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
독식하는 재벌 3세-1화(1/518)
1화. 돌아오다.
책상과 침대가 전부인 좁은 고시원.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고 있는 라면 봉지.
그 흔한 라면조차 없어 배를 곯고 있는 게 지금 내 상황이었다.
“쿨럭!”
입을 가린 손에서 피가 묻어 나온다.
영양실조 때문인가? 아니면 이 좁은 공간에서 며칠째 나가지 않아서일까?
이런 지금의 내 모습을 봐서는 연상되지 않겠지만, 나는 재벌 3세였다.
그것도 형제 하나 없는 3대 독자.
형제만 없으면 좋을 텐데 심지어 부모님까지 없었다.
그래도 3대 독자인 덕분에 군 면제까지 받았으니 난 말 그대로 신의 아들인 셈이었다.
정확히는 신의 아들이‘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나는 태우그룹에 입사했지만, 그해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할아버지의 회사인 태우그룹이 부도가 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절망의 연속이었다.
외환위기와 IMF로 빚더미에 앉게 된 태우그룹이었고, 할아버지는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도망자 생활을 해야만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베트남에서 5년 넘게 숨어 지내야 했었다.
하지만 오랜 타지 생활로 할아버지의 몸은 많이 상하셨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더욱 나락이었다.
추징금 18조.
징역 10년.
할아버지는 입국과 동시에 감옥에 가야만 했고.
할아버지와 나는 막대한 돈을 횡령한 희대의 쓰레기가 되어 연예인보다 더 자주 티비에 등장하곤 했다.
언론은 할아버지와 나를 비난했고.
정부와 국민까지 동참해 나를 비난하는데 어찌 버티겠나.
우리는 반항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비수를 몸으로 그대로 맞았다.
할아버지가 감옥에 가 있는 10년.
나는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역겨운지 깨달았다.
간이고 쓸개고 전부 빼 줄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이 할아버지가 감옥에 가자 나를 모르는 사람 취급해 버렸다.
그 사람들을 나는 전부 기록했다.
다시 위로 오르면 복수를 하기 위해.
[신상정보]이름 : 생년월일 :
소속 : 특이사항 :
모든 정보를 기록한 노트의 제목은 신상정보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살생부’.
최근에 이 노트에 적힌 명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의 경영 실수만으로 태우그룹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분명 할아버지의 잘못도 있지만, 그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냈고.
결국 할아버지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할아버지의 묘소.
거기서 나는 살생부 마지막 장에 이름 하나를 적었다.
‘김태중.’
할아버지의 이름이자 태우그룹의 창립자.
내가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원망하는 이름.
할아버지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회사를 경영했다면…….
그러는 사이.
회사의 임원들과 정부 그리고 외국 자본까지.
그들은 태우그룹을 갈기갈기 찢어 서로 나눠 가졌다.
그들에게 어떻게든 복수를 하기 위해 나는 미친놈처럼 뛰어다녔다.
정말 미친놈처럼 뛰어만 다녔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10년 전에는 하루에 수천만 원도 쉽사리 사용했지만.
모든 것을 빼앗긴 지금은 라면 사 먹을 돈조차 부족했다.
그래서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봤지만, 세상은 나를 외면했다.
그렇게 또 10년.
20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공부는 잘했어도, 사람 보는 눈은 더럽게 없었다.
할아버지의 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 따랐지만 배신당했고.
나의 복수를 대신해 줄 것처럼 해 주던 사람은 나를 이용해 먹기만 했다.
“쿨럭. 우웨엑!”
조금만 흥분해도 터져 나오는 기침과 각혈.
그런데 이번엔 몸까지 아파 오며 눈까지 점점 흐려진다.
털썩, 나는 힘겹게 침대에 누워 하늘에 기도를 했다.
제발 나에게 2번째 기회가 찾아오기를.
먼저 하늘에 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할아버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 순간 의식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 * *
“도련님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회장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손님이 찾아오십니다.”
김택훈 비서실장.
할아버지의 공신 중에서 유일하게 배신하지 않았던 사람이 내 옆에 있다.
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빠졌고 큰 병을 얻어 병원 신세만 5년을 보냈다.
할아버지가 감옥에 있을 때 날 걱정해 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없는 돈으로 내게 영치금을 넣어 주고 희망을 잃지 말라며 편지까지 보내 줬었다.
병원에서는 마지막으로 죽을 때까지 내 걱정을 했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내 옆에 있었다.
“걱정 마세요. 얌전히 여기에 있을게요. 실장 아저씨.”
“우리 민재 도련님 한 살 더 먹더니 많이 의젓해지셨습니다.”
연기가 부족했나?
17살처럼 보이는 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싫은 일도 해야만 했다.
닥쳐올 미래를 위해서는 나는 사랑받는 손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20년을 지옥에서 보낸 나를 위한 선물.
라면 하나 사 먹을 돈이 없어 고독하게 숨이 끊어졌던 나는 17살로 돌아와 있었다.
처음에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2번째 기회였기에.
가족과 그룹을 지킬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
물론 17살의 나이인 지금은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 혼신의 힘을 다해 아이인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
지금도 학생인 척 연기를 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부족한 당을 채우고 있었다.
그때 연회장에 손님이 찾아왔다.
워낙 큰 행사였기에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비서진이 손님의 신상을 비서실장 아저씨에게 알려 주었다.
그런데 이번 손님에 관한 신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비서진이 호들갑을 떨었다.
“강민이의 삼촌이네요.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도련님 친구분의 삼촌이십니까? 아! 대흥그룹 김강민 도련님의 가족분이시군요.”
“실장님 찾았습니다. 대흥그룹 기획실 김강준 본부장입니다.”
보고를 마친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대흥그룹이라는 힌트를 줬기에 늦지 않게 신상을 알아낸 것이었다.
만약 뒤늦게 알아냈다면?
실장 아저씨는 항상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에 화가 가득한 사람이다.
욕 먹는 건 당연하고 비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었다.
비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맙다는 의미로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나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 주며 순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내가 김강준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그래도 20대 중반까지는 알아주는 재벌 3세였고, 많은 인맥을 알고 있었다. 김강준도 그때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긴 했다.
하지만 한눈에 알아볼 만큼 친했던 건 아니다.
내가 김강준을 알아본 건 기억이 아니라 능력 덕분이었다.
능력치를 보는 능력.
회귀를 하면서 얻게 된, 단 하나의 능력.
【신상명세서】
이름 : 김강준 나이 : 34세
소속 : 대흥그룹 기획실장
특이사항 : 3명의 여성과 바람을 피고 있음.
업무 능력 : 친화력 B, 경영 능력 C, 영어 C, 일본어 D…….
사람의 얼굴을 보면 절로 신상명세서가 떠올랐다.
미래 기술을 안다든가 미래 주식 정보를 날짜별로 알 수 있는 그런 대단한 능력은 아니지만.
안목이 부족한 나에겐 가장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다.
재계 서열 2위였던 회사가 망하는 걸 멍하니 지켜봐야 했던 나에겐 말이다.
이름과 소속 그리고 특이사항.
그리고 자연스레 상세 능력치까지 알 수 있었다.
영업 능력이 B급이라든지 개발 능력이 A급이라든지 하는 능력치를.
“회장님 오십니다.”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의 할아버지이자 태우그룹의 회장님이신 김태중의 등장이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오늘도 얼굴이 아주 좋으십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연회장의 손님들은 할아버지를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정재계에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지만, 할아버지에게 그들은 그저 돈 받고 일 잘하는 머슴에 불과했다.
대통령도 어찌 못하는 분이 할아버지셨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를 어렵게만 여긴 손님들이었고, 할아버지 또한 손님들에게 미소 한 번 보여 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 앞에선 한없이 부드러운 분이셨다.
“아이고! 우리 민재 왔구나? 음식이 입맛에는 맞고? 내가 우리 민재 먹이려고 대한민국에서 요리 제일 잘한다는 요리사만 불러서 만들었어.”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출장이 길었지? 나도 빨리 오고 싶었는데 코쟁이 놈들이 어찌나 깐깐한지. 우리 민재 얼마나 컸나 한번 보자.”
뛰다시피 내 앞으로 다가오는 할아버지.
나는 두 팔을 벌려 할아버지에게 안겼다.
전생에도 나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분이셨다.
대대로 손이 귀한 집안에 3대 독자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귀여웠겠나?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랑이 부담스럽고 귀찮아 외면했었다.
지난 생을 반성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할아버지를 꼬옥 안아 드렸다.
얼마나 아름다운 조손 사이인가?
연회장의 손님들도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치가 없는지 아니면 마음이 급한 건지 연회장 입구에서부터 따라오던 하청 업체 사장이 훼방을 놓았다.
“회장님, 제발 납품 가격을 조정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가격으로는 직원들 월급도 줄 수가 없습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앓는 소리를 하는 협력업체 사장이었다.
우리 할아버지와는 무려 20년 넘게 관계를 맺어 온 사람이었고.
옷을 저렇게 입고 있어서 그렇지 중견 기업 수준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번 연회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김 사장, 그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나?”
“정말 급해서 그렇습니다. 저도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곤 있지만, 도통 방법이 없습니다.”
잔치 시작부터 분위기가 깨질 판이다.
이번 생에 나는 결심을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족과 그룹만큼은 지킨다.
가족이라고 해 봐야 할아버지가 전부.
내 소중한 할아버지의 잔치를 고작 저런 사람 때문에 방해받을 수는 없지.
“우와 파텍필립 시계네요! 그것도 컴플레이션 모델! 못해도 10억은 넘어가는 건데.”
허름한 옷으로 힘든 척 연기하고 있는 협력업체 사장이었다.
연기를 하려면 나처럼 제대로 하든가.
시계만큼은 좋은 걸 차고 싶었나 보다.
하긴 이 시대에 파텍필립 시계를 알아보는 사람은 몇 명 없겠지.
그런데 나는 명품이란 명품은 죄다 구입해 본 사람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정말 저 시계가 10억이나 한다고? 이야, 우리 김 사장 돈 많이 벌었네. 시계 하나에 10억이나 쓰고.”
“아, 아닙니다. 이번에 중국 출장 가서 모조품을 하나 샀습니다.”
“기업 한다는 사람이 짝퉁을 쓴단 말인가? 이런 몹쓸 사람을 봤나. 자네랑 더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조용히 있다가 가게나.”
황급히 손목을 가리며 뒤로 물러나는 협력업체 사장이었다.
저런 사람을 치우는 데 굳이 신상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신상명세서에 적힌 특이사항에도 비자금, 횡령 등의 약점이 있긴 했지만.
17살짜리가 갑자기 그런 범죄 사실을 말하면 누가 믿기나 하겠어?
훼방꾼이 사라지자 다시 화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셨다.
“우리 민재 이번에 고등학교 입학하지? 그럼 이 할애비가 선물을 줘야겠네?”
“선물은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 돼요.”
“우리 강아지 말도 참 이쁘게 하네. 자 받아라.”
손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용돈을 주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용돈이 아니라 아예 통장을 주셨고. 통장도 일반 통장과는 사뭇 달랐다.
스위스 은행.
그것도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된 통장이었다.
손자에게 용돈을 줄 때도 증여세가 아까워 이런 꼼수를 쓰시는 아주 꼼꼼한 분이 우리 할아버지셨다.
괜히 재벌 회장이 된 게 아니라니까.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아끼지 말고 팍팍 쓰고 다녀. 아! 그리고 통장 안에 들어 있는 돈은 100만 원이 아니라 100만 달러다.”
“사랑해요!”
이러니 내가 전생에 제대로 회사를 들여 볼 수 있었겠나?
손자가 학교 입학한다고 10억 원을 통장에 꽂아 주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