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65
제965화 만혈지령(萬血之靈)
“드디어 소운이가 적수를 만났네. 보아하니 생령의 심부에 거의 온 것 같은데.”
양장민이 입을 열었다.
“형님이 저렇게 싸울 정도면, 분명 신급 생령이겠죠?”
하류휘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마 사람을 빨아먹는 생령일 거야. 다들 조심해.”
제갈전천은 끝까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한편, 전장의 항소운은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 녀석 너무 강해. 아무래도 빨리 끝내야겠어.’
순간 기세가 변하면서 삼세권을 전개했다.
그러자 천지가 꿈틀거리며 주변의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금생권!
생령 역시 권법의 강력함을 직접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피하기는커녕 몸집을 더욱 크게 불려 권법에 정면으로 돌진했다. 녀석은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죽어라!”
뜻밖에도 생령은 자폭을 택했다. 순간 거대한 힘이 터져 나와 권력(拳力)과 세차게 충돌하며 항소운을 폭발 속으로 끌어당겼다.
‘서폭! 서암족의 능력인 줄 알았건만, 영역 밖 생령도 가능하다니!’
항소운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권법의 힘과 상대의 자폭으로 발생된 힘이 서로 충돌하자,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근처는 초토화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저 멀리 있던 패왕군단은 기겁해서 황급히 후퇴했다. 더러 실력이 약한 자들은 피를 토하며 날아가고 말았다.
불과 몇 보 거리에 있던 항소운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오장육부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졌다.
신급 육신을 이루지 않았다면, 지금쯤 몸이 산산조각났을 것이다.
“패왕!”
패왕군단 사람들은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이때, 이미 자폭했던 영역 밖 생령이 빠르게 육신을 응집시키더니 다시 항소운을 속박하려 들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먹어주마!”
생령의 기운은 눈에 띄게 약해졌지만, 생명력은 여전히 충만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길게 늘어나며 항소운을 붙잡았다. 촉수에는 무언가를 빨아들일 수 있는 구멍이 있어서 이것으로 피와 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상태가 좋지 않은데 또 상대에게 정혈을 뽑히자, 항소운은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혼돈천뢰의 힘이 무척 약해진 터라 이 정도로는 상대를 떨쳐낼 수 없었다.
“잠자코 내 몸의 일부가 되어라. 난 장차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 될 것이다!”
생령은 입을 비죽이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보든가!”
항소운은 정혈을 통제해 더는 뽑히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지혜의 빛을 발동하여 타개책을 강구했다.
문득 그의 머릿속으로 ‘죽음의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죽음의 진의를 응용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그는 생기를 거둬들인 뒤, 무수히 많은 죽음의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냈다. 생령은 그것도 모르고 거침없이 빨아들였다.
“헙!”
생령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고 나자 허리를 있는 힘껏 굽히며 괴로워했다. 생명력이 공격받자 두려운 나머지 촉수를 급히 거둬들였다.
생명의 진의.
풀려난 항소운은 즉시 생명의 힘을 일으켜 육신을 빠르게 치료했다. 그는 서둘러 태초전도를 꺼내 힘껏 휘둘렀다.
쉭-!
태초의 시기를 품은 칼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천지가 꿈틀댔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생령은 거대한 몸집을 아주 작게 변화시켜 돌진했다.
기이하게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표사독자(縹紗毒刺)!
작고 가느다란 독침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쏜살같이 날아갔다. 무도천안이 없었다면 진작 몸에 박혔을 것이다.
항소운은 칼몸으로 독침을 막아내고는 칼을 연신 휘둘러 반격에 나섰다.
“언제까지 막아내나 보자!”
생령은 지치지도 않는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 칼을 피하면서 항소운 쪽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지자, 별안간 녀석이 기이한 공격을 펼쳤다.
화정위영(化整爲零)!
순간 녀석이 여러 개의 분신으로 나뉘더니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이빨은 신급 병기도 물어뜯을 만큼 단단했다.
혼돈천뢰도 놈의 날카로운 이빨은 막지 못했다. 콱 깨무는 순간 어찌나 아프던지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항소운은 하는 수 없이 죽음의 기운으로 전환해 생령을 칭칭 동여매고는 명혼공간을 펼쳤다.
‘이번에는 반드시 놈을 죽이고 말리라!’
그런데 생령은 그새 학습을 했는지 명혼공간이 펼쳐지는 순간 몸집을 줄여 또 쏜살같이 도망쳤다.
이젠 명혼공간에 가둔다 해도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지금 내 실력으로는 널 먹을 수 없겠군. 허나 계속 강해진다면 얼마 안 가 내 먹잇감이 될 것이다!”
생령은 안 되겠다 싶었던지 꽁무니를 뺐다. 그런데 녀석이 달아난 쪽에 마침 패왕군단이 있었다.
항소운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 서둘러 외쳤다.
“다들 조심해! 아주 강한 생령이 그쪽으로 가고 있어!”
그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날아갔다. 당장 놈을 쫓지 않으면 아군이 위험하다.
패왕군단 사람들은 경계 태세를 최대로 높였으나, 생령의 속도와 변화에 맥없이 뚫리고 말았다.
결국 몇 사람은 자각도 못 한 채 피와 살이 빨려 가죽만 남았다.
“혈요, 네가 나서라!”
서귀는 과감하게 혈요 분신을 내보냈다.
혈요 역시 피를 흡수해 강해지는 생령이었다. 피 한 방울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자유자재로 변신도 가능했다.
혈요는 상고 전장에 들어온 뒤로 영역 밖 생령의 피를 대거 흡수하여 지금은 반신급으로 높아졌다.
혈요가 생령 쪽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강력한 혈기로 상대를 속박해 신선한 피를 빨아먹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혈요를 발견한 생령은 오히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으하하, 우리 종족의 혈종이군. 널 삼키면 더 강해질 수 있겠지.”
생령은 다른 사람들은 내버려 둔 채 혈요에게 달려들었다.
둘 다 강력한 흡입력을 지닌 생령들이라 두 힘이 뒤엉키자 혈기가 마구 터져 나왔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사람들을 챙겼다.
“다들 흩어져! 저놈은 내가 직접 죽인다!”
그는 태초전도에 온 힘을 응집시킨 채 생령을 향해 무참히 휘둘렀다.
폭쇄성진(爆碎星辰)!
그는 크게 노해서 성해건곤의 힘을 전부 끄집어냈다. 주변은 아홉 빛깔 태초의 시기로 가득 차올랐다. 모든 것을 궤멸하고 부수는 힘이 만물의 생기를 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제야 생령은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 녀석은 혈요의 혈기를 대거 집어삼킨 뒤, 한 줄기 바람처럼 나풀거리며 항소운의 공격 범위를 뚫고 나갔다.
우르르 쾅쾅-!.
태초전도 아래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여파로 지면이 푹 꺼지면서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모든 힘이 사라진 자리에는 너덜너덜해진 혈요만이 남아있었다. 다행히 육신을 재조합해 생명은 이어갈 수 있으나, 혈기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생령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네놈을 반드시 먹어 치워 주마!”
멀리서 생령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끔찍했던 생령이 물러가자, 항소운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놈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패왕군단의 사상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항소운은 놈에게 정혈을 빨리긴 했지만,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었다. 이미 죽은 동료들에 비하면 이 정도 부상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며 항소운으로부터 그 생령의 무시무시한 능력에 대해 들었다. 이야기만 듣는데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네 말대로면 그 생령은 무적이란 뜻이잖아.”
마희가 물었다.
“무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이대로 성장하면 아무도 막지 못할 거야. 어쩌면 우리 모두 그놈 손에 죽을지도 모르지.”
항소운의 표정은 심각했다.
“온갖 변화 능력을 지닌 생령이라니. 그래도 약점은 있을 거 아냐?”
백리일소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오직 극강의 힘만이 놈을 완전히 소멸할 수 있겠지.”
항소운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어. 하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여길 벗어나는 거야. 그놈과 다신 마주치지 않을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또 하나는 빠르게 놈을 뒤쫓아가 죽여버리는 거지.”
“전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놈이 성장하기 전에 제거해야 해요. 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겁니다.”
제갈전천이 먼저 의견을 표했다.
“그래도 후퇴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곧 있으면 일 년이라 우리는 모두 떠날 테고, 생령들은 계속 여기에 봉인돼 있을 테니까요.”
하류휘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류휘 말이 맞아. 놈들이 아무리 강해도 빠져나오진 못할 거야.”
당용비는 하류휘의 생각을 지지했다.
다른 자들도 차례로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는 계속 전진해서 생령들을 소탕하자고 했고, 더러는 후퇴하는 데 찬성했다.
어느 쪽이든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항소운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너희는 모두 돌아가고, 나 혼자 가 볼게.”
“그건 너무 위험해요.”
우채접이 걱정스레 말했다.
“걱정 마. 그놈도 날 죽이진 못해.”
항소운은 씩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난 반드시 전천방 1등에 오르고 말 거야. 그러니 지금 돌아갈 수 없어.
무엇보다 그놈은 다른 생령들과 확실히 달랐어. 놈을 없애지 않으면 봉인을 뚫고 중원으로 달아날지 몰라. 그 일만은 절대 막아야 해.”
그랬다. 상고 전장에 온 목적은 1등이 되기 위해서인데 어찌 지금 포기한단 말인가.
“난 패왕과 끝까지 함께 할 거야!”
육소청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저희도 패왕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다른 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미 그들은 항소운의 실력에 깊이 탄복하고 있었다. 그건 백리일소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깊이 따르는 수장이 홀로 위험을 감수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좋다, 그럼 다 같이 간다. 설령 그놈을 다시 만난다 해도 나 혼자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다신 너희들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야. 너희는 다른 생령을 맡아주길 바란다.”
이렇게 해서 무리는 영역 밖 생령의 마지막 요충지로 향했다.
다른 방향에서도 여러 무리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신급 생령을 비롯한 극심한 공격 속에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수호 공회와 선로궐, 광릉궁, 신맹, 불후 황조의 태자 군단 그리고 꽤 강하다고 알려진 여러 세력이었다. 이들의 규모만 해도 일천 명에 이르렀으며, 특출난 재주꾼도 적지 않았다.
각 무리는 많은 수확을 거두면서 무공이 처음보다 급상승했다. 그중 일부는 생령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겁에 질려 전장을 떠난 자도 있었다.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한자리에 모일 사람들이었다.
한편, 영역 밖 생령의 요충지에는 많은 생령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곳곳마다 환영과 함정을 설치해 적들을 교란시킬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이곳에 모인 생령치고 약한 녀석은 없었다. 심지어 신급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 강한 후대를 탄생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신혈을 만혈신종(萬血神種)에 주입해 특별한 이종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만혈지령(萬血之靈)’이다.
만혈지령이란 영역 밖 생령의 정혈을 대량으로 모아 배양시킨 생명체다.
각종 변신 능력은 물론이고 전투 능력까지 뛰어나며 각 종족의 능력을 모두 응집시킨 집합체였다.
더군다나 불멸의 존재라서 일단 신급 경지에 오르면 만물 위에 군림하는 생령이 될 것은 확실했다.
만혈지령은 일전에 항소운이 맞닥뜨렸던 바로 그 생령이었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니는 걸 보면 확실히 예사 놈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