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01
제801화 계속 도망가 보지 그래?
항소운은 앞뒤로 협공에 몰렸다.
평범한 성급 무인이면 합동 공격에 꼼짝없이 당했을 테지만, 항소운이 누구인가.
4품 혼태경일 때 최상급 제존과 맞서 싸운 그였다.
이제 최상급 제존이 되었으니, 전투력만 해도 성급에 버금갈 정도라서 속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유성추와 창이 미처 닿기도 전에 그는 교묘한 동작으로 광석을 손에 넣었다.
뒤늦게 두 전천 성인의 힘이 그를 뒤덮기 시작했다.
“썩 꺼져!”
항소운은 포효를 내지르며 아홉 겹의 혼태를 쫙 펼쳤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기세가 순식간에 휘몰아치더니 두 고수의 공격을 그대로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항소운의 혼태는 이미 명혼 공간과 융합된 상태였다.
마성이 된 후로 명혼 공간은 한층 강해져서 설령 전천 성인이라 해도 그 안에서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리고 혼태 역시 명혼 공간과 결합한 뒤로 최상위 수준에 이르렀다.
이래 봬도 혼돈신석을 응집시켜 만든 것이었고, 본래 가지고 있던 결함도 완벽히 보완되었다.
이리하여 혼태가 발산하는 위력과 성훈이 한데 결합하자, 중급 성인 이상의 압도적인 위력이 발산되었다.
항소운은 기분이 아주 좋아서 굳이 저들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당장 꺼져.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
두 사람은 항소운의 기세에 눌려 겁을 먹은 상태였다.
전천 경지를 돌파하고 실력도 공고해졌는데 겨우 9품 혼태경에게 제압당하다니,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유성추를 든 중년 남자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저 광석이 예사 물건이 아님을 알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되려 항소운에게 큰소리를 쳤다.
“한 수를 받아내면, 네 말대로 물러가마.”
그는 항소운의 대답 따윈 궁금하지 않다는 듯 바로 전력을 실어 유성추를 내리쳤다.
태산추락(泰山墜落)!
도시의 반은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위력이었다.
다른 전천 성인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저런 막강한 힘에 무리하게 맞설 자신은 없었다.
저것은 흙의 힘을 연마한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날아오는 유성추를 보며, 항소운은 피하기는커녕 비웃음만 지었다.
“굴욕을 자초하는군.”
그는 유성추를 향해 권법을 날렸다.
일순 자줏빛이 일렁이며 권의를 품은 권법이 뻗어나갔다.
쾅-!
자줏빛 권법과 유성추가 충돌한 순간, 둔탁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뒤이어 힘이 터지면서 한 사람이 나뭇잎처럼 나뒹굴었다.
바로 유성추를 날린 중년 남자였다.
무기는 이미 폭발했고, 가슴팍에는 자줏빛의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아로새겼다.
아주 깨끗이 패한 것이다.
기습을 준비 중이던 또 다른 전천 성인은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후퇴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야!’
전천 경지를 돌파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차에 고작 혼태경 무인한테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스스로도 창피해서 콱,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항소운에게 맞아서 초주검이 된 자는 자신감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아마도 극복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항소운은 이쯤에서 공격을 멈추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 광석 외에도 다른 좋은 물건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았다.
과연 이틀 후, 어느 산에서 성급 약초인 수선등(水仙藤)을 발견했다.
수선등은 물의 힘을 지닌 성급 약초로, 파란빛을 띠고 있었다.
보통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라다 보니 하마터면 발견을 못 하고 지나칠 뻔했다.
수선등까지 손에 넣고 나자, 연성공간에 많은 물건이 숨겨져 있을 거란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남은 시간은 귀한 물건을 찾는 데 열중하기로 했다.
다들 수련에 매진하느라 그처럼 보물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하나를 찾고 나면 자연스레 더 좋은 물건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항소운은 일부러 그런 자들과 거리를 두고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눈여겨본 모양이다.
무언가 찾은 것 같은데 무공도 아주 강한 편은 아니니, 상대할 만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봐, 좋은 걸 찾은 모양인데 어르신을 봤으면 당장 내놔야지. 설마 여기서 죽고 싶은 건 아니겠지.”
옹졸하게 생긴 남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입맛을 다셨다.
남의 것을 뺏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못 했는데, 남이 제 것을 뺏으려 하자 어째 웃음이 나왔다.
항소운이 씩 웃자, 남자는 욕을 퍼부었다.
“이 자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웃긴 왜 웃어. 이 몸이 지금 약탈 중인 거 안 보여? 값나가는 물건이 있거든 모조리 내놔. 괜히 힘쓰게 하지 말란 말이야.”
“누가 바보인지 모르겠군.”
항소운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선 남자에게 성큼 다가섰다.
“값나가는 물건이 있거든 모조리 내놔.”
“뭐라?”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어째 자기가 했던 말이 상대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봐, 나 지금 약탈 중인 거 안 보여? 멍하니 뭐 하고 있어, 전부 내놓으라니까 그러네.”
항소운은 전천도를 어깨에 둘러메고 강도처럼 굴었다.
“애송아,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내가 뺏으러 온 건데, 역으로 니가 뺏겠다고?”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너야말로 제정신이 아니구만. 당장 내놓지 않으면, 나도 가만 안 있어.”
항소운은 상대방이 우스웠다.
이렇게 분명히 말하는데도 못 알아듣는 척하니 말이다.
“아무래도 말로 해선 못 알아듣는 놈이군. 그럼 이 몸이 직접 상대해주마.”
남자는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가 곧장 장법을 뻗었다.
항소운은 반격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명치를 붙잡혔다.
바로 눈앞에서 마주한 상대는 놀랍게도 2품 전천 경지였다.
“애송아, 그래도 내놓지 않으면…….”
남자는 강력한 기세로 압박해 들어갔다.
항소운을 재차 협박할 생각이었으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의 몸에서 돌연 화염이 화르르 일어났다.
평범한 불씨가 아닌 운지염이란 상급 화염이었다.
전천 성인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화염 말이다.
“헙!”
살이 타들어 가는 통증에 남자는 황급히 손을 거둬들였다.
불의 힘을 연마하진 않았기에 화염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남자가 뒤로 물러서자, 항소운은 이를 역이용해 팔을 쑥 뻗었다.
그래도 속도만큼은 자신 있는지라 이 정도면 너끈히 붙잡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남자는 여유 있게 공격을 피하더니 하반신을 향해 각법을 날리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평범한 성급 무인은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는데, 상대는 그 이상이었다.
항소운은 재빨리 각법을 막아냈다.
다리에서 강력한 바람의 힘이 느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바람의 힘을 연마한 녀석 같았다.
“뭐야, 9품 제존인 줄 알았는데 왜 이리 빠른 거지?”
남자도 항소운의 반응 속도에 사뭇 놀랐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될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너무 늦게 알았는걸.”
항소운은 씩 웃으며 속도와 힘을 더욱 높여 계속 공격해 들어갔다.
처음 몇 수는 남자도 받아낼 수 있었다.
이래 봬도 2품 전천 경지였고, 연성공간에 들어온 것만 봐도 예사 실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항소운의 공격은 점점 강해졌고, 남자는 아차 싶었다.
항소운이 두 가지 성진의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압박은 점점 커져만 갔고, 남자도 더는 맞설 수가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그는 그 길로 달아나려 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거기 서라!”
항소운은 성혼의 힘과 혼태를 결합시켜 남자를 에워쌌다.
후기 성인의 기세에 깜짝 놀란 남자는 일순 몸이 굳어버렸다.
여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였다가는 죽임을 당할 게 뻔했다.
남자는 그제야 상대를 잘못 골랐음을 깨달았다.
“왜, 계속 도망가 보지 그래?”
“저, 저기 난 그냥 지나던 길이었어. 그러지 말고 이번 한 번만 봐주라.”
남자는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이제는 상대가 최상급 천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내 물건을 약탈하려 하다니. 어서 값나가는 물건을 모조리 내놔. 아니면 어떻게 될지 알겠지?”
항소운은 말투마저 껄렁하게 변해 있었다.
“그, 근데 지금 내가 가진 게 없어서 말이야.”
남자는 울상을 지었다.
노력 않고 뺏으려다 되려 뺏기게 생겼으니, 속이 말이 아니었다.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항소운이 바로 으르렁거렸다.
“자, 잠깐. 당장 줄게.”
남자는 겁에 질려서 황급히 여러 물건을 꺼내 놓았다.
“이게 다야.”
항소운은 눈으로 물건을 쓱 훑더니 다시 호통을 쳤다.
“이게 감히 날 속여? 이놈아, 죄다 황급 물건뿐이잖아. 그냥 콱 죽여버릴까 보다. 어차피 내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러면서 볼기짝을 힘껏 걷어차니, 남자는 그대로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전천 성인에게는 크나큰 치욕이었다.
남자는 저항할 용기도 상실한 채 황급히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다른 물건을 꺼내 놓았다.
그러나 항소운은 이번에도 물건을 쓱 둘러보더니 또 대뜸 발길질을 날렸다.
성급 물건을 내놔야 하는데 상대가 눈치도 없이 제급 물건을 내놓은 것이다.
남자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렵사리 손에 넣은 성급 물건을 주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시달린 끝에 마침내 남자는 ‘중엽초(重葉草)’라는 성급 약초를 내놓았다.
중엽초는 흙의 성진과 관련된 약초로, 흙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었다.
항소운은 남자가 내놓은 물건을 모조리 거둬들인 후에야 상대를 풀어주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한마디 물었다.
“저기 제급과 황급 물건이 눈에 안 차면 혹시 돌려줄 수 있을까?”
그 결과, 남자는 또 흠씬 얻어맞고서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떠났다.
멀리까지 간 그는 항소운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중지를 치켜올렸다.
“애송아, 오늘 당한 치욕은 몇 배로 갚아주마.”
한편, 항소운은 그 후로 며칠을 더 돌아다닌 끝에 성정을 몇 개 찾아냈다.
성급 약초만 못 해도 평범한 수정에 비하면 굉장한 가치였다.
이제 연성공간을 떠날 날도 칠일 정도가 남았다.
그는 이제 찾는 걸 관두고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홉 빛깔 광석을 살펴보기로 했다.
광석을 밖으로 꺼내려는데, 뜻밖에도 광석이 성해건곤과 융합되어 표면에 새겨져 있었다.
그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건 무슨 결정체이길래 성해건곤과 융합된 거지?”
견문이 넓다고 자부하곤 했지만, 아홉 빛깔 광석과 성해건곤의 변화는 그로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 광석은 혼돈신석과 마찬가지로 9대 성진의 힘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석(神石)일지 모른다.
그래서 ‘태초신석(太初神石)’이라 이름 붙였고, 성해건곤 속 ‘태초의 시기’와는 동류의 힘으로, 어쩌면 태초의 시기가 오랜 세월 축적되어 형성된 결정체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성해건곤과 어떻게 하나가 되었는지는 좀처럼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