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19
제919화 5품 전천 경지 돌파
일부러 자극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명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열이 뻗쳐서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짓이겨주마!”
포효에 이어 양 손바닥 위로 적화뢰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산했다.
그 힘은 이내 두 개의 뇌구(雷球)가 되어 항소운을 공격했다.
크기는 작아도 위력은 굉장해서 이 뇌구를 산에 던졌다 하면 근방의 백여 개 산을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였다.
항소운은 뇌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경맥을 따라 운용하며 성진의 힘을 끌어올리자 4품 전천경의 방어막이 갈수록 견고해졌다.
뇌화풍운!
그는 세 가지 성진의 힘을 동시에 전개해 깜짝 놀랄 만한 화려한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명과의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았다.
뇌화풍운은 이내 막혀 파훼됐고, 뒤따라 더욱 강력한 공격이 휘몰아쳤다.
자명의 무공은 실로 대단해서 전천경인 그가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느새 온몸은 피투성이로 변해 버렸다.
그나마 육신이 반 신급을 이루었기에 죽지 않고 지금껏 버틴 것이다.
“네 그 오만방자한 머릿속을 제대로 고쳐주마!”
자명의 공격은 가속도가 붙어 더욱 매섭게 몰아붙였다.
장법을 내리쳤다가 뇌구로 공격술을 바꾸며 한 치의 틈도 허용치 않았다.
자명과 같이 나온 반신은 급기야 불쾌함을 드러냈다.
“자네 미쳤나? 저자가 부회장 개일 대인의 직전 제자란 걸 정녕 모른단 말이야?”
반신은 몇 번이고 말리려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우려되는 바가 있는지, 계속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 사이, 자성하는 부상을 말끔히 치료했다.
그는 냉소를 머금은 채 자명과 항소운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항소운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 아주 고소한 모양이었다.
‘설령 네가 개일 부회장의 제자라 해도 수호 공회의 인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그저 천한 목숨일 뿐이다.’
그는 내심 비웃었다.
짐짓 모르는 척했을 뿐, 저자가 항소운인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로께 순순히 안내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봤자 운이 대차게 좋아서 잘 풀린 놈 아닌가.
개일이 없었다면, 저놈이 그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우채접과 마희 모두 놈에게 푹 빠져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데, 대체 저놈이 뭐길래 절세미인을 둘이나 독차지한단 말인가.
이런 이유로 자성하는 항소운을 공격했다.
다만 상대의 무공을 얕잡아봤던 것이 실수였다.
상대가 예상외로 강한 탓에 오히려 당하고 말았다.
하여 지금은 자명이 따끔히 혼내주길 바랐다.
항소운은 자명과 몇 합을 겨루고 나더니 입에서 쉴 새 없이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얼굴의 웃음은 오히려 짙어졌다.
“이제 돌파할 때가 됐군.”
그는 몸속의 힘이 거칠게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뒤이어 성해건곤 속 두 가닥 신력이 몹시 순수한 힘으로 여러 가닥 나뉘더니 지금껏 소모된 체력을 말끔히 보충하고선 무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5품 전천경에 오를 때였다.
항소운이 지금껏 분신을 불러내지 않은 것은 압박을 통해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그는 육신이나 영혼, 어느 면에서나 객관적인 경지보다 월등히 강했다.
충분한 힘만 모으면 별다른 제약 없이 경지를 돌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흔히 천재라 불리는 자들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혼이 찬란한 빛을 발하자, 아홉 광채가 춤을 추듯 전신을 휘감았다.
찢기고 터진 상처 부위가 차츰 아물기 시작하면서 한층 성스러운 빛을 발산했다.
일순 몸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경지 돌파를 위한 묵직한 힘이 터져 나왔다.
주변 공기가 별안간 요동치자, 자명은 항소운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자명은 미간을 좁히며 두 눈을 사납게 번뜩였다.
‘이 녀석 생각보다 너무 강해. 이대로 두면 성하 도련님의 앞길을 막겠어. 오늘 못 죽인다 해도 반드시 중상을 입혀 경지 돌파만은 막아야겠다.’
자명은 결심한 듯 양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전신에서 천둥의 힘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자줏빛 천둥 뱀의 형상이 되었다.
그 존재 자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파괴력은 오직 신급 경지이기에 가능했다.
뇌사인(雷蛇印)!
자명이 공격을 가하자, 천둥 뱀이 창공을 가르고 날아오르듯 수십 리에 달하는 뱀의 형상이 적화뢰를 품고 뻗어나갔다.
주변 공간은 사정없이 짓밟혀 산산조각이 났으며, 그 사이로 솟구친 난기류는 천둥 번개에 의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상대를 죽이고자 결심한 자의 공격이었다.
항소운도 살기를 제대로 느꼈다.
어떻게든 저지하지 않으면 경지 돌파에 영향을 미칠 터였다.
그렇게 되면 돌파는 고사하고, 내상을 입어 뿌리부터 흔들릴 게 뻔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마신을 소환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쏜살같이 나타나 자명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누가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한 거냐?”
바로 항양전이었다.
항양전은 자명을 향해 가차 없이 장법을 내리쳤다.
퍽-!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자명의 몸이 한순간 터져버렸다.
누구든 한 대만 더 보태도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항양전이 자명의 영혼까지 없애버리려 하자, 항소운이 막았다.
“아버지, 그자는 수호 공회 사람이에요. 당장은 살려두죠.”
그러나 항양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바로 그때, 수호 공회의 신급 무인이 나타나 항양전 앞을 가로막았다.
“멈추시오!”
신급 무인은 총 세 사람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주둔하며 마연 입구를 지키는 강자들로, 마족 저지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항양전은 미간을 좁힐 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순간 시야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신급 강자를 피해 손가락을 튕겼다.
한 줄기 천둥의 힘은 눈 깜짝할 사이 날아가 자명의 영혼과 충돌했고, 다음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펑-!
육신을 재조합할 새도 없이 영혼이 박살 난 것이다. 이로써 자명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고얀 지고!”
신급 강자는 크게 노했다.
방금까지 항양전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자는 분노가 더했다.
“대체 정체가 뭐길래 우리 공회 사람을 죽인 거요?”
수호 공회는 중원의 모든 사람이 옹호하는 세력이다.
3대 거대 세력 외에 이들과 함부로 맞설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한데 누군가 주둔지 앞에서 대놓고 자기 사람을 죽였으니, 당연히 좌시할 수 없었다.
“누구든 내 아들을 다치게 하면, 설령 천자라 해도 이 항양전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항양전은 거칠게 말을 쏟아냈다.
항소운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버지가 계셔서 정말 좋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서둘러 체내의 힘을 녹여 경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항양전?”
수호 공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표정이었다.
“항양전, 어쨌든 넌 우리 수호 공회 사람을 죽였으니 공회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건 네 배후 세력도 마찬가지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냉랭히 말을 뱉었다.
이 신급 강자의 이름은 주정극(周正克), 3품 소생 경지다.
다른 두 사람은 막원(莫遠)과 남진가(藍振柯)란 자로, 모두 1품 소생 경지였다.
“중원 대륙에서 수호 공회를 모르는 자가 있겠는가. 허나 당신들은 내 아들을 죽이려 했어. 그렇다면 나도 똑같이 당신네 사람을 죽일 수밖에. 못 믿겠으면 얼마든지 덤벼!”
항양전은 허리를 쫙 펴며 당당히 말했다.
“그럼 나도 긴말 않겠다!”
주정극은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그 순간, 마침내 항소운이 5품 전천 경지를 돌파했다.
방대한 천지의 영기가 몸속으로 쉴 새 없이 빨려들었고, 하늘에선 아홉 광채를 띤 성진의 힘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눈부신 광경에 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호 공회 대인 여러분, 이번 일은 전적으로 당신들의 교만 때문입니다.”
항소운은 힘을 흡수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좋은 마음에서 마족의 차후 공격 계획을 알려주러 왔건만, 당신네는 되려 날 죽이려 들더군요.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입니까?”
“넌 누구길래 감히 우리 공회를 문책하는 것이냐?”
막원이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남진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9대 성진의 힘을 모두 수련한 자라. 개일 부회장의 직전 제자 항소운이군.”
“뭐, 항소운?”
막원은 살짝 놀란 눈치였다.
“우리 공회 사람이 왜 이유도 없이 널 죽이려 했단 말이냐?”
주정극이 물었다.
“그건 저자한테 직접 물어보시죠.”
항소운은 손가락으로 자성하를 가리켰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땅 위에 있던 자성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겁을 먹기는커녕 상공으로 뛰어올라 당당히 소리쳤다.
“난 널 죽이겠다고 한 적은 없어. 네가 막무가내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막은 것뿐이지. 넌 날 가차 없이 폭행했고, 네 아비는 자명을 죽였다. 너희 부자는 죽어 마땅해.”
항소운은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날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난 공회 대인을 뵙길 청했을 뿐이다. 마족이 모든 병력을 이곳으로 끌고 와 강공을 퍼부을 거란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거늘, 넌 안에다 알리기는커녕 악담을 퍼붓고, 먼저 공격하질 않았느냐? 이래도 발뺌할 셈이냐?”
그 사이 항소운의 몸속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흡수한 힘이 모두 성해건곤에 귀속되면서 신체 각 부위가 더욱 단단하고 강해졌다.
한층 짙어진 기세로 자성하를 노려보자, 상대는 겁을 먹고 뒷걸음쳤다.
항소운 나이에 5품 전천 경지면 상당히 뛰어난 축에 속했다.
게다가 단순한 5품이 아니라, 전투력은 반신에 필적할 정도이다.
현 실력이면 이미 죽은 자명을 이기지는 못해도 아까처럼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성하는 반신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지녔으나, 실제 싸움에선 항소운과 현격한 차이가 났다.
“네놈이 마족의 첩자일 수도 있잖아. 하물며 네가 만나고 싶으면 아무 때고 대인을 만날 수 있는 줄 아느냐?”
자성하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수호 공회 사람들은 자성하의 성격을 대강 알고 있었다.
저 말을 듣고 나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짐작이 갔다.
“자성하, 네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냐?”
주정극이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따져 물었다.
그러자 자성하는 안색이 변해서 황급히 변호에 나섰다.
“전 그저 저자를 막았을 뿐입니다. 근데 저놈이 하도 오만방자하게 굴어서…….”
“됐다. 이 일은 내가 직접 조사할 테니, 그때까진 수호령을 반납해라.”
주정극은 매몰차게 말을 끊었다.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그래봤자 저놈은 외부인 아닙니까!”
자성하는 몹시 못마땅해했다.
수호령은 갖고 싶다고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영패가 아니었다.
수호령은 수호 공회의 승인을 받아 그 일원이 되었음을 뜻한다.
공회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통해 무공을 크게 높일 수 있을뿐더러 중원 어느 곳을 가든 공회 이름만 대면 대우가 달랐다.
그리고 수호 공회는 중원 대륙이 최초로 공인한 공정 세력이다.
그들이 막중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기에 사람들은 늘 존경으로 대했다.
그간 수호 공회는 마족을 진압하는 일에 앞장섰으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이 사실을 모르는 자가 없는데, 누가 생각 없이 이들에게 맞섰단 말인가?
만약 수호 공회가 무너지면 누가 대신 중원의 평화를 지킨단 말인가?
자성하는 아주 어렵사리 수호령을 하나 손에 넣었다.
그것은 엄청난 공적을 쌓은 사람에게 수여되는 영패였다.
그는 선대의 영향력과 걸출한 능력을 인정받아 수호령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다시 반환하라니,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