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74
제974화 저놈은 내 거다
항소운은 명혼공간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했다. 공간의 범위를 압축해서 영혼력을 더욱 집중시키자 쇠사슬이 옥혈 공간을 깨뜨리기 위해 쉴 새 없이 뻗어나갔다.
당연히 혈령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갑자기 옥혈 공간에서 수많은 빛이 번쩍이는 바람에 눈조차 뜨기 힘들었다. 뒤이어 그 힘과 혈기가 또 한 차례 쇠사슬과 격렬히 충돌했다.
“연꽃 혼태, 공격해라!”
항소운의 명령에 따라 아홉 빛깔 연꽃 혼태가 돌진했다.
연꽃 혼태는 한층 심오하고 강해진 상태로 힘을 뿌리며 옥혈 공간을 뚫더니 곧장 혈령을 공격했다.
혈령이 응집한 방대한 혈살은 강력한 점성을 지닌 힘 덩어리가 되어 연꽃 혼태를 에워쌌다. 결국 혼태는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또 무슨 재주가 있지? 얼마든지 써 봐라.”
혈령은 흥분에 찬 얼굴로 손가락을 쉴 새 없이 놀렸다. 지력(指力)이 무시무시한 독침이 되어 날아갔다.
항소운은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알기에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놈을 일거에 제거해야 한다.
현음자장!
현음자장이 혈령의 공격을 교란시키는 동안 항소운은 쏜살같이 날아가 음양신검을 휘둘렀다.
찰나광음!
시간이 영향을 받자 마치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혈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죽어라!”
손을 들어 검을 내리치자, 옥혈 공간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면서 혈령에게도 충격이 가해졌다.
이로써 연꽃 혼태는 속박을 뚫고 명혼공간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이 정도로 혈령이 죽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항소운은 손바닥 위로 혼돈의 불을 띄웠다. 단연코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불이자,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 상대도 이번에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사라져라!”
항소운은 포효를 내지르며 혼돈의 불을 날려 보냈다.
화르륵-
곧 혈령의 몸에 불이 붙었다. 피와 살을 전부 태워버려야 다신 살아날 수 없을 터였다.
그렇게 불은 타올랐으나 어째 피와 살은 바로 파괴되지 않았다. 그러더니 돌연 악취가 풍겼다.
항소운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불에 타는 느낌도 의외로 짜릿하구나!”
혈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피와 살이 재조합되더니 혼돈의 불을 모조리 밀어내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항소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 혼돈의 불은 상대의 피와 살을 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감쪽같이 멀쩡해지더니 오히려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혈령의 몸이 재차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승정의와 더욱 닮아 있었다. 전신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이글거렸고, 몸은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육체였다.
혈령은 목과 손을 가볍게 풀더니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하하. 네 불의 힘 덕분에 쓸모없는 피와 살은 전부 태워버렸다. 비로소 난 가장 완벽한 상태가 된 거지.”
돌연 혈령이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항소운의 무도천안으로도 찾아낼 수 없었다.
다음 순간, 항소운 옆에 나타난 그는 상대의 아랫배를 향해 세찬 주먹을 날렸다.
퍽-!
혈령은 대량의 피와 살을 집어삼켜 강력한 육신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육신에도 결함은 있었다. 바로 불필요한 불순물이 대거 생겨나 완벽한 상태에 이를 수 없던 것이다. 그런데 항소운의 혼돈의 불이 이런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해준 덕분에 육신은 더욱 강력하고 완벽한 상태에 이르렀다.
혈령의 속도는 원체 빨라서 항소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훨씬 빨라졌다. 항소운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아랫배를 얻어맞고 말았다. 무시무시한 힘이 그대로 가격해 오장육부를 뒤흔들었다.
혈령은 첫수가 성공을 거두자 더욱 맹렬한 기세로 밀어붙였다.
쿵-!
어찌나 움직임이 빠르던지 항소운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혈령은 마침내 항소운을 번쩍 들어 집어삼키려 했다.
이때 항소운의 몸에서 돌연 음양 방패가 나타났다. 죽음의 기운이 핵심을 이룬 방어막이었다.
“고작 이따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혈령은 혈살의 기운으로 죽음의 기운을 제압하며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저리 비켜!”
항소운은 통증을 가까스로 참으며 음양의 기운을 실어 잇달아 장법을 날렸다.
태극음양수!
강력한 억제력이 혈령의 공격을 약화시키는가 싶더니 반동을 이용해 상대를 날려버렸다.
항소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생명의 진의는 이 순간에도 상처를 빠르게 치료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혈령을 보았다.
“아무리 강해봤자 너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놈이지. 널 완전히 소멸시키면 다신 살아나지 못할 거다!”
그는 혼돈의 불로 온몸을 둘러싼 채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혈령의 표정도 사뭇 진지해졌다. 혼돈의 불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다. 아까는 항소운이 마음이 급해 화력을 더하지 않았기에 밀어낼 수 있었던 것뿐이다.
혈령은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할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서 항소운이 사라졌다. 그가 찾아냈을 때 항소운은 이미 저만치 가 있었다.
“빌어먹을 놈, 지금 도망치는 거냐?”
혈령은 속았다는 생각에 화를 버럭 내며 쫓아갔다.
“패왕군단은 들어라. 이제부터 너희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테니 내 의념에 따라라.”
항소운은 한곳에 모인 패왕군단에게 외쳤다.
남은 이는 오십 명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죽거나 도망쳐서 타격이 컸다.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항소운의 최측근이거나 그를 진심으로 신뢰하는 자들이라서 그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했다.
의념이 그들을 감싸자 순식간에 성해건곤으로 거둬들여졌다.
“소백아, 넌 왜 거부한 거야?”
아직 밖에 남아 있는 소백이를 보며 그가 물었다.
“형님, 제 형제들은 아직 저기서 싸우고 있어요. 저들을 두고 갈 순 없어요.”
소백이가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요수들을 가리켰다.
“내가 미처 그 생각은 못 했구나. 그래, 끝까지 싸워보자.”
항소운의 얼굴에 살짝 미안한 기색이 어렸다.
“애송아, 또 도망치면 그땐 다른 인간족을 먹어 치울 테다!”
혈령의 협박이 들려왔다. 이어서 수많은 촉수가 끝도 없이 뻗어나갔다. 그중에는 독과 점성이 있는 것도 있었다.
“이제 이런 수는 나한테 안 통한다는 걸 모르나?”
항소운은 음양신검을 휘둘러 촉수를 차례로 베어버렸다.
혈령은 조용히 다른 능력을 펼쳤다.
환혼술(幻魂術)!
이번에는 환족의 환술이었다. 사람을 매혹하는 요사스러운 힘으로 상대의 영혼을 교란시켜 단박에 죽일 작정이었다.
과연 항소운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혈령은 가까이 다가가 촉수를 길게 뻗었다.
“넌 독 안에 든 쥐야.”
혈령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돌연 항소운의 눈동자가 혈령을 향하더니 혼돈의 불을 거세게 일으켰다. 허공에서 불기둥이 사정없이 떨어지며 그 속에 혈령을 가두었다.
혼돈의 불이 급속도로 타올랐다.
“왜 환술이 통하질 않는 거지?”
혈령이 놀라 소리쳤다.
달아나려 했으나, 불길이 너무 거셌다. 저 힘을 깨뜨리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긴 어려웠다.
항소운은 혼돈의 진의로 불의 파괴력을 궁극으로 끌어올렸다. 절대 놈에게 달아날 기회를 주어선 안 된다.
이글대는 혼돈의 불은 형형색색의 빛을 뿜으며 공간을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그 어떤 생령도 근처에는 얼씬조차 못 했다.
“제기랄. 난 최강의 생령이란 말이다! 겨우 이따위 불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전부 터뜨려라!”
혈령은 괴성을 지르며 분신을 만들어냈다. 놀랍게도 분신이 그 자리에서 자폭하자 폭발로 생겨난 틈 사이로 진신이 달아났다.
무도천안으로 뒤쫓으려 했으나, 혈령이 혈살의 힘으로 시야를 차단해버렸다.
항소운은 상대가 이리 쉽게 달아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는 게 틀림없다.
“확실히 인간족은 강하군. 이미 죽은 동료들이여, 너희의 피와 살을 내게 주어라!”
혈령은 이미 죽은 생령들의 피와 살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혈령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실은 진작부터 혈령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지만, 항소운이 단독으로 상대하고 있어서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가 싸우던 상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인지 알게 되었다.
“저건 무슨 생령이지? 자기 동료들까지 먹어 치우잖아.”
“아까 진화하고 있던 것 같은데. 근데 승정의 대인을 닮았네.”
“저건 영역 밖 생령이야. 승정의 대인은 저놈 때문에 돌아가셨어. 어떻게든 저놈이 커지는 걸 막아야 해.”
“그래, 반드시 저지해야 돼. 안 그랬다간 아무도 못 막는다고!”
이제 남은 사람들은 대단한 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혈령의 강함을 깨닫고 나자, 누군가 죽이겠다며 달려들었다.
항소운이 큰 소리로 저지하고 나섰다.
“가까이 가선 안 돼. 너희는 놈의 상대가 못 돼.”
“항소운, 너만 잘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저놈은 내가 죽인다!”
신맹의 육신천(陸神川)이 혈령 앞으로 돌진했다.
과연 육신천은 예사 실력이 아니었다. 그보다 서열이 높은 장일범이 난전 속에 죽었음에도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남들이 모르는 비장의 수단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혈령에게 돌진하는 와중에도 힘이 계속 급상승했다. 신급 갑옷으로 전신을 단단히 여미고 손에 든 무기를 힘껏 내뻗었다.
망라천하(網羅天下)!
눈 깜짝할 사이 하늘에 거대한 그물이 생겨나 이 공간을 수백 수천 개로 토막 내려 했다.
혈령은 그물에 뒤덮여 산산조각이 났다.
“하하. 내가 말했지. 한낱 생령 따위 겁낼 게 없다고 말이야!”
육신천이 득의양양해서 소리쳤다.
“멍청한 놈!”
뒤쫓아가던 항소운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혈령의 토막 난 살들이 육신천의 몸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그는 허겁지겁 떨쳐내려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 내가 무서운 녀석은 아니지. 이만 나와 동화되거라.”
어느새 다시 형체를 이룬 혈령이 육신천의 육신과 영혼을 꿀꺽 삼켰다.
항소운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후였다. 혈령은 다른 쪽으로 이동하여 시체의 살과 피를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녀석은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며 진화하고 있었다.
게다가 녀석은 아주 영악했다. 항소운을 바로 죽일 수 없다는 걸 깨닫자, 목표를 바꿔 다른 사람들을 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십수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항소운은 이번에도 저지하지 못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점점 두려워졌다. 절대 죽지 않는 불사의 생령은 신급 생령보다 훨씬 끔찍했다.
결국 일부는 겁에 질려 도망쳤다.
“이제 신급 영혼을 쓰는 수밖에 없겠어. 어떻게든 살생을 막아야 해.”
항소운의 표정은 단호했다.
“예사 괴물이 아니야. 저놈은 내가 죽인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송천도가 혈령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었다.
“저놈은 내 거야.”
어느 틈에 왔는지 서문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이들의 검과 칼은 아주 강력한 힘의 상징이었다.
허나 혈령을 상대로 과연 이들이 이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