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7
제87화 우리가 만만해 보이더냐
암흑의 공간!
이것은 감옥처럼 속박된 공간으로, 명상 능력과 통찰 능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상 능력과 통찰 능력이 이 암흑 공간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이것은 알 수 없는 힘으로, 마치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것 같았다. 항소운도 자신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추었는지 영문을 알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갑자기 암흑 공간이 생겨나더니, 그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냈었다.
백호 혼령의 포효는 살아있는 호랑이의 울음소리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웠다. 그렇지만 이 암흑 공간 앞에서는 힘을 잃고 꽁꽁 묶이고 말았다.
백호의 혼령은 보고 들은 것이 많은 터라, 암흑 공간을 보고 놀라서 눈을 움츠리며 울부짖었다.
“젠장, 이건 명(冥) 황족의 사념 공간이잖아!”
두 줄기로 갈라져 나온 백호의 혼령은 그다지 크지 않아서, 그가 아무리 암흑의 공간을 뚫고 나오려 해도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힘이 일어나 그의 살기를 완전히 압도하는 것이었다.
어흥- 어흥-
백호의 혼령은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작은 힘이었다면, 암흑 공간이 혼령을 가둘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백호의 혼령은 발버둥을 멈추고 부드러운 기운을 형성하면서 온순한 작은 호랑이처럼 몸집이 줄어들더니 더는 항소운을 공격하지 않았다.
“명 황족이 뭐지? 암흑 공간은 또 뭐야?”
항소운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은연중 이 암흑 공간에 놀랄 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무지 그 핵심을 알 수 없었다.
“됐어, 계속 생각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데 뭐. 우선 이 백호의 힘을 흡수하고 난 다음에 다시 생각하자.”
항소운은 더 고민하지 않고, 전결을 운행하면서 백호 혼령의 힘을 9대 성진 안으로 흡수시켰다.
본래 그는 힘을 분산시켜 다른 성진들에 넣을까도 생각했으나, 바로 그 생각을 바꾸었다.
“이미 천둥의 성진을 하나 만들었으니까, 다시 금의 성진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항소운은 결심을 하자마자 백호 혼령의 힘을 전부 두 번째 성진으로 흘려보냈다.
백호 혼령의 힘이 그 안으로 모이자, 두 번째 성진이 계속 깜빡이며 그 힘을 동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있던 백호의 살기는 백호 족의 타고난 능력이었다. 놀랄 정도로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두 번째 성진을 소멸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항소운은 천둥의 힘을 흡수한 경험이 있던 터라, 즉시 혼령의 힘 중 일부분을 부드럽게 만들어 성해건곤과 패왕전천도로 흘려보냈다.
성해건곤은 어떤 힘도 흡수가 가능했기에 한도만 넘지 않으면 그 면적을 확대해 수용할 수 있었다.
한편, 패왕전천도는 본래 용과 호랑이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백호의 혼령은 마침 대검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줌으로써 검광이 다시 빛을 발하게 되었다.
백호 혼령의 힘이 흩어지자, 항소운도 몸이 훨씬 편해진 것을 느꼈다.
두 번째 성진은 천천히 몸집이 커지면서 그 안의 힘도 계속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흘러나온 힘이 온몸으로 흐르며 피가 끓어올랐고 혈도가 확장됐으며, 몸 안에 은하수가 형성되면서 무수한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항소운의 힘이 다시금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8품 성력경 중기에서, 후기, 정점을 지나 파죽지세로 9품 성력경의 관문까지 돌파했으나, 여전히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섭게 치솟고 있었다.
* * *
한편, 금하곡 밖에서는 인간과 금사악 왕 간의 전투가 격렬히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들이 강제로 금하곡을 점령하려 들자, 당연히 금사악족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양측 간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비록 수없이 많은 금사악 왕이 죽고 다쳤으나, 그들은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9품 요수 왕의 경지에 오른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이런 최상위 요수 왕이 나타나 인간족 두 명을 산채로 삼켜버리자, 하락과 막차가, 소뇌왕 등은 놀라서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금하곡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그곳은 영원히 금사악족의 구역이었기에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었다.
“당시 금사악이 자라도록 내버려 둔 것이 이런 화를 불러올 줄이야!”
하락이 힘겨운 전투에 기진맥진해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그는 9품 요수 왕의 공격에 왕급 갑옷마저 깨져버리고 말았다. 빨리 도망치지 않았다면, 아마 목숨까지 잃었을 것이다.
“이건 아마도 금하곡의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 비밀도 지킬 수 없게 됐으니 금사악도 완전히 멸망하게 될 겁니다!”
소뇌왕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운애각에서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만일 부각주인 뇌왕이 직접 오신다면 금사악들도 꼼짝 못 할 겁니다.”
누군가 소뇌왕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말을 했다.
뇌왕은 소뇌왕은 스승이자, 그의 의부였다.
뇌왕은 이미 왕의 정점에 오른 자로, 곧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존재였다.
“의부님은 지금 경지를 돌파 중이시라, 이곳에 오지는 못하실 겁니다.”
소뇌왕이 스승에 대한 존경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평생 누굴 보며 탄복을 한 적이 거의 없었으나, 의부는 그가 마음속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그건 정말 경하드릴 일입니다. 이번에 부각주 어른께서는 분명 성공하실 겁니다!”
옆에서 비위를 맞추던 자가 기뻐하는 낯으로 말했다.
그러자, 하락이 웃는 얼굴로 거들고 나섰다.
“부각주 어른의 무공은 천하에 따라올 자가 없지. 게다가 타고난 재능은 각주 어른까지 칭송하실 정도니까, 이번에 분명 무난히 성공하실 게 틀림없어. 백력아, 앞으로 황제가 든든하게 널 받쳐줄 테니 천하를 제패하는 것도 문제없겠구나!”
막차가는 소뇌왕의 오만함이 내심 거슬렸지만, 황제의 수양아들 앞에선 태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큰 경사로구나! 우리 운애성에서 다시 절세의 강자가 나타나다니!”
한편, 금하곡에는 무수히 많은 금사악 왕이 다시 열린 동굴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 중, 9품 금사악이 갑자기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훤칠한 키에 금발을 하고 있었고 눈은 삼각형 모양으로 몸에는 악어 갑옷을 둘렀다.
온몸에서 강한 요수의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의 곁엔 모습을 바꾼 요수의 왕이 여럿 있었는데, 그들은 사방에 널린 동료들의 시체를 보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족장님, 호랑이 소리는 이 안쪽에서 들려왔습니다. 아무래도 호랑이 황족이 이 안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수 왕이 긴장한 얼굴로 동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금사악 족장은 아무 말 없이, 요수 왕의 시체를 하나 들어 동굴 아래로 떨어뜨렸다.
요수 왕의 시체가 아래로 떨어지자, 순식간에 살기가 일어나면서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금사악 족장이 눈썹을 찡그리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종족은 살기의 힘에 의해 몸이 바뀌면서 강해지게 된 거지. 이 힘이 없었다면, 우리 금사악 족도 없었어. 호랑이 황제시여,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저희 금사악을 신하로 받아주십시오!”
그러더니, 금사악 족장은 동굴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다른 금사악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 * *
사흘이 지났다. 드디어 인간 중 고수가 금하곡에 다시 찾아왔다.
하늘 가장자리에 몇 대의 전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 전차는 다섯 마리의 흑매가 이끄는 마차였다. 그 안에는 가장 적은 수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두 번째 전차는 늑대 왕이 이끄는 마차로,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나머지 몇 대의 전차는 요수 왕이 끌고 있었는데, 적어도 열 명이 타고 있었다.
이번에 운애성에서는 총 37명의 왕을 파견했다. 이들 중 우두머리는 운애각 2장로인 흑응왕(黑鷹王)으로, 첫 번째 전차에 타고 있던 중년의 남자였다.
그의 옆에 있는 자는 검은 옷을 입은 수련한 외모의 젊은이로, 소뇌왕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뒷짐 지고 선 채, 검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멋스럽고 품위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이름은 장효우(张晓宇)였다. 운애각의 젊은 천재 중 하나로, 소뇌왕과 더불어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흑응왕의 유일한 제자로 소응왕이라 불렸다. 그의 어깨에는 이종 매가 한 마리 앉아 있었는데, 날카로운 눈매와 도도한 표정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마리의 늑대 왕이 끄는 전차에는 용소랑(龍嘯狼)이라는 이름의 장로가 있었다. 그는 운애각의 7장로로 이곳에선 흑응왕 다음으로 실력이 높았다.
그들 일행 중에 이 세 사람의 명성이 가장 높았다.
그들이 도착하자, 하락과 막차가 그리고 소뇌왕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현재 무슨 상황인지, 하락 장로께서 말씀해 보시지요!”
흑응왕이 전차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자 어느 누구도 감히 쳐다보지를 못했다.
하락 장로가 금하곡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아니, 9품 요수 왕이라니!”
흑응왕은 금사악 중에 이런 존재가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안색이 변했다.
흑응왕은 겨우 8품 정점의 실력이었던 것이다.
설령 비장의 무기를 사용해 9품 비천의 경지에 오른다 해도,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맞습니다. 본래 그것들은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강력한 요수 왕이 나타날 줄은 저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빨리 도망치지 않았다면, 이미 죽어서 그놈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었을 겁니다!”
하락이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다른 요수 왕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흑응왕이 다시 물었다.
“이미 한 무리가 죽었고, 남은 놈들은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우리 인원이면 그놈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하락이 대답했다.
“그럼 우선 금하곡을 점령하고, 다시 상황을 보도록 하지요!”
흑응왕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이때, 용소랑이 입을 열었다.
“9품 요수 왕은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장로님과 제가 힘을 합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네. 나 혼자 그놈을 죽여서, 경지를 돌파하는 데 이용하겠네.”
흑응왕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앞장을 섰다.
그들 일행은 기세도 당당하게 금하곡으로 쳐들어갔다.
스윽-
그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수많은 금사악이 경계에 나서기 시작했다.
금사악 족장은 이십여 마리의 요수 왕을 거느리고 정면에 나타나더니 흉악한 기세로 말했다.
“인간족, 다시 우리 구역을 침범하려는 것이냐?”
“너희가 금하곡에서 물러나면,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놓아주겠다!”
흑응왕이 흑매를 밟고 서서 금사악 족장을 응시했다.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은 우리가 오랫동안 살아온 구역인데, 아무도 우리를 여기서 몰아낼 수 없다!”
금사악 족장이 단칼에 거절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 인간족이 먼저 우리 구역을 침범해놓고 무슨 망발이야? 그렇게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더냐?”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고 나자, 뒤에 있던 수많은 요수 왕이 일제히 사나운 기세를 드러내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래? 어리석은 놈들한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지. 모조리 죽여 버려라!”
흑응왕은 가차 없이 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흑응왕은 매의 발톱을 들어 금사악 족장을 잡으려 했다. 흑응왕의 공격이 얼마나 빨랐던지, 검은 안개가 스쳐 지나가듯 흑매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무서운 힘을 드러냈다.
요수 족은 본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종족이었다. 금사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인간족의 많은 왕들 역시 전투 자세를 취하면서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사정없이 휘둘렀다.
우르르 쾅쾅!
순간, 하늘에서 무수한 빛이 폭발하며 찬란한 불꽃이 사방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