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885
제885화 손두공
“정말 빠르다!”
절세 무인 중 누군가 소리쳤다.
“명색이 성림방 1등인데,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 이번에는 염열이 너무 약했어.”
옆에서 다른 자가 대꾸했다.
연무대 위의 염열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생생한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과 항소운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함을 느꼈다.
“내가 졌다.”
염열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연무대 아래로 터덜터덜 내려갔다.
염열이 내려가자, 다른 이가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나갔던 거냐? 어휴, 내가 다 쪽팔리네.”
그러고는 항소운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나 손두공(孫斗空)이 상대해주마.”
그러더니 연무대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손두공은 천궁(天宮) 태상호법의 직전 제자이다.
뛰어난 무공으로 문파 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지만, 남자다 보니 소궁주는 될 수 없다.
그래도 유력한 차기 부궁주 후보였다.
천궁은 아주 탄탄한 세력이었다.
비록 선로궐이나 광릉궁, 신맹과 같은 고대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해도 흑암마종에 견줄 정도이며, 어느 면에선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손두공은 열 명의 절세 무인 중 다섯 번째로 강한 인물이다.
백오십 살로, 진무 학당 전기수 중 유명한 천재였다.
“손두공? 진무 학당 전기수 대사형이잖아. 저분이 여기 왔을 줄이야. 같은 경지에선 적수가 없다던데, 항소운이 상대가 될까? 아무래도 너무 어린데.”
“듣자 하니 손두공은 백 살에 최상급 성인에 맞서 싸울 무공이었대. 근데 대성한테 쫓기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나 봐. 그러지 않았으면 진작 대성이 됐을 텐데 말이야.”
“따지고 보면 우리 흑암마종과 천궁이 친분이 깊은 건 아니지. 한데 아가씨와 혼인하겠다고 온 걸 보면 참 보통내기는 아니야.”
“이젠 손두공도 대성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이라던데, 항소운이 상대가 되려나.”
손두공은 대략 서른 즈음으로 보였다.
짧게 자른 머리, 간소한 무복, 등에는 철봉을 메고 있었다.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강렬한 눈빛을 지닌 사내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희는 음양전체다. 장차 가장 강한 여인이 될 테지. 그녀만이 내 여자가 될 자격이 있어. 너한테는 과분한 여자야.”
“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 아닌 거 같은데?”
항소운이 태연히 맞받아쳤다.
“연무대 위에선 내 말이 곧 법이다!”
손두공은 포효를 내지르며 전신에 어둠의 힘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손에 쥔 인장을 힘껏 내던졌다.
흑암봉천인(黑暗封天印)!
그는 상대에게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어둠의 힘이 응집된 인장이 거침없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흑암봉천인은 평범한 성급 기술이 아니라 대성급 기술이었다.
신급 기술 잔결본에 견줄 만큼 대단하여, 천지를 봉인하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항소운의 두 눈에 전의가 슬며시 일었다.
“날 이기고 싶다면 이 정도로는 안 되지. 네 능력을 전부 보여봐라!”
이러면서 어둠의 장법을 날려 흑암봉천인에 맞섰다.
곧 쿵, 하는 육중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상대방이 어떤 성진의 힘을 쓰면 자신은 어떤 힘으로 맞서 싸울지 훤히 그려졌다.
다만 손두공은 진무 학당의 전기수 대사형답게 무공이 상당했다.
현 경지는 7품 전천경 정점이나, 실제 무공은 놀랍게도 대성급에 달해 아까 싸웠던 염열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항소운은 절세 무인의 무공을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힘을 빼고 싸웠다.
쿠궁-!
두 사람은 순식간에 천여 합을 겨루었다.
충돌의 여파로 강력한 힘이 사방으로 쉴 새 없이 흩날렸으나, 신석(神石)으로 지어진 데다 결계를 쳐둔 덕분에 아직 연무대는 굳건했다.
현란한 대결에 좌중은 눈을 떼지 못했다.
다만 두 사람의 세세한 동작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흑암마종의 대성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 젊은이들의 실력이 참으로 대단하구려.”
항소운과 손두공의 무공은 전 세대 성인도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고작 이 정도냐?”
항소운이 슬슬 지겨워졌는지 비꼬듯 말했다.
스승께서 보셨다면, 또 싸움을 질질 끈다며 꾸지람을 들었을 것이다.
스승께선 적과 싸울 때는 일격에 제압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비록 손두공과의 대결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상대의 공격은 핵심이 비어 있었다.
상대가 비장의 수단을 아껴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하하. 네 경지면 대성급 전투력을 유지하는 것도 얼마 못 가겠군. 조금만 더 끌면 알아서 포기하겠지.”
손두공은 껄껄 웃었다.
상대는 지금 지구력을 겨루고 있었다.
비장의 무기를 꺼낼 생각은 애초부터 없던 것이다.
“그런가?”
항소운은 냉소를 짓더니, 속도를 높여 장법을 순식간에 여든한 차례 날렸다.
유명열지장(幽冥裂地掌)!
과거 전천 성인을 여럿 죽이면서 성급 기술을 꽤 많이 손에 넣었다.
이는 그중 한 장법으로, 가공할 만한 힘을 발휘했다.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장법이 날아오자, 손두공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전광석화처럼 빠른 공격 속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방어력이 일순 무너지며 나뒹굴고 말았다.
“마지막 기회를 주마. 이번에도 비장의 수단을 꺼내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어.”
항소운은 공격을 멈추고 쓰러진 적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손두공은 기세를 일으켜 몸에 들러붙었던 어둠의 힘을 모조리 떨쳐내고는 껄껄 웃었다.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네게 대성을 죽일 능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마. 허나 아직 넌 내 상대가 못 돼.”
손두공은 등 뒤에서 철봉을 천천히 꺼냈다.
“이건 대성급 무기 ‘감천곤(憾天棍)’이란 거다. 무게만 해도 자그마치 일만 팔천 근에 달하지. 이제부턴 이 무기로 널 상대해주마.”
손두공의 간결한 움직임을 따라 감천곤에서 힘이 뻗어져 나갔다.
감천구곤(憾天九棍) 제1식 감동천지(憾動天地)!
돌연 항소운은 사방이 꽉 막혀 도무지 피할 곳이 없다고 느꼈다.
봉의 위력은 거대했고, 사방을 봉쇄하는 힘이 있었다.
일격에 적을 제압해 무찌르는 기가 막힌 기술이었다.
‘정말 대단한 봉술이다. 봉을 다루는 능력은 이미 대단한 경지에 올라섰군. 정신을 무기에 완전히 집중하니, 간결하면서도 극강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구나.’
항소운은 내심 감탄하며, 재차 유명열지장을 펼쳤다.
이번에는 더욱 속도를 높여 같은 시간 동안 365차례나 장법을 날렸다.
빠르지만 가공할 힘이 손두공의 감천곤과 힘껏 충돌했다.
콰과광!
산이 무너져내린 듯 거대한 폭발음이 길게 이어지더니 연무대가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감천구곤 1식을 막고 나자, 손두공이 기다렸다는 듯 봉을 재차 휘둘렀다.
감천구곤 제2식 혼원귀일(混元歸一)!
봉을 휘두르자, 봉 하나가 아홉 개로 늘어난 듯하더니 항소운 앞에 들이닥친 순간 다시 하나가 되면서 위력이 아홉 배로 늘어났다.
설령 대성이라 해도 저 봉에 맞는다면 짓이겨질 게 뻔했다.
연무대 아래 몇몇 무인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절대 받아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항소운도 압박감이 없지는 않았다.
서둘러 어둠 본연의 힘과 어둠의 진의를 최대로 끌어올리자, 장법에 묘한 힘이 생겨나면서 등 뒤로 한 형체가 홀연히 떠올랐다.
흡사 저승의 왕이 나타난 듯 무시무시한 장력이 터져 나와 손두공의 공격을 그대로 막아냈다.
확실히 그는 태초의 전체를 이룬 후로 달라져 있었다.
하나의 성진의 힘을 썼을 뿐이지만, 실제 발휘되는 전투력은 품급을 여러 단계 초월한 상태였다.
이는 태초의 시기를 다양한 성진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데다 성해건곤이 품고 있는 힘이 9대 성진이 합쳐진 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달리 말하면 어떤 성진의 힘을 사용하든 구성전체에 필적할 만한 공격력이 발휘된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하다는 편이 옳다.
성해건곤은 이미 성진이 되었고, 조각난 9대 성진과도 합일을 이루어 반 신급에 버금가는 힘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어둠의 힘만으로도 손두공의 공격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었다.
“굉장하군. 허나 아직 한 차례 더 남았다. 다음 공격까지 받아내면 그땐 내 패배를 인정하마.”
손두공은 상대의 무공이 이토록 강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분한 건 상대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더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는 한층 진지해진 표정으로 극강의 힘을 펼쳤다.
감천구곤 제7식 역란건곤(逆亂乾坤)!
감천곤은 대성급 무기지만, 감천구곤은 진정한 신급 기술이다.
그중 일곱 번째 초식까지 연마했다는 것은 최상급 대성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이번 공격으로 연무대 위 공간은 박살 났다.
저 놀라운 공격을 대체 무엇으로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이로써 손두공은 최상급 대성 이하로는 가뿐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두 봉술까지 연마한다면, 반 신급을 죽이는 것도 문제없었다.
좌중은 소란스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진짜 겁나는 봉술이네. 신급 밑으로는 막질 못하겠는데.”
“‘감천구곤’은 오래전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손두공이 손에 넣었을 줄이야. 예전에 중상만 안 당했어도 진즉 대성이 됐을 사람이라고. 저 정도면 절세 무인 열 사람 중 3위도 문제없겠는데.”
“그나저나 항소운이 막아낼 능력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이번에도 막아내면, 난 아가씨 배필감으로 인정한다.”
“그래도 9대 성진의 힘을 전부 융합했다잖아. 전력을 다해서 제대로 싸우면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야 좀 재밌군.”
항소운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거대한 기세를 일으키며, 음양 방패를 손에 쥐었다.
방패는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감천곤을 막아냈다.
쿵-!
막강한 힘이 방패에 묵직하게 부딪혔다.
일순 방패가 회전하면서 강한 반탄력이 생겨나더니 감천곤의 힘을 대부분 날려 보냈다.
그래도 남아있는 여력 탓에 항소운은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넌 절대 이길 수 없어!”
손두공의 확신에 찬 포효가 들려왔다.
성진의 힘을 모두 폭발시키자, 감천곤의 위력이 무서운 속도로 강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무대가 먼저 터져버릴 것 같았다.
과연 진무 학당의 전기수 대사형다운 실력이었다.
“흥, 그 정도 실력으론 어림없어.”
항소운도 질세라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양손을 회전하자, 음양 방패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한층 강해진 반탄력이 감천곤의 힘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 바람에 손두공도 덩달아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손두공이 자세를 가다듬을 새도 없이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큰일 났다!’
손두공은 상대가 못 본 척 지나갈 리 없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상황을 만회할 새도 없이 항소운의 공격이 일순간 밀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