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64
제964화 괴상한 생김새의 생령
북명천붕은 계속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갑자기 대량의 빙정이 생겨나더니 온몸을 층층이 감싸고는 주변까지 얼리기 시작했다.
빙쇄공간(氷鎖空間)!
북명천붕은 몸속 깊숙이 있던 가장 근본이 되는 한기를 끄집어냈다.
손에 있던 갈퀴는 사라지고 대신 한없이 투명한 빙검이 나타났다. 그 검은 양 날개와 결합하여 분노에 찬 공격을 퍼부었다.
만우빙척(萬羽氷刺)!
북명천붕은 극한에 몰리자, 비로소 신급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철저히 죽여주마!”
항소운도 더는 참지 않았다.
세 가닥의 신력이 홀연히 떠오르더니 음양의 기운이 사라지고 혼돈의 기운이 맹렬히 뻗어나갔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파괴력이었다.
삼세권 1식 금생권!
콰광-! 쾅-!
창공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놀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뒤늦게 메아리쳤다.
* * *
“항소운, 아주 굉장한 실력이군.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전천방이 끝나면 제대로 겨뤄보자.”
멀지 않은 곳에서 푸른 교룡을 탄 남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동방무적.
스스로 천하무적이라 자부하는 사내다. 물론 그에 걸맞은 실력도 갖추고 있다.
그는 동방세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이다. 동방세가는 우가처럼 유서 깊은 명문가라 저력이 상당했다.
현재 동령에는 동방무적의 적수가 될 만한 자가 없었다. 그는 동령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그렇게 해서 미래 적수를 몇 명 추렸는데, 그중에는 항소운도 포함돼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항소운과 겨룰 생각은 없었다.
상대가 겁나서는 아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기회를 앞두고 있었다. 자신의 길을 완벽히 다듬고 나서야 상대를 제대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와, 패왕 대단하네.”
구양전기는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너도 잘하고 있어, 두고 봐, 몇 년 뒤에는 너도 저만큼 강해질 테니까.”
한신비는 구양전기에게 살포시 기대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형님을 능가할 사람은 이 몸밖에 없겠는걸.”
하류휘가 자신의 짧은 머리를 만지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민유유가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류휘야,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하류휘는 할 말을 잃었다.
* * *
한편, 전장에선 북명천붕이 정신없이 맞고 있었다.
붕새의 피로 전투력과 속도를 강화하긴 했으나, 같은 경지인 이상 태초 전체인 항소운을 이길 수는 없었다.
산대천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모두 싸워라!”
이에 백련교 연맹은 저마다 공격을 펼치며 항소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오색찬란한 힘이 사방에서 불어닥쳐 달아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이 틈에 산대천은 북명천붕을 번쩍 들어서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백련교 성자인 그를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
수많은 적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항소운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과감히 속도를 높여 공격 사이를 뚫고 지나가 근처에 있는 적들부터 차례로 죽이기 시작했다.
이때, 우채접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패왕 혼자 싸우게 둘 순 없어. 우리도 합류하자!”
“좋아, 이번 기회에 공적까지 전부 뺏어버리자고.”
마희가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일행은 즉시 백련교 연맹 쪽으로 돌진했다.
백련교 연맹은 북명천붕의 패배로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운의 동료들이 들이닥치자, 얼마 못 가 처참히 궤멸했다.
그나마 강한 자들은 산대천이 사라진 방향으로 도망쳤고, 일부는 정신없이 달아나기 바빴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수가 목숨을 잃고 공적 점수도 빼앗겼다.
이렇게 해서 백련교 연맹은 참패하고 말았다.
항소운 일행은 그 뒤를 쫓다가 또다시 영역 밖 생령과 맞닥뜨렸다. 엎치락뒤치락 속에 몇 사람이 희생되고 나서야 놈들을 전부 소탕했다.
생령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나마 상고 전장에 오랜 세월 봉인되면서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후대는 규모나 실력에서 옛 선조만 못했다. 선조급 생령과 맞붙었다면 이 정도 피해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행은 계속 전진했다. 갈수록 생령은 보이지 않는 대신 백골 병사나 잔혼은 심심찮게 등장했다. 일행은 도중에 무기나 기이한 물건을 발견하고는 했다.
항소운은 새로운 수확을 일행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양검이야말로 가장 큰 수확이 아니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행의 규모는 점점 늘어나 어느덧 600명이 되었다. 이만하면 꽤 큰 군대라 할 만했다.
이들은 ‘패왕군단’이란 통일된 이름을 쓰기로 했으며, 항소운을 수장으로 하여 영역 밖 생령의 심부로 전진했다.
그동안 상고 전장에선 수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으며, 생령 역시 대거 죽었다. 양측의 충돌은 잔혹하고 치열했다.
심부로 가는 길에 인피가 수도 없이 발견되었다. 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의 가죽이었다.
인피의 수는 자그마치 수백 개에 달했다. 사람들은 몸서리를 쳤다.
“대체 어떤 생령이 이런 잔인한 짓을 벌인 거지? 산 사람의 가죽을 벗겨 죽인 거잖아.”
당용비는 미간을 찌푸렸다.
“혈요의 살인 방식과 비슷하군. 한데 혈요는 피만 빨아먹지, 인육은 안 먹는데 말이야.”
서귀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도 곧 놈을 만날 것 같은데요.”
백리일소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생사를 건 치열한 전투 끝에 살아남은 그들은 이미 눈빛부터 짙은 살기를 발산했다.
항소운은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상고 전장에 들어온 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신급 생령과 맞닥뜨리고, 수백 명의 적과 싸울 때도 지금처럼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간 신력을 두 가닥이나 더 응집시키고 5할 반신에 올랐는데, 왜 이토록 불안한 걸까.’
“대체 뭐가 있는 거지?”
항소운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들은 경계 태세를 최대로 높여 계속 전진했다.
“아악!”
이때, 아주 멀리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항소운의 예민한 청각은 그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한 마리 매처럼 빠르게 날아가며, 무리에게 전음을 보냈다.
“너희는 뒤에서 따라와. 모두 조심해야 한다!”
항소운은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다른 구역에 도착했다. 눈앞에선 한 사람이 가죽으로 변해 땅으로 스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정체가 뭐냐? 당장 나와!”
항소운은 포효를 지르며 그쪽을 향해 힘을 날렸다.
쿵-!
언뜻 간단한 공격 같아도 대성을 즉살할 만한 위력이었다. 그러나 공격은 허공만 가를 뿐 아무것도 맞추지 못했다.
“흐흐, 아주 건강한 몸이군. 나한테 잘 맞겠어.”
어디선가 기이한 음성이 들려왔다. 소리가 아득하여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항소운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도천안을 발동했다. 주변의 모든 물체가 전부 시야에 들어오면서 하다못해 개미의 움직임까지 선명히 느껴졌다.
그러나 상대는 언제 등 뒤로 갔는지 이미 촉수를 뻗치고 있었다.
항소운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그만 붙잡히고 말았다.
항소운은 무도천안이 생긴 뒤로 무엇이든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상대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신급 영혼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니, 그만큼 무서운 상대란 뜻이다.
붙잡힌 순간, 체내 정혈이 밖으로 뽑히는 게 느껴졌다. 상대가 피를 다 뽑으면 자신도 아까 본 시체들처럼 가죽만 남게 될 것이다.
“저리 비켜!”
궁지에 몰리자, 가장 먼저 불이 떠올랐다. 불의 힘을 운용해서 활활 타오르는 불로 전신을 감싸고는 영역 밖 생령을 태워버리려 했다.
그러나 상대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불을 겁내기는커녕 더욱 꽉 붙들고는 촉수로 정혈을 마구 흡수했다.
“불이 안 되면 천둥이다!”
항소운은 바로 성진의 힘을 바꿔 혼돈천뢰로 전신을 둘러쌌다. 강한 파괴력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츠츠-
혼돈천뢰는 여느 천둥의 힘과는 달랐다. 압도적인 파괴력에 생령은 견디질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촉수를 빼더니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이젠 항소운이 주도권을 가져올 차례였다. 그는 즉시 명혼공간을 열어 상대를 가둬버렸다.
“네 정체가 뭐든 오늘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언제나 명혼공간은 적을 순식간에 제압해서 그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그곳에 갇힌 이상, 열에 아홉은 살아서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상대는 이런 상황까진 예측을 못 했는지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그제야 상대가 어떤 놈인지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영역 밖 생령이란 점을 감안해도 확실히 괴상한 생김새였다.
어린아이 얼굴인데 종기가 툭 튀어나와 있고, 붉은 혈관이 도드라져 보였다. 눈은 네 개가 달렸는데 크기가 다 다르며, 작고 야윈 몸에는 촉수가 수도 없이 달려 있었다.
얼핏 보면 문어 같다고나 할까.
촉수 크기는 제각각이며, 하반신은 인간의 것과 같은 양 다리가 달려 있고 엉덩이 쪽에는 가시 달린 꼬리가 있었다.
생령을 숱하게 봤어도 이놈처럼 괴상한 녀석은 또 처음이었다. 하지만 영역 밖 생령이니,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항소운은 쇠사슬로 놈을 단숨에 죽이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허상으로 변하더니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환족(幻族)인가?”
그는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리다가 아홉 빛깔 연꽃 혼태로 놈을 뒤쫓았다. 이대로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다.
돌연 생령의 네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무시무시한 힘을 내뿜었다. 신급에 대적할 힘이 연꽃 혼태를 때리자, 혼태는 그대로 멈춰 섰다.
생령은 속도를 높여 쇠사슬을 이리저리 피하고는 명혼공간을 빠져나갔다.
“이제 보니 혼혈종이었군. 아주 흥미로워. 네 혈종(血種)을 삼키면 내게도 명황족의 능력이 생기겠지.”
밖으로 나온 생령은 입꼬리를 올리며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녀석은 명혼공간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이런 녀석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다신 나불대지 못하도록 숨통을 끊어주마.”
항소운은 전의로 불타올랐다. 지금껏 상고 전장에서 싸운 적 중 가장 강한 상대였다.
그는 혼돈천뢰를 일으켜 쉬지 않고 뇌권을 날렸다. 세찬 힘이 불어닥치며 사방을 뒤덮었다.
생령도 처음으로 진지한 낯빛이 되었다.
“고약한 힘이군. 허나 이 정도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더니 주변의 돌과 흙을 전부 끌어와 거대한 석인으로 변했다. 녀석은 혼돈천뢰를 향해 돌주먹을 훅 날렸다.
쾅-!
신급에 육박한 생령의 힘과 혼돈천뢰가 맞부딪치자, 잇달아 폭발이 일어나면서 땅이 바르르 떨렸다.
항소운은 상대의 강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최상급 반신과 신급의 경계에 놓여 있어 작은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고 신급에 오를 수 있는 자였다.
하지만 지금껏 겨룬 바에 따르면, 실제 전투력은 신급 이상으로 강했다.
항소운은 공격에 계속 박차를 가했다. 하늘에선 혼돈천뢰가 맹렬히 떨어졌다. 그로서는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생령은 지친 기색도 없이 흙과 돌로 계속 몸집을 불려가며 정면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돌이 미친 듯이 날리다가 이내 모래바람으로 변해 시야를 가렸다.
워낙 실력이 팽팽해서 좀처럼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그사이 도착한 패왕군단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격전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항소운이 전력을 다한 상대는 흔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강한 적수를 만났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