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53
제853화 내가 너희의 주인이다
“어디 새파랗게 젊은 놈이!”
이 나라에서 1황자에게 할 말 다 할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우 안면만 있는 녀석이 체면을 마구 짓밟자, 도저히 분을 삭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화를 낸 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상대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서 자신이나 곁의 호위들로는 역부족이었다.
지금으로선 참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항소운은 낙일 황성을 빠져나간 후에야 속도를 늦췄다.
창공으로 뛰어오르니, 그동안 끈질기게 따라붙던 네 사람의 기운이 다시 느껴졌다.
“참 오래도 따라오네. 이제 그만 나오지 그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허공 속에서 네 사람이 걸어 나왔다.
놀랍게도 그들은 생김새가 똑같았으며, 무공도 대성 경지로 동일했다.
이 정도면 어딜 가나 뛰어난 축에 속하거늘 항소운을 지금껏 쫓아온 걸 보면 결코 예삿일이 아니었다.
사야성(四夜聖).
국사부가 양성해낸 최상급 성인들이다.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암암리에 국사부를 대신해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자들이었다.
이들이 지금 여기 나타난 것은 항소운을 죽여 화유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대성 넷이라, 황실이 아니면 힘들 것 같은데?”
항소운이 네 사람을 보며 물었다.
“그건 저승에 가서 생각하시지. 사상진(四象鎭)!”
한 사람이 외치자, 네 사람의 대성급 기운이 완전히 방출되면서 용과 범, 주작, 현무의 네 형상이 나타나 천지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력한 기세가 항소운을 향해 돌진해왔다.
“또 희귀한 진법이로군. 재밌겠어.”
항소운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호연불종에서는 복마진을 상대로 싸웠는데, 이번에는 사상진이란 진법이었다.
재밌는 싸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호연불종에서 복마금강불을 상대할 때는 막힌 속이 뻥 뚫리도록 신나게 싸웠지만, 그 외에는 마도의 힘을 쓴 탓에 제대로 싸운다는 느낌이 없었다.
이제 반 신체(神體)를 이루고, 2품 전천 경지로 실력도 높아져서 태초의 시기로도 얼마든지 대성과 상대할 만했다.
이젠 팔 걷어붙이고 제대로 싸워볼 참이었다.
이때, 각기 다른 네 개의 성력(聖力)이 덤벼들었다.
용과 범, 주작, 현무가 각기 다른 동작을 펼치며 이루어낸 네 개의 빛은 최상급 대성도 무너뜨릴 만큼 강력했다.
사실 사야성은 네 쌍둥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서로 마음이 통하고, 각기 다른 성진의 힘을 단련하여 사상(四象)에 딱 들어맞았다.
이들은 선대 국사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대성으로 성장했고, 사상진을 수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항소운을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항소운은 태초의 시기로 온몸을 휘감고 무도천안을 발동시켰다.
용과 호랑이의 기세가 포효하는 가운데, 주먹이 찌를 듯 뻗어나갔다.
그는 태초의 시기로 사상진의 힘과 정면충돌했다.
그러자 하늘이 요동치면서 공간이 쩍쩍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난기류가 솟구쳤다.
사상연천(四象煉天)!
건곤멸도!
사야성은 평소 남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일단 싸움을 시작했다 하면 패하는 법이 없었다.
그동안 국사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잠재적인 적을 처리했는지 모른다.
이제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항소운을 죽이는 것이었다.
사상진의 하나 된 힘은 최상급 성인도 죽일 만큼 강력했다.
다만 항소운도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태초의 시기가 실린 건곤멸도권은 거침없이 뻗어나가 사상진의 힘을 그대로 막아버렸다.
그러나 사상진의 공격은 지칠 줄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네 사람의 합은 딱 들어맞아 거의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항소운도 한동안은 빈틈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가 강할수록 투지는 더욱 불타올랐다.
항소운은 대담하게 공격을 펼쳤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공격은 더욱 맹렬해져서 혈맥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참에 새로 익힌 힘을 단련하여 더욱 진일보시키고 싶었다.
하늘에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신령한 동물의 형상이 일렁이고, 권법의 기세는 하늘을 뚫고 돌진했으며 전투는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야성은 싸움이 좀처럼 끝나질 않자, 그제야 상대를 얕보지 말라던 맹유방의 당부가 떠올랐다.
보아하니 허튼소리는 아닌듯했다.
사상공명(四象共鳴)!
순간, 용과 범, 주작, 현무가 일제히 울부짖었다.
마치 성난 파도가 몰아치듯 세찬 힘이 항소운의 마음속 깊숙이 불어닥쳤다.
갑자기 기혈이 미친 듯이 날뛰는 바람에 하마터면 오관(五官)에서 피를 쏟을 뻔했다.
명룡혼고로 성혼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방금 공격에 큰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사상이위(四象移位)!
사상(四象)은 무섭게 울부짖고 나더니 돌연 쉴 새 없이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각자 공격을 퍼붓자, 파괴력이 극에 달했다.
용은 똬리를 틀고 맹호는 발톱을 들이밀며 달려들었으며, 주작은 날개를 쫙 펼치고 현무는 숨을 토해냈다.
이것은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공격이었다.
그 강하던 항소운의 권의도 사상의 힘 앞에 무참히 사라졌다.
각기 다른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퍼붓는 탓에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정말 무서운 힘이다. 복마진보다 훨씬 강해.’
항소운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상대방이 죽이겠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힘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일순 그의 기세가 변하는가 싶더니 음양의 힘이 떠올랐고, 뒤이어 음양 방패가 나타났다.
음양 방패로 공격을 막자, 그에게 가해지는 충격도 대폭 줄어들었다. 손을 검처럼 만들어 허공에 대고 천천히 긋자 돌연 알 수 없는 힘이 생겨났다.
찰나광음.
바로 시간의 도였다.
손을 그은 순간, 시간은 그대로 멈춰버렸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검광이 움직였다.
슥-
어느새 사야성의 몸에는 무시무시한 검 자국이 생겨났다.
시뻘건 피가 상처 위로 솟구쳤다.
진법이 멈춘 순간을 틈타 항소운은 연거푸 공격을 날렸다.
세월유서.
초식을 펼친 순간, 사야성은 자신의 생기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힘도 서서히 줄어들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또다시 수검(手劍)이 공격해 왔다.
거친 공격 속에 사야성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났고, 심지어 살점이 떨어져 나가 뼈가 훤히 들여다보이기도 했다.
하마터면 목이 달아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시광역전.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시간이 다시 변화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젊은이가 되었다가 소년이 되었고, 어느새 어린아이로 변해 버렸다.
바삐 움직이는 시간 속에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다시 네 개의 수검을 긋자, 마침내 대성급 무인 넷의 목이 잘려 나갔다.
붉은 피가 창공에 흩뿌려졌다.
“사상응신(四象凝身)!”
사야성은 아연실색해서 다급히 소리쳤다.
한시라도 빨리 머리와 몸통을 이어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항소운이 이대로 놓아줄 리 만무했다.
“그렇지 않아도 쓸만한 노예가 필요하던 참인데, 잘 됐다. 전부 남아!”
그러고는 명혼공간을 열어 사야성을 전부 가둬버렸다.
머리와 몸통을 따로 철저히 묶어놓자, 그들도 어쩌지 못했다.
이제 대성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 진법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어서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주인께서 가만있지 않으실 거다. 그분은 신급 경지란 말이다!”
사야성 중 야룡(夜龍)이 고래고래 악을 썼다.
“그래, 네가 아무리 잘났어도 죽음을 면하긴 어려울걸. 우릴 풀어주면 네놈 대신 청을 올리마.”
야호(夜虎)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서 야작(夜雀)도 거들었다.
“신급 경지는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애송아, 당장 풀어줘.”
“우릴 놔주면 조용히 물러가마.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치면 되는 거야.”
야귀(夜龜)도 말을 보탰다.
사형제는 여기서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협박해서 알아서 풀어주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항소운은 수많은 쇠사슬로 그들을 꽁꽁 묶었다.
그는 담담히 미소 지었다.
“이제 곧 있으면 내가 네놈들 주인이 될 거다.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는 명룡혼주를 읊기 시작했다. 고문자가 하나둘 떠올라 먼저 야룡의 머리로 들어갔다.
“날 노예로 만들 셈이냐! 꿈도 꾸지 마라!”
야룡은 고문자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성혼을 움직여 박살 내려 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야.”
“귀척, 나와서 손님맞이 해.”
항소운이 씩 웃자, 한층 강력해진 귀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야룡을 향해 곧장 영혼 공격을 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몸통이 잘려 나가서 영혼력이 손상된 상태였다.
그런 데다 명혼공간 때문에 무력이 대폭 줄어든지라 얼마 못 가 귀척의 공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항소운은 명룡혼주를 계속 읊으며 야룡의 성혼에 낙인을 찍었고, 이렇게 해서 완전히 통제되었다.
남은 세 대성도 저항할 힘을 상실했다.
그들은 항소운의 기세에 제압당한 채, 육신도 없어서 자폭도 못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는 남은 세 사람에게 차례로 주문을 걸었다.
잠깐의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결국 그들은 모조리 제압되었다.
사야성은 힘을 한데 모으면 반 신급에 맞설 만큼 대단했으나, 이런 그들도 항소운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항소운은 그들의 성혼에 낙인을 찍은 후에야 육신을 이어붙이게 했다.
네 사람은 성체를 다시 얻자 생기가 되살아났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한 탓에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야 무력도 원상태로 되돌아갈 터였다.
그들은 항소운의 통제에서 동시에 벗어나려 했으나, 무슨 생각을 하든 그의 감응을 피할 수 없었다.
즉시 명룡혼주를 읊자, 그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다가 거의 반죽음 상태가 돼서야 마침내 굴복했다.
“이제부터 내가 너희 주인이다. 자, 날 죽이라고 시킨 자가 누구지?”
항소운이 물었다.
“국사부입니다.”
네 사람이 일제히 대답했다.
국사부!
이 세 글자만으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항소운이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이것이 누가 내린 명령인지 알았다.
항소운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보였다.
“사람 한 명 죽인 걸로 배후의 큰 인물이 나선다니, 보아하니 모두들 나 항소운이 만만하다고 생각하는구나. 제대로 된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다들 날 물로 보겠어.”
항소운은 바로 국사부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신급 강자가 진두에 서 있어서, 그는 반드시 다른 방법으로 타격을 입혀야 했다.
항소운은 사야성을 데리고 내려왔다.
그는 우선 사야성이 힘을 회복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국사부의 상황을 물었다.
그는 국사부 안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나서 어떻게 나설지 결정하려고 했다.
그는 곧 사야성의 입을 통해 국사부가 어둠의 군대를 키우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군대는 사야성이 장악하고 있었고, 국사부를 대항하는 고관을 전문적으로 살해했다.
게다가 각종 지하의 일을 처리하며 황궁의 중요한 물건을 약탈했다.
동시에, 그들은 낙일황조의 중요한 소식을 다른 황조에게 팔았다.
그리고 거기서 더 큰 이익을 얻었다.
이 일이 밖으로 퍼진다면, 국사부는 지위도 명예도 잃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