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94
제994화 마침 잘됐군
어느새 암정도의 전함이 유리도 앞바다까지 접근했다.
주(主)전함에서 9할 반신이 외쳤다.
“유리새동,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복종하면 우리도 공격하지 않겠다. 허나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오늘이 바로 너희 제삿날이 될 것이다!”
“특락납해(特洛納海), 헛소리 마라! 우린 끝까지 유리도를 지킬 생각이니 어디 덤벼라!”
유리새동은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라 호통을 쳤다.
손에 쥔 신급 미늘창에서 강한 빙한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는 6할 반신의 경지였다.
“하하, 우습군. 외지인을 끌어들여 우리 정암도 사람을 공격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성인군자인 척하는 거냐? 이건 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야!”
특락납해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국왕부터 잡아 놓으면 백성도 굴복할 수밖에 없겠지.”
“그 전에 나부터 쓰러뜨려야 할 거다!”
유리파랍이 고함을 지르며 바다사자를 타고 달려 나갔다.
암정도 쪽에선 반신 두 명이 앞으로 동시에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기세만으로 유리새동과 유리파랍을 묶어 꼼짝 못 하게 했다.
“국왕 전하를 지켜라! 마지막이란 각오로 끝까지 싸워라!”
유리한의는 병사들을 향해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국왕 전하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습니다!”
“진법을 펼쳐라! 섬에 올라오는 적은 전부 죽여라!”
유리도의 전천 성인들은 전투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우선 진법으로 방어를 공고히 하고, 적들이 공격을 개시하면 전력을 다해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유리도 겁쟁이들아, 우리가 왔다. 오늘은 반드시 섬을 정복해주마!”
“겨우 이딴 진법으로 우릴 막겠단 거냐? 멍청한 놈들.”
암정도의 반신들은 본격적으로 협공을 시작했다.
매서운 힘이 쭉 뻗어나가자 오색찬란한 빛이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쿵-!
힘이 진법에 막히면서 육중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이번엔 유리도 쪽에서 진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방대한 빛이 하늘을 수놓으며 곧장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암정도 강자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신급 병기로 진법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작정하고 진법을 파훼하려 하고 있었다.
이제 유리도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진법을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선 최강자 두 분이 승리해서 돌아오길 바랄 뿐이었다.
유리새동은 국왕이자, 이 섬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었다.
실제 전투력은 9할 반신인 특락납해 못지않아서 두 사람은 곧장 창공 위로 날아올라 목숨 건 싸움을 시작했다.
얼음과 물의 힘이 연신 충돌하자 하늘에서 굵은 우박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내 오늘 기필코 네놈들을 물리치고 말리라!”
유리새동이 미늘창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이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특락납해는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어찌나 발놀림이 빠르던지, 교묘하게 공격을 피했다가 또 불시에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유리새동의 신급 병기부터 떨어뜨리겠단 심산이었다.
‘흥, 나 하나 막는 걸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곧 승부는 기울어질 거다!’
특락납해는 속으로 냉소를 날렸다.
현재 암정도의 반신 둘은 유리파랍을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저자만 제압하면 승리는 철저히 자신들 차지였다.
역시 버거운 싸움이었던 걸까. 유리파랍은 두 반신의 협공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가 타고 있던 바다사자는 두 동강이 나고, 그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자, 깜짝 놀란 유리새동은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이 잠깐의 틈을 특락납해가 지나칠 리 없었다.
특락납해는 이때를 틈타 유리새동에게 중상을 입혔다.
“인정사정 봐주지 마라. 전력을 다해 놈들을 제압해라!”
특락납해는 매서운 남빛 힘으로 유리새동을 계속 공격해 들어갔다.
마치 사나운 물고기가 물어뜯듯 유리새동의 몸은 사정없이 뜯겨서 곳곳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엄청난 통증에 신급 병기마저 떨구고 말았다.
한편, 중상을 입은 유리파랍은 이제 반격할 힘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곱게 죽어줄 순 없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이 나라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싶었다.
“저승길에 혼자 갈 순 없지!”
결국 그는 자폭을 택했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암정도의 반신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다른 한 명은 큰 부상을 당했다.
“파랍!”
유리새동은 목놓아 절규했다.
하지만 슬픔에 젖을 새도 없이 무차별 공격은 계속되었다. 결국 유리새동은 초주검 상태로 특락납해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너희 국왕은 잡혔다. 이런데도 계속 저항할 테냐?”
특락납해는 유리새동의 신급 병기를 유리도로 내던졌다.
쾅-!
신급 병기와의 충돌로 유리도의 진법은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그 여파로 유리도의 수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암정도 병사들이 섬 위로 잇달아 뛰어올랐다. 대학살의 시작이었다.
“항복하면 살려주마. 허나 저항한다면 오늘 이 섬은 피로 물들 것이다!”
특락납해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승자의 기분을 만끽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 돌연 어디서 나타났는지 바다 밑에서 교룡이 솟구쳐 오르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섬을 어쩐다고? 그전에 내 허락부터 받아야 할 거다!”
바다 교룡을 타고 등장한 자는 환도에서 막 돌아온 항소운이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온 유리도는 뜻밖에도 멸망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웬 놈이냐?”
특락납해가 경계 섞인 눈초리로 소리쳤다.
잠시 후 눈앞에 수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바다 교룡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북환해에서 그리 오래 살았어도 이렇게 큰 바다 교룡은 난생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온몸에서 발산되는 무시무시한 요기를 보니 틀림없는 신급 요수였다.
특락납해는 놀란 눈으로 급히 대답했다.
“대인, 저희는 암정도 사람입니다.”
“너희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다. 당장 무릎을 꿇어라!”
항소운이 차갑게 소리쳤다.
그의 몸에서는 강력한 힘이 일렁이고 있었다.
말이 떨어지자, 아래서 싸우던 자들은 전부 동작을 멈췄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강한 두려움이 일어, 저도 모르게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신급 경지만이 가능한 정신적 압박이었다.
특락납해와 다른 반신 강자 역시 도무지 버틸 수 없었다. 두 다리가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이런 고수가 유리도를 돕고 있었단 말인가.
“누가 이 섬의 국왕이지?”
항소운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유리새동은 초주검 상태가 되긴 했으나, 아직 의식은 있었다. 그가 힘겹게 입을 뗐다.
“저, 접니다…….”
항소운의 시선이 유리새동에게 향했다. 명색이 국왕인데 실로 참혹한 상태였다.
항소운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국왕 쪽으로 푸른 힘을 날려 보냈다.
그것은 방대한 생명의 힘이었다. 푸른 힘이 국왕의 몸에 닿자, 바로 상처가 아물었다.
유리새동은 두 눈을 의심했다.
다른 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심각했던 상처가 순식간에 완전히 아물었으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천신 대인,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리새동은 감격해 마지않았다.
그러자 유리한의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국왕 전하, 저분이 바로 2년 전 바다에서 저희를 구해주신 천신 대인입니다. 공주께서도 이분을 따라가셨습니다.”
그제야 유리도 사람들은 저 고수가 자신들을 구하러 온 것임을 확신했다. 반면 암정도 측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특락납해는 혼란을 틈타 조개 하나를 손으로 으스러뜨렸다.
“이제 아무도 달아나지 못한다. 우리 섬의 신급 대인께서 곧 너희를 죽이러 오실 거다.”
사실 항소운은 특락납해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너희 섬의 신급 무인을 전부 불러라.”
항소운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서 그는 특락납해에게 성큼 다가가 힘껏 발길질을 날렸다. 상대는 피하지도 못한 채 몸이 터지며 날아가고 말았다.
암정도 병사들은 너무나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달아날 수도 없었다. 어차피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항소운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오로지 압박만을 가해 전부 중상을 입혔다. 목숨은 붙어 있지만 쉽게 치유될 수 없는 부상이었다.
“저들은 국왕께서 직접 처리하십시오.”
항소운이 유리새동을 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천신 대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고마움이었다.
“한데 아나는 어디 있는지요?”
딸이 보이지 않자 내심 걱정되었다.
“아나는 지금 환도에 있습니다. 재야의 고수가 제자로 들였지요. 나중에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해서 이렇게 유리도에 온 겁니다.”
“그랬군요. 아주 잘 됐습니다.”
유리새동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항소운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명색이 신급 고수가 굳이 자신을 속일 이유는 없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항소운이 물었다.
유리새동은 조금의 보탬도 없이 사건의 대강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항소운은 양심에 큰 가책을 느꼈다. 알고 보니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세요. 제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항소운은 부상당한 병사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회천술을 펼쳤다. 푸르스름한 생기는 빗방울처럼 병사들 몸을 촉촉이 적셨다.
얼마 안 있어 부상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고, 위독했던 자들도 금세 기운을 차렸다.
유리도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정말 감사합니다, 천신 대인!”
지금 사람들에게 항소운은 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갑자기 공간이 갈라지며 누군가 빠르게 접근했다. 암정도에서 온 신급 강자였다.
그런데 유리도는 멀쩡하고 오히려 자기네 사람들은 붙잡혀 있었다. 신급 강자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유리새동. 감히 우리 병사들을 포로로 잡다니, 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
그자는 항소운 일행의 경지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다짜고짜 유리새동에게 호통을 쳤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그의 뒤로 조용히 다가가 주먹을 힘껏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상대는 머리가 깨져 피를 질질 흘렸다.
“여기 어르신들이 계신 거 안 보이냐? 어디서 새파랗게 어린놈이 목청을 높여!”
주먹을 날린 자는 청룡도 백호도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바다 교룡이었다. 이래 봬도 3품 요신인 그는 전투력에선 눈앞의 적보다 월등히 강했다.
신급 강자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 싶었다.
항소운은 명룡혼주로 신급 강자를 통제해 암정도의 상황을 술술 불게 했다.
그곳에 신급 무인이 몇이나 있는지 알고 나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천하가 어지러워 사람이 필요하던 참인데 마침 잘됐군. 너희 암정도 사람들을 데려다 일을 시켜야겠다.”
이렇게 해서 그는 신급 강자를 대동해 암정도로 향했다.
떠나기 전, 유리새동에게 특별히 신물을 몇 가지 주어 신급 경지를 돌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바다 교룡에게는 다신 다른 섬이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유리도를 잘 지키라고 당부했다.
교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꼭 그러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