 곧 연성공간이 열릴 거다. 다들 준비하도록!”
그 소리에 사람들의 얼굴이 한껏 상기되었다.
이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노인은 천설산 정상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거대한 깃발은 세찬 바람에 펄럭이며 천설산 상공의 공간을 갈라놓았다.
마치 하늘에 기다란 틈이 생긴 듯, 그 속에서 짙은 성진의 힘이 새어 나왔다.
조금만 들이마셔도 몸이 둥실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 하느냐!”
노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자 근처에서 정좌하고 있던 제존들이 앞다퉈 날아오르더니 갈라진 틈 사이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연성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은 전천 경지에 한층 가까워진다는 뜻이었다.
쿵-.
앞장선 자들은 갈라진 틈 앞에 도착은 했으나, 어떤 강력한 힘에 가로막혀 튕겨 나오고 말았다.
“뭐야, 들어갈 수가 없잖아!”
누군가 불만을 터뜨렸다.
“맞아. 우린 연성공간에 들어갈 자격도 얻었는데, 왜 막는 거냐!”
다른 자가 맞장구를 쳤다.
“멍청한 놈들. 금제의 힘을 깨뜨리고 들어가면 되잖아.”
누군가 이렇게 말하며 기세를 응집시키더니 강제로 비집고 들어갔다.
한 사람이 앞장서자 다른 자들도 잇달아 전력을 일으켜 갈라진 틈 사이로 돌진했다.
다만 모든 자가 금제를 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러는 힘이 부족해 들어가질 못했다.
진입부터 검증이 시작된 것이다.
항소운 일행도 질세라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살짝 뒤로 물러나 일행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조,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항비전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 마리 표범으로 변신하더니 온몸에 천둥 번개를 두르고 틈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는 강력한 힘을 원동력 삼아 그대로 금제를 통과했다.
뒤이어 항과인이 나섰다.
그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통로를 뚫으며 연성공간에 착지했다.
항신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비축해둔 힘을 일순 터뜨리자 천둥 번개가 갈라진 틈 사이로 물밀듯 밀려들었다.
우르르 쾅쾅-.
항신희의 위력은 순식간에 최상급 제존에 이르렀으나, 어쩐 일인지 금제의 힘을 뚫진 못했다.
“어서 열란 말이다!”
항신희는 분해서 고래고래 악을 질렀다.
그는 다시금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으나,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신희, 여긴 적어도 반 성급 힘은 써야 들어갈 수 있어. 성급 무기를 써 봐.”
뒤에서 항소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항신희는 고집을 버리고 성급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무기를 힘껏 휘두르자, 철옹성 같던 금제의 힘이 비로소 뚫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은 일행이 각자 공격을 펼치려 하자, 항소운이 저지하며 말했다.
“더는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되겠어. 다들 내 곁에 바짝 붙어 있어.”
그는 기세를 일으켜 곁에 있던 여러 명을 완전히 에워쌌다.
갈라진 틈 쪽으로 한달음에 다가가 전천 성인의 기세를 펼치자, 놀랍게도 금제의 힘이 저절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일행은 아주 순조롭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연성공간은 옛사람이 만든 공간으로, 천지의 순수한 영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으며,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이 흡사 여러 색을 띤 태양의 모습을 한 채 이곳을 순환하고 있었다.
가만히 내려다보면, 마치 성진의 정상에 올라온 듯하여 아홉 개의 성진이 손에 닿을 것만 같았다.
이곳에 들어온 제존이라면 누구든 극도로 강한 힘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자연스레 편안해지고 체내의 성진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이곳의 힘을 흡수하여 더욱 강대해지길 원했다.
먼저 들어온 자들은 가장 적합한 장소를 골라 수련을 시작했다.
여기에 들어온 이상,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낼 순 없었다. 이곳에서의 1년 수련은 바깥에서의 10년 수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점을 알기에 사람들은 100위 안에 들기 위해 분투했고,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했다.
시간을 열 배나 단축할 수 있다니, 다른 자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항소운 일행도 이곳의 환경을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그들은 각자 수련할 장소를 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9대 성진의 힘이 여기에 전부 모여있었구나. 그래서 전천 경지에 오르도록 도울 수 있단 얘기였군. 그럼 너희도 각자 필요한 성진의 힘 쪽으로 가서 수련하도록 해.”
항소운이 말했다.
“난 패왕과 같이 갈래.”
마희가 은근슬쩍 옆으로 다가섰다.
“패왕은 나랑 같이 갈 거야.”
우채접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동재원은 묵묵히 있었고, 한신비는 먼저 다른 곳으로 떠났다.
“패왕, 난 먼저 간다. 일 년 후에 보자.”
구양전기는 손을 흔들며 성큼 걸어갔다.
“됐어, 아무도 따라올 생각 마. 난 너희와 다른 곳으로 갈 거니까. 다들 몸조심해.”
그는 두 여인의 말다툼을 피해 홀로 떠났다.
마희와 우채접은 그의 뒷모습을 멀거니 보더니 하는 수 없다는 듯 각자 필요한 성진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재원 역시 항소운을 따라가지 않고, 푸른빛 성진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연성공간은 소주(小州) 한 개 면적으로, 제법 컸다.
9대 성진은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해 있는데, 성진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많은 힘을 흡수하여 실력을 높일 수 있었다.
항소운은 9대 성진을 전부 연마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연성공간의 정중앙이다.
그곳이라면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별안간 등 뒤에서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그는 재빨리 몸을 비틀어 기습을 피했다.
연이은 동작으로 훌쩍 날아오른 그는 고개를 돌려 습격자를 확인했다.
성급 마족 괴뢰 두 마리였다.
녀석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재차 공격을 퍼부었다.
“웬 놈들이 겁도 없이 날뛰느냐!”
그는 버럭 호통을 쳤다.
그러나 정작 주인은 나타나질 않고, 두 괴뢰만이 포위해 들어왔다.
괴뢰의 전투력은 실로 대단했다.
상대가 저 정도 괴뢰를 불러낸 걸 보면 작정하고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진신의 힘만으로 싸우기엔 너무 강한 상대였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분신을 불러냈다.
분신은 광명성검을 움켜쥔 채 성급 괴뢰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그간 억눌렀던 힘이 느슨해지면서 더는 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연성공간의 힘이 워낙 짙다 보니 성진의 힘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진 것이다.
“속전속결로 끝내야겠군.”
분신은 전속력으로 돌진하여 괴뢰들을 토막 내더니 다시 진신을 에워싸고선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괴뢰의 주인은 분명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경지 돌파를 더는 늦출 수 없기에 배후까지 상대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으로선 돌파가 우선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얼마 후, 어둠 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걸어 나왔다.
남자는 땅에 널브러진 토막 난 괴뢰를 보며 한숨을 뱉었다.
“이젠 마성으로도 처리할 수 없게 돼버렸군. 놈을 죽이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공공의 적을 만들어서 완전히 무너뜨리는 수밖에. 앞으로 일 년 동안 열심히 강해져라. 일 년 후면 오갈 데 없는 방랑자 신세가 될 테니까.”
남자는 항소운의 오랜 숙적, 제림이었다.
이 시각, 항소운은 아무도 없는 곳에 몸을 숨겼다.
진신은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힘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방대한 영기가 물 밀듯 몰려와 그를 겹겹이 둘러싸더니 아홉 빛깔 고치로 만들었다.
힘은 체내로 거침없이 들어왔고, 9대 성진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주변의 힘이 물결을 일으키며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아울러 혼태도 새로운 형태로 교차하며, 다섯 겹째 혼태를 차츰 형성해갔다.
무인은 경지를 돌파할 때 가장 많은 힘을 필요로 하며, 그만큼 흡수 속도도 빨라진다.
항소운이 경지를 돌파한 순간, 주변의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이 체내의 9대 성진 속으로 일제히 빨려 들어가면서 그의 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비록 본연의 힘은 아니지만, 성정(聖晶)에 버금갈 만큼 극도로 순수한 힘이었다.
항소운은 순조롭게 5품 혼태경을 돌파했다.
성진도 빠른 속도로 확장되면서 많은 힘이 쉴 새 없이 밀려 들어왔다.
방금 경지를 돌파했는데도 멈출 기색도 없이 힘은 맹렬한 속도로 늘어만 갔다.
어느덧 그는 주변 상황은 까맣게 잊은 채 오로지 힘을 흡수하는 데만 집중했다.
더는 흡수할 수 없을 때까지 말이다.
그의 영혼은 일찌감치 성급 경지에 올랐고, 각종 깨달음이나 전투력도 최상급 제존 못지않았다.
소(小) 품급을 뛰어넘을 때 봉착하는 작은 장애물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했다.
힘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순조롭게 넘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5품 혼태경 정점을 찍었다.
이렇게 되면 6품 돌파는 시간문제였다.
연성공간은 전천 성인을 만들어주는 곳이라더니, 과연 명성대로였다.
이곳의 힘은 극도로 짙고 순수하여 경지 돌파를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펑-!
6품 혼태경의 관문을 순조롭게 돌파하면서 마침내 여섯 겹의 혼태가 만들어졌다.
아울러 성혼도 잇달아 두 품급을 뛰어넘으며 3품 성혼의 경지에 원만히 이르렀다.
게다가 마기의 경지도 돌파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본래 그는 9품 마제 정점으로, 마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무공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질적인 발전을 이루자, 마기의 경지를 더는 억누를 수 없었다.
마기의 경지는 마기가 있어야 돌파할 수 있다.
그런데 연성공간에 어찌 마기가 있단 말인가.
사실 마기나 천지의 영기는 성진이 발산하는 힘과 같았다.
달리 말하면 마기도 성진의 힘의 또 다른 형태였다.
그리고 명황족은 보통 어둠의 마기를 연마하는데, 이는 어둠 본연의 힘으로 대체가 가능했다.
항소운은 몸속에 어둠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기의 경지를 돌파하려는 순간, 성해건곤에 있던 어둠의 힘이 별안간 머릿속 마주(魔珠)를 향해 모여들었다.
그 힘이 한데 모이자, 마기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갖춰졌다.
종전만 해도 아홉 광채에 뒤덮여 있던 그는 이내 마기에 둘러싸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지금의 그는 영락없는 마족이어서 누구든 이 광경을 보면 그를 죽이려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현재로선 경지 돌파가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