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38
제938화 오늘 손 좀 풀어야겠다!
결계운석은 본래 신급 정점의 재료다.
태초의 시기와 같은 다양한 힘을 담을 수 있어 항소운에게 꼭 맞는 재료였다. 덕분에 그는 이토록 완벽한 운명의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시간의 도는 칼에 더 적합하기에, 이 전도에 걸맞은 도법이 필요했다.
그는 이 칼에게 ‘태초전도’란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창안할 도법은 ‘태초도기(太初刀技)’라 부르기로 했다. 아직 이름만 정했을 뿐 시작도 못 했지만, 운명의 무기를 만들고 삼세권을 창안한 것만도 굉장한 성과였다.
지난 몇 년간 체내의 용어(龍魚) 역시 큰 변화가 있었다. 녀석은 용의 기운을 대량으로 흡수한 뒤 힘이 강대해져서 적당한 기회만 있으면 진짜 용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나무 역시 눈부시게 성장했다. 줄기와 잎에선 아홉 광채가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다. 그중 아홉 장의 잎은 각기 다른 색채를 띠며 각 성진의 힘과 서로 대응했다. 나무는 성해건곤에 뿌리를 박고 완전한 한 몸이 되었다.
작은 나무는 성해건곤을 토대 삼아 이곳에 완전히 정착한 것이다.
그는 이제야 이 나무의 내력을 알게 되었다. 바로 모든 신급 나무 가운데 가장 신비롭다고 알려진 ‘영롱신수(玲瓏神樹)’였다.
영롱신수는 9대 성진의 힘이 모여 자라난 신수이다. 다양한 빛깔을 띠는 각 잎은 각 성진의 힘을 뜻한다. 잎을 한 장만 먹어도 체질이 바뀌며, 특정 진의를 빠르게 깨달을 수 있어 그 가치가 대단했다.
보통 사람은 설령 영롱신수를 얻는다 해도 이만큼 키우는데 최소 몇 만 년은 걸렸다.
항소운은 태초 전체에다 성진을 실체화하는 능력이 있다 보니 겨우 이십여 년 만에 이만큼 키운 것이다.
“영롱신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 이젠 흑암마천수도 기를 못 펴겠는걸.”
그는 수련을 멈추고 진신과 분신을 합일시켰다. 비로소 완전한 상태에 이른 그는 무도천안을 발동해 하늘을 쓱 훑더니 폐관실을 박차고 올라 창공 밖으로 돌진했다.
긴 폐관을 끝내고 마침내 출관한 것이다.
그는 계속 속도를 높여 영역 밖 심부로 향했다.
그곳에선 웬 전함 한 척이 이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항소운은 그것이 영역 밖 생령의 전함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드디어 놈들이 나타난 건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졌다.
당시 스승님께서는 영역 밖 생령을 백 년은 저지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데 십 년도 채 되지 않아 나타나다니,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
전함에는 이삼 백여 마리의 영역 밖 생령이 타고 있었다. 전부 성급 이상으로, 십여 마리는 반신이며 신급 경지만 해도 다섯 마리나 되었다.
일전에 개일은 가장 강력한 생령을 상대로 홀로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전함을 부쉈으나, 소수의 전함이 혼란한 틈을 타 뿔뿔이 달아났다. 저 전함은 그때 도망쳐 나온 것으로, 서암족의 감응을 통해 마침내 중원 대륙에 접근하고 있었다.
항소운이 나타나자, 그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드디어 인간족이 보이는군. 놈들이 사는 땅도 멀지 않은 모양이야.”
머리 둘 달린 생령이 흥분에 차 소리쳤다.
“고작 대성이잖아. 놈을 잡아 올 테니 인간족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자.”
또 다른 생령이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냅다 돌진했다.
생령은 대성급으로 결코 약하지 않았다. 체구가 건장하고 눈이 셋 달렸으며, 팔다리 역시 세 개로 흔히 볼 수 없는 괴수였다.
순식간에 앞까지 들이닥친 괴수는 중앙의 세 번째 눈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러자 기이한 빛이 항소운의 전신을 뒤덮는 것이었다.
“비천한 인간이여, 이리 오너라.”
괴수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의 세 번째 눈은 사람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어서 일단 눈빛을 쏘았다 하면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항소운은 산송장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역시 인간은 보잘것없지.”
괴수는 냉소를 지으며 항소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이제 녀석을 붙잡아 술술 불게 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괴수의 손이 닿으려는 순간, 줄곧 초점 없이 멍한 표정이던 항소운이 별안간 눈을 부릅뜨며 괴수의 팔을 꽉 움켜쥐는 것이었다.
“이젠 영역 밖 잡놈까지 설치는 거냐! 망할 놈들!”
그러고는 힘껏 비틀어 괴수의 팔을 부러뜨렸다. 대량의 피가 솟구쳐 올랐으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반대편 손으로 괴수의 목을 걸고 힘을 주자, 우두둑 목이 부러졌다. 마무리로 혼돈의 불까지 뿜어내니 괴수의 머리는 깡그리 타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영역 밖 생령들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인간족은 태생적으로 약해서 별 볼 일 없다고 들었거늘 언제 이렇게 강해졌단 말인가.”
전함 위 통령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이 전함은 영역 밖 생령의 수많은 전함 가운데 가장 약한 축에 속했다. 가장 높은 자도 기껏해야 4품 신급 정도지만, 이만한 구성이면 중원에선 절대 만만한 세력이 아니었다.
항소운이 머리 둘 달린 괴수를 너무나 쉽게 처리하자 전함 위 생령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기록대로라면 인간족의 실력은 자신들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껏 마주친 두 사람이 모두 이렇게 강하니, 혹 기록이 잘못된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전부 죽고 싶지 않거든 영역 밖으로 당장 꺼져라!”
항소운이 차가운 눈길로 적들을 노려보았다.
마족에 비하면, 영역 밖 생령이야말로 중원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그래도 중원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침입자가 중원 대륙을 휘젓도록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스승은 수호신이 아니던가. 스승의 명성에 누가 되는 짓은 결코 할 수 없었다.
“만지(萬地) 통령, 제가 놈을 처리하겠습니다.”
생령 하나가 자청하고 나섰다.
그자는 반신 경지로, 머리 둘 달린 괴수보다 강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의 이번 임무는 인간족의 땅을 찾는 것이니, 큰 소란은 일으키지 마라. 우리 대군이 도착하면 놈들의 땅은 우리 차지가 될 거다.”
통령이 말했다.
“네, 통령의 체면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반신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곧장 뼈 몽둥이를 들고 다가갔다.
“애송아, 덤벼라.”
이어서 4할 반신의 힘을 터뜨리자 음암(陰暗)의 힘이 휘몰아쳤다. 힘은 셀 수 없이 많은 갈래로 나뉘어 항소운을 압박하고 봉쇄했다.
음암의 힘에는 맹독이 있을 뿐 아니라 상대의 시야를 차단하는 능력이 있어, 사방이 안 보이는 가운데 독살시켰다.
게다가 서암족의 서독 못지않게 독성도 강했다.
“영역 밖 생령은 하나같이 강하구나.”
항소운은 짧은 탄식과 함께 양손으로 쉴 새 없이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팔에서 화룡(火龍)이 솟구쳐 나가더니 순식간에 아홉 개의 불기둥을 이루며 적을 빙 둘러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독 기운은 맥을 추지 못했다. 불기둥은 맹독을 뚫고 곧장 적을 노렸다.
생령은 흠칫 놀랐다.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손에 든 몽둥이를 사정없이 휘두르자 해골 형상이 무시무시한 힘을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여귀흉살(厲鬼凶煞).
일순 무수한 귀살의 기운이 터져 나오며 불의 기세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역시 반신은 달랐다.
생령은 이번 공격으로 불기둥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은 잠시 수그러드는 듯하다가 다시 활활 타올랐다. 생령은 온 힘을 폭발시켜 음암의 힘을 몽둥이에 전부 불어넣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이리 강할 리 없어!”
그러나 항소운은 불기둥을 제어하면서도 얼굴에선 여전히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픽 웃었다.
“이게 네 전력이냐? 이거 실망인데.”
뒤이어 양 손바닥에서 재차 불의 힘을 토해내자, 아홉 개의 불기둥이 이내 화룡으로 바뀌어 포효를 내질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순식간에 열 배는 강해졌다.
화르르-
불기둥의 기세가 일순 폭발하자 허공 속 무수한 불의 힘이 전부 빨려 들어갔다.
불의 진의를 최대로 높여 화력이 극에 달하자 불길이 음암의 힘을 남김없이 태워버렸다.
아홉 마리의 화룡은 마치 살아있는 듯 영역 밖 생령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생령은 힘을 잃었고 체내의 기운도 혼란 그 자체였다. 녀석은 무섭게 달려드는 아홉 마리 화룡에 크게 놀라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달아나려고?”
항소운은 차갑게 말을 뱉으며 양손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화룡은 더욱 빨라져서 눈 깜짝할 사이 생령을 따라잡고는 그대로 집어삼켰다.
“한심한 놈! 다납(多納), 혈창(血蒼). 너희가 가서 놈을 잡아 와라!”
만지란 이름의 통령이 못마땅한 얼굴로 소리쳤다.
곧이어 반신 정점의 두 생령이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성급 생령 열여덟 마리가 뒤따라 나왔다. 더는 항소운에게 일대일로 싸울 상황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두 생령은 신급 경지를 목전에 둔 상태로,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둘은 동시에 힘을 발산하며 항소운을 압박했다.
나머지 열여덟 마리는 진법을 펼쳐 공간을 철저히 봉쇄했다.
항소운이 빠져나가려 하면 진법을 발동해 죽일 작정이었다.
만상추란(萬象墜亂)!
태혈창수(太血蒼手)!
두 반신은 바로 절초를 전개했다.
별안간 허공에 만 개에 달하는 거대한 코끼리 형상이 나타났다. 코끼리들이 발을 구를 때마다 거센 기운이 들끓으며 천지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웅, 웅 하는 울림에 심장마저 요동쳤다.
반대편에서는 피에 적신 혈수(血手)가 하늘을 가르며 등장했다. 마치 지옥에서 나온 듯 끔찍한 모습이었다. 혈살의 기운이 창공을 휩쓰는 가운데 선명한 공포가 공기 중으로 파고들었다.
전에 없이 강한 상대지만, 항소운은 오히려 전의가 불타올랐다.
“몇 년을 폐관하느라 몸이 근질거렸는데, 오늘 손 좀 풀어야겠다!”
삼세권 1식 금생권!
항소운은 곧장 자세를 다잡았다.
아직 힘이 뻗어나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하늘에선 혼돈의 힘이 일렁였다. 순간 황량한 기운이 감돌더니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어떤 의식이 그들의 의지로 파고들면서 현생의 온갖 굴곡이 다시금 느껴졌다.
당시의 고통이 재차 각인되면서 의지력이 와르르 무너졌다.
단순한 권법이지만 그 속에는 무궁무진한 변화가 담겨 있어 상대를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주먹 한 번에 코끼리 형상과 혈수가 산산조각 난 것이다.
일격에 현생을 궤멸시키는 권법이었다.
펑-!
폭발음과 함께 두 반신의 육신이 터지고 말았다. 영혼 속 의지력은 종이짝처럼 너덜너덜해져서 갈기갈기 찢겼다.
권법 한 번에 반신 정점의 생령을 둘이나 죽이는 것, 이것이 바로 그의 현 실력이었다.
빙 둘러싸고 있던 열여덟 마리의 성급 생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토록 파괴적인 힘을 자신들이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실로 무서운 녀석이군. 다 같이 싸워라!”
만지 통령의 외침이 들려왔다.
신급 아래 영역 밖 생령은 일제히 전함 밖으로 달려 나갔다.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저 젊은 인간족 앞에서는 그마저도 사치로 느껴졌다.
그들은 거대한 기세를 일으키며 덤벼들었다. 각기 다른 능력을 펼치며 공격을 퍼붓는 탓에 웬만한 사람은 속수무책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영역 밖 생령은 전투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동급 인간족은 비할 바가 못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