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70
제870화 소생 경지는 아니겠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자는 항소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절대 자신을 발견할 수 없으리라 믿었다.
사실 그는 명황족이었다. 지금은 명영둔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고, 무공은 자그마치 마신(魔神) 경지였다. 그는 남천마 구역에서 가까스로 인간족의 감시를 벗어나 항소운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조금의 허점도 남기지 않았는데, 그만큼 은신술이 대단했다.
“대인, 거기서 뭐 하십니까? 혹시 절 찾아오신 겁니까?”
어느새 명황인에게 가까이 다가간 그가 태연히 물었다.
명약하(冥若河). 중원 대륙에 새로이 나타난 마신으로, 명혼공간과 명영둔을 각성한 자이다.
중원 대륙은 마족이 생존하기에 몹시 불리한 환경이었다. 명약하가 그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마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노마신(老魔神)의 도움과 그 자신의 순수한 혈맥 덕분이었다.
한편, 항소운이 마족으로 밝혀진 후, 남천마의 명황족은 항소운을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자신들이 마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항소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알려진 대로 명황족은 아주 강한 종족이지만, 마연을 떠나 중원 대륙에서 천지의 압박을 계속 받다 보니 이제는 인간족 강자에 맞설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무리해서 남천마의 땅을 떠난다면, 그때부턴 인간족 고수들이 전력을 다해 죽이려 할 터. 그렇다면 지금껏 혈통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명약하는 인간족 강자의 감응을 가까스로 피해 가면서 수차례 조사한 끝에 마침내 항소운의 행방을 찾아냈다. 이곳에 나타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지금 그는 항소운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아무리 네 몸속에 우리 황족의 피가 흐른다 해도 내 존재를 발견하긴 힘들 텐데, 어떻게 알아낸 것이냐?”
이에 항소운이 담담히 대꾸했다.
“그건 아실 필요 없습니다. 아마도 대인은 중원 명황족에서 오신 분이겠죠?”
“맹랑한 녀석이군. 널 단박에 죽일 수도 있는데 겁나지 않느냐?”
명약하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한다면 대인께서도 무사히 빠져나가진 못할 겁니다.”
항소운은 여전히 침착했다.
자릉종에는 자전신후가 있었다. 만약 명약하가 조금이라도 힘을 쓰면, 자전신후가 바로 알아차릴 터였다.
“자신만만하군.”
명약하는 마뜩잖은 듯 노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나와 같이 가자. 족장께서 널 만나고 싶어 하신다.”
분명한 명령조였다.
가능한 무력은 쓰지 말라고 족장이 신신당부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억지로 끌고 갔을 것이다.
그러나 항소운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상대를 응시했다.
“지금은 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머지않아 남천마에 한 번 가기는 할 겁니다.”
“당장 가야 해!”
명약하가 버럭 호통을 쳤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명약하의 기세는 이미 항소운을 꽉 붙잡고 있었다. 상대가 다시 안 된다고 하면, 이번에는 강제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주 소량의 마기지만 기세를 발산하자, 자릉종 깊숙한 곳에 있던 자전신후가 곧바로 알아차렸다. 자전신후는 눈 깜짝할 사이 항소운 옆에 나타났다.
명약하는 화들짝 놀랐다. 이런 작은 곳에 신급 강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패왕, 괜찮으십니까?”
자전신후의 감응력은 대단했다. 그는 공기 중에서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마신의 힘이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근처에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는 자신의 느낌을 믿었다.
항소운은 손을 내저었다.
“지금은 괜찮아. 우선 여기 있게.”
자전신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감응력을 총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약하의 존재를 찾아냈다.
‘정말 잘 숨었군.’
“먼저 돌아가세요. 일을 마치면 명황족에 들르겠습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항소운은 명황족 고유의 표식인 전문을 미간에 드러냈다. 명약하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명약하는 상대가 명황족의 전문을 드러내 보이자,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인간족 신급 강자가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신급 강자가 몰려드는 상황은 아무래도 피하고 싶었다. 종족의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언제 올 수 있느냐?”
명약하가 물었다.
“빠르면 반년, 늦어도 일 년 안에는 갈 겁니다.”
항소운이 대답했다.
명황에게는 5년 안에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3년이 흘렀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은 2년.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다만 중요한 건 명황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항소운은 중원 대륙에 화를 초래하는 일만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다.
“좋다, 약속은 꼭 지켜라.”
명약하는 영패를 하나 건넸다.
“이 영패가 길을 안내해줄 거다.”
그러고는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패왕, 그자는 갔습니까?”
자전신후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그래, 우리도 이만 돌아가자.”
자전신후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전적으로 항소운을 믿고 있었다.
자릉종이 8품 세력에 오른 것은 큰 경사였다.
항소운이 사흘을 경축 기간으로 선포하자, 문파 사람들은 신이 나서 금세 잔칫집 분위기가 되었다.
경축 기간이 끝난 후, 항소운은 아랫사람에게 여러 일을 지시한 뒤 절망을 따로 불렀다.
“절망, 지금 경지가 대성에 거의 근접한 상태지?”
“맞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바로 돌파할 수 있을 겁니다.”
절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게 다 소종주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자릉종이 8품 세력으로 승격할 때, 절망도 적잖은 수확을 얻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손사래를 치며 말을 받았다.
“그건 자네 기초가 탄탄해서야.”
“절망, 반년 내로 대성 경지를 돌파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
“반년은 어렵지만, 5년 내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절망의 얼굴에 난처한 미소가 어렸다.
최상급 성인에게 대성 경지 돌파는 인생의 커다란 분기점이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천 성인이 대성에 오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만큼 대성은 오르기 힘든 경지였다. 하지만 대성이 된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니, 잘린 팔다리가 다시 붙고 명이 크게 늘어나며 소생 경지를 꿈꿀 수 있었다.
“그동안 약탈한 자원만 해도 엄청날 텐데, 그걸로도 힘들단 말인가?”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약탈한 물건은 전부 형제들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 최상급 성물은 하나도 없었고요. 그래서 단기간에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절망이 대답했다.
“알았네. 그럼 내가 도와주지. 분명 반년 안에 해낼 수 있을 거네.”
항소운은 그 길로 절망을 데리고 구성궁산(九星宮山)으로 향했다. 일전에 구성궁진을 설치한 터라 이 근방에서 천지의 힘이 가장 짙었다. 앞으로 구성탑까지 완공되고 나면 대성급 대형 진이 될 테고, 향후 신급 진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절망은 소종주가 무슨 방법으로 돕겠다는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믿고 싶었다. 소종주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청년 성왕이었다.
절망이 항소운을 따라 구성궁산에 도착하자, 그곳엔 이미 자전신후와 적화행군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절망이 자전신후와 적화행군을 처음 만난 날은 항소운을 따라 자릉종에 왔을 때였다. 당시 그의 실력으로는 두 사람의 무공을 간파할 수 없어 그저 청귀와 비슷한 수준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만났는데도 두 사람의 기운은 여전히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어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저 자줏빛 머리칼의 소년이 그러했다. 번개처럼 번뜩이는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굉장한 압박감 때문에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설마 소생 경지는 아니겠지?’
절망은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었다.
“절망, 이 두 사람은 태상 호법인 자전과 적화라네. 자네보다 무공이 높으니, 앞으로 수련 과정에서 의문이 생기거든 이들에게 물어보게.”
항소운은 절망에게 자전신후와 적화행군을 소개했다.
두 사람의 신분은 다소 특별했다. 중원에서 모습을 감춘 지 어언 만 년. 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적들이 알게 되는 순간 지금의 자릉종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절망은 서둘러 예를 갖추었다.
“두 대인을 뵙습니다.”
“패왕께서 소개하는 사람이면 절대 평범한 자는 아니겠지. 앞으로 우리 아우로 삼으면 되겠군.”
적화행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만약 반 신급 경지까지 오르면, 우리 5대 장군 중 한 사람도 될 수 있겠어.”
자전신후는 이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절망이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특히 절망의 기운은 살육의 도를 의미하여 두 사람의 성격에 가까웠다.
절망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비록 지금은 이들보다 무공이 낮긴 하지만, 자신은 곧 대성의 경지에 오를 인물이었다. 그리고 장차 소생 경지에 오를 자신도 있었다.
항소운 외에는 그 어떤 누구에게도 아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절망을 반년 안에 대성으로 만들 생각이니, 알아서 훈련 시키게.”
항소운은 두 사람에게 절망을 맡기고는 혼자 돌아갔다.
“아우야, 대성 경지에 거의 근접했구나. 내가 제대로 단련시켜서 반년 안에 돌파할 수 있게 해주마.”
적화행군은 절망을 향해 다짜고짜 갈퀴손을 쭉 뻗었다.
적화행군은 이미 전생의 전투력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절망 앞으로 들이닥쳤다.
절망이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가슴팍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흡!”
절망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두 눈에 전의가 불타오르면서 절망광도를 뽑아 들고 덤벼들었다.
두 사람은 곧 창공 밖으로 날아가 싸움을 이어갔다.
한편, 항소운은 궁금음과 나찰녀, 곽파를 차례로 만나러 갔다. 태초의 시기로 세 사람의 육신을 깨끗이 씻겨 수련 과정을 더욱 평탄하게 만들었다.
현재 궁금음의 금도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무공은 제존 경지였다. 칠절음(七絶音) 중 오절(五絶)을 깨우쳐서 자신보다 두 품급 높은 적은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나찰녀는 용봉 학당의 제자답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용문과의 싸움에서도 용옥강을 가볍게 물리치며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태초의 시기에 육신이 깨끗이 씻기자, 전투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항소운은 이번에 용봉 학당으로 돌아갈 때, 나찰녀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곽파는 여러 원로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일전에 항소운이 지도해준 덕분에 빠른 속도로 비천경에 올랐다. 무엇보다 동술(瞳術)에 능해 훨씬 강한 상대도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