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95
제995화 꼭 되고 말겠소
항소운은 청룡, 소백과 함께 암정도에 도착했다.
이 섬에 신급 강자는 별로 많지 않았다. 붙잡힌 자 외에 세 명이 더 있는데, 그중 가장 강한 자는 4품 소생 경지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북환해 섬 가운데 꽤 강한 편에 속했다.
그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청룡과 소백만으로도 신급 무인 셋은 금방 붙잡혔다.
제아무리 4품 신급이라도 소백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항소운은 곧장 명룡혼주로 그들의 영혼을 통제했다.
“자, 이제 돌아가자.”
흡족해진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릉종으로 향했다.
이번에 항소운 일행이 돌아가는 속도는 예전보다 월등히 빨랐다.
일행은 북환해를 떠나 북강 지역에 도착했다.
항소운은 북강의 여러 곳이 위험에 처한 것을 느꼈다. 천재지변과 이족의 침공으로 이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천하에 불어닥친 대혼란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항소운은 속도를 늦춰 북강 지역으로 내려갔다. 과거 북명천붕이 자신을 공격했던 일이 떠올라서다. 그는 이참에 이 지긋지긋한 원한을 끊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수소문을 해 보니 북명천붕은 신맹에 들어갔단다. 게다가 수호 공회 소회장직에 도전할 거란 얘기도 있었다. 그제야 그는 수호 공회에 정말 큰일이 벌어졌구나 싶었다.
‘무사 대인께선 스승님을 찾아뵈라고 하셨어. 상황을 보니 보통 일이 아닌걸. 우선 학당에 들러야겠다.’
그는 용봉 학당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뒤쪽에선 청룡과 백호가 따르고 있었다. 이들이 원래 모습으로 변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놀랄까.
며칠 후, 학당 상공에 도착했다.
현재 용봉 학당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일부 장로와 집사들 외에 별달리 사람이 없었다. 제자 중 절반이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더욱 강해지기 위해 바깥세상으로 떠났다.
항소운이 학당에 나타나자,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학당 고위층까지 전해졌다.
얼마 안 있어 누군가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상고 전장에서 이름을 날린 뒤로 그의 명성은 신급 장로 못지않았다. 하물며 그의 스승은 수호신으로 칭송받는 개일 아니던가.
마중 나온 사람 중에는 소위도 있었다.
소위는 항소운을 용봉 학당에 데려온 은인 같은 사람이었다.
그간 무공은 한층 심오해지고 학당 내 지위도 높아졌다. 이게 다 항소운 덕분이었다.
“소운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그동안 대체 어딜 갔던 게냐.”
소위는 반가운 마음에 급히 걸어 나왔다.
“소 장로님, 학당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
항소운이 물었다.
“그건 학장 대인께서 말씀해 주실 거다.”
“안 돼요. 먼저 스승님을 봬야 해요.”
“수릉 장로께선 오래전 학당을 떠나셨어. 떠나면서 학장 대인께 말씀을 전하셨으니, 자연히 알려 주실 게다.”
“네, 알겠어요.”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위 장로를 따라 의사당으로 향했다.
학장은 벌써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 드디어 돌아왔구나.”
학장은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이었다.
“대인을 뵙습니다.”
항소운이 예를 갖추었다.
“벌써 경지가 이렇게나 오른 게냐?”
학장은 놀라우면서도 기뻤다.
“운이 좋았어요.”
항소운이 겸손히 대답했다.
“장하다, 장해. 넌 단연코 가장 젊은 신급 무인에 속할 거다. 실은 네가 아직 그 수준에 도달 못 해서 이번 기회를 놓칠까 걱정했는데, 이제 안심이다.”
학장이 흐뭇하게 웃었다.
“대인, 스승님이 남기신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학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내저어 소위를 물러가도록 했다.
청룡과 소백은 의사당 밖에서 기다렸다.
“이건 네 스승께서 남기신 영패다. 이 영패를 가지고 수호 총공회에 가라고 하셨다.”
학장은 영패를 하나 건넸다.
항소운은 그것을 가만히 손에 쥐었다. 짧은 순간에도 이 영패가 얼마나 비범한지 알 수 있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영패와는 세세한 부분만 다를 뿐 전체적으로 유사했다.
“수호 총공회요?”
항소운이 물었다.
“설마 소문도 못 들었느냐?”
학장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었다.
“북환해에 다녀오느라 요즘 일은 잘 몰라요.”
“그랬군. 그럼 현재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주마.”
학장은 중원의 현 상황과 더불어 수호 공회의 소회장 선출에 관해 들려주었다.
누구든 수호 영패를 지닌 자는 수호 총공회에 가서 일련의 심사를 거치는데, 최종 우승자는 소회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개일은 제자인 항소운이 소회장이 되길 바랐다.
앞으로 소회장 경쟁까지는 3년이 남았다. 천 살 이하의 젊은 신급 무인 중 수호 영패를 지닌 자는 누구나 후보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근데 소회장이면 수호 공회에서 내정하는 자리 아닌가요? 왜 외부에 개방하는 거죠?”
항소운은 아무래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수호 공회는 중원에서 가장 공정한 세력이다. 설립 취지도 중원 대륙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지. 하여 중원에 공헌한 자는 누구나 소회장이 될 자격이 있단다.
물론 공회 내부에서 정한 후보는 있겠지. 그러니 그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소회장 자리는 꿈도 꿀 수 없어.”
학장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수호 공회가 세워진 지도 벌써 백 만년이 넘었구나. 그만큼 뿌리가 깊고 단단하겠지.
3대 세력으로 이름난 선로궐이나 광릉궁, 신맹도 결국 수호 공회를 넘어서지 못했단다. 그들 역시 공회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났지. 그러니 네 책임이 막중할 거야.
자칫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라.”
“스승님의 말씀인데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죠. 소회장 자리는 반드시 차지하겠습니다.”
항소운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실은 학당에서 널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단다. 소생 경지에 오르도록 돕기 위해서지. 한데 스스로 해냈다고 하니, 그건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것 같구나. 그래도 괜찮지?”
“물론이죠. 음, 그럼 백리일소에게 기회를 주세요. 그자야말로 학당이 가장 주목할 만한 녀석이니까요.”
백리일소는 최강이라 알려진 인자(仁者) 검의를 깨우치고 도량도 넓어 장차 크게 될 인물이었다.
“녀석, 마음도 넓지. 네 말대로 일소도 괜찮은 아이야.”
학장은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항소운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사당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다들 소회장이 되려고 혈안이 됐겠지. 우선 너희끼리 실컷 싸워라.”
그는 수호 총공회가 아닌 자릉종으로 향했다.
자릉종이야말로 그의 고향이자, 언제고 돌아가고 싶은 보금자리였다.
* * *
자릉종.
항소운이 구궁탑을 설치한 덕분에 천지의 영기는 날이 갈수록 더욱 짙어졌다. 밤이면 수많은 성진의 힘이 떨어져 내려 자릉종 사람들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현재 자릉종의 규모는 삼만 명이 훌쩍 넘어 몇 년 전에 비해 대폭 늘었다. 이것도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부속 세력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인근 지역 무인들은 자릉종에 들어가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다. 그리고 아이를 훌륭한 무인으로 키워주십사 부탁하는 행렬이 매년 장사진을 이루었다.
자릉종은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끝에 비로소 화려한 발전기를 맞이했다. 앞으로 백 년 후 최상급 세력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한다.
항소운이 청룡, 소백과 돌아오자 자릉종은 오랜만에 떠들썩해졌다.
그가 소회장 후보라는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만일 그가 진짜 소회장이 된다면, 누가 감히 자릉종을 건들겠는가?
자릉종에 도착한 그는 만사 제쳐두고 가족부터 찾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버지와 자전신후, 우채접, 마희, 육소청, 나찰녀까지 전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부인 척발완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집을 비운 항소운을 대신해 집안을 살뜰히 보살폈다. 바깥출입은 거의 하지 않고 종주 부인으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다만 아들 척발능봉은 좀 자랐다고 부쩍 제 생각을 고집했다.
“마희와 소청이는 경지를 돌파하러 고향에 돌아갔어요. 나찰녀는 외지로 수련 나가 아직 안 돌아왔고, 채접은 우가에서 사람이 와서 데려갔어요.”
그리고 자전신후와 항정천은 수련을 떠났다고 했다.
“우가 놈들,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은 거냐?”
항소운은 주먹을 불끈 쥐며 울분을 토했다.
“서방님, 제 생각에 우가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아요. 지금 중요한 건 소회장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느냐예요.”
“당신도 내가 소회장이 되길 바라오?”
그녀는 다정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서방님처럼 뛰어난 영웅만이 그런 자리에 어울리죠.”
“완아를 위해서라도 꼭 되고 말겠소.”
그녀를 부드럽게 품에 안으며 그가 미소 지었다.
잠시 후 아들은 어떤지 물었다. 명색이 아비란 자가 이리 바쁘니 면목이 없었다.
부인의 말에 따르면, 아들은 지금 장왕 산맥에서 훈련 중이라고 한다.
이에 그도 더는 묻지 않았다.
난세일수록 스스로를 지킬 힘은 꼭 필요했다.
그는 척발완아, 궁금음과 각각 시간을 보낸 뒤 장로들을 불러 자릉종의 대소사를 들었다.
그러고는 시간을 들여 진법을 더욱 보강했다. 덕분에 신급 진법은 한층 수준이 높아져서 이젠 신급 정점 고수도 함부로 뚫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괴뢰로 만든 신급 강자들에게 자릉종의 안전을 지키도록 했다.
급한 일을 마무리 지은 그는 호족의 땅으로 향했다.
* * *
호족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낙일 황조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 인근 지역은 이미 마족에게 점령당해서 호족도 위협을 받고 있었다.
비록 호족과 자릉종을 잇는 순간이동 진이 있긴 하지만, 자릉종으로 피할 새도 없이 봉쇄당하고 말았다.
마족 대군 중에는 눈이 셋 달린 삼안마호족(三眼魔狐族)이 있다. 그중 두 마리는 마신 경지인데, 호족을 모조리 잡아가기 위해 산 전체를 막아 버렸다.
현재 마신 두 마리는 호족의 늙은 여우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늙은 여우는 호족의 정신적 지주인 호도(狐圖)였다. 2품 요신 경지로, 여덟 꼬리 혈맥의 힘을 지녀 전투력이 굉장했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한 마리는 3품 마신, 또 한 마리는 1품 마신으로 두 마리가 협공을 펼치자 놀라운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세 여우가 있는 힘을 다해 서로 물어뜯고 찢고 덤비는 바람에 붉은 피가 사방을 적셨다.
삼안마호족은 ‘제3의 눈’이라는 이능이 있었다.
그들은 이 능력을 이용해 호도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호도 역시 전력을 다해 1품 마신을 두 동강 냈다.
“마지막까지 발악하는군. 항복한다면 섭섭지 않게 대우해주마.”
3품 마신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말이 항복이지, 전부 노예가 되란 소리 아니냐? 항복은 꿈도 꾸지 마라.”
호도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온몸은 핏빛으로 물들고, 여덟 꼬리 중 절반이 잘려 나갔다. 차마 눈 뜨기 보기 힘든 참혹한 상태였다.
“기회를 줘도 마다하는군. 그렇다면 호족 여자들은 전부 노리개가 되는 수밖에.”
3품 마신은 포효를 내지르며 재차 달려들었다.
과연 3품 마신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녀석은 마흑(魔黑)의 기운을 발산하는 커다란 여우였다.
몸집은 호도보다 월등히 크고, 세 개의 꼬리는 기이할 만큼 길었다. 날카로운 앞발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이 사정없이 찢겨나갔다.
호도는 이미 부상이 심각했다. 그런데 억지로 버티고 싸우다가 결국 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