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6
제86화 날 죽이고 싶다고?
살아남은 소년들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공포 체험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담광화와 걸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이번에 살아남은 소년들이 마음속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면, 앞으로 아무런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생사에 두려움이 없는 자는 오히려 더욱 강해져서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배가 귀항을 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부원장님, 대장로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혀, 형님이 아직 안 오셨어요!”
하류휘였다.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처참한 몰골이었으나, 다행히 사지는 멀쩡했다.
그러자, 육소청도 다급하게 말을 했다.
“맞아요. 소운이가 아직 안 돌아왔어요. 꼭 기다려야 한다고요!”
담광화과 걸세가 서로 마주 보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더니 걸세가 입을 열었다.
“하루가 지나서, 다른 배들도 모두 돌아갔단다. 살아있었으면, 진작 나왔을 거야. 항소운은 아마도……,”
“아뇨, 소운이는 반드시 살아있을 거예요. 전 소운이를 찾으러 갈래요!”
육소청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항소운 생각에 흥분한 그녀는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옆에 있던 진흔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사매, 침착해. 이대로 가면 그냥 죽는 거라고!”
하류휘 역시 육소청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진흔의 말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금하곡은 사방에 금사악이 득실거려서, 항소운을 찾지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금하곡에 발을 딛는 순간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육 사매, 흥분하지 말고, 우리가 배에서 내렸을 때도 항 사제를 못 봤으니까, 좋은 사람은 하늘도 돕는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
말죽이 육소청에게 위로의 눈빛을 보냈다.
“가자꾸나. 더 지체했다가 금사악에게 포위라도 당하게 되면, 나도 너희를 지킬 수가 없어!”
담광화가 귀항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도 마음속으로는 항소운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으나, 항소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소운아, 꼭 살아 있어야 해! 흑흑…….”
육소청이 울음을 터뜨렸다.
구슬프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 다른 소년들도 슬퍼져서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형님,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요! 절 계속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요!”
하류휘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금하곡을 향해 소리쳤다.
한쪽 구석에 있던 궁금음은 안타까운 낯빛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탄식했다.
“아하,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어버린 건가?”
“부원장님, 대장로님, 두 분께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동렴원과 흑산교가 연합해서 저희를 공격했어요. 마침 금사악 떼가 몰려와서 그들이 도망가지 않았다면, 저흰 아마도……,”
말죽이 조용히 담광화와 걸세에게 지난 상황을 보고했다.
“동렴원, 정말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이 빚은 반드시 갚아주고 말 테다!”
담광화가 매서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이번에 돌아가면, 진붕 장로님께 동렴원에 다녀오시라고 청을 드려야겠습니다! 안 그랬다간 그자들이 우리 무당전을 우습게 알겠어요!”
걸세가 말하더니,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항소운이 죽은 일도 그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겠습니다.”
“그건……,”
담광화는 주저하는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 * *
금하곡 동굴 아래.
이곳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힘들은 워낙 강력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어느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살기의 아래쪽에는 진공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마치 독립된 하나의 공간처럼, 살기가 천연의 보호막 역할을 하며 이곳을 바깥세상과 차단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는 아주 방대한 골격 하나가 누워있었다.
이 골격은 넓이가 십여 평에 달했다. 호랑이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오래전에 죽은 호랑이 요수임이 분명했다.
이 호랑이의 이마에는 사람 머리 두 개 크기만 한 구슬이 금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세상에서 다시 찾기 힘든 어마어마하게 큰 요괴 단이었다.
보통 요수 왕의 요괴 단은 주먹 반 개 크기였으나, 이 호랑이의 요괴 단은 그보다 십여 배는 컸다. 살아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지닌 존재였는지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때, 호랑이 요수의 뼈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 듯, 골격의 상공에 호랑이 형태가 나타났다. 마치 호랑이 영혼인 것처럼 그 요괴 단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이것은 요괴 단의 혼령이었다. 인간에게 영혼이 있듯 요수족 역시 요수의 혼이 있었다. 이 혼령은 요괴 단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호랑이 요수의 혼령은 거대한 백호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혼령의 이마에는 ‘왕’이란 글자가 금빛으로 찬란히 빛나고 있었고, 눈에는 보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게 하는 위력이 담겨있었다. 날카롭게 드러낸 이빨은 보는 사람이나 요수들을 벌벌 떨게 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이것은 진정한 백호로, ‘왕’자가 금색인 것 외에는 온몸이 눈처럼 흰색으로 덮여 있었다.
소백이는 현재 이 백호의 혼령과 서로 마주 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소백이 몸 안의 혈맥이 절정까지 끓어오르면서 몸 안의 모든 힘을 일으켜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눌렀다.
소백이의 혈통은 순수하지 않고, 진정한 백호 앞에서는 한참 어린 나이라 백호의 혼령에 압도당해서 땅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백호 혼령 앞에서 소백이는 아이일 뿐이었다. 그는 완전히 대항할 능력을 상실해서, 백호의 혼령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그대로 죽을 판이었다.
백호가 세상을 뜬 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직도 혼령이 남아있는 이유는 요괴 단의 힘이 일부분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백호 혼령은 자신의 의지를 계승할 수 있는 백호족의 후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됐다, 됐어. 네 녀석은 우리 종족의 피가 절반만 흐르고 있지만, 조상을 거스르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네게 주마! 부디 우리 백호 족의 명성을 잘 지켜야 한다! 우리 백호 족은 요수의 우두머리로, 오직 용족 만이 대등한 실력을 지녔고 다른 종족은 일격에 무너뜨릴 수가 있지!”
백호의 혼령이 소백이를 보며 말했다.
백호의 혼령이 말을 마치자, 혼령에게 남아있던 힘이 요괴 단으로 돌아가더니 요괴 단이 저절로 소백이 앞에 둥실 떠오르는 것이었다.
소백이가 이걸 삼키기만 하면, 백호족을 계승할 수 있었다.
“조상님, 감사합니다!”
소백이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입을 벌려 요괴단을 삼키려 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요괴 단에서 한줄기 금색 빛이 갈라져 나와 가까운 곳에 쓰러져 있던 소년에게 돌진했다.
“이 인간은 너와 인연이 있으니, 내가 너와 함께 저자를 돕도록 하마. 그리고 저자가 우리 백호 족의 살기를 견딜 수 있는지도 한번 봐야겠다!”
백호의 혼령이 장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괴 단을 삼킨 소백이는 즉시 방대한 힘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몸집이 훨씬 커졌다. 수많은 살기가 순식간에 소백이의 몸을 둘러싸면서 금색의 고치로 만들자, 살기가 가장 순수한 힘을 발휘하면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한편, 혼절 상태에 빠진 항소운도 상태는 좋지 못했다.
그는 본래 부상이 심해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백호의 혼령이 분리해낸 한 줄기 힘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흥- 어흥-
외부의 적인 백호의 혼령이 그의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포효하자, 그의 의식이 그 소리에 너무나 놀라 깨어났다.
“무, 무슨 일이지? 너, 넌 소백이가 아니잖아!”
항소운의 영혼이 눈앞의 백호 혼령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난 백호다. 바로 만물의 왕이지! 하찮은 인간이 돼서 어찌 바로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이냐!”
백호의 혼령이 항소운을 크게 꾸짖었다.
“아, 네가 진짜 백호라고? 요수족 2위의 전설 속 존재?”
항소운이 말을 했다.
그는 눈앞의 호랑이가 백호임을 확신했다. 이 백호의 혼령은 소백이 보다 몇 배는 강한 위세를 지니고 있었다.
“당연하지. 잠깐! 요수족 2위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 백호 족은 모든 요수의 우두머리야!”
백호의 혼령이 항소운의 말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흠, 1위는 용족 아니었어? 내가 못 배웠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항소운이 반박했다.
“흥, 당찮은 소리. 우리 백호 족은 하늘을 지배하고, 용족을 산 채로 찢어 죽이며 주작을 삼켜버리고 현무를 밟아 죽일 수 있는데, 감히 천하에 복종하지 않는 것이 없어!”
백호의 혼령이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듯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항소운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귀가 먹먹해서 영혼도 놀라 흩어질 지경이었다.
“인간족 꼬마야, 이제 우리 백호의 분노를 받아라! 백호의 살기!”
백호의 혼령은 더 실랑이 하지 않고, 온몸에서 수없이 많은 살기를 뿜어내 항소운을 향해 사납게 달려들었다.
백호의 살기는 순수한 살기와 호랑이의 기운이 결합한 것이었다.
거대한 폭풍처럼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백호의 살기에 잘리게 되면, 항소운의 혼령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의 순간, 성해건곤의 패왕전천도에서 용과 호랑이가 뛰어나와 다시 항소운을 수호하기 시작했다.
패왕전천도에도 혼백이 있어서 자동적으로 주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발휘했다.
다만 검이 심하게 훼손된 탓에 용과 호랑이의 위력도 그만큼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 수호로도 항소운은 숨통이 트였다. 그는 머리를 빠르게 굴린 끝에 이곳이 자신의 머릿속이고, 그의 주전장인 것을 깨달았다.
그런 만큼 그의 영혼이 파괴되면, 그 자신도 완전히 목숨을 잃는 것이었다.
‘반드시 반격해야 돼. 반격해야 한다고!’
항소운은 이를 악물고 대책을 생각했다.
그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백호의 혼령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지, 안 그랬다간 죽을 수도 있었다.
어흥- 어흥-
백호의 살기에 용과 호랑이의 수호가 쉽게 깨져버리면서, 패왕전천도도 완전히 빛을 잃었다.
대검은 이제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널 수호하는 것들도 사라졌는데, 이제 네가 뭘 할 수 있겠느냐. 하찮은 인간족아, 이제 죽음을 맞이해라!”
백호의 혼령이 차갑게 말을 뱉자, 다시금 살기가 맹렬히 휘몰아쳤다.
“날 죽이고 싶어도 그렇게 안 될걸! 명상 능력과 통찰 능력, 전부 깨어나라!”
항소운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방출시켰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이 암흑의 공간으로 바뀌더니, 백호의 혼령을 뒤덮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백호의 혼령이 암흑 공간을 완전히 찢어버리려는 듯 사납게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