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53
제953화 자요(紫曜)
“뭐야, 아직도 힘이 남았단 말이냐? 이만 닥치고 죽어라!”
나응이 미간을 좁히며 소리쳤다.
과시분쇄(裹尸粉碎)란 초식을 펼쳐 피풍의에 힘을 불어넣자, 한층 강력해진 힘이 옥죄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몸이 바짝 움츠러들어서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은 되려 분노를 자극했다.
“저리 꺼져!”
항소운은 분노가 극에 달해 전력을 폭발시켰다. 불이 실린 갈퀴손은 용의 발톱처럼 전면을 사정없이 잡아 뜯었다. 신급 육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던가. 거기다 혼돈의 불까지 가세하여 피풍의를 찢어버렸다.
그러나 피풍의가 찢긴 순간, 노맹의 주먹이 재차 날아왔다. 마치 이 순간만 기다렸다는 듯 곧장 머리를 공격했다.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 저리 안 비켜!”
항소운은 양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한 손은 노맹의 팔을 잡고, 반대편 손은 하복부를 후려쳐 날려버렸다.
노맹은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응은 날카로운 매의 발톱으로 뒤통수를 노렸다.
“지금껏 실컷 때렸지? 이젠 내 차례야.”
항소운은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양 몸을 돌리며 훌쩍 뛰어오르더니 상대의 머리를 향해 양발을 힘껏 날렸다.
나응은 재빨리 막아내며 반격에 나섰다. 갈퀴손을 잇달아 휘두르며 더욱 맹렬히 공격을 퍼붓자, 주변 공간이 쩍쩍 갈라졌다.
그 사이 노맹도 정신을 차리고 공격에 가담했다. 두 권법을 하나로 합쳐 절초를 펼쳤다.
두 사람의 호흡은 상당히 잘 맞아서 공격력이 순식간에 신급에 육박해졌다.
“오냐, 둘 다 한꺼번에 보내주마!”
항소운은 분노를 터뜨리며 맹렬히 주먹을 날렸다.
삼세권!
삼세권, 그 어떤 힘도 전무후무한 이 권법을 막아낼 순 없었다. 항소운이 창안한 권법이자, 태초의 힘을 가장 완벽히 발휘할 수 있는 절초였다.
첫 주먹에 현생을, 두 번째 주먹에 전생을, 마지막 세 번째 주먹은 미래를 뜻하니 삼생을 관통하는 권법의 집합체였다. 잇달아 주먹을 내지르자 하늘의 구름도 소리 없이 흩어졌다.
노맹과 나응의 비극은 이미 예견되었다.
둘의 협공은 신급을 죽일 만큼 강력했으나, 항소운의 무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두 사람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간신히 숨만 쉬었다.
자성하는 놀란 눈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저,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수년 전만 해도 항소운은 분신이 있어야 반신과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신 혼자서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자성하 역시 지난 몇 년간 무공이 진일보하여 지금은 최상급 대성이었다. 그러나 항소운과 맞붙어 싸울 용기는 여전히 없었다.
“쓸모없는 놈들.”
자성하 옆의 사내가 무심히 말을 뱉었다.
사내는 초립을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안 보이나, 목소리를 들으니 젊은 사람인 듯했다.
“형님, 어서 나서주세요. 이러다 전부 죽겠어요.”
자성하는 애가 타서 어쩔 줄 몰랐다.
사내는 허리를 쭉 펴더니 술병을 꺼내 한 모금 들이키고선 자성하를 쳐다보았다.
“개일 부회장의 직전 제자니 당연히 호락호락하진 않겠지. 넌 수하들을 데리고 놈의 무리를 공격해라. 저놈은 내가 맡겠다.”
사내는 서른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겉치레에 관심이 없는 듯 대충 걸친 옷차림이나, 확실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깔끔하게 잘만 갖춰 입으면 분명 매력이 넘치는 남자였다.
그는 자성하의 사촌 형이자, 수호 공회의 일원인 자요(紫曜)였다.
자요는 자씨 가문 젊은이들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다. 타고난 재능부터 다른 형제들을 월등히 압도하여 현재는 8할 반신의 경지다. 상고 전장에 오지 않았다면 소생 경지를 돌파했을 실력이다.
자요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항소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렁이는 번개 속에 우뚝 선 모습은 번개의 신을 방불케 했다.
‘진짜 빠르다!’
자요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항소운도 속도에선 독보적이지만, 상대가 자신만큼 빠르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진정한 고수였다.
“네가 개일 부회장의 제자로구나. 원래대로라면 우리 수호 공회의 일원이겠지만, 아직 공회에 가서 신분을 인증하지 않았더군. 하여 넌 아직 우리 일원이 아니다. 내가 널 공격한다 해도 내부 싸움을 금지하는 규정을 어긴 건 아니란 뜻이지.”
“그냥 싸울 것이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
항소운은 바로 공격을 전개했다.
불끈 쥔 주먹이 한 마리 용처럼 상대의 가슴팍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기세가 무색하게 권법은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상대는 그의 뒤편으로 돌아가 씩 웃고 있었다.
“힘은 제법이군. 근데 너무 느려. 전력을 다해 싸워라. 네가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내 진짜 실력을 보고 싶단 거지? 그럼 두 눈 똑똑히 뜨고 봐라!”
양천보로 속도를 최대로 높이며 동시에 삼세권을 펼쳤다.
동료들은 지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이 싸움을 속히 끝내고 싶었다. 항소운은 바짝 따라붙어 상대와의 거리를 좁힌 뒤, 전력을 다한 권법을 날렸다.
“굉장한 힘이군. 허나 이기는 쪽은 나다!”
자요는 흥분으로 두 눈을 번뜩이며 양 주먹에 짙은 천둥의 힘을 실어 내뻗었다.
육폭뇌권(六爆雷拳)!
쾅-!
두 힘이 맞붙자 요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충격의 여파로 바위는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근방의 잔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요는 8할 반신이나, 실제 전투력은 신급에 가까웠다. 이번에 상고 전장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 중 단연코 가장 강한 10인에 속했다.
이 정도 실력을 지녔기에 항소운과 강대강으로 맞붙어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충돌로 두 사람은 몸이 뒤집혀 날아갔다. 둘 다 몸에 흔적이 여럿 난 걸 보니 방금 힘겨루기는 대등하게 끝난 모양이었다.
“하하. 그래, 이 맛이지. 이런 상대를 만난 게 대체 얼마 만이야. 자, 다시 하자!”
자요는 미친 듯이 마구 웃더니, 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덤벼들었다.
별안간 상고 전장에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자요가 일으킨 것으로, 맹렬한 주먹처럼 항소운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육폭뇌권은 진정한 신급 기술이다. 일권(一拳)에 폭발을 여섯 차례 일으켜 파괴력이 굉장했다.
항소운은 무도천안을 발동해 공격 궤도와 허점을 파악했으나, 자요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좀처럼 반격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연신 뒤로 밀려나면서 열세에 처한 듯했다.
천둥의 힘은 하늘을 가르며 맹렬히 떨어졌다. 어찌나 위력이 대단하던지 반신도 충분히 태워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항소운은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이 기회를 빌려 천둥의 힘을 열심히 흡수했다.
“후퇴밖에 모르는 거냐? 육육합일!”
자요는 아무리 해도 항소운이 쓰러지질 않자 공격력을 더욱 높였다.
육권(六拳)을 동시에 펼치자 여섯 개의 폭발적인 힘이 한데 쌓이면서 마치 36개의 천둥의 성진이 일거에 폭발하는 듯했다.
천둥의 힘이 지닌 파괴력은 1품 신급 무인을 죽이는 건 물론이요, 2품이라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진짜 실력이었다.
“지금이다. 혼란시공!”
항소운은 두 눈을 부릅뜨고 상대의 허점을 파악한 뒤 날카로운 주먹을 내뻗었다.
음양의 힘은 천둥의 힘을 왜곡시켜 위력을 크게 줄였으나, 여전히 많은 힘이 항소운에게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에 집중했다.
혼란시공이란 초식을 전개함에 따라 묘한 시간의 착각이 일어났다. 시간은 멈춘 듯하다가 역행하는 듯했고, 또 정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자요가 시간의 혼란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항소운의 손날이 빠르게 움직였다.
슥.
손날은 날카로운 검이 되어 상대를 베었다. 곧 새빨간 피가 용솟음쳤다.
이제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으려는 순간, 갑자기 곁에서 뇌권(雷拳)의 힘이 폭발하는 바람에 항소운은 정신없이 나뒹굴었다.
항소운과 자요, 두 사람 모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자요는 목숨은 건졌지만, 부상이 심각했다. 가슴의 상처가 꽤 깊어서 속에 내장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정말 강한 녀석이다. 같은 경지였다면 내가 지고 말았을 거야.”
번쩍 몸을 일으킨 자요는 가슴을 움켜쥔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잠시 후 놀랍게도 가슴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대성 경지에 이르면 회복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자요는 8할 반신이니, 회복 속도야 말할 것도 없이 빨랐다.
그런데 항소운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뇌권의 힘이 폭발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부상이 심했다. 신급 육신이 훼손될 정도니, 몸에 큰 무리가 갔다. 하지만 생명의 진의 덕분에 회복 속도는 자요 이상으로 빨랐다.
자요는 그 모습을 보고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바로 최강 전체의 특출난 점인가? 역시 보통이 아니군.”
자요는 자전검(紫電劍)을 빼 들었다. 뱀 형태를 띠고 있어 자사전검(紫蛇電劍)이라 불리는 검이었다. 신급 뱀의 뼈를 넣어 만든 것으로, 힘을 증폭시켰다.
“무기를 쓰게 만들다니. 항소운, 영광으로 알아라.”
자요는 웃음을 흘리며 재차 공격에 나섰다.
삼천질전자(三千疾電刺)!
자줏빛 천둥의 힘이 전신을 휘감은 가운데 검을 찌르자, 흡사 삼천 마리의 자줏빛 뱀이 맹렬한 속도로 에워싸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검의 기세는 순식간에 몇 보 앞으로 들이닥쳤다.
신이라 해도 막아내기 힘든 공격이었다.
퇴로를 모두 차단하는 바람에 공격을 직접 받아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럼 나도 무기로 싸우마.”
항소운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곧이어 용과 범의 형태를 띤 전도를 휘두르자, 눈부신 도광이 뿜어져 나갔다.
청천벽력!
풍운색변!
항소운은 전천구도결을 펼쳤다. 태초전도에 혼돈천뢰의 힘을 불어넣자 위력이 한층 강해졌다.
검과 칼의 힘이 서로 맞물리며 무수한 힘이 튕겨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천여 합을 겨루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팽팽해서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았다.
섬전천변(閃電千變)!
살생성하!
대결 구도가 워낙 치열해서 누구도 선뜻 끼어들기 힘들었다.
* * *
이 시각 다른 쪽에서는 자성하가 수하들을 이끌고 우채접 등을 맹렬히 공격했다.
우채접 일행 중 가장 강한 자는 아무래도 유청신이었다. 다만 지금은 신급 잔혼과 혼전을 벌이느라 한동안은 몸을 뺄 수 없는 탓에 남은 자들끼리 자성하 무리를 막기는 힘에 부쳤다.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자 우채접이 매서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내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군!”
순간 온몸에서 한층 강한 힘이 발산되면서 그녀의 경지가 단숨에 상승하기 시작했다.
봉황구천(鳳凰九天)!
우채접과 봉황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힘찬 날갯짓으로 허공을 갈랐다. 드높은 불의 기세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녀를 붙잡고 있던 반신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그녀는 성공적으로 대성 경지를 돌파하면서 전투력은 반신에 이르렀다.
마희 역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평소 기초를 단단히 다진 덕분에 전투의 압박 속에도 전천경 정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제 음양의 도를 통해 대성급 적을 죽이는 것쯤 일도 아니었다.
“채접아. 비록 경지는 너보다 낮지만, 기초는 너 못지않은 거 알지? 기다려, 곧 따라잡을 테니까.”
마희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마치 검은 모란과 같아 보는 이를 흠뻑 빠지게 했다.
휙.
마희는 귀신과 같은 몸놀림으로 검을 휘둘러 몇 명을 죽였다.
음양전체는 혼돈전체에 결코 뒤지지 않는 최상위 신체였다. 시간의 도를 최대로 발휘할 수만 있다면, 어느 누가 그녀의 상대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