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12
제912화 신이라 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번에 동 내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항소운을 죽이라는 명을 받았다.
아울러 우채접을 꼭 데려오라는 분부가 있었다.
양측은 목표만 같을 뿐, 출발 날짜나 지점은 달랐다.
당연히 항소운이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저 조용히 수행에 집중하며, 하루빨리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그의 무공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여, 4품 전천경 중기에서 후기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핵을 삼켰더니 마기의 경지도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그는 성진이 모두 파괴됐던 끔찍한 기억을 지금도 잊지 않았다.
당시 마기의 경지는 아무것도 없던 자신을 지켜주던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진작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기의 힘은 절대 없앨 수 없었다.
다만 마족과 싸울 때는 아무래도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몸속에 마혈이 흐르기 때문이리라.
아울러 음검결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혹 마연에 들어가더라도 음검 없이는 불가능했다.
특히 마신을 상대로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음검결은 진정한 신급 기술이었다.
그만큼 위력도 대단한데, 분신이라면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체내의 전천도를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
일전에 전천도가 완전히 망가진 뒤로 성해건곤에 넣어 두었는데 이젠 태초전체에 어울릴 만한 병기를 만들 때였다.
그는 자신의 정혈과 태초의 시기를 이용해 전천도의 옛 모습을 구현해냈다.
이제 신급 재료만 있으면 전천도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항소운에게 있어 광명성검이나 묵호신도, 음검은 운명의 무기가 아니었다.
현재 성해건곤에 있는 전천도야말로 가장 손에 익은 무기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은 쓸 만한 재료를 찾지 못했다.
전천도만 멀쩡했으면 이곳에서 함께 싸웠을 텐데 말이다.
“혼돈지석이 한 개만 더 있어도 좋을 텐데.”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는 보름간 정비를 거친 후, 다시 전장에 나갈 채비를 했다.
남은 2년 반 동안 무공을 전천경 후기까지 높일 작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분신도 신급 적에 맞설 수 있을 터였다.
출관을 하고 보니 적잖은 사람이 주둔지 밖에 모여 있었다.
서귀에게 물으니, 전부 방랑 무인이란다.
그들은 중원 대륙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있으나, 실력에 한계가 있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수호신의 제자인 항소운의 명성을 듣고선 그를 따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패왕, 마침 우리도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다들 실력도 나쁘지 않으니, 아군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서귀의 말에 항소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가서 살펴보세.”
문파를 키우든 아니면 마족을 토벌하든 간에 어쨌든 그들을 만나볼 필요는 있었다.
밖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전부 백 오십 명 정도로, 입룡경에서 전천경에 이르기까지 실력은 천차만별이었다.
남녀노소가 다양하게 섞였으나, 하나같이 경외심에 찬 눈빛으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그는 보름 전 활약으로 자신의 강함을 세상에 입증했다.
이미 수호령 중 하나는 그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는 자릉종의 소종주였다.
말이 소종주지, 실상은 자릉종의 진짜 주인이었다.
이렇게 앞길이 창창한 젊은 주인을 모실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패왕을 뵙습니다!”
백여 명의 방랑 무인이 일제히 허리 굽혀 인사했다.
“모두 일어나라. 듣자 하니 나를 따르겠다고?”
항소운이 물었다.
“네, 목숨 바쳐 패왕을 모시겠습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의 맹세는 믿는다. 허나 시험은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내 수하 중 불충한 자는 결코 없어야 할 것이야.”
항소운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이 없는 자는 나가도록 해라. 만약 불경한 마음을 품고 접근했다가는 아주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거다.”
그는 처음부터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야 어물쩍 가세하려는 자를 걸러낼 수 있을 터였다.
과연 몇 사람이 조용히 물러갔다.
그들이 떠난 후 남은 자들은 서귀에게 시험을 맡겼다.
서귀의 능력이면 저들도 간악한 수는 쓰지 못할 터였다.
항소운은 그들 중에서 꽤 괜찮은 재목감을 몇 발견했다.
충성심에 문제만 없다면, 집중적으로 육성해도 좋을 듯싶었다.
그는 다시 본격적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이번에는 마족 심부로 곧장 쳐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야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해 경지도 빨리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생각대로 해보는 거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무턱대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신급 강자가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죽으러 갈 수는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들어가서 신급 강자부터 암살해야 더욱 확실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미처 떠나기도 전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우화염이 반신 두 사람을 데리고 예까지 찾아온 것이다.
우화염은 꽃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처럼 한없이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미색에 수많은 무인이 넋을 잃고 감탄했다.
그녀는 항소운의 주둔지 앞에 내려섰다.
그녀의 능력이면 항소운이 만든 진법 정도는 가볍게 뚫을 테지만, 그녀는 선뜻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외쳤다.
“항소운, 우채접. 밖으로 나와라.”
두 사람은 피할 곳이 없는 걸 알기에 손을 맞잡고 걸어 나왔다.
“돌아가세요. 전 절대 따라가지 않을 거예요.”
우채접이 차분히 대꾸했다.
“너희 일로 집안이 얼마나 시끄러운 줄 아느냐? 날 따라가지 않으면 장로들께서 노하실 텐데, 그때 가서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
우화염은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 말로 타일렀다.
“우가 사람이 전부 온다 해도 채접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이미 제 여인이 됐으니까요.”
항소운은 우채접을 끌어안으며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뭐, 뭐라? 벌써 망측한 짓을 저질렀단 말이냐?”
우화염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망측한 짓이라뇨? 저와 채접은 전생부터 이어져 내려온 부부란 말입니다. 만약 계속 우릴 방해한다면, 제가 직접 우가 심부로 쳐들어가 전부 뒤집어놓을 겁니다.”
그의 태도는 완강했다.
“정말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
우화염은 극도로 노했다.
기세가 화르르 일어나더니 신급 힘이 항소운을 덮쳤다.
그러나 그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소리쳤다.
“정 싸우겠다면 피하지 않겠습니다.”
곧이어 반 신급에 육박하는 전투력이 여지없이 발휘됐다.
우채접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일순 강력한 기세가 휘몰아치면서 봉황의 허상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항소운과 달리 전생의 힘을 일찌감치 육신에 흡수했다.
본래 지녔던 힘의 봉인을 차츰 풀고 있어서 머지않아 전생의 경지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그녀의 성장 속도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좋다, 오늘 너희를 잡아다가 장로들께 심판을 맡기겠다.”
우화염은 못마땅한 낯으로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신력으로 두 사람을 고정하고는 꽃 문양의 장법을 좌우로 날렸다.
빠르고 맹렬한 공격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항소운은 사악한 기운을 번뜩이며 호통을 치더니 곧장 명혼공간을 펼쳤다.
명혼공간에 우화염을 가둘 수만 있다면, 제아무리 신이라 해도 굴복시킬 자신이 있다.
순간 우화염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바로 몸을 빼내려 했으나, 항소운과의 거리가 워낙 가까웠던 탓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항소운의 명혼공간은 실로 거대해서 한 지역을 족히 가둘 정도였다.
아무리 우화염이라도 이번에는 꼼짝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급 강자는 역시 달랐다.
그녀는 불꽃 한 송이를 피워내 자신의 몸을 감쌌다.
이어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항소운의 속박의 힘을 꽃 밖으로 밀어내어 정작 그녀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여기가 명혼공간인가? 한데 아쉽게 됐군. 넌 경지가 너무 낮아서 날 제압하긴 불가능해.”
그녀는 냉소를 짓더니 수인을 맺어 명혼공간의 방어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럴까?”
곧이어 분신이 나타났다.
회색빛 죽음의 눈은 정확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항소운에게 죽음의 눈이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 턱이 없었다.
시선이 마주한 순간, 그녀가 본래 가지고 있던 무한한 생명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크게 놀랐다.
소생의 경지를 돌파한 후로 그녀의 인생에 자연사란 개념은 사라졌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명력이 감소하자, 그간 잊고 있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의 젊은 외모를 잃게 될 것이다.
그녀가 놀라 허둥대는 사이, 어느새 항소운이 곁에 나타났다.
그는 시간의 도를 서서히 운용했다.
그러자 급류가 흐르듯 정체 모를 힘이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몰라보게 늙어버린 자신이 보이는 듯했다.
‘저게 정녕 나란 말인가.’
아무리 신급 강자라도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 사이 항소운의 수검이 목을 슥 긋자,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
허나 이 정도에 죽을 그녀가 아니었다.
수검이 목에 닿기 전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서둘러 피했다.
“도망 못 간다!”
그는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전력을 다해 회전시켰다.
그러자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는데도 무시무시한 죽음의 기운이 그녀에게로 떨어져 생명력을 앗아갔다.
항소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뒤이어 혼태가 떠오르더니 무수한 힘이 감옥을 형성하여 압박함과 동시에 직접적인 힘으로 변해 마구 공격을 퍼부었다.
우화염은 전방위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신력으로 몸을 거듭 감싸긴 했으나, 실제 전개하는 힘은 본래보다 한참 낮아져서 반 신급으로 떨어졌다.
항소운의 무차별 공격에 그녀는 완전히 뚫리고 말았다.
항소운은 가차 없었다.
흡사 소낙비가 세차게 내리듯 권법이 매몰차게 휘몰아쳤다.
이제 우가 사람이라면 진저리가 났다.
이런 감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혼돈의 진의는 무한대로 뻗어나가 상대의 방어를 박살 냈다.
우화염은 죽을 맛이었다.
죽음의 눈이 시시각각 위협하는 가운데 명혼공간까지 압박을 가하자 반격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신급 강자인지라 아직 비장의 수단은 있었다.
“항소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그녀의 외침과 함께 돌연 불의 힘이 빠르게 짙어지더니 붉은 모란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났다.
짙은 화염을 품은 신력은 활활 타올라 항소운과 명혼공간을 태워버리려 했다.
항소운은 상대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느꼈다.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아홉 빛깔 연꽃 혼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설령 네가 신이라 해도 오늘은 빠져나가지 못할 거다!”
그는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태초의 시기를 아홉 빛깔 연꽃 혼태에 응집시키자, 혼태 위로 힘이 사납게 요동쳤다.
마치 신급 기운이 나타난 듯 명혼공간이 한층 단단하고 커졌으며, 위력 역시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