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69
제869화 8품 세력이 되다
“학장과 다른 장로들 모두 네가 돌아오길 바라신단다.”
소위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계속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데, 나 몰라라 했던 사람들을 위해 돌아간단 말인가.
“태상 호법들께서도 같은 생각이시다.”
“장로님, 그만 하세요.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전 안 갑니다.”
“하, 네가 승낙 안 할 건 예상했다. 학당에서 무고하게 쫓겨나고 파문 제자란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니, 아마 나라도 거절했을 거다.”
소위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한데 넌 승낙할 수밖에 없을 거야. 수릉 장로께서도 네가 돌아오길 바라시거든.”
“네? 스승님께서요?”
이번에는 항소운도 침착할 수 없었다.
용봉 학당에서 그가 존경하는 분은 자신의 스승이 유일했다.
“그래. 학당에 가서 수릉 장로께 여쭤보면 알게 될 거다. 어르신께선 널 위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셨지. 그 일로 중원 전체가 동요하고 있단다.”
소위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아무 대가도 없이 널 부르시는 건 아니란다. 널 위해 좋은 것들을 많이 준비해놓은 것 같으니, 네가 승낙만 하면 학당에 돌아간 후 그건 전부 네가 갖게 될 거다.”
이쯤 되자, 항소운도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어요. 시간을 내서 학당에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스승님께서 오라고 하신 거면 두말하지 않고 가야죠.”
“그래, 그래야지. 그럼 난 여기 있다가 함께 학당으로 돌아가야겠구나, 그래도 되겠지?”
소위는 그제야 빙긋 웃었다.
“당연하죠.”
항소운은 하인을 시켜 주안상을 마련토록 한 뒤 소위를 극진히 대접했다. 그는 자릉종이 현재 8품 세력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서 용봉 학당에 가려면 시일이 걸릴 거라고 말했다.
소위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급할 건 없어서 항소운이 할 일을 다 마친 후에 가도 괜찮았다.
수일에 거쳐 준비한 끝에 자릉종은 용문과 연화루 및 그들의 부속 세력을 완전히 항복시켰다. 이로써 자릉종이 관할하는 성은 오십팔 곳에 이르렀으며, 부속 세력은 7품 두 곳, 6품 일곱 곳, 5품 서른일곱 곳에 달했다.
이렇게 해서 8품 세력이 될 자격을 완벽히 충족시킨 것이다.
항소운은 각 세력의 계약서를 거둬들인 후 문파의 모든 사람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사람들이 빼곡히 모이자, 아주 강력한 기세가 거대한 꽃을 피워냈다.
이 순간, 자릉종 뿐 아니라 이들의 부속 세력도 전부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릉종과 서로 감응을 주고받자 은연중 연결이 이루어지면서 자릉종의 거대한 기세의 꽃은 더욱 단단하고 강력해졌으며, 무수한 빛이 자릉종 상공을 환히 수놓았다.
항소운은 높은 곳에 올라섰다.
그의 곁에는 적화행군을 비롯해 청귀와 절망, 병부사, 철탑, 금갑용귀, 두꺼비 등 서른 명에 달하는 전천 성인이 늠름하게 서 있었다.
본래 자릉종 출신인 몇 명을 제외하면 귀면교 출신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절망 군단의 아홉 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릉종이 현재 보유한 전천 성인이라 할 수 없지만, 문파의 강력한 전투력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그 뒤로는 제존 백 팔십 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들이 내뿜는 기세만 해도 상당했다.
다음은 인황과 소왕급 무인들로, 이들을 합하면 족히 만 명은 넘어서 규모로 압도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선 방통원은 제사장으로 분해 제단에 향을 피웠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외쳤다.
“자릉종은 중원 대륙에 뿌리를 내린 지 145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전천 성인은 서른 명이요, 제존은 백 팔십 명에 달하며 인황과 소왕급 무인은 만 명이 넘습니다. 저희 소종주께서는 동으로는 용문을 정복하고, 남으로는 연화루를 항복시켜 7품 세력 두 곳을 굴복시키셨습니다. 이로써 관할 성은 오십팔 곳에 이르며…….
하여 우리 자릉종이 8품 세력으로 승격할 수 있도록 수호 공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저 항소운, 자릉종의 모든 사람과 함께 자릉종의 8품 세력 승격을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이어서 항소운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자릉종의 8품 세력 승격을 승인해 주십시오.”
뒤편의 수많은 성인이 일제히 외쳤다.
뒤이어 백팔십 명의 제존도 한목소리로 외쳤다.
“자릉종의 8품 세력 승격을 승인해 주십시오.”
“자릉종의 8품 세력 승격을 승인해 주십시오.”
“자릉종의 8품 세력 승격을 승인해 주십시오.”
웅장한 목소리가 거대한 기세의 꽃을 뒤흔들어 하늘의 구름을 흩어지게 했다. 천왕주의 각 지역에선 이 엄청난 외침을 들은 이가 허다했고, 심지어 등용주에도 어렴풋이 들렸다.
거대한 기세의 소리는 창공을 울려 공회까지 뻗어나갔다.
서막 대주의 중앙 지대, 그곳 상공에는 커다란 성이 허공 속에 감춰져 있었다. 그곳에선 각 소주의 상황을 살필 수 있으며, 지금 자릉종의 강력한 외침도 느낄 수 있었다.
돌연 어떤 힘이 공간을 가르며 자릉종 상공으로 향했다. 자릉종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들의 어떤 움직임도 그 힘의 감응을 벗어날 순 없었다.
“자릉종은 승격 조건에 부합하니, 진급령(晋級令)을 받으라!”
진급령.
그것은 영패가 아니라 수호 공회의 최강자가 응집한 한 가닥 신력(神力)이었다.
이 신력은 수호 공회의 시험을 의미하는데, 만일 자릉종이 진급령을 받아내지 못하면 8품 세력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진급령을 받아내야만 자릉종은 비로소 8품 세력이 될 수 있었다.
진급령은 창공을 가로지르며 무수한 빛을 흩뿌렸다. 하늘은 이내 화려한 빛으로 물들었고, 천왕주와 등용주 그리고 다른 소주에서도 이 기이한 현상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8품 세력의 탄생은 대단한 일이었다.
각 지역의 무인들은 놀란 얼굴로 떠들어댔다.
“저건 수호 공회의 진급령이야. 어느 세력이 8품 세력에 오르려나 본데. 저기면 천왕주 쪽 아냐?”
“그래, 천왕주의 자릉종이야. 그 청년 성왕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소문에 따르면 자릉종과 제족이 원수지간이라던데. 이대로 자릉종이 8품 세력이 되면,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겠군.”
“8품에 도전하는 신진 세력이라. 한데 정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진급령 심사가 그리 간단치는 않거든.”
진급령은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항소운 등이 모여있는 방향으로 돌진했다.
예리한 신급 무기라도 되는 듯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자, 흡사 신급 고수가 공격을 퍼붓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힘이 터져 나왔다.
자릉종 상공의 힘이 전부 압도당하고 수많은 공간이 마구 밀려나는 가운데, 한없이 드넓은 힘이 떨어져 내렸다.
항소운은 거대한 기세를 응시하며 전신의 힘을 모두 방출했다. 태초의 시기가 용처럼 온몸을 휘감은 채 그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자릉종은 마땅히 8품 세력이 되어야 한다!”
“자릉종은 마땅히 8품 세력이 되어야 한다!”
“자릉종은 마땅히 8품 세력이 되어야 한다!”
자릉종의 모든 사람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각자 온 힘을 다해 가장 강력한 기세를 이루어내자 거대한 기세의 꽃이 쉴 새 없이 커지면서 여덟 장의 꽃잎을 지닌 연꽃 형상이 되었다.
연꽃은 자릉종 상공을 가득 뒤덮은 채 그 단단한 힘으로 진급령을 붙잡았다.
쿵-! 쿵-!
일순 요란한 충돌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자릉종 내부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지축이 흔들리듯 충격이 대단하여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자릉종은 마땅히 8품 세력이 되어야 한다!”
“자릉종은 마땅히 8품 세력이 되어야 한다!”
항소운은 계속해서 목청을 높였다.
전신에서 흘러나온 기세는 거대한 기세의 꽃과 동화를 이룬 듯했고, 그는 한 마리 용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라 진급령을 향해 갈퀴 같은 손을 쭉 뻗었다.
진급령은 이미 거대한 기세의 꽃에 붙잡힌 상태였다.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으나, 항소운이 그럴 틈을 줄 리 만무했다.
그는 어느새 진급령을 단단히 손에 쥐었다.
진급령은 8품 세력이 되었음을 승인한다는 뜻임과 동시에 수호 공회가 8품 세력에게 내리는 선물이었다. 손에 쥔 순간, 진급령은 수천수만 개의 빛으로 바뀌어 자릉종 구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것은 극도로 순수한 힘이요, 신이 하사하는 힘이었다.
가장 높이 있던 항소운은 맨 먼저 그 방대한 힘을 느꼈다. 입을 벌리고 꿀꺽 삼키자, 무수한 힘이 성해건곤으로 흡수되면서 무력이 순식간에 대폭 강해졌다.
2품 전천경 후기였던 그는 단숨에 2품 정점으로 뛰어올랐다. 신력은 그만큼 위대했다.
평소 같으면 힘을 계속 흡수했을 테지만, 오늘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얼마쯤 지나 바로 멈추었다.
자릉종 사람들은 힘의 존재를 느낀 순간,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힘을 흡수했다.
사람들은 모두 많은 수확을 얻었다.
가장 성과가 큰 이들은 소년 제자들로, 단숨에 3, 4품급을 훌쩍 뛰어올랐다. 다음으로 소왕급 무인과 인황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1, 2품급이 올랐으며, 제존 역시 경지를 돌파하거나 무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천 성인도 수확이 적지 않았다.
청귀의 경우 반 신급을 돌파하면서 기이한 현상을 불러일으켰고, 덕분에 자릉종 상공의 거대한 기세는 한층 강해졌다.
진급령의 힘은 반나절가량 지속되었다.
상공의 연꽃 형상은 더욱 단단히 응집되었고, 거대한 기세가 완벽한 형태를 이루면서 자릉종은 마침내 8품 세력으로 승격되었다.
그 사이에 대부분이 경지를 돌파했으며, 나머지는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수확을 얻었다.오늘 자릉종에서 벌어진 일은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하하. 나 세 품급이나 올랐어. 신난다, 신나!”
“난 두 품급. 이제 다음 경지도 얼마 안 남았어.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돌파했을 텐데.”
“와. 내가 입룡경에 오르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이건 신의 축복이야. 우리 자릉종이 승격돼서 이런 좋은 일이 생긴 거라고. 정말 기분 최고다!”
항소운은 자릉종의 변화와 문파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깊은 자부심을 느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외쳤다.
“아버지, 보셨어요? 자릉종이 8품 세력이 됐어요!”
과거 그는 가문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던 소년에 불과했다. 그리고 서른이 넘은 지금은 자릉종을 8품 세력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그간 무수히 흘린 땀과 피의 대가였다.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순간, 그는 눈빛을 번뜩이며 한 곳을 쳐다보았다. 무도천안을 발동해 일체의 허실을 꿰뚫자, 웬 사람의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항소운의 눈빛이 한순간에 복잡해졌다.
잠시 망설인 끝에 양천보를 내디뎌 창공 밖으로 쫓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기쁨에 들떠 있었다.
몇 사람은 항소운이 사라진걸 알았지만, 쫓아가 물을 수는 없었다. 위험이 감지된 건 아니라서 어쩌면 깨달음을 얻었거나 다른 급한 일을 처리하러 갔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