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72
제972화 위대한 사람
항소운이 미친 듯이 외쳤다.
“재원 죽으면 안 돼!”
시간역류!
항소운의 몸 안에서 음양의 기운이 떠올랐다.
흑과 백 두 가지 힘이 하늘에 교차되더니, 이 공간의 변화를 뒤틀었다.
시간의 규칙도 영향을 받아 천천히 역류했다.
이 모든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 이를 해냈다.
항소운은 시간의 도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아주 살짝이라고 해도, 이미 충분히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시간은 동재원의 영혼이 폭발하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동시에, 항소운의 음양신검이 환심해의 머리를 베었다.
환심해의 환술은 무적이었지만 시간의 도를 이기지는 못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머리가 항소운에 의해 갈라졌다.
쾅-!
무시무시한 힘이 폭발되었다.
환심해의 신체가 폭발되더니, 영혼 두 개가 뚫고 나왔다.
바로 동재원과 환심해의 영혼이었다.
“재원, 난 널 죽게 두지 않을 거야! 귀척, 어서 나와!”
항소운이 큰소리로 외쳤다.
귀척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그는 모든 영혼 공격을 환심해에게 가했다.
환심해는 크게 당황했다. 그는 다른 영역 밖 생령들을 향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다른 영역 밖 생령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미친 듯이 돌진했다.
“재원, 네 신념을 놓아. 내가 널 지켜줄게!”
항소운은 동재원을 향해 말했다.
그는 성해건곤의 능력을 이용해 동재원의 영혼과 시체를 거두었다.
동재원은 신급의 힘을 해제했기에, 어쩌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혼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해도 항소운은 방법을 찾아 그녀를 구하려고 했다.
항소운은 동재원을 챙기고선 살기로 가득 찬 눈빛을 환심해를 향해 쏘아댔다.
그는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번개처럼 이곳을 향해오는 영역 밖 생령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의 손에는 혼돈 뇌구 한 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혼돈 뇌구를 다시 몸을 만들려는 환심해를 향해 던졌다.
“내가 시체를 산산조각 내기로 말했으니,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야!”
항소운은 환심해에 대해 이미 원한이 깊었다.
혼돈 뇌구는 눈 깜짝할 새에 환심해의 영혼 앞에서 폭발했다.
“안 돼!”
환심해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혼돈 뇌구와 함께 날아갔다.
항소운은 노출된 등으로 인해 여러 영역 밖 생령이 그를 공격했다. 그는 피할 도리가 없었다.
“크르르! 너희 같은 놈들이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하다니, 모두 죽어야 해!”
호랑이의 포효음이 저 멀리서 하늘을 가르고 울려 퍼졌다.
항소운은 환심해를 상대하느라 다른 쪽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생령 수 마리의 기습에 신급 육신도 버텨내질 못했다.
더는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범의 세찬 포효가 들려왔다. 분노로 가득한 포효와 함께 한 무리가 저 멀리서 질주해왔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수많은 요수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방대한 요기를 발산하며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창공을 찢을 듯한 포효 소리에 전장이 일제히 긴장했다.
이들의 우두머리는 순백의 학을 탄 건장한 소년이었다.
소년은 유독 요기가 짙었고, 미간에는 ‘왕(王)’이란 표식이 있었다. 범의 가죽으로 몸을 반쯤 두르고 바람결에 백발을 휘날리는 모습에서 거친 야생이 느껴졌다.
소년은 백호, 소백이었다.
본래 전천방은 어느 종족이든 참가할 수 있어서 소백이 역시 무리를 이끌고 상고 전장에 들어왔다. 그들의 목적은 생령 사냥이 아닌 백호족의 유적을 찾는 일이다. 소백이는 이곳에서 백호 조상의 기운을 느끼고 유적을 찾는 데 열중했다.
다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고 전장이 열린 후라 항소운과 마주치지는 못했다. 대신 다른 인간족과 충돌이 있었다.
현재 소백이는 최상급 반요신(半妖神)이다. 게다가 백호족의 전투 능력은 워낙 뛰어나서 웬만한 신급 강자에게도 지지 않았다.
일대 혼란이 닥친 상황에서 소백이를 비롯한 요수족이 등장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소백이는 학에서 훌쩍 뛰어올라 성큼 발을 내디디더니 항소운을 공격하는 생령들을 향해 금빛 호권(虎拳)을 날렸다.
주먹을 내뻗자 범이 울부짖듯 세찬 기세가 몰아쳤다.
“꼴에 조력자가 있었군. 그래봤자 헛되이 목숨만 날리겠지만 말이야.”
생령은 쏜살같이 나아가 권법에 정면으로 맞섰다.
쿵-!
육중한 충돌음과 함께 한쪽이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날 막는 자는 죽음뿐이다!”
소백이가 용맹하게 소리쳤다.
다른 요수들도 흥분해서 포효를 내지르며 생령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요수족은 500마리 정도로 수는 많지 않지만, 다들 예사롭지 않은 능력을 지녔다.
더군다나 젊은 요수들이라서 힘이 넘치는지라 덕분에 인간족은 한결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일부 인간족이 이때를 틈타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 것이다. 영역 밖 생령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 남은 사람이라고 해봤자 천여 명.
원래 만 명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로 줄었다.
심지어 패왕군단에서도 이탈자가 대거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다른 쪽에서 여러 명이 서둘러 달려왔다. 송천도, 서문설을 비롯해 단독으로 움직이는 실력자들이었다.
이쪽의 전투 양상이 치열한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수의 생령을 보고도 겁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최강이 되기 위해 극도로 단련된 자들이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도망친다면, 앞으로 신급 경지에 오를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소백이는 수하들에게 뒷일을 맡긴 채 항소운 쪽으로 달려갔다. 호권을 내뻗을 때마다 금살의 빛이 주변을 환히 비추더니 앞을 막아선 생령들을 차례로 때려눕혔다.
호소천하(虎嘯天下)!
백호살강(白虎煞罡)!
소백이는 백호족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제 소백이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감히 우리 일을 망치려 들다니. 너도 혈령의 먹이가 되어라!”
신급 생령이 악에 받쳐 소리치며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생령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는 듯 소백이 앞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반신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그러나 소백이는 겁도 안 나는지 주먹에 금의 힘을 재차 응집시켜 호권을 힘차게 휘둘렀다.
금살의 힘이 극에 달한 권법이었다. 이는 백호족 고유의 호살(虎煞)의 힘으로, 전투력을 극대화했다.
콰광-! 쾅-!
거센 충돌로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힘이 전부 사라진 후 뜻밖에도 소백이가 보이지 않았다.
신급 생령은 미간을 좁히며 조심스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녀석 어디 갔지?”
“지금 날 찾는 거냐?”
그러더니 갑자기 거대한 흰 형체가 나타났다. 바로 원래 모습으로 변한 소백이었다.
녀석은 집채만 한 몸집으로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마치 건곤의 힘을 품은 듯 그 커다란 입은 신급 생령의 공격을 전부 무마시켰다.
“이럴 수가!”
상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서둘러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수많은 호살의 힘이 공간을 철저히 봉쇄한 뒤 커다란 입을 들이밀었다.
소백이가 신급 생령을 먹어 치우자 인간족이나 생령이나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건 전설 속 백호 요수야.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다.”
“4대 요수는 진작 멸종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은둔했던 거구나.”
“저 백호 말이야, 아무래도 항소운을 구하러 온 모양인데. 저 녀석 운도 좋지. 때맞춰 지원군이 오다니.”
“영역 밖 생령은 수천 마리가 넘어. 요수족이 합세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전세를 바꾸기 힘들 거야.”
소백이는 신급 생령을 처리한 뒤에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고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 생령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형님, 괜찮아요?”
소백이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항소운이 창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괜찮지. 여기 있는 생령도 전부 쓸어버릴 건데.”
“역시 무사할 줄 알았어요!”
소백이가 기쁨에 차 소리쳤다.
“형님, 제 등에서 쉬고 계세요. 여긴 제가 처리할게요.”
“그래.”
항소운은 마다하지 않고 소백이의 등 위로 몸을 올렸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둘 사이에 어색함 따위는 없었다.
“황자 전하, 어찌 미천한 인간을 등에 태우십니까?”
요수족 호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맞습니다. 어서 내리라 하십시오. 귀한 전하께 어찌 이런 무례를 범한단 말입니까?”
“닥쳐라. 이 분은 내 형님이시다. 너희는 잔말 말고 적들을 없애는 데 집중해라!”
소백이가 벌컥 화를 내며 강력한 기세를 드러내자, 요수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영역 밖 생령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혈령은 진화 중이었다.
승정의는 조요경을 들고 혈령 아래로 내려갔다.
“너처럼 사악한 생령을 계속 살려뒀다간 천하가 멸망하고 말 거다. 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은 막고 말겠다!”
그는 수호 공회의 대표답게 천하를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조요경에 불어넣고 비술까지 쓰자, 무공이 순식간에 신급 경지로 상승했다. 그는 조요경에 모든 정신력을 불어넣어 혈령을 공격했다.
“사악한 생령이여, 정화되라!”
마지막 남은 성진의 힘까지 짜내 조요경에서 극도로 순수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이 정도면 신급도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최후의 필살기이자,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힘이 몸에 들러붙자, 혈령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힘을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흐흐, 내가 이따위 힘을 겁낼 것 같으냐? 이 정도는 얼마든지 동화시킬 수 있어.”
그러더니 촉수를 뻗어 공격했다.
승정의는 조요경으로 재빨리 막아내긴 했으나, 충격을 못 이기고 날아가고 말았다. 그 순간 손에 힘이 풀리면서 조요경까지 놓치고 말았다.
뒤이어 다른 촉수가 쏜살같이 날아가 승정의를 붙잡더니 빠르게 잡아당겼다. 혈령은 상대를 먹어 치울 작정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어서 정의를 풀어주지 못해!”
수호 공회의 강자가 소리쳤다.
그렇게 전력을 다해 공격했으나, 혈령이 내뿜는 혈광단(血光團)도 뚫지 못했다. 결국 눈앞에서 승정의가 잡아먹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호 공회의 사명은 중원의 모든 인간을 지키는 것이다. 나 승정의, 그들을 위해 기꺼이 이 한목숨 바치겠다!”
놀랍게도 승정의는 자폭을 통해 혈령과 함께 죽을 결심을 했다.
그의 외침에 사람들은 가슴이 저려 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서문설조차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쾅-!
그렇게 승정의는 죽었다.
모든 사람이 그의 죽음을 지켜보았지만, 아무도 구해내지 못했다.
자신을 희생해 많은 사람을 구하다니, 얼마나 존경스러운 인물인가.
사람들은 승정의의 희생에 가슴 아파하며 그를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항소운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의 모든 인간을 지킨다……. 저분은 스승님만큼 위대한 분이셨어.’
항소운은 속으로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