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24
제824화 항소운을 잡기 위해 모이는 이들
“마인 항소운이 과빙성에 나타나서 여러 명을 쓰러뜨리고 사라졌대.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다니까.”
“그놈 신급 대인한테 당해서 불구가 된 거 아니었어?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대?”
“어쨌든 무서운 놈인 건 분명해. 우리도 당장이라도 강자를 보내서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맞는 말이야. 토벌대를 만들어서 총력을 다해 죽여야 해. 안 그랬다간 나주엥 중원에 큰 화를 불러올 거야.”
“근데 이상한 건 놈이 과빙성에서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부상만 입히고 사라졌대. 설마 아직 양심이 남아있는 건가?”
항소운의 소식은 과빙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항소운의 소식이 퍼지자 새롭게 전천 경지에 오른 북강의 강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겸 다 같이 모여 토벌대를 조직했다.
이들의 목적은 항소운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 누구든 항소운을 죽이는 자는 ‘주마(誅魔) 성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칭호가 뭐 별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강자들일수록 명예를 중시하는 법이었다.
어쨌든 천하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지 않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적잖은 전천 성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빙성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북강의 백련교(白蓮敎)가 주관했다.
백련교는 초거대 세력으로, 북강에선 1, 2위를 다툴 만큼 영향력이 대단했다.
이번 회의의 주도자는 백련교의 성자 북명천붕(北冥天鵬)이다.
그는 일전에 연성공간에 들어갔던 4대 우승자 중 한 사람으로서, 연성공간에서 단번에 3품 전천 경지까지 오르면서 가장 빨리 경지를 돌파한 무리의 일원이 되었다.
북명천붕은 3세에 책을 읽고 5세에 무공을 시작했으며, 7세에 성력경을 돌파하고 10세에 화강경을 뛰어넘었으며 14세에 비천경에 올랐다.
그리고 마흔에 전천 경지에 오르면서 북강에서 두 번째로 빨리 전천 경지에 오른 절세 천재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만약 서문설이 없었다면, 아마도 북강 제일의 천재가 됐을 것이다.
일찍이 북명천붕은 서문설을 가장 강력한 숙적으로 꼽았다.
하지만 천설산 전투에서 항소운의 놀라운 무공을 본 순간, 이 세상에 서문설보다 더 강한 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항소운은 서른다섯도 안 된 나이에 벌써 소생 경지와 겨룰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신급 수단을 쓰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실력까지 부정할 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자가 명황족이라는 사실이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이런 속사정이라도 없었다면 북명천붕은 자존감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당시 그는 항소운이 백련교의 대성급 호법을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때문에, 그 당시에는 맞서 싸울 용기가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무도진인이 항소운을 불구로 만드는 장면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명황족의 능력을 억제할 방법만 찾는다면, 항소운을 죽이는 것쯤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런 계산이 있었기에 수많은 전천 성인을 불러 모아 함께 마인을 죽이자고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에게는 다른 목적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민심을 끌어모아 다음 교주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는 훤칠한 키에, 외모도 제법 수려했다.
백색 장삼만 걸쳤는데도 건장한 체격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늘 온화한 미소로 친근한 느낌을 주었으나 눈빛에선 강인한 기개가 엿보였다.
현재 그의 곁에는 빼어난 미녀가 둘이나 있었다.
동련(冬蓮)과 한매(寒梅)라는 이름의 두 여인은 백련교의 8대 금화(金花)에 속했다.
미모뿐 아니라 타고난 재능도 뛰어나서 그가 전천 경지에 오르자, 백련교에서 특별히 수련 동반자로 보낸 자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전천 경지였다.
그녀들은 서릿발처럼 차가워서 함부로 웃거나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존경하지만 선뜻 다가가긴 어려운 존재였다.
이번 회의에는 자그마치 여든한 명의 전천 성인이 참석했다.
전천 경지만 모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
달리 말하면, 북명천붕의 입김이 상당하는 뜻이다.
자리에 참석한 자들은 사람 수만큼 신분도 다양했다.
특정 세력의 성로나 방랑 무인도 있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마족을 소탕하기 위해 모였다기보다는 백련교라는 거대 세력과 친분을 맺고자 하는 목적이 컸다.
참석자 중 세 사람은 모두가 인정하는 고수였다.
우선 무정검성(無情劍聖) 누무정(淚無情).
막강한 무공을 지닌 방랑 무인으로, 대성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평소 속세에는 무관심하고 냉정하거늘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는지 그 이유는 몰랐다.
다음은 서화쌍절(書畫雙絶)의 서성(書聖) 화유인(華儒人)이다.
북강 사람은 아니고, 중추에서 온 자로 누무정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전천 성인이다.
특히 서화에 능하기로 유명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북강의 거대 세력인 현수종(玄水宗)의 우환(雨環) 부인이다.
천 년 전에 이미 이름을 날린 여인으로, 근 수백 년간 줄곧 폐관 수련을 하다가 최근에서야 밖으로 나왔다.
무공은 8품 전천 경지로, 대성이 기대되는 자였다.
세 사람의 참석으로, 마족 토벌대는 한층 굳건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여든한 명의 전천 성인 중에는 우가의 내백도 있었다.
그가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양천잔척의 방향을 파악해 항소운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북명천붕은 양옆으로 동련과 한매를 거느린 채 자리에 참석한 전천 성인들을 향해 잔을 높이 들었다.
“여러분께서 이곳까지 왕림해주시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래도 이 사람이 복이 많은가 봅니다. 부디 여러분께서 마인을 무찔러 천하에 우리 북강의 이름을 널리 알리길 기원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잇달아 잔을 그의 말에 호응했다.
대다수는 북명천붕의 발언이 인사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막상 마인과 싸우는 순간이 오면, 아마도 성자가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성자의 무공은 동년배 중 적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 청곡, 가르침을 청해도 될는지요?”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한 전천 성인이 입을 열었다.
스스로를 청곡(淸谷)이라 칭한 그 성인은 방랑 무인이었으나, 무공은 상당했다.
그는 이미 5품 전천 경지였다.
어느 세력에도 몸담지 않고,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청곡장(淸谷庄)’을 세워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별안간 북명천붕에게 에둘러 도전한 것이었다.
때문에 다들 의아해했다.
북명천붕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제가 어찌 그만한 실력이 있겠습니까. 허나 청곡 성인께서 이 후배에게 가르침을 주시겠다면, 저도 거절할 이유는 없지요.”
이리하여 그들은 밖으로 나와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사람들도 따라서 나왔다.
그들은 성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선배님께서 먼저 시작하시지요.”
북명천붕이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성자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그럼 이 늙은이가 한 수 보이겠습니다.”
청곡이 손에 힘을 모으자, 파도가 몰아치듯 새파란 빛이 용솟음치더니 주변의 구름을 모조리 휩쓸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이 청곡이란 자가 작정하고 나왔음을 깨달았다.
낭조첩충(浪潮疊衝)!
쌍장을 내뻗자 파도가 세차게 일면서 주변 공간도 덩달아 출렁이는 듯했다.
새파란 빛은 거센 물결이 되어 북명천붕을 덮쳤다.
상대의 신분 따위는 의식하지 않은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맞은편의 북명천붕은 여전히 여유 있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별안간 거대한 붕새가 등 뒤로 어른거리더니 기세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그는 날카로운 손 갈퀴로 공간을 가르고는 거세게 몰려드는 파도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렇게 해서 청곡의 공격은 일격에 무너졌고, 북명천붕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도 아까와는 사뭇 달라졌다.
‘역시 성자의 무공은 대단하군.’
청곡은 공격이 실패로 끝나자 이내 불진(拂塵: 짐승의 털, 삼 등으로 만든 일종의 총채)을 손에 들었다.
“성자, 조심하십시오. 이제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불동홍진(拂動紅塵)!
청곡이 불진을 휘두르자, 삼천 개의 가닥이 예리한 창대로 변해 창공을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날카롭고도 격렬한 힘은 미친 듯이 날뛰며 곧장 상대를 노렸다.
이번에는 청곡의 모든 힘이 실려 있어 아까 장법을 날렸을 때보다 훨씬 파괴력이 있었다.
설사 5품 정점의 성인이라 해도 이번 공격은 막아내기 어려웠다.
두 사람의 격돌을 보던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이들 중 절반가량은 절대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런데 3품 전천 경지인 성자가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청곡의 불진은 순식간에 북명천붕 앞으로 들이닥쳤다.
이제 꼼짝없이 당하겠구나 싶었는데,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성자는 다시 같은 공격법으로 갈퀴손을 쭉 뻗었다.
천붕금룡조(天鵬擒龍爪)!
전설에 따르면 상고 시대 대붕(大鵬)은 용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붕새는 대붕의 후손이니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북명천붕은 출생부터 붕새의 보호를 받은 인물로, 태생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지녔다.
북강 엽마행동에서 1등을 차지한 것만 봐도 그러했다.
지금의 쌍조공은 아까보다 훨씬 위력이 거셌다.
북명천붕이 순식간에 맨손으로 불진을 붙잡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불진의 힘은 굉장히 날카로워서 누구든 맨손으로 잡으면 죽거나 손이 잘려 나가기 마련이거늘 북명천붕은 아무렇지 않게 턱 잡은 것이다.
대체 얼마나 강력한 육체란 말인가.
그 순간, 북명천붕의 눈빛이 움츠러들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불진의 삼 분의 일이 끊어져 나갔다.
맞은편의 청곡은 그 반동으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제야 북명천붕은 공격을 멈추었고, 튕겨 나간 청곡도 부상을 입진 않았다.
청곡은 자신의 무기를 보더니 황급히 허리를 굽혔다.
“성자의 뛰어난 무공에 탄복했습니다.”
청곡이 몸을 굽히자, 주변에 있던 대다수가 덩달아 허리를 굽히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대단한 무공이십니다.”
북명천붕은 겸손한 태도로 응했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외공에 조금 능할 뿐, 제대로 겨루면 당연히 청곡 성인을 따라갈 수 없지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번 마족 토벌에서 저 청곡은 성자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청곡이 공손히 말을 받았다.
이어서 몇몇 사람들도 그러겠다며 응수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허나 누가 마인을 죽이든 저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북명천붕은 공수를 하며 이렇게 말하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아직 마인이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테니, 지금 당장 추격합시다. 마인이 중추로 달아나서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북명천붕은 여든한 명의 전천 성인들을 이끌고 중추 변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