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42
제842화 성림방에 도전
황고진의 난처한 표정은 이내 사라지고, 다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좋습니다. 그 일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금위군도 황자의 벗을 곤란하게 하진 않을 겁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소운은 정중히 공수를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혼원마도결은 우선 갖고 계십시오.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받아도 늦지 않습니다.”
이쯤 되자 뒤편의 수하들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중 한 사람이 낮게 꾸짖었다.
“전혀 사리 분별이 안 되는 녀석이군. 황자님의 성의를 계속 거절하다니, 그 무슨 건방진 태도냐!”
그자는 4품 전천 경지로, 기세도 범상치 않았다.
항소운은 그자를 보며 말했다.
“황자 전하같이 귀하신 분이 어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을 상대로 따지시겠소? 당신이 못마땅하여 날 혼내고 싶은 거라면, 기꺼이 받아주겠소.”
“조진(趙辰), 가만히 있어라. 항 형제께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거라.”
2황자는 수하를 꾸짖었다.
“전하, 이 청년 성왕(聖王)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이대로 넘어갔다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계속 날뛸 겁니다.”
조진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무림인끼리 실력을 겨루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분명 저 사람도 그런 일로 황자께 나쁜 마음을 품진 않을 겁니다.”
다른 전천 성인이 말을 보탰다.
“맞습니다. 황자께서 성의를 다해 대했거늘 저자는 계속 거절만 했습니다. 이는 필시 전하를 무시하는 행위니,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다들 조용히 해라. 항 형제는 대성을 죽인 분인데, 어찌 너희와 상대가 되겠느냐. 전부 물러서거라.”
황고진은 목소리를 높였다.
세 사람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황자 전하의 뜻을 감히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들이 뒤로 물러나자, 항소운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황자 전하,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를 계속 만만한 사람으로 볼 겁니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성림방으로 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황고진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이쯤 되자, 항소운도 입을 다물었다.
굳이 2황자와 마찰을 빚고 싶진 않았다.
상대방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이야 그의 마음이지만,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래야 호연불종으로 가는 길도 순탄할 테니 말이다.
평소 자신감이 넘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성림방은 성림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곳은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하늘을 향해 쭉 뻗은 푸른 대나무는 바람이 불 때면 잎사귀가 바스락 소리를 냈다.
그 사이로 붉게 퍼져가는 노을은 절로 황홀경에 빠져들게 했다.
대나무숲에는 전천 성인의 기운이 깊게 각인되어 있고, 이 숲을 지나야 비로소 성림 비석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그 비석에 최종적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만이 성림방 명단에 들 수 있다.
지금껏 성림방에는 이백 살 이하의 비교적 젊은 전천 성인의 낙인만이 새겨져 있으며, 그 이상은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이백 살도 안 된 나이에 전천 경지에 오르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다.
그래도 각지에서 뛰어난 인재를 많이 배출해서인지 그 수를 합하면 꽤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성림방은 상위 천 명의 이름만 남겨둘 뿐이었다.
즉, 명단에 이름을 올린 천 명은 모두 이백 살이 안 된 성왕(聖王)이며, 당대를 이끄는 영웅이었다.
성림방은 평가 방식이 남달랐다.
간단히 말하면, 현 무공보다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
가령 1품 성인이 3품 성인에 맞설 수 있는 전투력을 지닌 경우와 3품 성인이 동일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경우, 전자의 점수가 더 높았다.
따라서 성림방의 서열이 높을수록 잠재력은 거의 무한대로 뻗어나가서 성왕의 왕이라 불리곤 했다.
젊은 축에 속하는 전천 성인은 보통 백 세를 넘긴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이백 살이 다 되어 성림방에 도전하는 자들도 있는데, 그래야 천 명 안에 들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항소운은 오십도 안 된 지라, 2황자는 경지를 더 높인 후 도전하라고 권유했다.
그렇게만 하면 천 명 안에 드는 건 떼놓은 당상이었다.
“지난 천 년간 성림방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천 년 전, 황숙께서 기록을 깬 후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지요. 그동안 각 지역에서 수많은 젊은 성인이 도전하러 왔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황고진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어렵습니까?”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물론입니다. 성림방에 오른 사람 중 절반가량은 성인왕(聖人王)이고, 나머지 절반은 신급 경지에 오른 분들이지요. 달리 말하면, 우리 인간족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황고진이 동경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황자 전하께서는 도전 안 하십니까?”
항소운이 물었다.
“하하, 당연히 해야지요. 다만 아까 말했던 것처럼 경지를 더 높이고 나서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러시군요.”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나무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설마 지금 도전하러 가는 겁니까?”
황고진이 당황한 듯 물었다.
“아까 저더러 대성도 죽였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도전해도 별 차이가 없지 않겠습니까?”
항소운은 고개를 돌려 태연히 대꾸했다.
“하지만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실패하면 다신 도전할 수 없어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여기에 오래 머물 것도 아닌데, 한 번쯤 도전은 해봐야지요.”
항소운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대나무 숲속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슉-!
순간 강력한 성급 기세가 휘몰아치며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미 1품 성인의 기세를 넘어 2품 정점의 기세에 육박했다.
그는 두려운 기색도 없이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열 걸음쯤 갔을까. 또 다른 기세가 돌연 압박해왔다.
이번에는 자그마치 3품 성인의 기세로, 1, 2품의 기세보다 월등히 강했다.
이런데도 그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육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서 마주의 힘은 쓸 필요도 없었다.
‘정말 명성처럼 대단한 자인지 지켜봐야겠군.’
황고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항소운의 업적에 관해 들은 뒤로, 상대방의 실력이 무척이나 궁금하던 차였다.
명성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결코 자신을 실망시키진 않을 것 같기에 그는 항소운을 곁에 두고 싶었다.
숲속 깊숙이 들어가자, 갑자기 대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숨어있던 고수가 채찍을 휘두르듯 대나무 그림자가 요동치며 정신없이 공격했다.
이 정도 속도와 힘이면 3품 성인이라 해도 심각한 중상을 입을 터였다.
게다가 수많은 대나무가 일제히 공격을 퍼붓는 탓에 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항소운은 통찰력을 발휘해 대나무의 공격 방향을 파악했다.
잔영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몸을 피하자, 대나무는 맥없이 허공을 찔렀고 그는 그사이 더욱 안쪽으로 이동했다.
“저리 빠를 수가!”
2황자와 세 수하는 몹시 놀랐다.
항소운이 움직이는 건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대나무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항소운의 속도는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어느덧 대나무숲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별안간 사방에서 더욱 강력한 힘이 휘몰아치더니 사정없이 짓누르는 것이었다.
대나무는 무한대로 늘어나 사방팔방에서 매섭게 내리쳤다.
초입보다 몇 배는 강해진 위력에 공간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가히 5품 성인에 육박하는 위세와 공격으로, 성림 비석에 이르기 위한 마지막 고비였다.
과거 이곳에서 수많은 성인이 버티질 못하고 탈락한 것이다.
2황자가 도전을 미룬 것도, 항소운에게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외곽의 저항을 뚫기도 어려운데, 성림방에 오르기는 얼마나 더 어려운 걸까.
항소운은 자신을 압박하는 기세에 맞서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저리 비켜!”
그 순간, 전신에서 마기가 방출되었다.
마기는 강력한 폭풍이 되어 이곳의 기세와 대나무를 단숨에 짓눌러버렸고, 항소운은 그 사이를 태연히 걸어 나갔다.
“대나무숲 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는군. 혹 누군가 성림방에 도전한 건가?”
성림원에 있던 전천 성인 하나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어떤 녀석이 주제넘게 도전한 모양이군.”
옆에서 다른 이가 혀를 끌끌 찼다.
“아까 2황자께서 그쪽으로 가시던데, 설마 그분께서 도전하는 건 아니겠지?”
“가세. 가보면 알 것 아닌가.”
뒤이어 수십 명의 전천 성인이 대나무숲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도착한 그들은 마침 마기를 발산하며 대나무숲을 뚫고 성림 비석을 향해 나아가는 항소운을 보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보고선 이내 누군지 알아차렸다.
“저건 마기잖나. 어떻게 마인이 성림원에 들어온 거지?”
누군가 놀라 외쳤다.
“놀랄 것 없네. 아마도 항소운일 거야.”
옆에서 다른 자가 일러주었다.
“맞습니다. 저분이 바로 항소운입니다.”
2황자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항소운을 지켜보았다.
그의 화려한 업적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항소운이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며 거침없이 대나무숲을 뚫고 가는 모습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평판을 듣는 건 직접 만나느니만 못하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듣자 하니 대성을 죽이고 심지어 신급 강자와 겨룬 적도 있다던데, 혹 성림방에도 오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질문을 던지자, 다른 이가 어이없다는 투로 받았다.
“성림방은 고작 천 명만 들어갈 수 있소. 명단에 오른 자 중 성왕(聖王)이 아닌 자가 없는데, 항소운은 아직 힘들지요.”
“지금 단언하긴 이르니, 조용히 지켜봅시다.”
2황자의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전망대로 가서 이미 성림 비석 앞에 도착한 항소운을 지켜보았다.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성림 비석에 있는 천 개의 이름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그중에는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한 인물도 있었다.
그들은 중원의 역사를 새로 쓴 전설적 인물들이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한 터라 일찍이 저들의 업적에 관해서도 읽어본 적이 있었다.
저들은 상고 시대를 빛낸 걸출한 인재들로, 성림 비석이 얼마나 오래전에 세워졌는지 짐작게 했다.
물론 최근까지 명성을 떨치던 인물도 있었다.
불후지황(不朽之皇)이나 진무 학당의 학장, 낙일 황조의 황숙이 그러했다.
이들은 일찍이 천하에 명성을 떨쳤고,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 낙일 황조의 황숙은 그야말로 무예에 미친 자이다.
현 황제와 동시대 인물로, 당시 선대 황제는 그의 능력을 높이 사서 황위를 물려주려 했다.
그러나 그는 황제 자리도 마다하고 오로지 무예에 심취했으며, 그렇게 해서 현 황제가 황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이후 황숙은 현 황제보다 먼저 신급 경지에 오르면서 낙일 황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