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75
제975화 대의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하하, 그럼 누가 먼저 죽이나 볼까?”
송천도는 씩 웃더니 쌍도를 꺼내 들었다. 청룡이 자연스레 등 뒤로 솟아오르며 도광이 전방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는 반신의 경지로, 신급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실력이었다.
서문설도 이에 못지않았다. 전신이 얼음처럼 차디차게 변하더니 눈송이가 검기가 되어 흩날렸다. 작은 눈송이지만 목숨을 앗아갈 치명적인 힘이 있어 누구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그사이 혈령의 몸집은 훨씬 커지고 강해졌다. 녀석은 좌우로 공격을 펼치며 송천도와 서문설을 동시에 상대했다.
혈령은 그들의 피와 살을 뜯어 먹고 싶었지만, 두 사람은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둘 다 목숨을 지킬 수단쯤은 있었고, 자연스레 협공을 펼치니 그 위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서 혈령은 슬슬 화가 치밀었다.
항소운도 성가신데 거기다 도의와 검의를 쓰는 두 녀석까지 가세하자, 하나둘 공격이 막히고 있었다.
두 사람이 생각보다 잘 막아내자, 항소운은 사뭇 놀랐다. 그렇다면 당장은 신급 영혼을 쓸 필요가 없을 듯했다.
“좀 더 버텨줘라. 난 남은 놈들을 죽이고 올 테니까.”
이젠 다른 생령들을 상대로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때였다.
그는 생령이 가장 많은 쪽으로 다가가 명혼공간을 쫙 펼쳤다. 이곳의 생령을 몽땅 죽일 작정이었다.
‘피와 살까지 남김없이 없애주마. 이제 놈의 배를 불리는 일은 없을 거다!’
한 번에 생령 수백 마리를 가두고 본격적인 대학살에 들어갔다.
수많은 쇠사슬이 달려 나와 생령을 남김없이 옭아맸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생령은 어떻게든 달아나려 했으나 연꽃 혼태에 깔려 으스러지고 말았다. 남은 녀석들은 온몸이 졸려 핏덩이로 변했으며, 뒤늦게 빠져나온 성혼은 귀척의 먹이가 되었다.
항소운은 명혼공간의 유일한 지배자였다. 태초전도를 휘두를 때마다 생령의 머리가 사정없이 잘려 나갔다.
그중에는 신급 생령도 있었으나, 전력을 다해 내리치는 태초전도에 육신, 영혼 할 것 없이 말끔히 제거되었다.
영역 밖 생령이라도 명혼공간에서는 힘이 억제된 탓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수백 마리의 생령이 극히 짧은 시간에 전부 목숨을 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혼돈의 불을 통해 그들의 시체까지 말끔히 태워버렸다.
그렇게 한 무리를 처리한 후, 그는 다시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생령들이 압도적인 차이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하던 찰나, 갑자기 들이닥친 항소운에 의해 그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항소운의 강함은 이미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이제 신급 생령은 몇 남지도 않아서 남은 녀석들은 맥없이 죽어 나갔다.
그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니자, 이번에는 생령들이 심히 당황했다.
“저 녀석 명황족의 공간을 가지고 있어. 어서 흩어지자. 뭉쳐있다간 한꺼번에 잡히고 말겠어.”
“명혼공간도 약점은 있지. 그 속에 있는 영혼을 죽이면 돼. 한데, 식혼족(食魂族) 대인이 나서셔야 할 텐데 말이야.”
“대인은 지금 명혼공간에 갇혀 계신 것 같아. 이번에는 놈도 꼼짝없이 죽었다.”
“이제 남은 녀석들도 얼마 되지 않는군. 다 함께 힘을 합쳐 놈들을 없애버리면 혈령이 여기서 우릴 데리고 나가줄 거야.”
실제로 지금 명혼공간에는 식혼수가 한 마리 있었다. 일전에 항소운과 겨뤘던 녀석으로, 당시 녀석은 혼쭐이 났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들어왔다. 녀석의 목적은 항소운의 영혼이었다.
탄천서혼(呑天噬魂)!
식혼수는 가장 강력한 힘을 펼치며 항소운의 영혼에게 덤벼들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식혼수는 신급 영혼을 비롯해 모든 영혼을 집어삼킬 수 있다.
하지만 항소운의 영혼은 여타의 영혼과 달리 오래전 실체를 갖추어 진신 이상의 전투력을 갖고 있었다.
진신의 무공이 높아짐에 따라 영혼의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비록 직접 전투에 나서지는 않으나 머릿속에서 각종 진의의 힘을 깨우쳤다. 어느덧 진의의 대한 깨달음은 경이로운 수준으로 높아졌다.
식혼수의 공격이 떨어진 순간, 항소운의 영혼이 번쩍 눈을 떴다. 날카로운 동술이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생명박탈(生命剝奪)!
영혼이 이 초식을 쓴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아홉 손 괴수와 싸울 때다. 그 무시무시한 힘은 신급 무인이라 해도 가차 없이 생기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생령의 생명은 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생명력이 약해지면 힘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게 되며 특히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식혼수는 자신의 생명력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 힘까지 약해지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혼은 가볍게 장법을 날렸다. 허나 그 속에는 명혼공간 전체를 움직일 힘이 들어 있었다.
“이건 명혼공간의 영혼력이다. 자신 있으면 삼켜보든가.”
항소운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뒤이어 영혼력이 무게가 있는 거대한 형체가 되어 식혼수를 내리쳤다.
쿵-!
식혼수의 몸이 순식간에 터져 버렸다. 녀석의 신급 영혼은 기겁하며 달아나려 했으나 항소운이 곱게 놓아줄 리 없었다.
“너라면 귀척이 신급 경지를 돌파할 수 있겠군.”
항소운은 식혼수의 영혼을 집어 들며 씩 웃었다.
본래 식혼수의 의지를 없앤 뒤 주려 했으나, 귀척이 사양했다. 귀척은 의식이 남아 있는 영혼을 그대로 삼킬 생각이었다.
귀척은 현재 경지 돌파에 거의 근접한 상태라 이런 방식으로 경지를 뛰어넘고 싶었다.
걱정이 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귀척의 뜻대로 식혼수의 영혼을 건넸다.
“부디 순조롭게 돌파하길 바란다.”
다시 남은 생령들을 소탕할 준비를 하는데, 저 멀리서 송천도와 서문설이 혈령에게 곧 잡아먹히려 하고 있었다.
혈령의 뜻대로 된다면 저 둘의 능력까지 모두 습득하게 될 터였다.
“이제 승부를 가릴 때가 됐군.”
항소운은 비장한 얼굴로 명음지문을 열었다. 곧 신급 명음마 네 마리가 그 속에서 걸어 나와 영역 밖 생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실력이 강해진 만큼 소환된 명음마 역시 월등히 강했다.
이어서 그는 분신을 불러내 혈령을 공격하도록 했다.
‘놈과 싸우려면 가장 강한 힘으로 맞붙어야 해. 전천방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어.’
그는 승정의의 희생을 통해 대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인간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대의를 따르는 길이 아닐까. 스승님처럼 모든 사람에게 추앙받는 위대한 존재는 아니어도 양심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고 싶었다.
그사이 혈령은 옥혈 공간으로 송천도와 서문설을 속박했다. 수없이 많은 촉수가 그들을 집어삼키려 달려들었다.
그들의 도의와 검의는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공간에 갇히면서 칼과 검은 차단돼버렸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힘에서 혈령에 밀리다 보니 좀처럼 상황을 타개할 방도가 없었다.
“빌어먹을. 결국 이 괴물한테 죽는 건가.”
송천도는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무정(無情)은 일체의 감정을 잊게 하지. 난 두렵지도 않아.”
확실히 서문설은 조금도 겁내는 기색이 없었다. 일종의 깨달음 상태로 돌입해 수많은 검기가 그를 완벽히 감싸자 촉수도 뚫지 못했다.
그는 검의 천재면서, 검에 미친 자였다. 그처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달관의 경지에 이른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송천도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항소운의 분신이 마침내 도착했다. 분신은 장법을 날려 옥혈 공간을 박살 냈다.
“혈령, 이제 승부를 가리자!”
항소운은 상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혈령은 사뭇 달라진 항소운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네 분신인가?”
“그렇다. 내 분신은 진신보다 강하지. 이만하면 널 오래 살려뒀어. 이제 저승으로 보내주마!”
뒤이어 죽음의 눈이 혈령을 향했다.
생명박탈(生命剝奪)!
혈령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자 돌연 허상으로 변해 눈앞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수많은 화살이 항소운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갔다.
“덤벼라. 그간 적응을 해서 이제 각 종족의 능력은 통달했지. 둘 중 누가 더 강한지 겨뤄보자!”
혈령이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항소운, 조심해. 정말 강한 놈이야.”
송천도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알고 있어. 근데 내 상대는 안 되지.”
항소운은 자신만만했다.
“흐흐, 그럼 시작하자.”
혈령은 냉소를 지으며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각 종족의 능력에 적응하느라 실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집어삼킨 시체가 많은 만큼 획득한 능력도 수없이 많아서 습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웬만큼 제 것으로 만들었으니,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할 차례였다.
혈색천창(血色天蒼)!
갑자기 옥혈 공간이 거대한 힘 덩어리로 응집되더니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것은 융합 후의 공간 기술이었다. 혈살의 힘이 스스로 폭발하면서 발생된 힘은 실로 놀라웠다.
빨리 몸을 피해서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송천도와 서문설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신급 위력이었다.
그 힘의 한복판에 있는 항소운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사이로 태극전도가 홀연히 떠올랐다. 흑과 백으로 극명히 나눠진 소용돌이를 보는 듯했다. 강력한 억제력이 극에 달한 순간, 요란히 폭발하던 혈살의 힘이 전부 압도되었다.
“네놈의 실력은 인정하마. 허나 난 아까와 달라.”
항소운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삼생의 각인이 새겨진 권법을 휘둘렀다.
삼세권!
분신의 삼세권은 위력이 극에 달해, 진신 때보다 몇 배는 강했다.
혈령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지더니 돌연 삼두육비의 몸으로 변했다. 녀석은 팔을 쉴 새 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권비윤회(拳臂輪回)!
어찌나 몸놀림이 빠르던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온 세상이 빙빙 도는 듯했다. 온갖 윤회와 지옥의 장면이 번갈아 등장하며 삼세권 못지않은 위력을 자아냈다.
콰광-! 쾅-!
잇달아 폭발이 발생하자 사방이 폭격을 맞은 듯 땅이 꺼지고 갈라졌다.
항소운과 혈령은 마침내 전면전으로 돌입했다.
그들은 쉬지 않고 충돌했다. 주먹과 팔이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교차했다. 그 여파로 공간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진공 지대가 생겨났다. 근처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서둘러 몸을 피했다.
‘항소운이 저 정도로 강했단 말인가. 이 상태면 따라잡기 쉽지 않겠는데.’
송천도는 칼을 움켜쥔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반면 서문설은 여전히 태연했다. 전신을 둘러싼 한기는 어느새 날카로운 검기가 되었다.
서문설의 목표는 마지막 남은 신급 생령이었다. 수천수만 개의 차디찬 검기가 적을 향해 돌진했다.
중상에다 체력 소모도 큰 상황에서 신급에 맞서 싸울 용기를 내다니, 과연 그는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강한 집념이 있었다. 그것은 더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이제 몇 놈 남지 않았군. 모조리 쓸어버리자!”
신급 생령이 괴성을 지르며 서문설에게 덤벼들었다.
송천도는 분위기에 휩쓸려 전장으로 뛰어들지 않고, 한쪽으로 물러나 치료에 전념했다. 가능한 힘을 최대로 회복해서 합류하자는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