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46
제946화 한껏 우쭐대라지
“네 발로 내려가면 살려는 주마. 그럴 수 없다면 죽이는 수밖에.”
녹 호법이 살기를 번뜩였다.
“넌 아직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
항소운은 어림없다는 듯이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녹 호법은 8할 반신의 경지다.
비록 진정한 신급 강자에는 비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겨뤄볼 만은 했다.
그런데 한참 아래인 항소운이 대놓고 무시하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멍청한 놈.”
녹 호법의 손바닥 위로 푸른 빛이 떠올랐다. 불꽃처럼 탁탁 튀어 오르는 모습이 어째 묘했다.
화생녹염(化生綠焰)!
녹 호법이 손바닥을 쫙 펼치자 푸른 힘이 화염처럼 터지며 항소운에게 달려들었다.
나무의 힘이지만, 화염과도 같은 폭발성을 지닌 힘이었다. 무척 진귀한 힘으로, 설령 같은 경지라 해도 이 일격은 막아내기 어려웠다.
항소운 역시 그 힘의 특별함을 느끼고 진지하게 임했다.
청색 갑옷으로 방어력을 높인 그는 양 주먹을 빠르게 내질렀다.
마치 거대한 몽둥이로 내뻗듯 권법은 육중한 힘을 싣고 화생녹염과 충돌했다.
하지만 힘에선 녹 호법이 한 수 위였다.
화생녹염은 권법의 힘을 태워버리더니 기세를 몰아 덮쳐왔다.
항소운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상대 쪽으로 돌진했다. 이번에는 장법으로 바꾸어 상대의 머리를 노렸다.
단단한 산도 박살 낼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머리가 터져 죽고 말 터였다.
그러나 녹 호법의 몸놀림은 실로 빨랐다.
그는 손을 번쩍 들어 장법을 막아냄과 동시에 반대편 손으로 항소운을 내리쳤다. 녹염은 활활 타오르는 화염처럼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화생녹염은 파괴적인 성격의 나무의 힘이다. 일단 몸에 붙었다 하면 사람을 태워죽이거나 성진의 힘을 소각시켰다.
후자의 경우 죽진 않아도 전투력이 크게 약해져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된다.
녹 호법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녹염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곧 성진의 힘이 다소 위축된 것을 발견했다.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 힘이 월등히 강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녹 호법은 기세를 잡았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해졌다.
노인은 쉴 틈 없는 공격으로 압박을 가하며 항소운과 근접전을 벌였다. 이대로 승리를 굳힐 모양이었다.
항소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근접전으로 날 이기겠다? 어림도 없지.”
그는 한층 과감해졌다.
녹염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롯이 육체의 힘만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이미 신급 육신을 이루었기에 설사 성진의 힘을 쓰지 않아도 반신은 너끈히 쓰러뜨릴 수 있었다.
쾅-!
두 사람은 순식간에 천여 합을 겨루었다.
그들이 충돌할 때마다 요란한 폭발음이 귀청을 때리고 주변 공간이 쩍쩍 갈라졌다.
둘의 움직임이 어찌나 날래던지 동작을 제대로 꿰뚫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성도 잔영만 포착했을 뿐, 입을 벌리고 감탄하기 바빴다.
항소운이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어째서 이놈한테는 화생녹염이 통하질 않는 거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녹 호법은 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근접전은 그의 강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실은 녹 호법만 모를 뿐, 항소운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화생녹염은 참으로 괴이해서 권법을 전개하면 공격력이 3할이나 줄어드는 것이었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강철 같은 육신으로 진작 박살 냈을 텐데 말이다.
‘더 이상 끌어선 안 되겠어.’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녹명지(綠冥指)!
순간, 녹 호법이 열 손가락을 튕겼다. 열 개의 푸른 지광이 교묘한 각도에서 공격해 들어갔다.
워낙 거리가 가까웠던 탓에 지공은 순식간에 몸을 뚫고 열 개의 구멍을 냈다.
“하하, 녹명지에 당했으니 이제 죽을 일만 남았구나.”
녹 호법은 거리를 벌리며 하늘이 떠나가라 웃었다.
녹명지에는 화생녹염의 힘이 들어 있어 성진의 힘을 녹여버릴 뿐 아니라 신급 무인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독을 품고 있다.
항소운은 빠르게 몸속 변화를 느꼈다.
녹염은 성진의 힘을 약화시켰고, 독은 생기를 갉아 먹으며 신경을 마비시켰다.
신급 육신이 아니었으면 벌써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역시 반신 경지는 다르구나.’
항소운은 반신의 강함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그는 성해건곤의 힘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그러자 혼돈천뢰와 뇌골이 공명을 이루더니 극양을 띤 혼돈천뢰의 힘이 화생녹염과 독을 빠른 속도로 태워버렸다.
녹 호법은 그 모습을 보더니 너무 놀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팔첩명장(八疊冥掌)!
이젠 녹 호법도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힘을 절정으로 끌어올리자 전투력이 단숨에 신급까지 상승하면서 손바닥 위로 미약하게나마 신력이 떠올랐다.
이어서 여덟 개의 초록빛 명장을 한데 포개자 여덟 줄기의 강력한 힘이 터져 나와 항소운을 압박해 들어갔다.
이 정도 공격은 반신도 감당하기 벅찼다.
항소운 역시 슬슬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진지하게 싸워 볼 만하겠는데!”
항소운은 눈을 번뜩이며 권법을 전개했다.
지극히 평범한 권법이나 일순 알 수 없는 힘이 연무대를 뒤덮으며 천지를 뒤흔들었다.
쿵-!
두 사람의 공격이 맞부딪친 건 찰나였다.
그러나 그 짧은 충돌에도 세찬 폭풍이 몰아치면서 연무대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급 진을 지탱하던 성급 재료들마저 이곳저곳 갈라지고 있었다.
좌중은 너무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러는 놀란 나머지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 연무대에서는 거의 신급이라 부를 만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쓰러지지 않고 멀쩡히 서 있는 것만도 충분히 대단했다.
신급 진을 빠르게 운행하고 나서야 충격의 여파를 막아낼 수 있었다.
신급 진이 아니었다면 연무대는 터지고 말았을 것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다. 불후 연무대에서 이 정도 대결이 벌어진 게 대체 얼마 만이야.”
“두 사람 다 전천 성왕이 될 자격이 충분해. 한데 둘 중 누가 더 강한지는 모르겠단 말이야.”
“누가 이기고 지든 간에 항소운은 이름 한 번 제대로 날리게 생겼네. 분명 전천방에도 이름을 올릴걸.”
“게다가 아직 젊잖아. 소생 경지를 돌파하고 나면 천하에 적수가 있겠어? 근데 하필 선로궐에게 밉보였으니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나?”
연무대 밖에선 수많은 사람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로궐의 남심용도 자연히 그 안에 있었다.
그는 항소운이 권법을 휘두른 순간, 마치 제 심장이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복수를 갈던 마음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주먹에 맞고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다른 젊은이들도 하나같이 심각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저 권법을 파훼할 방법을 고민하는 듯했다.
“항소운이 저리 강할 줄이야. 아무래도 우리가 녀석을 얕본 것 같군.”
금빛 옷의 젊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진작 저자의 가능성을 알아봤지. 그래서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려 했는데, 이젠 어렵겠어.”
자향선자가 담담히 대꾸했다.
“아무리 강해도 아직 반신은 아니잖아. 앞으로 나오는 상대는 이기기 힘들걸.”
다른 이가 어림없다는 투로 말하자, 금빛 옷의 젊은이가 말을 받았다.
“무의미한 도발은 멈춰야 해. 상고 전장에 들어가면 누군가 이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겠지.”
신맹 쪽에서는 베옷을 입은 평범한 젊은이가 짙은 전의를 불태웠다.
“과연 태초 전체는 다르군. 저 정도면 혼돈전체와 거의 같은 급 아닌가? 전천방만 아니면 나도 겨뤄보는 건데 말이야.”
한편, 불후 황조의 황자와 공주는 높은 누각에 올라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1황자가 하채의를 보며 말했다.
“어때? 너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이지?”
하채의는 살짝 흥미가 인다는 눈빛이었다.
“괜찮긴 하네요. 앞으로 소생 경지에 오르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하겠어요.”
“소생 경지까지 되면 우린 더 희망이 없을 거야.”
1황자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긴, 그렇겠네요.”
그녀는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었다. 커다란 눈동자는 항소운을 향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소유욕이 가슴 속에서 꿈틀댔다. 어릴 적 자신이 원했던 물건은 반드시 손에 넣고 말았던 것처럼 말이다.
연무대에서는 녹 호법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돼버려서 승패는 불 보듯 뻔했다.
항소운의 권법은 너무도 강력했다. 힘이 크게 줄었건만 녹 호법은 맥을 추지 못했다.
녹 호법이 패한 순간, 항소운은 마침내 100연승을 달성했다.
그 순간 연무대 위로 빛 한 줄기가 솟아올랐다.
빛은 한없이 방대한 힘을 뿌리며 항소운에게 다가갔다.
보통 사람 같으면 바로 저 힘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항소운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었다.
반발력이 발생하긴 했으나, 곧 그 힘을 손에 쥐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신이 하사한 성력이었다.
여느 성력보다 몇 배는 강할 텐데 어째서 바로 흡수하지 않는 걸까.
항소운은 사람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조용히 이 성력의 진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연 이 힘은 예사 힘과 달랐다. 틀림없이 본연의 힘을 정제시켜 만든 것이었다.
게다가 그 속에는 약간이나마 신력이 들어 있었다. 웬만한 전천 성인은 한 품급을 너끈히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꽤 풍성한 상이었다.
‘왜 불후 연무대가 이토록 강성한가 했더니, 이런 성력이 가득 들어서였구나. 확실히 성급 무인의 실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겠어.
한데 어쨌든 외력이란 말이지. 정제를 하고 흡수하지 않으면 장차 성장에 영향을 미칠 거야.’
그는 성력을 봉한 뒤 성해건곤에 넣었다. 자신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서 차라리 남에게 주는 편이 나을 듯했다.
그는 연무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다시 도전자를 기다렸다.
전천방이 열리기까진 아직 시간이 있어서 비무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도 썩 나쁘지 않았다.
바닥에 앉자마자 누군가 연무대로 뛰어올라 도전을 청했다.
상대는 이족이었다. 항소운이 약해진 틈을 타 이기려는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허나 항소운은 성진이 실체화를 이룬 후로 힘을 무한대로 생산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외부의 힘을 흡수하는 속도까지 훨씬 빨라졌다.
그렇게 이족은 별다른 이변 없이 패했다.
또 열흘이 흘렀다.
이제 항소운에게 패한 자만 해도 벌써 250명에 달했다.
대부분은 일격에 나가떨어졌고, 가장 강한 자라고 해봤자 고작 3수를 버티지 못했다.
250명이나 패하고 나자, 사람들은 전천 경지에서 항소운의 적수는 없다고 확신했다.
거대 세력의 몇몇 천재도 도전하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그들에겐 전천방 순위가 훨씬 중요했다.
‘그래, 이번엔 한껏 우쭐대라지.’
그들은 끓어오르는 전의를 간신히 억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