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91
제991화 다가오는 소회장 쟁탈전
“아이는 여기 두고 가거라.”
현무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아이는 제 제자입니다.”
항소운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아이는 네 제자로 적합지 않다. 아이의 스승이라면 내가 이미 찾아두었다.”
현무가 낮게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항소운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직 어린애일 뿐입니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시죠.”
“말했잖느냐. 해치지는 않는다고. 이 아이는 내 주인의 제자가 되어 장차 천하를 누빌 것이다.”
순간 머릿속으로 한 여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분…….?”
“알면 됐다. 어쨌든 이 아이에게는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지.”
현무의 주인이 어느 급의 존재일지는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유리아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터, 더는 고집부리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대인의 말씀에 따르죠. 다만 저에게도 칠채환천을 조금 나누어 주십시오.”
“좋다, 네가 알아서 가져가거라. 대신 절대 저 아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현무는 흔쾌히 승낙했다.
항소운은 조심스럽게 칠채환천을 조금 거둬들였다. 일곱 빛깔로 반짝이는 샘물은 무척 아름다웠다. 게다가 비범한 신력까지 실려 있으니, 누가 됐든 큰 기연을 얻는 셈이었다.
그는 칠채환천을 바로 영롱신수에게 주었다. 뿌리에 뿌리자 칠채환천이 순식간에 흡수되더니 오색구름이 둥실 떠올랐다.
덕분에 성해건곤의 생기는 한층 왕성해져서 그 속의 생물들이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항소운은 무척 기뻤다. 다시 칠채환천을 조금 거둬들이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현무가 눈살을 찌푸렸다.
“적당히 해라.”
“곧 끝나요.”
항소운은 또 잽싸게 샘물을 푸더니 아쉽지만 칠채환천에서 멀어졌다.
칠채환천은 수만 년 동안 본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 운 좋게 얻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영롱신수도 무척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녀석은 신이 나서 장차 자신도 칠채환천을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항소운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칠채환천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그렇다면 그 귀한 샘물의 주인이 자신이 된다는 소리 아닌가.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볼일 끝났으면 썩 꺼지거라.”
현무가 낮게 소리쳤다.
“네, 바로 갈게요.”
항소운은 용어와 소백이가 있는 곳으로 쏜살같이 돌아갔다.
원래 있던 곳에 가보니 용어와 소백이는 각자 백골과 융합한 후 한창 성장하고 있었다. 신급 경지까지 쭉 돌파할 테니, 아마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릴 듯싶었다. 둘이 경지를 전부 돌파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지금 난 9할 반신 정점의 경지잖아. 차라리 여기서 소생 경지를 돌파하는 게 낫겠어.’
이곳은 현무의 등껍질이고, 또 섬이니 여기서 경지를 돌파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생각을 정한 그는 은자에게 저들을 맡긴 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소생 경지는 성체를 뛰어넘어 신이 되는 경지다. 일종의 탈피로, 기존의 성체와 성혼을 없애고 신급 육신과 영혼을 응집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이는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야 닿을 수 있는 경지였다. 한계를 넘지 못하면 결국 죽고 말지만, 그 한계만 넘어서면 무한한 생명과 극강의 무공을 얻게 된다.
그는 두 번의 전생 동안 소생 경지에 오른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이 과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이번 생에 그는 최강의 전체였다. 하여 변화 과정 역시 완벽해야 최강의 신급 육체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그의 체질은 신급 육체에 버금갈 만큼 강했다. 평범한 인간과 달리 성진의 힘과 마기를 동시에 연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이번에 두 가지 경지를 동시에 돌파할 결심을 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결심이 서니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그는 바로 신급 마핵을 두 알 흡수하여 마기의 경지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 동시에 은하신천과 칠채환천을 제련했다.
마핵이나 신천(神泉) 할 것 없이 모두 방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들은 경맥을 따라 세차게 흘렀다.
대량의 마기가 마주에 모이자, 마주의 힘이 큰 폭으로 늘면서 마기의 경지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두 신천은 서로 뒤엉켜 경맥을 쉴 새 없이 오가다가 마침내 성해건곤에 안착했다. 그리고 아홉 가닥 신력과 한데 결합하자, 신력이 이내 분화되기 시작했다.
본래 아홉 가닥이었던 것이 열여덟 개로, 다시 서른여섯 개로 끊임없이 늘어나며 거대한 바다를 이루었다.
또한 머릿속 신급 영혼도 두 힘에 함빡 적셔졌다.
힘은 점점 상승하여 2품 신급 경지를 돌파하고도 여전히 멈출 기색이 없었다. 그 옆의 아홉 빛깔 연꽃 혼태는 신력과 융합되어 영롱히 빛났다.
마침내 항소운의 육신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피부부터 조각조각 부서지더니 오장육부까지 완전히 갈라져 나갔다. 모든 것이 파괴되는 가운데 오직 신력만이 혈액을 감싼 채 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일찍이 명황에 의해 피가 마혈로 바뀌기는 했으나, 타고난 육체는 인간이었다. 하여 무공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생겨난 혈맥의 힘은 마혈이 아닌 인간족의 피였다. 두 혈맥의 힘은 한데 뒤섞였지만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랐다.
두 혈맥의 힘이 완전히 융합되면서 신력에 적셔지자, 아주 특별한 피가 생성되었다. 그것은 신혈(神血)이란 것으로, 완벽히 응집되고 나면 세상에 둘도 없는 신(神)혈맥이 된다. 그렇게 되면 대대손손 신혈을 지닌 후손이 태어날 터이니, 태생적으로 다른 가문보다 월등히 뛰어난 건 당연한 이치였다.
환골탈태는 강해지는 과정이자, 고통의 과정이었다. 삼생의 각인된 힘이 산산이 흩어지면서 과거의 기억이 온전히 하나로 합쳐지며 현생의 신이 되었다.
불완전했던 신급 육체가 사라진 후, 오로지 혈액만이 태초 신력에 감싸여 꿈틀댔다. 혈액은 점차 인간의 형체로 변하더니 이내 항소운의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육신이 다시 형성되고 나자, 신광(神光)이 찬란한 빛을 발했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무수한 별빛이 환도로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상고 시대 마신의 허상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 시절 요수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이 모든 허상이 아홉 빛깔 신광에 의해 전부 사라지자, 세상은 다시 고요해졌다.
* * *
눈 깜짝할 사이 일 년이 흘렀다.
그사이 중원 대륙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시작됐던 사룡족의 침공으로 낙일 황조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그 지역은 사룡족과 여러 마족의 차지가 되었다.
특히나 아주 강력한 용조(龍祖)가 출현했는데, 실력이 최상급 마신에 이르러 웬만한 인간족은 감당할 수 없었다.
한편, 서막에는 시신주가 나타나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다. 이미 시신주는 신급 정점에 맞먹는 존재로 성장했으며, 시신(尸神) 대군이 대규모로 결집하여 시족의 땅을 형성했다.
불후 황조 지역은 혈령 때문에 큰 화를 입었으나, 아무도 놈을 죽이지 못했다. 그리고 영역 밖 생령 연합군이 대규모로 몰려오고 있으며, 곧 중원 대륙에 도착할 거란 소문이 떠돌았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혼란으로 인해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그들은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거대 세력에 몸을 의탁하기 시작했다.
한편, 3대 세력으로 대표되는 선로궐, 광릉궁, 신맹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데 열중했다.
그중 선로궐은 떠오르는 신예인 동방무적을 영입했고, 광릉궁은 불후 황조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하채의를 새로이 궁녀로 들였다. 마지막으로 신맹은 북명천붕을 택했다.
수호 공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3대 세력보다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했다.
그들은 중원 각 지역에 천 개에 달하는 수호령을 발급했다. 무릇 천 살 이하의 신급 강자는 누구나 이 영패를 쟁취할 수 있으며, 수호령을 획득한 자가 수호 공회에 오면 차세대 수호자로 임명되는 것은 물론 소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천 개의 수호령은 어느 세력이든 쟁취할 수 있으며, 3대 세력 역시 참여가 가능하다. 충분한 실력과 조건만 부합하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중원 각지는 다시금 떠들썩해졌다. 은둔을 택했던 젊은 천재들은 하나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몇몇 늙은이는 남의 몸을 빌려 되살아났다.
이들의 목적은 수호령을 쟁취해 소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소회장이 되기만 하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왕좌가 아니겠는가.
수호 공회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조직이다.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원시신존이 창설한 공인된 세력이다.
비록 지난 몇 해는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긴 했지만, 수호 공회의 위상에 반기를 들 자는 없었다.
하물며 소회장이 되면 원시신존이 남긴 가장 강한 전승을 전수받을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원치 않겠는가.
수호령을 발급해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수호 공회의 두 부회장 역시 개별적으로 걸출한 후계자를 길러냈다. 그들은 가장 유력한 소회장 후보였다.
소회장 쟁탈전은 앞으로 5년 후 열린다. 수호신의 추측에 따르면 영역 밖 생령은 앞으로 5년 후 나타난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소회장이 최강의 용사들을 이끌고 생령과 결전을 벌일 것이다.
개일의 유일한 후계자인 항소운은 일찌감치 소회장 후보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아직 수호 공회의 인정은 못 받은 상태다.
나이가 어리기도 하거니와 전적은 뛰어나지만, 신급 경지에 오르기 전에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천 살 이하의 신급 강자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라서 제아무리 항소운이 전천방 1등을 했다 해도 그들 눈에는 풋내기에 불과했다.
일전에 용봉 학당은 항소운을 찾고 있단 소식을 각 지역에 알렸다. 스승 개일의 명으로, 항소운은 속히 돌아와 수호 공회에 가입하고 소회장 경쟁에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껏 감감무소식이자, 용봉 학당은 애가 탔다.
이미 다른 학당은 그간 공들여 가르친 제자들을 모두 소집해 소회장 쟁탈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령, 진무 학당의 이전 기수 중 최상위 제자들은 일찌감치 신급 경지를 돌파했고, 고독구패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원시신존과 같은 혼돈전체를 타고 난데다 권세 있는 집안의 자손이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를 신의 왕좌에 올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구궁 학당에는 십궁(十宮)이란 자가 등장했다. 소문에 따르면 구천보다 무공이 훨씬 뛰어나며, 이미 500년 전에 신급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그로부터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쯤 얼마나 강해졌을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신록 학당은 4대 학당 중 가장 약하다고 공공연히 알려졌으나, 이번에 뛰어난 인재가 돌아왔다. 바로 학장 딸인 녹소낭(鹿小娘)이다. 어여쁘고 선한 인상이지만, 무공만은 비범했다.
이들 4대 학당 외에도 여러 명문 세가에서 강하고 젊은 신급 강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신급 무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경쟁의 시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