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09
제809화 무공을 잃다
“죽어라!”
항소운은 즉시 혼태의 힘을 펼쳤다.
그러자 수많은 영혼력이 각종 공격 수단으로 변해 적들을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다.
쇠사슬은 끝도 없이 날아와 적들을 속박했고, 귀척까지 등장했다.
귀척의 영혼 공격은 아무런 조짐이 없어 더욱 대처가 어려웠다.
적들은 항소운의 무시무시한 실력에 이미 겁을 먹은 터라 그가 힘겨운 상태인 줄은 까맣게 몰랐다.
그들은 마음이 급해져서 정신없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귀척의 공격은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갖가지 공격이 더해지니, 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이런 와중에도 우화염은 명혼공간에 갇히지 않았다.
반 신급 인물인지라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신급 무기까지 가지고 있어서 항소운도 웬만하면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로서는 제감녕을 못 잡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멀리 도망가지만 않았어도 명혼공간에 가둬두고 끝장을 냈을 것이다.
항소운은 붙잡아 놓은 세 사람을 가능한 한 빨리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전에 또다시 힘이 떨어져 내려 명혼공간을 터뜨려버렸다.
쾅-!
순간 성혼에 엄청난 충격이 밀려오면서 머리가 웅웅, 울리더니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피는 눈밭을 빨갛게 물들였다.
“패왕!”
마희와 우채접은 깜짝 놀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쳤다.
항소운과 친분이 있던 자들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가 마족이든 아니든 이미 그의 인품에 반한 자들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전천 성인들은 항소운이 쓰러진 걸 보니 속이 다 후련한 모양이었다.
“정말 성가신 놈이야. 결국 대인이 나서게 하다니.”
“마족의 능력은 실로 무시무시하군. 근데 왜 인간족의 성진의 힘까지 저리 잘 다루는 거지? 성진의 힘을 융합한 공격이 가짜일 리는 없잖아?”
“나도 그 점이 이상하단 말이야. 마족이면 성진의 힘에 능통할 수가 없는데, 저 녀석 어떻게 한 거지?”
“혹시 마족한테 몸을 뺏긴 게 아닐까? 그래서 두 힘을 전부 연마할 수 있는 거야. 쯧쯧, 불쌍한 녀석…….”
천설산 정상의 노인은 순식간에 항소운 앞에 나타났다.
“패왕을 죽이지 마!”
우채접이 소리쳤다.
이쯤 되자, 그녀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
순간 금제의 힘이 깨지는가 싶더니 아주 강력한 힘이 떠오르면서 봉황의 허상이 등 뒤로 나타났다.
화갑(火甲)을 걸친 그녀는 날개라도 달린 듯 노인을 향해 질주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결코 반 성급 무인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신급 고수라 해도 믿을 만큼 지금의 그녀는 빨랐다.
그녀는 봉황검을 곧장 노인에게 겨누었다.
서슬 퍼런 기세에 좌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 정이란 어쩔 수 없구나.’
우화염은 우채접을 보며 남몰래 탄식했다.
우채접은 전생에 소생 경지였다.
현생의 그녀는 일찌감치 기억을 각성했기 때문에 유독 수련 속도가 빨랐다.
그녀는 항소운과 마찬가지로 전생의 전투력을 1, 2할 회복했으나, 봉인된 탓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노가 극에 달하자, 봉인이 깨져 버린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그 단단하던 천설산의 얼음도 녹기 시작했다.
노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채접의 검을 향해 옷자락을 날리자 소맷자락이 거대해지면서 검의 힘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수리건곤(袖里乾坤)!
우채접이 작정하고 날린 공격은 상대의 일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돌아가라!”
노인은 표정 변화도 없이 반대편 소매를 휘둘렀다.
예외 없이 강력한 힘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한층 짙어진 불의 힘으로 온몸을 둘러싼 그녀는 봉황의 날개를 빠르게 움직였다.
금세 극에 달한 속도로 노인의 공격을 피하고선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무작정 돌진했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돌아가라!”
노인의 입에서 다시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거대한 소맷자락은 종전보다 한층 강해진 위력으로 그녀를 뒤덮었다.
그녀는 더욱 속도를 높여 이리저리 피했지만, 아무리 해도 상대로부터 벗어날 순 없었다.
결국 그녀는 소맷자락에 맞아 튕기듯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노인은 처음부터 우채접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는지 그저 날려 보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를 모르고 다시 달려들었다.
봉황검은 허공을 거침없이 갈랐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창공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멍청한 계집 같으니.”
노인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
그가 양 손바닥을 펼치자 수많은 화염은 그저 놀잇감이 될 뿐 그에게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의 힘이 다시 내리쳤을 때, 그녀는 피를 토하며 나뒹굴고 말았다.
노인은 힘으로 그녀를 꼼짝없이 짓눌러 더는 기운을 쓰지 못하게 했다.
우채접의 공격이 실패로 끝난 후, 우가는 그녀가 더는 소란을 피우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노인은 항소운 앞에 섰다.
놀랍게도 항소운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성혼이 상처를 입지만 않았어도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상은 치료한다 해도 도망은 칠 수 없었다.
“한 번에 죽여라.”
항소운이 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 와 발버둥 쳐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는 결코 저 노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상황을 역전시킬 비장의 수도 남아있지 않았다.
문득 부모님과 처자식,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어찌 그들을 남겨두고 죽으란 말인가.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혈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불공평한 세상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마혈이 흐르는 자는 반드시 배척하고 죽여야 한다고 누가 정했단 말인가.
언젠가 이 세상의 규칙을 바꿀 만한 강해진다면, 인간족과 마족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리라.
다시는 지금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는 야조모가 불사마족으로 돌아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자신처럼 발각됐다면, 지금쯤 끔찍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대인, 그 마족을 절대 가벼이 처리해선 안 됩니다. 놈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제전의 목소리였다.
뒤이어 다른 자들도 항소운을 처단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맞습니다. 아주 흉악한 놈이니 절대 용서해선 안 됩니다.”
“저놈은 우리 숙부를 죽였습니다. 다신 살아날 수 없도록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합니다.”
“그래요, 간단히 죽여선 안 됩니다. 놈을 잘게 다지고 소금물에 담궈 끔찍한 고통 속에 죽게 해야 합니다.”
“그냥 죽이긴 아까우니, 뭐든 털어놓게 해야 합니다. 어쩌면 마족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제 항소운은 공동의 적이 돼버렸다.
그는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남이 먼저 죽이려 하지만 않았어도, 그도 살인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에 마혈이 있는 건 맞지만, 난 인간족이란 말이다!”
항소운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포효를 내질렀다.
두 종족의 피를 갖고 있지만, 육신은 엄연한 인간이었다.
아무리 피가 바뀌었어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노인은 항소운의 절규와 사람들의 아우성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항소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일체의 움직임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항소운은 재차 소리쳤다.
“그냥 죽여라!”
상대는 그의 영혼을 조사하여 신체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다.
항소운이 보여준 무공은 실로 놀라워서 비밀로 가득 찬 소우주를 보는 것 같았다.
무학을 수련하는 자로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하지만 노인의 힘이 머릿속으로 들어가자, 별안간 알 수 없는 힘이 탐색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아직도 비장의 수단이 남아있는 건가. 아주 흥미롭군.”
노인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는 힘을 더욱 강화하여 항소운의 머릿속에 강제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발산되는 저항력은 더욱 거셌다.
두 힘의 밀고 밀리는 싸움 속에 항소운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코와 입,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극도의 고통에 머리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명룡혼고와 노인의 신급 힘이 맞서 싸우고 있었다.
명혼공간이 저 힘들을 따로 받아들여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즉 머리가 터져버렸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죽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괴로워하는 항소운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마희와 우채접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하지만 그를 구하고 싶어도 스스로의 실력을 알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항비전은 화를 삭이지 못하고 욕을 뱉었다.
항과인과 항신희도 분통이 터지는 건 마찬가지였으나,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만 괴롭히고, 끝내십시오!”
구양전기가 참다못해 소리쳤다.
그러나 노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더더욱 힘을 밀어 넣으며 항소운의 한계를 시험했다.
“저리 비켜!”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마주의 힘을 명룡혼고에 전부 불어넣자, 명룡혼고의 힘이 모조리 깨어나면서 한층 강력해진 힘이 그의 머릿속을 뚫고 나와 노인의 손을 힘껏 밀어버렸다.
그러고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용의 형상이 허공을 가르며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로써 명룡혼고는 완전히 깨어났다.
본래 용의 뼈와 힘줄로 만들어서 등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는데, 마기를 불어넣자 강력한 방어 상태가 저절로 발동된 것이다.
노인도 용의 강한 위세를 느꼈는지 바로 공격 대상을 바꿔 용을 공격했다.
그렇게 풀려난 항소운은 다시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지금 도망치는 것이냐?”
노인은 즉시 움직임을 눈치채고는 한 손을 휘둘러 용의 형상을 날려버리더니 반대편 손으로 항소운을 덥석 붙잡았다.
다시 꼼짝없이 상대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머릿속을 뒤질 수 없다면, 우선 네 무공부터 없애주마.”
노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항소운을 붙잡고선 가차 없이 힘을 밀어 넣었다.
9대 성진은 항소운의 운명의 성진이었다.
무인에게 있어 성진의 힘은 명격(命格)을 뜻하며, 무학의 재능을 의미했다.
항소운은 구성동창궁(九星動蒼穹)을 타고났으니 인간족 중에선 가장 뛰어난 명격성체(命格星體)라 할 수 있다.
만 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신체거늘, 오늘 그의 9대 성진은 아주 무자비한 힘에 의해 잔혹하게 폭발하고 있었다.
펑-! 펑-! 펑-!
“으아악!”
성체가 폭발하면서 새빨간 피가 솟구쳐 올랐다.
육신은 거의 불구가 돼버렸고, 체내의 9대 성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속에 축적됐던 힘은 밖으로 흩어져서 더는 체내에 남겨둘 수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성해건곤이 충격을 받긴 했어도 다른 성진들처럼 폭발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운지염과 침성뢰 같은 일부 힘은 다행스럽게도 성해건곤에 흡수되었다.
9대 성진이 파괴되자, 별안간 새까만 구름이 몰려와 하늘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숨소리조차 죽였다.
하늘이 내린 최고의 육신이 파괴된 순간, 천지도 슬피 울었다.
항소운은 무공을 잃고 말았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자욱하게 깔리고, 성진이 폭발하면서 무수한 힘이 유성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늘도 덩달아 슬피 우는 듯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들은 기이한 현상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