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998
제998화 큰일을 도모하기 위함
사누는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녀석은 괴성을 지르며 꼬리를 좌우로 휘둘러 광명검구와 거세게 충돌했다.
콰광-! 쾅-!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강했다. 어느새 광명검구를 전부 막아내고는 기세를 몰아 항소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항소운의 공격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항소운은 수많은 빛의 힘을 하나로 응집시켜 거대한 빛의 공간을 만들더니 검기를 사정없이 날렸다.
흡사 만검종의 기술을 보는 듯했다.
그사이 사누는 체내의 기운을 쉼 없이 끌어올렸다. 그러자 비늘이 전부 곤두서면서 수없이 많은 용살의 기운으로 변해 휘몰아쳤다.
이 정도면 6품 신급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빛의 힘은 바로 이런 사악한 힘을 극하고 정화하는 힘이다.
결국 사누의 공격은 힘없이 무너졌고, 빛의 검기에 의해 무참히 찔리면서 피가 사방에서 솟구쳐 올랐다.
비늘이 계속 떨어져 나가 피에 물든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황백오는 사룡이 꼼짝없이 당하는 것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9대 성진을 융합한 최강 전체는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항소운의 객관적인 경지는 고작해야 2품 신급 경지였다. 허나 실제 발휘하는 전투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전성기 시절 자신이라도 이기긴 힘들 것 같았다.
“못생긴 뱀 주제에 꽤 오래 버티는군.”
소백이는 팔짱을 끼고서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너라면 진작 죽었을 텐데 말이야.”
소청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받았다. 어째 소백이가 용족을 싸잡아 욕하는 것 같아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저 못생긴 뱀이 강하긴 해도 내 상대는 못 되지.”
소백이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뭐 너라면 놈한테 잡아먹힐 수도 있겠네.”
“너도 못 이기는 놈이 어떻게 날 이기냐?”
소청이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용과 백호는 또 실랑이를 벌였다.
사누는 하도 맞아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눈앞의 녀석은 결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상황 판단이 서자, 바로 공간을 찢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항소운, 우리 종족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사누는 전속력으로 달아났으나 항소운의 속도는 그보다 빨랐다.
어느새 손에 들린 음양신검이 시간의 도를 펼치자 검광이 겹겹의 장애물을 뚫고 공격해 들어갔다.
휙-!
검광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사누의 몸을 반으로 베었다. 하늘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사누는 혼비백산해서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어딜 도망치려고!”
이건 항소운이 신급 경지가 된 후 제대로 실력 발휘하는 첫 번째 싸움이었다. 그런데 어찌 상대를 놓아줄 수 있겠는가.
그는 음양신검을 쉬지 않고 놀렸다. 시간의 힘이 실린 검은 점점 가속도가 붙어 사누의 몸을 마구 난도질했다.
“날 죽이면 우리 종족이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사누는 이러다 정말 죽을까 봐 겁이 났다. 협박을 해서라도 목숨은 건지고 싶었다.
“잘됐네. 나도 사룡족이라면 치가 떨리거든.”
항소운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검 끝에서 솟구친 음양의 힘은 주변의 여타 힘을 전부 말살시켰다.
상대에게 회복할 기회 따윈 줄 수 없다. 그는 다시 힘을 날려 이번에는 마핵을 공격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사누의 마핵을 순조롭게 손에 넣었다. 마핵 속 사누의 영혼은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걱정 마, 당장 죽이진 않을 테니. 아직 쓸모가 있어서 말이야.”
항소운은 냉소를 지으며 사누에게 명룡혼주를 걸었다.
꼭두각시로 만들어 사룡족으로 보내면 앞으로 마족을 죽일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사누에게는 명룡혼주가 통하지 않았다.
“이만 풀어주는 게 좋을 거다. 이런 저주는 나한테 안 통해. 그게 우리 사룡족의 위대한 점이지.”
사누가 소리쳤다.
“그렇군. 그럼 살려둘 필요가 없겠어.”
항소운은 손바닥에 힘을 모아 마핵 속 영혼까지 완전히 소멸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황백오는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정말 무서운 젊은이로다.”
황백오는 어지간해선 남에게 쉽사리 탄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성림방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당대 최고의 무인으로 명성을 떨치며 5품 신급 경지에 올라섰다.
지금보다 일이백 살만 젊었어도 수호 공회의 소회장 경쟁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 살을 훌쩍 넘긴 나이기에 소회장 자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항소운이 사누를 죽이고 나자, 황백오가 곁으로 다가갔다.
“항 공자,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오. 덕분에 견문을 넓혔소.”
“대인은 누구십니까?”
항소운이 조심스레 물었다.
황백오의 명성이 자자하기는 하나, 실제 뵌 적은 없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난 황백오라고 하오.”
항소운은 바로 이름을 알아듣고는 인사를 올렸다.
“아, 황 대인이시군요.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비록 낙일 황조와는 불편한 과거가 있지만, 황조가 몰락하면서 그간의 원한도 무의미해졌다.
“한창 소회장 경쟁으로 바쁠 텐데, 어찌 여기서 마족을 상대하고 있소?”
황백오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직 쟁탈전까진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 신급 경지를 돌파해서 단련도 할 겸 왔습니다.”
“그랬군요. 항 공자께서 우리 낙일 황조를 대신해 마족을 죽여준다면 훗날 이 은혜는 꼭 갚겠소.”
황백오의 표정은 진실했다.
현재 이곳을 지키는 인간족은 적지 않지만, 수호 공회가 신급 강자를 여럿 보낸 것 외에 다른 거대 세력에서는 신급 강자를 단 한 사람도 보내지 않았다.
황조가 몰락하고서 마주한 현실은 황백오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이곳뿐만 아니라 중원 전체가 대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다들 제 앞가림하기 바쁜 마당에 누가 누구를 돕는단 말인가.
그걸 잘 알기에 이젠 원망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운이 혜성처럼 등장하자, 황백오는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사룡족을 몰살시키진 못해도 황조를 멸망시킨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하리라.
“그렇지 않아도 당분간 여기에 있을 생각입니다.”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물었다.
“한데 지금 이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건 자리를 옮겨서 얘기합시다. 사룡이 죽었으니, 곧 다른 놈들이 이쪽으로 몰려올 거요.”
이렇게 해서 황백오는 항소운과 소청, 소백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뜻밖에도 성림원이었다.
강력한 진법이 지키고 있어 사룡족도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다.
성림원은 개별적인 공간이라, 상급 영패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했다.
현재 성림원에는 낙일 황조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물론 이들은 성림원의 주인은 아니었다.
본래 성림원은 낙일 황조에 소속되지 않은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이나, 워낙 관계가 밀접하다 보니 특별히 머물 곳을 내주었다.
오랜만에 성림원에 들어선 항소운은 다시금 이곳의 비범함을 느꼈다.
일찍이 그는 이곳에서 황결의 전문을 얻었다. 하여 누구보다 이곳에 애착이 갔다. 부디 이곳만은 훼손되지 않고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황백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항소운의 얼굴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혹시 성림방 1등 항소운 아니십니까?”
성림방에 이름을 올린 후, 그에 관한 모든 내용은 성림원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신급 경지지만 오만한 기색이 없어 사람들은 그를 좋게 평가했다.
“하하. 성림방 1등이 다시 우리 성림원을 찾아주시다니, 참으로 기쁩니다.”
성림원의 성로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 소리에 너도나도 항소운의 얼굴을 보려고 앞으로 다가갔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성림방 1등이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들은 항소운의 수려한 외모를 보고선 내심 감탄했다.
‘과연 뛰어난 인재로다.’
황백오는 생각지도 않게 많은 사람이 항소운에게 관심을 보이자,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항 공자와 긴히 나눌 얘기가 있으니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시죠.”
다들 황백오의 신분을 아는지라 자연스레 체면을 세워주었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은 황백오를 따라 낙일 황조가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현재 낙일 황조가 거처하는 곳만 봐도 확실히 성림원은 그들을 후하게 대접하고 있었다.
전부 마족에게 죽어서 살아남은 자라고는 황실의 직계 자손과 중신이 전부였다.
황백오는 황조 내에서 명망이 높았다. 그가 돌아오자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 예를 올렸다.
“황숙께 인사 올립니다.”
“모두 일어나거라.”
황백오는 손을 내저었다.
몰락한 황가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항소운은 가슴이 아팠다.
수십 년 전만 해도 탄탄대로를 달리던 낙일 황조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멸망하고 만 것이다.
황자와 공주들은 평민으로 전락해 과거의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항소운!”
이때 그를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뜻밖에도 황소월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는 듯 커다란 눈망울이 복잡한 심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마냥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품 있는 자태, 그리고 눈빛에 스며든 근심과 걱정은 아끼고 감싸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황소월, 오랜만이다.”
항소운이 인사를 건넸다.
여러 해 전 그와 황소월 사이에는 숱한 충돌이 있었으나, 이제는 전부 사라졌다.
그녀는 한층 멋있어진 항소운을 보며 씁쓸해졌다.
‘저런 남자는 누구나 좋아하겠지.’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그런 마음조차 사치였다.
황백오는 황소월이 항소운에게 마음이 있음을 알아보았다. 그는 웃으며 말을 꺼냈다.
“항 공자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아 돌아오지도 못했을 거다.”
낙일 황조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현재 황백오는 자신들의 기둥이자 중심이었다. 그런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남은 자들은 어찌 살아간단 말인가.
이제 항소운을 보는 그들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졌다. 황백오를 구해줬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백오야, 작은 일에 신경 쓰다 큰일을 망치려 하느냐? 그렇게 해서 우리 황조를 어떻게 되살린단 말이냐!”
안쪽에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상황 전하, 이렇게 구차하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황백오는 못마땅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항 공자를 모셔 온 것은 이분과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항소운은 그제야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느꼈다.
“황 대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언제 대인과 일을 도모한다고 했습니까?”
“항 공자, 우선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오. 얘기를 다 듣고 나면 분명 동참할 거요.”
“싫습니다. 전 그저 무공을 단련하러 온 것뿐이니 다른 얘기라면 꺼내지 마십시오.”
황백오의 말에 항소운이 단호히 대꾸했다.
이때 한 노인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낙일 황조의 태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