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왜 이러는 거야?
항소운과 동재는 갱도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갱도는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불길이 안쪽까지 미치지 못하면서 들어갈수록 흑모시의 독이 짙어진 것이었다.
만일 사전에 피독단을 삼키지 않았다면, 그들은 여기서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거 골치 아파졌는데, 동굴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어. 흑모시가 여기서 몇 마리 죽긴 했지만, 안쪽에 더 있을지도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게다가 이젠 독 때문에 숨도 못 쉬겠어!”
항소운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설마 이대로 돌아가잔 건 아니죠?”
동재가 뒤에서 항소운과 바짝 붙은 상태로 말했다.
“그건 말이 안 되지. 우선 강경을 일으킨 다음 횃불을 들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고. 그래도 동굴이 너무 깊으면,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어!”
항소운이 말했다.
그들은 강경을 일으켜 그 힘을 이용해 흑모시의 독을 차단시켰다.
항소운의 자줏빛 천둥의 힘은 아주 밝고 강한 힘이었다.
가까이 접근해오는 흑모시의 독이 그로 인해 모조리 파괴됐다.
그걸 본 항소운이 기뻐하며 말했다.
“천둥의 힘이 독기를 억제한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오로지 불만이 독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보니 천둥의 힘 역시 독기를 억누를 수 있었다.
한편, 동재의 강경은 청색이었다. 이는 나무의 힘인 만큼 이곳의 독기를 억제할 순 없었다.
항소운은 강경으로 동재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재의 내력을 알진 못했지만, 어리숙한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을 해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항소운의 손이 동재의 어깨에 닿는 순간, 갑자기 동재가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동재는 손을 뒤로 돌려 자신의 어깨에 놓인 항소운의 손을 잡더니, 다른 쪽 팔꿈치로 항소운의 복부를 가격했다.
동재의 동작은 깔끔하고 민첩했다. 마치 수만 번은 연습한 것 같았다.
동재가 위협이 될 리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항소운은 순식간에 기습 공격을 당했다.
퍽!
동재의 강한 힘이 항소운의 외강경에 부딪치자 그 충격에 균열이 일어날 정도였다.
다행히 항소운이 내강경을 수련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중상을 입을 뻔했다.
그러나 동재는 거기서 공격을 멈추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변태야, 널 죽이고 말겠다!”
동재는 몸을 구부려 항소운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바로 그를 업어쳤다.
쿵!
항소운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다음 순간, 동재의 푸른 검이 바닥의 항소운을 향해 사납게 찔러왔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항소운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검을 보고 두 눈에서 기이한 빛을 번뜩였다. 그러자 항소운이 느끼기에 검이 날아오는 속도가 몇 배는 느려지면서 궤적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빠르게 두 손을 하나로 모아 검을 잡았다.
“미쳤어?”
항소운은 모든 힘을 끌어올려 동재를 매섭게 꾸짖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호랑이가 포효하는 위력이 들어있어, 좁은 공간에 쉴 새 없이 메아리쳤다.
동재는 진동에 귀가 먹먹해졌다. 항소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한쪽으로 날려 버리고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항소운이 눈을 부릅뜨고 동재를 노려보았다.
“그건 내가 할 소리야! 형씨는 왜 내 어깨를 잡은 건데!”
동재가 오히려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미친 거 아냐? 내 천둥의 힘은 흑모시의 독을 막아주니까, 자네가 독에 당하지 않게 보호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날 죽이기라도 하려고!”
항소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그제야 동재는 자신이 상대방의 호의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재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항소운에게 사과하려는 순간, 갑자기 동재의 뒤에 검은 두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으으으-
“조심해!”
동재의 정면에 있던 항소운은 검은 그림자를 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동재를 한쪽으로 밀어내고는 즉시 발을 날려 검은 형체를 걷어찼다.
퍽퍽!
흑모시 두 마리가 그대로 날아가고 말았다.
동재는 너무나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항소운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는 흑모시에게 붙잡혔을 것이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 마음대로 해. 난 안으로 들어갈 거니까!”
항소운은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패왕전천도를 쥔 채 앞쪽으로 달려갔다.
항소운의 발에 맞고 날아갔던 흑모시 두 마리는 다시 몸을 일으켰으나, 그의 분노에 찬 검을 맞고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진지했다.
전방에선 흑모시가 계속 출몰했으나, 그가 횃불로 흑모시의 검은 털에 붙을 붙이자 삽시간에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이들과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계속되는 훼방을 뛰어넘으며 안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흑모시의 독이 한층 짙어졌고, 어느 순간 독이 항소운의 외강경에 들러붙었다.
서걱서걱-
들러붙은 독은 외강경을 파먹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재는 항소운의 뒤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는 뛰어난 실력은 있었으나, 흑모시가 두려워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상품 영약을 입에 넣었다.
이것 역시 독을 막아주는 영약으로, 효능은 일반 피독단보다 훨씬 뛰어났다.
“난 절대 짐이 되지 않을 거야.”
동재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푸른 검을 쥐고 항소운의 뒤를 쫓아갔다.
흑모시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항소운이 돌진해서 닥치는 대로 죽이자 갈수록 놈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던 흑모시는 이미 강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전투력이 입구 쪽 놈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화강경의 실력이 아니었다면, 그들을 단번에 베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깊숙한 곳 흑모사들의 몸은 훨씬 단단했고 검은 털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만큼 적어서 일반 횃불로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이놈들, 얼마 안 있으면 강시가 되겠는데!’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체 흑산교가 왜 이런 시체 굴을 파놓은 건지,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넓어졌는데 한눈에 봐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굴 양쪽의 암석은 철처럼 아주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다. 이것은 흑산교가 줄곧 채굴을 해오던 흑철암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지금 이런 흑철암에 큰 관심이 없었다. 눈앞에 생전 보지 못한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널찍한 동굴 한가운데에는 사람 형태로 오목하게 패인 구멍이 서른여섯 개가 있었는데, 구멍마다 시체가 하나씩 들어있었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갑옷을 입고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으며 전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은 오래전에 죽은 자들로, 이미 딱딱하게 굳어져 강시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항소운이 뛰어 들어오자, 이곳에 누워있던 서른여섯 마리의 강시가 인기척에 깼는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시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육체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일반적인 무기로는 손상을 입힐 수 없었다.
이럴 때는 기선제압이 최고였다. 강시들이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전, 항소운이 먼저 선제공격을 날렸다.
이곳의 독기는 훨씬 강한 탓에 그는 매 순간 외강경을 유지하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빨리 이곳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광뇌참!
항소운이 3품 전투기술인 광뇌참을 이용해 패왕전천도를 휘두르자, 위력이 배로 늘어나면서 천둥의 힘이 실린 검망이 강시 위로 매섭게 떨어졌다.
캉!
대검이 그들의 몸에 부딪히자,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항소운은 강시를 단칼에 없애지 못했다. 그저 대검이 강시의 몸을 쪼개면서 들어갔을 뿐, 두 동강을 내지는 못했다.
강시는 검은 독을 토해내며 굳은 몸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항소운의 대검은 아직 강시 몸에 박혀 있어서, 검을 포기하지 않으면 강시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무엇보다 흑모시의 독은 어떤 것도 녹이는 강한 부식성을 가지고 있어서, 항소운의 외강경이 부식될 수도 있었다.
항소운은 아주 빠르게 몸을 낮춰 강시의 공격과 독기를 동시에 피하더니, 다음 순간 강시의 두 다리를 들어 올려 다른 강시에게 내던졌다.
쿵쿵!
항소운은 이런 방식을 통해 무기 없이도 강시들의 협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그는 강시들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면서 금선권을 연달아 날렸고, 혼신의 힘이 들어간 주먹으로 포위해 들어오는 강시들을 공격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2~3만 근의 힘이 실려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금선권이 만들어내는 나선의 힘은 파괴력을 증가시켰고, 거기서 쏟아지는 살기의 힘은 필적할만한 것이 없었다.
폭격이 쏟아지듯 퍼붓는 공격에 강시들의 면상은 주먹에 맞아 움푹 꺼지고 말았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죽지도 않는 그들의 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일제히 항소운에게 달려들어 쉴 새 없이 독기를 뿜어대는 통에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정말 머리통이 단단한데. 한두 번 공격으론 죽이지 못하겠어!”
항소운은 패왕구유보로 물러난 후, 방금 그에게 칼을 맞았던 강시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이때, 그의 몸은 흑모시의 독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강경도 얼마 버티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는 패왕전천도가 꽂힌 강시 앞으로 돌진해서, 먼저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더니 옆으로 손을 뻗어 칼자루를 쥔 후 자줏빛 천둥의 힘을 온몸에서 방출시켰다.
탁탁!
타고난 자줏빛 천둥의 힘은 자연의 천둥과 동일한 힘을 지니고 있어 놀라울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순식간에 강시는 천둥의 힘에 불에 탄 것처럼 그을려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항소운은 강시를 쓰러뜨리는 방법을 알자 자신감이 상승하면서 투지에 불타올랐다. 용과 호랑이의 기운이 삽시간에 그의 뒤에서 나타나 포효하면서, 왕의 풍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죽어라!”
항소운이 고함을 치면서 유령과 같은 빠른 걸음으로 강시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자줏빛 천둥의 힘이 실린 패왕전천도가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했고, 수차례 휘두른 패왕전천도에 맞은 강시 여러 마리가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강시의 강점은 강인한 몸과 무서운 독기였다.
반면에 동작이 뻣뻣하고 공격방식이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항소운이 그들의 강점을 완전히 억제하고 나자, 그들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가 광뇌참을 쉴 새 없이 휘두르는 모습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뒤늦게 그곳에 도착한 동재는 그 광경을 본 순간, 눈빛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러다가 다시 여자가 마음의 남자를 보는 눈길처럼 아련하게 변했다.
우르르 쾅쾅!
항소운은 어떤 위험도 불사하고 미친 듯이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서른여섯 마리의 강시는 그의 칼 아래 처참히 죽고 말았다. 아니 원래 죽은 강시니까 무너지고 파괴됐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다. 강시들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고 나자 갑자기 그들 몸에 있던 대량의 독기가 완전히 폭발했다. 순간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짙은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항소운이 독기를 살짝 들이마시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생명력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자줏빛 천둥의 힘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던 터라, 천둥이 독기를 그대로 파괴해 버렸다.
동재가 들어온 것을 느낀 항소운은 손을 들어 얼른 나가라는 손짓을 하고, 자신은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그는 갱도의 끝이 바로 앞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수확을 얻을 수 있을지는 사실상 이번 마지막 행동에 달려있었다.
어리숙한 동재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재는 항소운의 행동을 잘못 해석하고, 그가 있는 방향으로 오히려 달려오기 시작했다.
“안 돼! 이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