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
독식하는 재벌 3세-10화(10/518)
10화. 퀸텀펀드(1)
만약 외환위기를 막는다면 태우그룹이 망하지 않았을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외환위기가 기폭제 역할을 한 건 맞지만, 태우그룹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차입금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이었다.
외환위기가 없었어도 태우그룹은 망한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퀸텀펀드와의 미팅에 나설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퀸텀펀드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다니엘입니다. 요즘 월가를 뜨겁게 하고 있는 SAVE와 미팅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퀸텀펀드에서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SAVE에서 투자 총괄을 하고 있는 김민재라고 합니다. 편하게 킴이라고 불러 주세요.”
퀸텀펀드의 다니엘 디렉터.
월가에서 인맥이 넓은 사람이었고, 킨텀 펀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미팅에서 퀸텀펀드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아쉽다.
나는 퀸텀의 핵심인 조지나 짐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었다.
“그럼 바로 일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월가의 트레이더에겐 시간이 곧 돈 아니겠습니까?”
“그럴까요? 퀸텀펀드에서 파운드화를 공매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진작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개인이 국가 상대로 싸운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더군요.”
“뒤에서 응원하는 치어리더 말고 같이 싸우는 동맹군이 되어 주세요. 결코 실패할 리가 없는 투자입니다.”
“저도 시나리오를 보니 영국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긴 하더군요. 그런데 백기를 얼마나 빨리 드는지가 관건이죠.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어야 하는 만큼 기회비용이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약간의 줄다리기를 시전했다.
줄다리기를 시전하는 척을 하며 우리도 알 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영국은 벌써 금리를 6차례나 올렸습니다. 늦어도 1년 안에 백기를 들고 ERM을 탈퇴하게 되어 있습니다.”
“ERM이라면 유럽 환율 메커니즘을 말하시는 거죠? 확실히 허점이 많은 제도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과도하게 개입을 하니 그런 허점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정확하십니다! 그 정도 정보를 알고 계시니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 성공률이 100퍼센트라는 말은 굳이 안 해도 되겠죠?”
아는 척은 여기까지.
우리가 퀸텀펀드의 이름값이 아닌 투자 종목의 가치를 보고 지갑을 연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 주었다.
“그럼 얼마를 투자할지로 대화 주제를 바꿔 볼까요. 일단은 소소하게 10억 달러 정도만 넣어 볼까 합니다.”
“소소하다니요. 10억 달러면 충분히 큰 금액입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긴 합니다. 걸프전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0억 달러면 지금 환율로 7,100억 원이 넘는다.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수십 조 단위의 돈을 굴리는 월가의 헤지 펀드가 보기엔 많은 금액은 또 아니었다.
“계약금 형태로 10억 달러를 넣는다고 생각해 주세요. 최대 50억 달러까지 넣을 생각이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 40억 달러를 넣는 조건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큰 조건은 아닙니다. 조지와 딱 10분 동안의 만남. 그게 조건의 전부입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조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조지는 동맹군으로 합류하는 모든 사람과 만남을 가지고 계십니다. 사실 오늘 협상이 잘 끝나면, 조지가 비밀리에 등장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킴이 먼저 그런 제안을 해 버리셨네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미팅 장소에 퀸텀펀드의 대표인 조지가 모습을 드러냈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해 왔다.
“퀀텀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조지입니다. 영국과 싸울 동맹군으로 합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AVE 투사회사의 킴입니다. 승리 확률이 100퍼센트에다가 전리품을 넉넉히 챙길 수 있는 전쟁인데 당연히 합류해야죠.”
“그런 뻔한 사실을 모르는 멍청이들이 아직도 월가에 넘쳐 납니다.”
악마 혹은 마왕이라 불리는 조지. 혹은 사악한 구세주라고도 불렸다.
그런 별명과는 달리 조지의 첫인상을 인자한 옆집 아저씨 그 자체였다.
“저는 그런 멍청이가 아니라 다행이군요.”
“그런데 저를 먼저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번 전쟁의 동맹군이 아니라 모든 전쟁에서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권한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파운드화 공매도에 쏟아부을 것을 약속합니다.”
월가에서는 결코 혼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여러 헤지 펀드와 투자회사와 동맹 관계를 구축해야 미국 정부 혹은 다른 헤지 펀드에서 덤벼들지 않는다.
“50억 달러라 아주 솔깃한 제안이군요. 그런데 모든 전쟁이라고 하면 다음 전쟁은 어디가 될 것 같나요?”
“영국의 파운드화가 폭락하면, 이탈리아의 리라화도 불안해질 거라 예상합니다.”
조지의 질문에 나는 곧장 대답을 했다.
무려 20년 가까이 그의 행적을 연구했기에 가능한 대답이었고, 조지는 당연히 내 대답에 매우 흡족해하였다.
“저와 같은 생각이군요.”
“파운드, 리라… 뿐만 아니라 영국의 모든 화폐 시장이 허점투성이입니다.”
“그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이군요. 좋습니다. 앞으로 모든 전쟁에서 SAVE 투자 회사와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말로만 하는 약속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약속을 문서화할 수도 없으니 지금은 그저 구두 약속으로 동맹을 맺는 게 전부였다.
물론 진정한 동맹 관계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했지만,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럼 투자 제안서를 보내 주시면, 그에 맞게 SAVE 투자회사에서 50억 달러를 투입하겠습니다.”
“월가의 늙은 늑대와 달리 아주 화끈하군요. 상처 입을까 두려워 몸 사리는 그들은 이제 뒷방으로 물러나야 될 때가 되었죠.”
조지의 나이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의 이빨을 이용할 것이다.
“그럼 내일 바로 자금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실무진 몇 명도 같이 보내겠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만 준비하세요. 영국이라는 아주 맛있는 먹잇감을 제가 잘 요리해서 그릇 위에 올려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려도 될까요? 매우 사적인 부탁입니다.”
“무슨 부탁이든 말만 하세요. 동맹군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 드려야죠.”
“그럼 혹시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학 입시에 필요해서 말이죠.”
“……혹시 킴이 필요한 겁니까?”
“네, 제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게 되어서요.”
“하하하, 그렇다면 해 드려야죠. 저는 물론이고 짐의 이름으로도 추천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짐은 대학교수까지 했던 사람이니 꽤 영향력이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투자금은 50억 달러가 아니라 60억 달러로 상향하겠습니다.”
“추천서 몇 장에 10억 달러라. 아주 비싼 추천서군요. 허허허.”
* * *
미팅을 마친 후 SAVE 투자회사를 찾았다.
이미 대기하고 있던 제프리 부사장과 증권맨 4인방이 날 회의실로 안내했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한정훈 팀장이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퀸텀펀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셨습니까?”
“파운드화 공매도에 60억 달러를 보태기로 했어요.”
“ERM 시스템과 파운드화에 허점이 많다는 건 알겠지만, 60억 달러는 너무 과한 금액인 것 같습니다. 후진국도 아니고 무려 영국과 싸워서 이겨야지만 수익이 실현되는 투자입니다.”
한 팀장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저 회사를 걱정하는 충언 정도였다.
내가 지난 몇 번의 투자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기에 나를 강하게 믿고 있는 한 팀장이었다.
“길어도 내년이면 결판이 납니다. 남은 40억 달러만으로도 충분히 SAVE 투자회사와 직원들이 하고자 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린 판단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제프리 부사장?”
“40억 달러도 조금 과한 금액이긴 합니다. 현재 IT 계열 회사의 지분 인수와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까지 투입될 자금은 30억 달러 미만으로 기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투자는 인력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요. 이미 모든 계획을 퀸텀펀드에서 만들어 뒀으니 우리는 퀸텀펀드에서 보내오는 기획안을 초안으로 삼아 투자를 진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한창 진지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을 때.
똑똑똑, 직원 한 명이 서류철을 가지고 들어왔다.
“퀸텀펀드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벌써 왔나요? 내일은 돼야 올 줄 알았더니.”
나는 자료를 한정훈 팀장에게 내밀었고.
그는 제프리 부사장과 함께 한참이나 자료를 뒤적거렸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 무렵, 한 팀장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영국이 항복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긴 합니다. 퀸텀펀드와 월가의 헤지펀드가 이미 영국 파운드화를 그로기 직전의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라운드에 올라가 마지막 일격만 가하면 되는 거죠. 제가 왜 60억 달러나 투입했는지 이제 이해되시죠?”
“정말 마지막 일격입니까? 확실히 파운드화가 위험하다는 건 알겠지만, 영국이 항복을 하겠습니까? 한다고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제프리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와 달리 한 팀장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고, 한 팀장은 S급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제프리가 무려 3종류의 S급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분석력 하나만큼은 한 팀장이 제프리보다 몇 수는 위였다.
“퀸텀펀드와 헤지 펀드가 동원한 자금은 무려 1,1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여기에 우리 쪽 자금 60억 달러까지 더해지고, 레버리지까지 이용하게 되면 영국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백기를 늦게 든다면, 영국 국민 모두가 들고일어날 게 분명합니다.”
“파운드화가 공격받으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이 영국 국민이니 당연히 그렇게 되겠죠.”
나는 한 팀장의 말에 동의를 하고 나섰고.
한 팀장은 퀸텀펀드에서 보내온 자료에 형광펜을 칠하며 조목조목 설명을 이어 나갔다.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초까지 몇 번의 금리 인상이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은 ERM을 탈퇴할 수밖에 없게 되고, 파운드화는 폭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투자는 전적으로 대표님과 한 팀장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저는 다른 투자를 진행하겠습니다.”
제프리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골치 아픈 파운드화보다 자신 있는 IT 쪽에 집중하려는 제프리였다.
“그럼 한 팀장이 TF를 꾸려서 파운드 공매도를 진행하세요. 퀸텀펀드와의 대화 채널도 만드시고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퀸텀펀드를 방문해 대화 채널을 만들어 계획을 진행하겠습니다.”
내년이면 나는 대학에 들어간다.
조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업에 열중해야 했고, SAVE 투자회사는 제프리 부사장과 한 팀장만으로도 알아서 굴러가도록 하는 시스템이 장착되어야 한다.
물론 굵직굵직한 투자와 인재 영입은 내가 개입을 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