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36
제936화 마족을 막아선 개일
마족만 제압하면 상황이 일단락될 줄 알았으나, 서막이 시족에 의해 난리가 났다.
무엇보다 시신주는 여느 거물 못지않게 강했다. 하는 수 없이 수호 공회는 병력을 분산해 양쪽을 모두 저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란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서요굴에서 대량의 요수족이 인간족의 땅을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은 더 많은 땅을 차지해 영토를 늘리고자 했다.
북환해 역시 이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미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졌다.
게다가 각 지역에서 흉악한 생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중원 대륙은 불안으로 들끓었다.
* * *
영역 밖.
개일의 진신은 요동치는 결계 앞을 지키고 있었다. 공허한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온 매서운 광채는 영역 밖 광활한 공간을 뚫고 일체의 사물을 선명히 인식했다.
저 멀리 깊숙한 곳에서 배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배에 꽂힌 기이한 깃발은 영역 밖 생령의 연합군을 상징했다.
전함에는 각기 다른 생령이 타고 있었다. 같은 종족은 아니지만 하나로 연합해 싸우는 것은 중원 대륙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자세히 보면 그 속에 서암족도 있었다. 다만 수행원의 신분일 뿐, 지위는 높지 않았다.
전함의 지휘관은 석린족 강자였다. 키는 수 장에 달하고 피부는 돌처럼 거칠고 단단했다. 무엇보다 괴상한 문양이 둥둥 떠다녀 실로 기이했다.
“웬 놈이 감히 엿보는 것이냐!”
석린족 강자는 눈을 번쩍 뜨고선 왕방울만 한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어서 무형의 힘이 요동치더니 엄청난 거리를 가르며 내달리는 것이었다.
개일은 훌쩍 뛰어올라 그 힘을 단숨에 으스러뜨렸다. 몸을 홱 돌리자 눈 깜짝할 사이 십여 척의 전함 앞에 나타났다.
“죽고 싶지 않거든 영역 밖으로 썩 꺼지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개일은 중원 대륙에서 가장 무공이 강한 자였다. 수호 공회 부회장이란 직책이 어디 그냥 주어지던가.
수호 공회에는 세 명의 부회장이 있다. 그중 둘은 개일과 황천인데, 저들 경지쯤 되면 세상사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공회 사무는 남은 부회장 하나가 도맡아 처리했다.
회장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을 알 수 없어서 부회장에 의해 공회가 운영되고 있었다. 회장이 부재중인 이상 중원의 3대 세력이 제대로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영역 밖 생령은 중원 대륙의 위치를 파악하고 거침없이 접근해 왔다. 마족보다 훨씬 지독한 놈들이라 개일은 봉인된 결계 앞의 모든 공간을 재배치해 어떻게든 놈들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서암족은 그들만의 예리한 감각으로 이곳을 찾아냈다. 이렇게 된 이상 개일은 홀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영역 밖 생령의 연합군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그들은 광활한 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것도 겁내지 않았다. 적어도 성급 이상의 경지로, 그렇지 않고선 실존하지 않는 공간에서 생존조차 불가했다.
그중에서도 연합군을 이끄는 석린족 지휘관은 가장 강한 실력을 드러냈다. 무수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도 개일의 존재를 선명히 느낄 수 있는 그는 신급 정점에 올라선 자였다.
이에 맞선 개일은 한층 강맹한 면모를 드러냈다. 적의 눈에 띄었어도 움츠러들기는커녕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십여 척의 전함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지만 천군만마와 같은 기세로 적들을 매섭게 꾸짖었다.
“우리 종족의 피의 흔적이 느껴지는군. 네놈이 전부 죽였구나!”
전함 위에서 서암족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서암족은 엄연한 4대 마족 중 하나였다. 그런 그들이 전함에선 평범한 수행원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건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종족이 몰살당해 남은 자가 얼마 없어서였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연합군에 의탁해 새로운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뿐이었다.
“서암족, 놈들을 데리고 썩 꺼지거라!”
개일이 우레와 같이 호통을 쳤다.
“건방진 놈. 우리 종족의 원수를 갚고 나면 인간족의 땅도 사정없이 짓밟힐 거다!”
서암마 하나가 포효를 내지르며 전함에서 돌진했다. 무시무시한 독 안개가 삽시간에 주변을 뒤덮더니 강력한 마기가 원 형태로 응집되었다가 힘껏 폭발했다.
그 녀석은 마신 후기에 도달한 서암마였다. 일전에 중원 대륙을 쳐들어왔던 서암족 대군의 우두머리보다 강한 녀석이었다.
석린족 지휘관과 다른 자들은 잠자코 지켜볼 뿐,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홀로 등장한 인간족 고수가 얼마나 강할지 궁금했다. 대체 무슨 능력이 있길래 혼자 막겠다고 나선 건지 지켜보자는 심산이었다.
일순 개일의 텅 빈 동공에서 기이한 광채가 번뜩하더니 옷자락이 펄럭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순간 어느새 서암마 머리 위에 나타난 그는 손바닥을 내리쳤다.
퍽-!
장법을 내리친 순간 독 안개가 뿌연 먼지처럼 사라졌다. 정면만 응시하던 서암마가 미처 알아챌 새도 없이 장법이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훅, 피가 튀겨져 나오며 마핵이 밖으로 드러났다.
서암마는 혼비백산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서폭 능력을 쓰려는데 개일의 손바닥이 움츠러들더니 날카로운 갈고리 형태가 되어 마핵을 향해 내뻗었다. 신력은 옛 문양을 형성하며 폭발하려는 마핵을 강제로 억눌렀다.
명색이 신급 서암마였다. 그런데 이렇다 할 공격도 못 해보고 마핵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만 것이다. 힘을 상실한 육체는 달아날 기력도 상실한 채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함 위 생령들은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무력만 놓고 따지면 저 서암마는 아군에서 최상위에 속했다. 그런데 어찌 한낱 인간족의 일격에 무너진단 말인가.
“네놈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나, 그래봤자 고작 인간 아니더냐. 인간족이 강해 봤자지. 다 같이 놈을 죽여라!”
석린족 지휘관이 포악하게 소리쳤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열 마리의 생령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기세를 뻗어 결계를 형성했다. 각기 다른 힘이 여러 형태의 능력으로 발휘되어 개일을 덮쳤다.
이들은 신급 서암마 못지않게 강한 녀석들이었다. 특히 결계의 위력이 대단하여 아무리 신급 정점의 강자라 해도 버티기 어려웠다.
개일은 백발을 휘날리며 눈에서 광채를 번뜩였다. 그는 힘을 터뜨리며 한 마리 용처럼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어리석은 놈들. 모조리 황천으로 보내주마!”
건곤멸도권!
여지 따윈 두지 않는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권의를 품은 주먹은 결계를 뚫고 날아갔다.
콰광-! 쾅-!
힘이 서로 충돌한 순간 천지재변과도 같은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주변의 몇몇 성진은 폭발로 가루가 돼버렸고, 잇달아 공간이 터졌다. 그 사이로 파고든 난기류는 충격파에 휩쓸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생령들의 봉쇄는 종이짝처럼 전부 찢기고 말았다. 그들은 개일의 일격을 당해내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밀려났다.
전함 위 생령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인간족에 저런 고수가 있었단 말인가.
“죽어라!”
개일은 참았던 살기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열 명으로 늘어난 그는 열 마리의 생령을 향해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권법에서 터져 나오는 파괴적인 힘은 그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쿵-!
열 마리의 생령은 막아낼 여력도 없이 몸이 터지고 말았다. 검붉은 피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이쯤 되자 석린족 지휘관과 무장들도 더는 방관할 수 없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개일에게 덤벼들었다.
“너희는 계속 인간의 땅으로 가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위치를 알아내야 해. 이번에는 기필코 우리 연합군이 인간족의 생명의 땅을 지배할 것이다!”
석린족 지휘관이 다른 전함에 타고 있던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십여 척의 전함은 바람을 가르며 중원 대륙 쪽으로 내달렸다.
개일은 백발을 휘날리며 재차 힘을 폭발시켰다.
유성처럼 뻗어져 나간 주먹은 무관급 생령들의 봉쇄를 뚫고 수 척의 배를 공격했다. 전함에 타고 있던 생령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참히 살해되었다.
* * *
그 후로 몇 해가 흘렀다.
걷잡을 수 없는 시대의 조류 속에 중원 각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다. 영웅을 꿈꾸는 강자들이 속속들이 등장했고, 불세의 천재가 죽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4대 학당의 현 기수들이 마침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제급 경지를 돌파했고, 상위 몇몇은 전천 경지에 오르면서 중원 대륙을 이끌 새로운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족 퇴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놀라운 무공을 선보였다.
특히 진무 학당 고독구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태생적 혼돈 전체라, 타고난 체질만으로도 천하에 적수가 없었다.
현재 그는 최상급 전천경이었다. 아직 대성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그의 손에 죽어간 대마성만 해도 족히 여덟 마리는 넘으며 심지어 반신도 죽인 경험이 있다.
고독구패의 명성은 몇 해 전 중원을 떠들썩하게 했던 항소운 못지않았다.
많은 사람이 그와 항소운을 놓고 비교하곤 했는데, 고독구패가 한 수 위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고독구패는 혼돈 전체를 타고난 반면, 항소운은 비록 9대 성진의 힘을 융합하긴 했으나 아직 완벽한 전체(戰體)는 아니란 것이다. 그들은 태생적 조건을 무시 못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구궁 학당의 구천도 조용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검합일을 이루어 아홉 개의 신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그를 당해낼 자가 동급 중에 있으랴. 이미 동년배는 전부 제압해서 고독구패만이 유일한 상대로 여겨졌다.
4대 학당에서 저 두 사람에게 견줄만한 자는 마희와 우채접이 유일했다.
마희는 진무 학당의 제자지만, 몇 년 만에 한번 학당에 들렀을 뿐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녀가 발휘하는 시간의 도는 더욱 깊어졌으며, 학당의 금지에서 다시 두 품급을 올리면서 어느덧 7품 전천경이 되었다.
그녀 역시 대성을 죽일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춘 것이다. 게다가 음양전체를 타고나서 태생적 조건도 고독구패 못지않았다.
우채접의 성장 속도는 그보다 빨랐다. 그녀는 전생의 무공을 지닌 채 새 육신으로 환생한 자였다. 덕분에 봉황전체는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졌고, 봉인됐던 전생의 힘을 회복한 후 전투력이 급상승하면서 최상급 성인의 경지에 올라섰다. 이젠 대성 경지도 머지않았다.
두 여인은 중원의 10대 미녀로 불리기도 했다. 무공과 미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두 사람이 모두 항소운의 여인이란 사실에,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이 쏟아졌다.
이들 외에 백리일소와 항신희, 구양전기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한편, 신록 학당은 4대 학당 중 가장 서열이 낮지만, 이번 기수에는 뛰어난 제자를 여럿 배출했다.
특히 장기의 성장이 괄목할 만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녀는 신록의 가장 뛰어난 제자로, 학당의 발전을 이끌었다. 어엿한 5품 전천경으로, 구양전기 등에 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