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59
제859화 8품 세력에 올라갈 자격
전부인은 처음으로 이런 대우를 받자, 무척 기뻤다.
그때 한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더 이상 자릉성 성주가 아니었다.
성주 자리는 제존 경지의 사촌 아우가 이어받고, 그는 자릉종에 머물며 상급 장로로서 문파의 재정을 일부분 관리했다. 물론 권력은 성주 때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부터 몇 가지를 발표하겠소.
먼저 청귀를 호법 성로에 봉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귀면교를 주관하고 문파 안팎의 소식통을 전담한다.
둘째, 절망을 본 패왕의 근위 호법 성로에 봉한다. 절망은 본 패왕의 명령에만 복종해야 하며 나와 후원 가솔의 안전을 책임진다.
셋째, 방통원은 계속해서 내무 종관 장로직을 역임하며, 문파 내 사무를 주관한다.
넷째, 약로를 약전 수석 장로에 봉하며, 제급 아래 약초는 자율적으로 처리할 권한을 부여한다.
다섯째, 전부인을 재무 종관 장로에 봉하며 자릉종과 각 부속 세력의 수입, 지출을 관리한다.”
항소운은 엄숙히 선포했다.
몇몇은 즉시 허리를 굽히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얼굴에 환히 핀 웃음만 봐도 얼마나 기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항소운이 없을 때는 업무 체계에 혼란이 있었는데, 이제 정확히 직책을 정해주고 직권을 최대로 보장해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이 엄숙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문파 내 모든 집사와 제자의 무공을 가능한 한 빨리 높이도록 하시오. 근처 산을 개간하여 독자적인 훈련장을 만들고, 그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시오.
만약 필요하다면 마연으로 데려가서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오. 난 우리 자릉종의 모든 사람이 기꺼이 홀로 설 수 있는 단단한 무인이 되길 바라오.”
“뜻을 받들겠습니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서귀, 자네한테는 따로 맡길 일이 있네. 훤호 형님과 획쟁 누님을 즉시 모셔오게. 살았든 죽었든 반드시 모셔와야 하네.”
두훤호는 몇 해 전 복수를 하기 위해 떠났다.
그 후 획쟁이 두훤호를 찾아 나섰으나, 지금껏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는지라 항소운은 무척 걱정스러웠다.
“예, 패왕.”
서귀는 즉시 눈앞에서 사라졌다.
“청귀, 자네는 제족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게. 놈들이 세상에 나온 걸 보면 새 근거지를 찾은 게 틀림없어. 조만간 결판을 내야지.”
“예, 패왕.”
청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바로 대전을 떠났다.
“다들 더 할 말이 있는가?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회의를 끝내겠네.”
항소운이 남은 사람을 둘러보며 물었다.
“패왕, 이제 우리 자릉종도 8품 세력에 도전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방통원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약로도 말을 보탰다.
“8품 세력에 오르려면 필요한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만.”
전부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랬다.
8품 세력이 되려면 전천 성인을 비롯해 부속 세력과 현재 지배 중인 성, 인구가 일정한 수준에 다다라야 한다.
자릉종은 현재 열여덟 개의 성과 서른세 개의 부속 세력을 두고 있어 8품 세력의 조건에 아직 미치지 못했다.
8품 세력은 전천 경지 무인을 스무 명 이상 보유하고 제존은 백 명 이상 있어야 하며, 부속 세력의 경우 적어도 7품 세력 두 곳과 6품 세력 여섯 곳을 두어야 한다.
아울러 지배 중인 성은 오십 곳이 넘어야 한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비로소 ‘수호 공회(公會)’에 신청할 수 있다.
수호 공회는 권위가 아주 높으면서 동시에 중립적인 조직이다.
중원 대륙 전체에 발생한 위기가 아니고선 다른 분쟁에 사사로이 간섭하지 않았다.
유서 깊은 고대 세력이나 초거대 세력에서 각기 대표를 보내 만든 조직이었다.
수호 공회는 총 아홉 명의 인물로 구성되었다.
선로궐과 광릉궁, 신맹에서 각각 두 석씩 차지했고, 수릉 장로도 그 아홉 명 중 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한없이 대단한 존재로, 평범한 사람은 얼굴을 뵐 일도 없거니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수호 공회는 중원 대륙의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죄혈성의 수호 보루는 수호 공회에서 만든 것이며, 공적 점수로 교환하는 영물 역시 공회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공회의 설립 취지는 중원 대륙의 안전을 위협하는 침입자를 일절 근절하여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각 대주(大州)에는 수호 공회의 주재지가 있었다.
공회는 워낙 권위가 높다 보니 웬만한 일이 아니고선 방문조차 어려우나, 세력의 등급을 인증하는 일은 이곳에서 맡아 처리했다.
“8품 세력은 반드시 되고 말 거네.”
항소운의 한마디에 방향은 정해졌다.
자릉종은 아버지가 직접 설립하신 문파였다.
평소 아버지의 소망은 자릉종을 8품 세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때가 무르익었으니,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럼 부속 세력과 지배 지역은 어떻게 해결할까요?”
전부인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방통원과 약로는 일제히 항소운을 보았다.
소종주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무언지 듣고 싶었다.
“공격해서 빼앗는 거지.”
항소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마침내 소종주가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절망은 깊은 사색에 잠겼다.
‘어쩌면 패왕의 손을 빌려 내 원수를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항소운은 이들을 전부 돌려보낸 뒤, 수하를 시켜 유언연을 불러오도록 했다.
손님으로 방문했다는 말은 전해 들었지만, 왠지 다른 목적이 있을 듯했다.
그녀의 미색은 궁금음 못지않았다.
그녀는 녹색 옷을 입고 살랑이는 바람처럼 사뿐히 걸어들어왔다.
싱그러운 향기가 잔잔히 묻어나는 가운데 어여쁜 눈동자가 은근한 시선을 보냈다.
웬만한 남자는 푹 빠질 만큼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항 공자께 인사 올립니다.”
유언연이 살짝 무릎을 굽히며 인사했다.
지금 그녀의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뛰고 있었다.
못 본 사이 항소운은 훨씬 수려하고 멋있어져서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신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유 낭자,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항소운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연화루가 자릉종에 복종했으면 합니다.”
유언연은 항소운의 말을 듣고선 살짝 당황했을 뿐, 크게 놀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을 꺼낸 항소운이 의아할 정도였다.
“항 공자, 드디어 움직이시는 건가요?”
그녀는 자조 섞인 웃음을 띠었다.
“별로 놀란 것 같지 않군요.”
누군가 자신의 세력을 집어삼키려 하면 극도로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기 마련이거늘, 그녀의 반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제가 왜 놀라야 하죠? 전 당장이라도 연화루를 자릉종에 바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녀는 담담히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보아하니 내분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군요. 두 늙은이가 아직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
항소운이 물었다.
그가 갔을 당시, 연화루는 극심한 내란을 겪고 있었다.
소루주인 유언연은 정신적 압박이 너무 컸던 나머지 외부인이던 항소운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그들은 사사건건 나와 부딪치고 있습니다. 내 숨통을 조이는 거죠. 지금껏 참지 않았다면, 진작 그들의 손에 죽었을 겁니다.”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선대 루주의 수석 제자였다.
제존 후기의 무공을 지녔으나, 두 늙은이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사람을 보내 두 늙은이를 죽이고 연화루가 자릉종에 귀속되었다는 것을 선포하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연화루의 소루주입니다. 앞으로 매년 자릉종에 수입의 3할을 조공하면 연화루의 발전은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항소운이 엄숙히 말했다.
유언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소종주님.”
현재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서 그녀로서는 이 길이 최선이었다.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고운 눈웃음을 지으며 유언연이 물었다.
“소종주, 전 어떤가요?”
그녀는 아주 매혹적인 자태를 취했다.
누가 봐도 의도는 선명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 법하건만 항소운은 되려 미간을 찌푸렸다.
“괜찮은 사람이요. 허나 상대를 잘못 골랐어. 당장 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소루주 지위를 박탈하겠소.”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의지력이 강한데, 어찌 쉽게 넘어가겠는가.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황급히 대전을 빠져나갔다.
‘정말 틈이라곤 없는 남자라니까.’
항소운은 지금도 여자가 많은지라 더는 다른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뒤이어 그는 절망 군대 서열 3위 철탑에게 열두 병사를 거느리고 유언연과 함께 연화루에 가도록 명했다
두 늙은이를 제거한 뒤 연화루를 본격적으로 집어삼키기 위해서였다.
“자릉종과 용문도 참 오래 싸웠지. 이젠 끝낼 때가 됐어.”
그는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용문은 7품 정점의 세력으로, 8품 세력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그만큼 저력이 대단하기에 항소운은 자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용문을 점령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과거 용문은 자릉종을 함락시키시기 위해 백팔 무장을 보냈다.
그도 마찬가지로 백팔 무장을 거느리고 용문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출정에 자전신후와 적화행군은 제외시켰다.
이제 그는 대성에 맞설 실력이 있는지라 설령 대성이 용문을 지키고 있다 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전신후와 적화행군은 항소운의 능력을 잘 알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다.
다만 자전신후는 항소운에게 옥통을 하나 건넸다.
만약 신급 강자가 나타나면, 옥통을 통해 감응하여 언제든 분신을 보내 돕기 위해서였다.
또다시 항소운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까 염려되는 마음에서였다.
항소운도 사양하지 않고 선뜻 옥통을 받아들었다.
아울러 이제 곧 세상에 나올 항가와 자릉종을 함께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서막을 기반으로 다른 성을 함락시켜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제족을 견제할 거라고 말이다.
항소운은 은자 위에 늠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척발완아가 손수 만든 전포를 둘러서인지 한층 위엄이 넘쳤다.
옆으로는 청귀와 절망, 병부사, 금갑용귀, 두꺼비 등 성급 수하가 있고, 뒤로는 제존들이 따랐다. 그들은 용맹한 요수에 올라탄 채 강력한 기세를 이루었다.
그들은 순간이동 진을 통하지 않고 용문으로 직접 진군했다.
용문은 등용주 변경에 있고, 자릉종은 천왕주 변경에 있었다.
이렇듯 서로 이웃하다 보니 두 문파 사이에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항소운은 용문으로 가기 전 자릉종의 부속 세력을 차례로 지나쳐갔다.
부속 세력들은 자릉종 소종주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몹시 당황한 눈치였다.
혹 그간 자릉종에 잘못한 일은 없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수뇌급 인물들은 열 일 제치고 달려 나와 항소운과 그 부대를 친히 맞이했다.
그들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항소운 앞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반면 그는 이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흡사 황제가 순시하듯 영지를 둘러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기세는 실로 대단하여 보는 이들은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