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44
제944화 단련의 필요성
“패왕께선 계속 싸우시려나 봐.”
패왕군단의 단원이 놀란 눈을 둥그렇게 떴다.
“패왕의 실력이면 100연승은 문제없지. 500연승도 가능할지 몰라.”
옆에서 다른 이가 대꾸했다.
“건방진 녀석. 남(藍) 공자, 놈을 저대로 두실 건 아니죠?”
유교홍이 남 공자에게 은밀히 속삭였다.
남심용(藍深勇), 선로궐 신로(神老)의 후손으로 선자방(仙子榜) 서열 98위다.
선자방은 선로궐의 서열이다. 총 108석으로, 실력깨나 있다는 전천 성인은 모조리 이름을 올렸다. 물론 서열에 따라 대우나 지위도 달랐다.
남심용은 대성 경지임에도 불구하고 순위는 거의 말단에 불과했다. 그만큼 선자방에 오른 자들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좌(左) 호법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한낱 애송이가 선로궐의 명성을 더럽히게 놔둘 순 없습니다.”
남심용이 회색 장포를 입은 노인에게 손짓했다.
“예, 도련님.”
노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선 연무대로 뛰어올랐다.
노인은 두말하지 않고 곧장 바람의 힘을 펼쳤다. 그러자 거센 폭풍이 공간을 가르며 항소운에게 덮쳐 왔다.
그것은 반신의 전투력이었다.
날카로운 바람의 힘을 느끼며 항소운은 중얼거렸다.
“이렇게 된 거 연무대에서 9대 성진의 진의나 더 수련해야겠다.”
그러고는 노인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폭풍을 만들어냈다. 그래도 위력은 한 수 위였다. 항소운의 폭풍은 노인의 바람의 힘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두 힘이 잇달아 충돌하자 폭풍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넋 놓고 보고 있던 좌중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연무대의 결계 덕분에 딱히 부상자는 없었다.
“바람의 무극(無極)!”
노인은 공격이 연신 저지당하자, 온 힘을 불어넣어 바람의 힘을 재차 강화시켰다. 소용돌이가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바람의 힘이 수천수만 개의 칼날이 되어 날아들었다.
“그 정도론 어림없어!”
항소운 역시 바람의 힘을 더욱 높였다. 주변에서 바람의 힘을 모조리 끌어와 폭풍은 한층 사납고 거세졌다. 흡사 바람의 용이 달려들 듯 폭풍은 노인의 힘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헙-!
노인은 앞선 자들처럼 연무대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너희도 고작 이 정도면 괜히 올라와서 망신당하지 말지 그래.”
항소운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노인은 대성급 정점의 경지로 반신의 전투력을 구사하니, 결코 약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운 나쁘게 항소운과 맞닥뜨렸으니 어쩌겠는가.
선로궐 사람들은 항소운이 호법을 간단히 제압하는 것을 보자,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남심용으로 향했다. 자신들 중 가장 강한 자는 아무래도 저 선자(仙子)였다. 그래도 저분이라면 겨뤄볼 만하지 않을까.
남심용 역시 자신이 나설 때란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우리 선로궐의 명성에 도전하는 자는 참으로 오랜만이군. 항소운, 네가 백 년 만에 처음이다.”
남심용은 어느새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라 연무대에 올라섰다.
“싸울 거면 그냥 싸울 것이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
항소운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원한다면 바로 시작하지.”
남심용의 파란 눈동자가 순간 번뜩였다. 양손을 펼치자 그 위로 쪽빛 힘이 하나둘 떠올라 푸른 물결이 되어 넘실거렸다. 물결은 이내 백 마리의 거대한 수룡이 되어 항소운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백교경초(百蛟傾剿)!
그것은 신급 기술이었다. 어찌나 위력이 대단하던지 아까 그 호법보다 몇 배는 강해서 단숨에 3할 반신의 힘을 터뜨렸다.
“오호, 물로 싸우겠다?”
항소운은 냉소를 지었다. 즉시 양손을 쉴 새 없이 휘저어 잔잔한 장영(掌影)을 일으켰다. 그러자 부드럽게 힘이 계속 이어지면서 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더니 에워싸던 수룡을 반대 방향으로 튕겨냈다.
물의 진의는 끝도 없이 이어져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겨냈다.
항소운은 그간 수련에 열중하며 물의 진의에 대한 깨달음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공격을 펼치자 끝도 없는 힘이 백 마리의 거대한 수룡을 격파하더니 기세를 몰아 남심용을 향해 휘몰아쳤다. 어찌나 위력이 대단하던지 연무대 위 공간이 버티질 못하고 좌우로 갈라지려 했다.
남심용은 상대가 9대 성진의 힘을 연마한 줄 알던 터라 물의 진의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짓더니 양팔을 휘둘러 부드러운 힘으로 공격을 밀어냈다.
남심용은 물의 성진을 타고난 자로, 물의 진의에 대한 깨달음 역시 항소운 못지않았다. 하여 물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지라 상대를 데리고 노는 것쯤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동일한 두 개의 진의가 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연무대 위 공간이 쉴 새 없이 뒤틀리며 공기를 짓누르는 바람에 연이어 폭발이 발생했다.
이젠 누가 더 우세한지 가릴 차례였다.
“항소운, 네 실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오늘 똑똑히 보여주마!”
남심용의 호통과 함께 순식간에 초식이 바뀌었다. 물의 힘이 응집되는가 싶더니 사람의 형체로 변해 달려들었다.
수영분신(水影分身)이란 기묘한 초식이었다. 적과 싸우는 와중에 물의 힘을 응집시켜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항소운 역시 갑작스레 나타난 분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천안으로 보니 분신이 덤비는 속도는 별것 아니었다.
궤적이 선명히 보이자, 그의 표정은 다시 태연해졌다. 일순 전신에서 발산되던 기운이 갑자기 냉기를 띠더니 영롱한 빛이 하나둘 떠오르며 물의 힘이 빙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창 대결 중이던 두 진의 역시 빠른 속도로 얼어붙었다. 물의 분신도 냉기 탓에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고작 몇 보를 남기고 분신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음의 진의?”
남심용의 눈빛이 움츠러들었다.
“터져라!”
항소운은 씩 웃더니, 단단히 얼어붙은 모든 것을 모조리 터뜨렸다.
펑-!
수많은 빙정이 일제히 폭발하자, 그 충격에 남심용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강력한 방어력을 일으켜 빙정을 막아내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얼음의 힘으로 인해 주변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처음에는 발이 얼어붙어 꼼짝할 수 없더니 곧 몸 전체로 퍼지면서 순식간에 얼음 인간이 되어버렸다.
좌중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심용의 빠른 초식 전환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항소운의 임기응변은 한 수 위였다.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가 저런 공격을 받아낼 수 있단 말인가.
항소운은 성진의 힘을 빠르게 밖으로 뽑아냈다. 연무대 위 빙한의 힘은 급속도로 줄어든 반면, 남심용을 뒤덮은 빙정은 층층이 쌓여갔다. 그는 상대가 쉽게 패배를 인정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얼어붙은 남심용은 체내 성진의 힘이 계속 압박을 당하자, 과연 등 뒤로 허상을 내보냈다. 그것은 한 마리의 큰 고래였다.
거경번랑(巨鯨翻浪)!
아마도 그의 몸속에는 고래의 혈맥이 흐르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온몸을 두껍게 에워싸고 있던 빙정도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경서만물(鯨噬萬物)!
남심용은 마치 거대한 고래가 된 듯 성진의 힘을 강력한 흡인력으로 뒤바꿔 상대를 집어삼키려 했다.
항소운의 몸은 저절로 앞으로 쏠리고 있었다.
고래의 거대한 입이 눈앞까지 들이닥친 순간, 항소운은 가까스로 수인을 맺어 얼음 창을 고래의 입에 힘껏 찔러 넣었다.
화형빙척(化形冰刺)!
전투력을 7할 높여 성진의 힘을 대거 폭발시키자, 반신도 막기 힘들 위력이 터져 나왔다.
얼음 창을 계속 찌르자,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는 발을 힘껏 굴러 공중으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남심용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각 초식은 얼음과 물의 힘을 품고 있어 진의의 힘을 최대로 높이자, 남심용도 전력을 다해 맞설 수밖에 없었다.
거경노충(巨鯨怒冲)!
남심용의 초식이 재차 변했다. 양 주먹을 연거푸 날리자 거대한 남빛 힘이 큰 고래로 변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실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쿵-!
두 힘이 충돌하며 육중한 폭발음이 일었다. 충돌의 여파로 연무대 위 공간이 바르르 떨리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5할 반신이라도 감당 못 할 힘이었다.
힘이 사라진 자리에는 한 사람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었다.
바로 남심용이었다.
항소운은 태연한 얼굴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고작 이 정도 실력이면 그냥 네 발로 알아서 내려가.”
남심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입가의 피를 쓱 닦고선 남빛 미늘창을 꺼내 들었다. 신급 기운이 일렁이는 걸 보면 예사 무기는 아닌 듯했다.
이와 동시에 체내의 기운이 급상승하더니 인갑(麟甲)이 전신을 겹겹이 둘러싸면서 몸집이 순식간에 커졌다.
그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비장의 무기까지 꺼내게 만들다니. 영광인 줄 알아라!”
그러면서 창을 휘두르자 물결이 찰랑찰랑 일며 삽시간에 연무대를 가득 뒤덮었다.
힘은 파도처럼 밀려들어 연이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9할 반신에 육박하는 힘이었다.
“이게 네 전력인가 보군. 그럼 이만 끝내자.”
항소운은 실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양손을 서서히 휘두르자 손바닥에서 방대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바다를 뒤집을 듯한 기세로 힘을 날리자 남심용의 공격은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연무대가 하염없이 흔들리는 가운데 좌중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얼룩졌다.
‘저게 정녕 대성급 힘이란 말인가?’
다들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성의 전투력이 대단하긴 하나, 저 정도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한참 후, 마침내 승패의 결과가 드러났다.
남심용은 갑옷도 깨져 버려서 온몸에 손자국이 여럿 난 채 연무대 밖으로 굴러떨어졌다.
남심용의 패배가 드러난 순간, 주변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선로궐의 선자 중 한 명이었다. 비록 서열은 하위권이지만, 실력만은 누구 못지않게 강했다. 그런 그가 나가떨어졌으니, 항소운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리라.
선로궐 사람들은 안색이 심히 어두웠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교홍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남심용을 항소운과 싸우도록 부추긴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남 공자가 패해버렸으니, 이 일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녀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웠다.
“감히 도련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우리 선로궐이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선로궐에게 누군가 뛰쳐나와 험한 말을 뱉더니 남심용을 둘러메고 빠르게 사라졌다.
이번 일은 선로궐에게 크나큰 망신이었다. 분명 광릉궁이나 신맹 쪽 사람도 보고 있었을 터, 어떻게든 수습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항소운은 저들의 독설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신급 경지도 두렵지 않은데, 하물며 저들 따위에 겁을 먹겠는가.
“먼저들 돌아가. 난 당분간 연무대를 지켜야겠어.”
항소운은 일행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비록 전투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고는 하나 그는 여전히 단련의 필요성을 느꼈다. 여러 해를 폐관했으니, 실전을 통해 갈고 닦아 더욱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우채접과 마희, 유청신 등은 항소운의 성격을 아는지라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