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아무래도 상관없어
금사악의 붉은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눈부시게 빛났다.
그 광경에 항소운은 완전히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와 소백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들을 속박하는 힘이 치솟더니 그들을 감싸 안고 아래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무서운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더니, 하늘까지 닿으면서 금하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어흥!
이 목소리에는 소백이의 울음소리보다 수백 배는 강한 힘이 들어 있었다. 이 소리에 근처의 금사악들이 놀라 목숨을 잃었다.
죽지 않은 것들도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순식간에 아래쪽에서는 금사악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금사악이 도망치는 가운데 서로 짓밟혀 죽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금하곡 밖에 있던 소년들도 이 소리를 듣고 놀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이게 무슨 소리지? 왠지 무서운데.”
“이건 호랑이 울음소린데, 설마 여기에 호랑이 왕이 나타나진 않겠지? 으, 무섭다!”
“요수 왕이 태어난 게 분명해. 그런데 여기 금사악의 영역 아니었어?”
“내가 봤을 땐 요수 왕이 아니라, 더 대단한 게 나타난 것 같아!”
“젠장, 전방을 봐. 금사악이 한두 마리가 아냐. 빨리 도망치자고!”
분노의 포효가 울려 퍼지고 나자, 금하곡은 완전히 소란스러워지고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금사악 무리에 짓밟히고 공격을 받으면서 적지 않은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도, 상황을 줄곧 주시하고 있던 인간족 왕들은 이곳의 상황을 눈치채고, 바로 전차를 타고 날아갔다.
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막차가(莫茶哥)였다. 운애성에서 온 통솔자였다. 그는 5품 비천 경지로,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도 전부 비천 경지에 오른 실력자들이었다.
“지휘관님, 금하곡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막차가의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그건 나도 느꼈네. 설마 오랫동안 몰랐던 금하곡의 수수께끼가 풀리려는 건가?”
막차가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래쪽의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또 누군가 물었다.
“걱정이 되긴 한데, 그래도 큰 시련에서 살아남아야 진정 뛰어난 자라 할 수 있지. 일단 내려가서 한번 살펴보세.”
막차가가 태연히 말했다.
“지휘관님, 그곳에는 지금 금사악 왕이 날아올라서, 우리가 가게 되면 골치 아파질 수 있습니다.”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막차가는 끝내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들의 전차는 금하곡의 안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들이 근처에 접근하기도 전에, 바로 수많은 금사악 왕이 날아올라 공격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금사악 왕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그들은 수적인 열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더 버티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때, 몇 개의 그림자가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막 지휘관 쪽으로 다가와, 함께 힘을 합쳐 여러 마리의 금사악 왕을 죽였다.
“사형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막 지휘관이 공손하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인사치레는 하지 말고, 어서 앞쪽으로 가보세!”
그들 중 우두머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항소운은 넘어지면서 몸을 세게 부딪쳤다.
그는 소백이의 등에서 떨어진 것이다. 보호해주는 힘도 없이 그대로 땅에 부딪히면서 머리가 빙빙 돌고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그나마 반응 속도가 빨라서 떨어질 때 전력을 다해 땅을 박차며 버텼고, 그 덕분에 속도가 느려져 땅에 부딪혀 죽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강한 몸과 강경의 방어가 더해진 결과였다.
그가 겨우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에 금사악의 시체가 널려 있었고 요수 왕급도 꽤 많이 죽어있었다.
소리의 충격만으로 뒤집혀 죽어있는 금사악들도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 모습에 항소운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소리 한 번으로 이렇게 많은 요수 왕을 죽일 수 있다니.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
평소 견문이 넓었던 항소운은 즉시 이곳에 숨어 있는 괴물이 아주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수의 황제? 어쩌면 더 강한 존재일지도 몰라!’
항소운이 확신에 차서 중얼거렸다.
상대가 소백이를 데려간 것을 보니, 분명 소백이와 관련이 있었다. 이것은 소백이의 기연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앞쪽에 살기를 품고 있는 동굴이 보였다. 아마도 그곳에서 소백이를 끌어당긴 것 같았다.
항소운이 그곳으로 다가가려 하자, 즉시 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살기가 아주 강한데. 혹시 저곳에 특별한 금의 힘이 있는 건가.”
항소운이 눈을 반짝이며 혼잣말을 했다.
모든 힘은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 힘 하나하나가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살기를 몸속으로 흡수해서 수련하게 되면, 무인의 힘을 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격력도 더욱 강하게 높일 수 있었다.
항소운은 자줏빛 천둥의 힘을 타고났지만, 전투력을 증강할 수 있는 다른 힘을 흡수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지금 금빛을 발산하는 동굴에 접근하기는 힘들었다. 그 살기는 왕을 직접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실력이 더 낮은 그는 견딜 수가 없을 것이었다.
항소운은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들 금사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나서 패왕전천도로 이들의 요괴 단을 꺼내려 했다.
이것은 상당히 큰 수확으로, 다른 사람은 갖고 싶어도 얻기 힘든 귀한 물건들이었다.
사실 이 시체들도 꽤 진귀한 것들이었으나, 항소운은 이것들을 모조리 거두어 처리할만한 힘이 없었다. 그의 성해건곤의 크기는 3평 남짓해서 이것들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금사악의 머리는 날카로워서 지니고 있던 칼로 가르기 힘들었다. 그가 자줏빛 천둥의 힘을 일으키고 나서야 겨우 머리를 가를 수 있었다.
얼마 후, 요괴단 한 개가 항소운의 눈앞에 나타났다.
진주처럼 동그란 모양이 찬란한 금빛을 뿜어내면서 짙은 요수의 기운을 풍겼다.
이런 요괴 단은 바로 먹을 수 없었다.
오직 약초와 함께 제련한 후 삼켜야 실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것은 수많은 연단사(鍊丹師)들이 얻길 원하는 좋은 물건이었다.
그는 이런 얘기를 진작부터 알고 있어서, 우선 요괴 단을 성해건곤에 넣고 나중에 다른 약왕(藥王)을 찾은 후 함께 제련을 시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소운은 십여 마리의 금사악 머리를 갈라서 요괴 단 일곱 개를 꺼냈다. 확실히 이곳의 금사악은 금하곡에서 가장 강한 놈들이었다.
요괴 단을 몇 개 얻은 후, 항소운은 그 안에서 어떤 물건을 끄집어냈다.
그는 이들 요괴 단에서 옅은 살기를 느꼈다. 그가 금사악 고기를 먹으면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었다.
“아마도 이 힘이 이곳의 금사악을 강하게 만든 것 같네.”
항소운이 중얼거렸다.
그가 계속해서 요괴 단을 꺼내려 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 떠들썩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인간족의 고수가 가까이 왔음을 직감했다.
“방금 큰 울림이 일어나는 바람에 고수들이 몰려든 것 같은데, 이제 어쩌지?”
항소운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그는 소백이가 나와서 자신을 동굴 속으로 데려가 주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이 심란한 마음을 부여잡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눈에 작은 금빛 나무가 들어왔다. 그 나무 위에는 다섯 개의 금색 열매가 달려있었다.
“금사과(金蛇果)다!”
항소운의 눈이 바로 반짝였다.
이것은 상품 영약으로, 그 안에는 방대한 힘이 들어있었다.
약왕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 영약은 가장 가치가 높은 물건이었다.
항소운은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 금사과 다섯 개를 모조리 챙겼다.
지금 당장 이 중 하나를 먹기라도 하면, 그가 단번에 화강경에 오르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다지 좋은 때가 아니어서, 우선은 몸을 숨길만 한 곳을 찾아야 했다.
항소운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문득 동굴 입구에서 살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살기가 사라지고 나자, 그 부근에서 찬란하게 빛났던 금색 빛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때, 아래쪽에서 동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흥- 어흥-
왕의 기세가 가득 담긴 포효 소리가 동굴 안에서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다만 지금의 소리는 조금 전과 달리, 그렇게 무서운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바로 그때, 고수 여러 명이 이곳 상공에 이르렀다.
비천의 경지에 오른 그들은 그곳으로 뛰어 들어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항소운을 보며 소리쳤다.
“아래에 소년이 하나 있습니다!”
“어서 기운을 거둬들이고, 아래로 내려가 봅시다.”
누군가 말했다.
그들은 항소운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항소운은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리며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땅으로 내려서자, 항소운은 머리를 움켜쥐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죽이지 마! 제발 죽이지 말라고!”
“얘야, 넌 어느 수련원의 제자냐?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것이야?”
막차가가 항소운에게 물었다.
“다, 당신들 금사악이 사람으로 둔갑한 거 아니야? 날 애완동물로 만들려는 거 아니냐고? 부탁이니까 제발 날 건들지 말아줘!”
항소운이 질겁을 하며 말했다.
그는 일부러 미친 척을 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사람들의 의구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에게 어떻게 이곳에 왔냐고 물었을 때 달리 대답할 방법이 없었다.
어쨌든 이곳은 금하곡의 가장 깊숙한 곳이었다.
수없이 많은 금사악과 요수의 왕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성력경의 무인이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 과정을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요수 왕? 애완동물? 그럼 넌 혹시 금사악 왕에게 잡혀 온 것이냐?”
막차가 옆의 사람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자의 실력은 막차가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미 7품 비천 경지에 올라있었다.
그는 운애각의 장로인 하락(河洛)이었다. 그의 뒤에는 운애각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항소운도 낯이 익었다.
그자는 사람들의 뒤편에 서 있었는데, 이들 중 가장 젊은 사람으로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러나 온몸에서 강인한 힘과 자주색 빛을 발산하고 있어서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