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21
제921화 우채접이 납치되다
우채접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서둘러 봉황과 합일을 이루자, 봉황 본연의 화염이 그녀의 몸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봉황의 울음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운 가운데, 9대 불의 성진의 힘이 동시에 폭발했다.
그녀는 봉황검을 꽉 쥐고 속박의 힘을 전력을 다해 내리쳤다.
그녀는 6품 전천경이나, 실제 전투력은 대성에 필적했다.
무공의 상승폭만 봐도 범인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절대적인 실력 차이를 극복할 순 없었다.
반신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채접 낭자, 함께 가시죠.”
제족의 반신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는 우채접의 힘을 완전히 억누른 뒤, 반신의 힘으로 그녀를 속박했다.
그러고는 그녀를 데리고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항소운은 크게 격분했다.
“어떤 놈이 내 여자를 데려갔단 말이냐!”
마족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하던 이때 누군가 우채접을 노릴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뒤쫓았다.
“놈은 내가 막을 테니, 넌 여자를 데리고 먼저 떠나라.”
제족의 반신이 동료에게 외쳤다.
뒤이어 그자와 다른 세 명의 대성이 항소운을 향해 동시에 공격을 개시했다.
반신 한 명과 대성 세 사람의 협공이니, 그 위력은 가공할만했다.
하지만 5품 전천경에 올라선 항소운이 폭발시키는 힘을 저들이 어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순간 항소운의 손바닥 위로 오색 빛깔 힘이 응집되더니 혼돈의 힘이 홀연히 떠올랐다.
그렇게 절세의 힘을 품은 권법은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 저들의 협공과 맞섰다.
그의 공격은 네 사람의 협공을 단숨에 박살 내고도 여력이 남아 저들을 동시에 가격했다.
인정 따윈 없는 매몰찬 공격이었다.
그 충격으로 대성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폭발했고, 반신은 간발의 차이로 피하긴 했으나 어깨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항소운은 이들을 내버려 둔 채, 저 멀리 달아나는 반신을 추격했다.
“거기 서! 여자는 포기해라!”
부상을 입은 반신이 이를 악물고 뒤쫓아왔다.
그자는 신급 무기를 꺼내 들고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역란사방(逆亂四方)!
얼핏 보면 정돈되지 않은 초식이나, 실제 위력은 신급 경지와 비등한 수준이었다.
저 공격을 무시하고 계속 전진하다가는 뒤가 뚫릴 터.
그는 과감하게 분신을 소환했다.
분신은 전방의 반신을 뒤쫓도록 하고, 진신은 이형환영술로 상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진신은 몸을 돌려 상대와 마주 섰다.
어느새 묵호신도를 꽉 움켜쥔 채 전에 없이 강한 살기를 드러냈다.
“네놈들이 누구건 오늘 이곳이 너희의 무덤이 될 것이다!”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쫙 펼쳤다.
반신은 물론, 몸을 재생 중이던 대성 세 사람까지 모조리 가둬버렸다.
무공이 순식간에 억제되자, 그들은 놀라 어쩔 줄 몰랐다.
항소운은 반신을 향해 묵호신도를 가차 없이 휘둘렀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흑호(黑虎)가 달려드는 듯했다.
그 어떤 반신이라도 숨통을 끊어놓을 만한 강력한 힘이었다.
혹 저 반신이 평소와 같은 상태라면 항소운과 끝까지 겨뤄볼 만할 테지만, 지금은 명혼공간에 갇힌 탓에 전투력이 5할로 감소해버렸다.
그러니 어찌 상대가 되겠는가.
훅-!
묵호신도는 강풍이 낙엽을 쓸 듯 반신을 사정없이 베었다.
반신의 몸에선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반 신급 갑옷이 없었다면, 지금쯤 여러 토막이 났을 것이다.
“넌 날 죽일 수 없어. 난 제족 사람이다. 날 죽이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역시 제족이었군. 너희는 전부 죽어야 해!”
항소운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뒤이어 묵호신도가 재차 움직였다.
명혼공간의 지배자는 항소운이었다. 여기서 반신이 도망갈 데가 있을까.
수많은 쇠사슬이 칭칭 동여매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날카로운 칼끝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반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리한 칼날이 머리를 향해 날아오자,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대로 혼자 죽진 않겠다!”
반신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힘을 이용해 육신을 폭발시키는 거다.
“멍청하긴.”
항소운은 한심하다는 듯 말을 툭 뱉더니 아홉 빛깔 연꽃 혼태를 높이 들어 그대로 머리를 내리쳤다.
퍽-!
반신은 이렇다 할 대응도 못 하고 단박에 머리가 으스러졌다.
단순히 머리만 깨진 게 아니라 영혼까지 소멸되고 말았다.
아홉 빛깔 연꽃 혼태는 신급 병기에 비유될 정도라, 진정한 신물이 아니고선 막아낼 수 없었다.
남은 세 사람은 더욱 막막해졌다.
그들은 수많은 쇠사슬에 묶여 대성의 전투력을 발휘조차 못 하고 있었다.
설령 자폭한다 해도 항소운에게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반신이 죽은 것을 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덜덜 떨었다.
그중 한 사람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줘. 뭐든 하라는 대로 할게.”
수천 년이 걸려 겨우 대성 경지에 올랐는데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아직 대성의 진정한 기쁨을 만끽하지도 못했단 말이다.
“비겁한 놈. 죽으면 죽는 거지. 언젠가 우리 제족이 저놈을 반드시 죽일 거다.”
다른 자는 원통한지 이를 부득 갈았다.
“용기가 가상하군. 그럼 전부 죽여주마!”
항소운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매몰차게 소리쳤다.
항소운의 분신은 현재 5할 반신의 경지로, 진정한 신급 영혼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무엇보다 품급을 뛰어넘어 싸우는 능력이 있어 일반적인 신급 강자도 적수가 아니거늘, 하물며 우채접을 붙잡아간 반신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감히 내 여자를 데려가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냐?”
흡사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외침이었다.
이어서 혼돈천뢰를 품은 권법이 반신을 향해 빠르게 질주했다.
반신은 항소운의 가공할 힘을 느끼고는 우채접을 번쩍 들어 방패로 삼았다.
도리어 깜짝 놀란 항소운이 황급히 힘을 조종해 다른 방향으로 돌려 버렸다.
우르르-!
혼돈천뢰의 힘은 육중한 파도 소리를 내며 한순간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하늘의 구름은 깨끗이 사라지고 공간은 쩍쩍 갈라졌다.
반신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주 강한 녀석이다. 신급에 필적할 정도야.”
반신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품에서 둥글게 말린 그림을 한 장 꺼내 찢기 시작했다.
“멈춰라!”
항소운은 그 그림을 보고선 다급히 소리쳤다.
뒤이어 눈동자가 회색빛으로 바뀌더니 두 줄기 죽음의 기운이 반신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그는 재빨리 쫓아가 우채접을 낚아채려 했다.
슥.
바로 그때 정체 모를 힘이 파동을 일으키며 잔잔한 물결이 일더니 반신과 우채접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망할 놈들. 반드시 제족을 멸망시켜버리겠다!”
항소운은 허공에 대고 부르짖었다.
상대가 방금 사용한 것은 ‘신행만리도(神行萬里圖)’였다.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신물이라, 제아무리 항소운이라도 상대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우채접을 데리고 어디로 간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더욱 화가 나고 막막할 따름이었다.
진신은 남은 제족을 모조리 죽인 뒤, 분신과 합일을 이루었다. 전신에서 발산하는 짙은 살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접근하지 못했다.
그는 자릉종 사람들과 랑위가 마족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한달음에 달려가 몸속에 있던 마족 대군을 밖으로 불러냈다.
“우선 마족부터 쓸어버리고 나서 제족을 죽이러 가자.”
아무리 스승의 명을 받았어도 지금은 이미 분노에 잠식돼 버렸다.
아무래도 제족의 행태를 참을 수 없었다.
몸속 마족을 소환해 낸 후 치태와 원강의 도움으로 신급 이상의 마족은 모조리 격파해서 자릉종과 랑위는 다행히 무사했다.
항소운 역시 전장에 뛰어들었다.
명혼공간을 펼쳐 마족을 대거 그 속에 가두고는 전부 죽여버렸다.
치열한 싸움 속에 도처에 사람들의 시체가 널리고 핏물이 흥건했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마족의 시체가 땅 위에 쓰러졌다.
호연정기종의 금박이 마연의 입구를 막은 덕분에 마족은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전에 밖으로 나온 녀석들만 처리하면 상황은 충분히 진압이 가능했다.
그러나 마족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낙일 황조의 대군이 계속 공세를 퍼부었으나, 마족의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전쟁의 양상은 백병전을 띠었다.
낙일 황조의 대군은 수십만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병력은 소왕급 이상에 불과해서 일당백은 무리고 협공을 해야 적에 맞설 수 있었다.
마성이라도 쳐들어오면 통령급 강자는 있어야 막을 수 있을 터.
이들로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황천극과 황소월이 전천 성인을 여럿 거느리고 나타나 마성의 공격을 저지했다.
이로써 아군 군대는 한시름 돌릴 수 있었다.
다른 소규모 세력들도 낙일 황조와 연합해 싸웠다.
중원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전쟁에 다들 적극적으로 임했다.
특히 황소월은 용봉 학당 서열 3위답게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다.
신비한 전승을 얻은 후로 미간에 은월(銀月)의 형상이 생겨나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신비롭기까지 했다.
은광(銀光)이 번쩍일 때마다 마족이 그녀의 손에 죽어 나갔다.
바로 그때, 혼란한 틈을 타 마성 한 마리가 공격을 가했다.
마기는 수없이 많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상공을 뒤덮더니 이내 황소월을 빼곡히 둘러쌌다.
그녀는 침착하게 은월만검을 휘둘러 마기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그러나 질시열마(疾翅裂魔)라는 이 마족은 유달리 빨라서 그녀가 마기를 상대하는 사이, 조용히 등 뒤로 다가가 양 날개를 날카로운 칼처럼 들이밀었다.
“죽어라.”
황소월은 무공은 뛰어나지만, 전투 경험은 극히 적었다.
그녀가 상황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질시열마의 날개가 찌른 후였다. 순간 뜨거운 피가 새어 나왔다.
신급 내갑을 입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목숨까지 위험했을 것이다.
“망할 마족 같으니. 날 죽일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죽는 건 너니까!”
그녀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하더니 은월만검을 힘껏 휘둘렀다.
검을 따라 화려한 검광이 쭉 뻗어나갔다.
월상서루(月上西樓)!
자그마치 7품 전천경에 육박하는 전투력이었다.
반면 질시열마는 속도를 높이며 계속해서 위치를 바꿨다.
마기는 수많은 칼날이 되어 미친 듯이 퍼부으며 황소월의 공격을 대부분 막아냈다.
녀석의 몸에 떨어진 건 극히 소량에 불과하나, 그것만으로도 부상을 입었다.
녀석은 크게 노해서 마침내 필살의 절초를 펼쳤다.
폭권열강(暴卷裂罡)!
질시열마는 거센 폭풍을 일으키며 마기를 사정없이 날려 보냈다.
녀석의 힘은 순식간에 급상승해서 한 줄기 마기로도 산 하나는 너끈히 파괴할 정도로 강해졌다.
황소월도 질세라 전력을 다했다.
두 힘은 거세게 충돌했다.
그 결과, 황소월이 약간 우세하긴 했으나 그녀 역시 피해가 막심했다.
성진의 힘은 크게 소모되었고 팔에선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식은땀이 흘렀다.
한편, 질시열마는 날개 하나가 잘려 나가서 피를 철철 쏟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