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20
제920화 마군의 진격
“공회 규칙 제8조가 무엇인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
주정극은 자성하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자성하는 안색이 살짝 창백해지더니 분하다는 듯 주정극에게 영패를 툭 던졌다.
“주 대인, 오늘 일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러고는 항소운을 한 차례 노려본 뒤 몸을 홱 돌려 떠났다.
‘항소운, 기억해라. 우리 자씨 집안사람을 죽인 대가는 곱절로 갚아주마.’
자성하는 속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자성하가 떠나고 나자, 주정극은 다른 반신에게 정확한 상황을 물었다.
바로 자명과 함께 나왔던 자였다.
신급 강자들의 감응력이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정양 중에는 외부의 사소한 소란 따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반신은 사건의 경과를 과장 없이 이야기했다.
다 듣고 난 주정극은 이번 일이 자성하가 일으킨 문제임을 더욱 확신했다.
따라서 항소운에게 책임은 없지만, 항양전이 자명을 죽이는 바람에 상황이 다소 난처해졌다.
“운아, 우리는 이만 가자.”
“네.”
항양전의 말에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가겠다는 건가?”
주정극이 물었다.
“그럼 우리 부자를 여기에 강제로 붙들어 둘 셈이냐?”
항양전이 상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꾸했다.
“우리 수호 공회 사람은 마족의 손에는 죽어도 동족의 손에는 죽지 않는다.”
남진가가 말했다.
“그래서 어쨌단 거지? 그놈도 그렇지, 남을 죽일 생각이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당연히 해야 하지 않느냐? 결국 너희가 사람 수로 밀어붙이겠다면 나도 거절할 생각은 없다.”
항양전은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이미 무공도 자신만만한 수준으로 높았다.
“보아하니 한번은 싸울 수밖에 없겠군.”
막원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안 그랬다간 우리 공회를 등신으로 알겠어.”
남진가가 대꾸했다.
두 사람은 항양전의 오만한 태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수호 공회 사람이라 어딜 가나 존경받거늘, 저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시건방을 떨고 있었다.
계속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렸다.
항양전은 아무 말 없이 아들을 뒤로 보낸 뒤, 곧장 신급 힘을 펼쳤다.
놀랍게도 4품 소생 경지였다.
주정극은 깜짝 놀랐다.
수호 공회의 다른 신급 강자들은 마족을 막기 위해 마연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따라서 주둔지에는 몇 사람뿐이라서, 막상 맞붙어 싸우면 오히려 자신들이 불리할 수도 있었다.
물론 진짜 우려되는 점은 따로 있었다.
이 일이 쟁점화되면 수호 공회의 명성에 누가 될 뿐이었다.
바로 그때, 마연 입구 쪽에서 아주 격렬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수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사룡이 땅 위로 솟구쳐 오르며 포효를 내질렀다.
“인간족,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전부 잡아 먹어버리겠다!”
사룡의 무력은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위력적이었다.
마기가 사방을 휩쓰는 가운데, 녀석의 입에서 한 줄기 마기의 힘이 뿜어져 나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인간족 신급 강자의 진압을 뚫고 나온 것만 봐도 굉장히 강한 녀석이었다.
“망할 놈, 거기 서라!”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시뻘건 용의 형체가 사룡을 뒤쫓았다.
이어서 짙푸른 검광이 창공을 가르더니 이내 사룡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 땅을 뚫고 나온 것은 비단 저 한 마리뿐이 아니었다.
마신 여러 마리가 동시에 출격하는 바람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큰일 났다. 마족이 이번엔 강공을 퍼부을 작정이야!”
주정극이 놀라 외쳤다.
그는 막원과 남진가에게 바로 분부를 내렸다.
“다른 일은 접어두고, 우린 즉시 지원에 나선다.”
그러고는 항양전과 항소운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막원과 남진가를 데리고 마연 입구로 날아갔다.
“운아, 수하들을 데리고 당장 자릉종으로 돌아가라.”
항양전 역시 심각한 분위기를 느끼고는 서둘러 아들부터 내보내려 했다.
“아버지, 전 스승님의 명에 따라 마연 입구를 3년간 지켜야 해요.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이대로 떠날 순 없어요.”
항소운은 계속 말을 이었다.
“비록 경지가 높은 건 아니지만, 제 목숨 하나는 지킬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스승의 명은 무슨. 네 목숨이 더 중요하지!”
항양전은 급한 마음에 호통을 쳤다.
바로 그때, 마신 한 마리와 대량의 마족이 자릉종 주둔지로 진격했다.
“큰일 났어요. 놈들이 아군 쪽으로 가고 있어요!”
항소운은 깜짝 놀라 주둔지로 황급히 날아갔다.
그의 속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빨랐으나, 항양전은 한 수 위였다.
항양전은 흡사 별이 된 듯 자줏빛 반원을 그리며 창공을 뚫고 날아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자릉종 주둔지를 공격하려던 마족 대군 앞에 당도한 것이다.
“감히 어디를 공격하려는 게냐! 빌어먹을 마족 놈들, 전부 쓸어 주마!”
항양전은 포효를 내지르며 천둥 번개를 일으켰다.
무시무시한 천둥의 힘이 수천수만 개의 긴 창으로 바뀌더니 마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마족은 삽시간에 끈적한 핏덩이로 변해버렸고, 마신조차 창에 찔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무공이면 동급 이상의 마신이 아닌 이상, 위협조차 되지 않았다.
일찍이 항양전은 죄혈성에서 무수히 많은 마족을 죽이며 무공을 단련했다.
일대다수의 싸움에 익숙한 데다 영역 밖 생령의 계승을 받은 후로 한층 강해진 그였다.
뒤따라온 항소운은 곧장 주둔지로 들어가 병사들을 전부 소집한 뒤 본격적으로 철수 준비를 했다.
이번에 마족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게 분명했다.
인간족 쪽에서 더욱 강한 자들이 나서지 않는 한, 낙일 황조가 있는 이곳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신급 전쟁은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신급 간의 충돌 그 자체의 힘 때문에 땅을 벗어나 싸울 수밖에 없었다.
낙일 황조에서 가장 무공이 뛰어난 황숙은 사룡과 직접 맞서 싸웠다.
그러나 사룡의 천부적 능력을 당해낼 도리는 없었다.
수호 공회의 신급 강자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만 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군은 수적으로 우세했다.
마연 입구에서 쉴 새 없이 밖으로 나오는데, 그 규모가 다른 때보다 월등히 많았다. 현 방어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수호 공회 측은 하는 수 없이 총 공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항소운이 전해준 소식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마족이 다른 죄혈성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병력을 전부 집결시킨다면, 인간족으로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
“오늘 우리 사룡족 대군은 중원 대륙으로 진출한다!”
사룡족에서 또 다른 강자가 솟구쳐 올랐다.
선두로 나왔던 사룡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었다.
사룡이 거대한 몸뚱이를 흔들자,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깔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참혹한 핏덩어리로 변해버렸다.
비명도 지를 새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 저 짐승 놈이! 거기 서라!”
줄곧 자릉종을 지키고 있던 항양전은 분노로 눈이 벌게졌다.
그는 한 줄기 번개가 되어 미친 듯이 질주했다.
어느새 손에는 자줏빛 긴 창이 들려 있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뇌정창(雷霆槍)이었다.
항양전은 전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그러자 5품 소생 경지를 넘어 6품에 육박하는 전투력이 터져 나왔다.
신급 경지 중 품급을 초월해 싸우는 자를 흔히 신왕(神王)이라 부른다.
말이 쉽지, 품급을 하나 올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신력이 필요해서 단순히 의지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걸 가능하게 만든 항양전은 대체 얼마나 강하단 뜻일까.
“미천한 인간이여, 얌전히 죽어라!”
사룡은 항양전을 향해 거대한 발을 내리쳤다.
예리한 발톱은 공간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항양전의 천둥의 힘과 거세게 충돌했다.
쿵-!
육중한 폭발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방을 휩쓸었다.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먼지로 변해버렸다.
“신급 전투는 정말 무시무시하구나.”
항소운 등은 멀찍이 떨어져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항양전의 굉장한 실력에 연신 감탄했다.
오랜 세월 종적을 감췄던 종주가 실은 대단한 고수였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항소운은 고개를 돌려 마희에게 말했다.
“마희, 수신(樹神)께 도와달라고 해. 당장 진압하지 않으면 여기는 파괴되고 말 거야.”
“그러라지 뭐. 어차피 낙일 황조는 있어 봤자 너한테 피해만 주잖아.”
마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대적을 눈앞에 두고 감정대로 행동해서 되겠어?”
항소운이 정색하고 꾸짖었다.
이에 마희가 입을 삐죽이며 수신을 불러내려는데, 별안간 하늘에서 한 줄기 금빛이 빠르게 날아왔다.
곧이어 거대한 금박이 온 하늘에 금빛을 뿌리며 강렬한 정기로 마기를 흩어지게 했다.
금박은 마연 입구를 그대로 덮어버렸다.
호연 정기가 순식간에 마족 대군을 짓누르자 수만 마리에 달하는 마족이 압사당하고 말았다.
마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금박을 보며 놀라 소리쳤다.
“서, 설마 호연정기종의 신물(神物) 호연금박(浩然金箔)?”
“틀림없어. 고승이 오신 거야. 이제 살 수 있겠다.”
“호연정기종이 대단하긴 하지. 선로궐이나 광릉궁, 신맹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니까. 다만 출가인이라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다 보니 크게 알려지진 않았는데, 부처가 노하니 마신도 도망가는구나.”
“저기 좀 봐. 금박 위에 서 계신 분, 아무래도 호연정기종 말사의 주지 스님 같은데. 이제 보니 저분도 신급 고수셨구나.”
“저쪽에 스님들도 많이 오셨어. 호연정기종에서 지원군을 보낸 거야. 우리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외곽부터 처리하자. 놈들을 중원에 들여보낼 순 없어!”
항소운은 금박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금박에서 발산되는 힘은 자전신후에게서 느꼈던 압박보다 훨씬 강했다.
설령 주지 스님의 무공이 최상급 소생 경지가 아니라 해도, 저 금박으로 인해 그만한 위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수신 대인께선 나오실 필요 없겠군. 자, 다 같이 마족을 죽이러 가자. 지금만 버티면 더 많은 지원군이 도와주러 올 거다!”
항소운은 수하들을 보며 외쳤다.
사람 수는 적어도 하나같이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이들이 힘을 합치면 꽤 막강한 군단이었다.
그렇게 다시 전장에 나가려는데, 갑자기 몇 사람이 우채접 쪽을 공격했다.
사방에서 아우성이 들리고 워낙 혼란스러운지라 이런 상황에서 인간족이 우채접에게 공격을 가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우채접을 공격한 자들은 놀랍게도 대성급 이상이었다.
그중 두 사람은 반신의 경지로, 동 내관의 일행이다.
갑자기 동 내관이 사라지자, 그들은 자기들끼리 함부로 행동할 수 없어,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자릉종에 고수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심하지 않다가는 자칫 자신들의 존재만 발각될 터였다.
그런데 마침 마족이 대규모로 나타나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혼란한 이때가 바로 우채접을 노릴 절호의 기회였다.
우채접은 행동이 민첩하긴 하나, 진정한 반신을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상대는 그녀와 봉황을 꼼짝 못 하도록 붙들어 둔 채 두 줄기 힘을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