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0)
독식하는 재벌 3세-100화(100/518)
100화. 잠룡 (3)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방식이 ESD였다.
지금 시대는 CD를 통해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가 되었으니 굳이 CD에 옮겨 담을 필요가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은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판매한다는 개념이 잡혀 있지 않았고.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ESD 업체인 스팀조차 2003년이 넘어서야 나오게 된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유통망이 얼마나 큰 사업인지 잘 모르고 있기에 도전하지 않고 있지만.
나는 이 사업이 조 단위의 수익을 우습게 뽑아낼 수 있는 사업임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우성일 사장은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웬만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는 그의 입에서 안 좋은 말이 나왔다.
“태우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게임을 유통하는 건 좋지 않아 보입니다.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태우그룹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어날 기회기도 하죠.”
내가 왜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유통망을 확보했겠는가?
그리고 휴대폰 사업부를 애플로 넘긴 것도 같은 이유였다.
태우그룹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그거야 지금부터 우리가 키우면 되는 거죠. 그리고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게임사와 협의를 해서 게임 공급권을 확보할 겁니다.”
“게임 개발에 투자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분을 조금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할 계획이죠. 태우그룹의 자금으로 부족하면 월가의 투자회사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내가 강하게 나오자 우성일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게임 유통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니 그냥 넘어가자고 생각했겠지.
“게임 유통 부서를 따로 만들어 진행해 보겠습니다.”
“IT 부서에는 제가 따로 말해 놓죠. 게임 유통 플랫폼이란 개념이 아직은 생소하니 제가 직접 설명해야 제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겁니다.”
“워낙 생소한 사업이다 보니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습니다.”
“태우전자는 그냥 후방 지원만 하면 됩니다. 게임사 대표와의 미팅도 제가 직접 나설 거니까요.”
우성일 사장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내가 말한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장기말이었으니까.
“미팅 일정은 태우전자에서 잡아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게임사가 있으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우선 한국 대형 게임회사와는 전부 미팅을 잡아주시고, 소프트웨어 업체인 MC소프트와는 제일 먼저 일정을 잡아 주세요.”
내가 가장 먼저 공략할 게임은 ‘린지’였다.
MMORPG의 열풍을 이끈 게임이었고, 한국식 수익모델을 만든 게임이기도 했다.
***
다음 날.
나는 MC소프트 임진태 사장과 만날 수 있었다.
외환위기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 하루 만에 만남이 성사되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 본부장입니다.”
“태우그룹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MC소프트 임진태입니다.”
임진태 사장은 저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회사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다.
“바쁘실 테니 곧장 본론을 꺼내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MC소프트가 개발 중인 게임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지분을 대가로 투자를 하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100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
입을 틀어 막는 임진태 사장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100억 원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보다 더 간절하고 반가운 존재일 터.
하지만 그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냉철한 말투로 대답을 하였다.
“투자금은 감사하지만, 많은 지분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게임 개발이 거의 끝난 상황이고, 이번에 출시할 게임은 성공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많은 지분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20% 어떤가요?”
100억 원에 20%.
이는 한국 IT 기업 입장에서는 복권 당첨보다 더 큰 행운이었다.
솔직히 더 적은 금액으로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지만, 그간 게임 개발에 몰두한 임진태 사장을 위해 투자금을 높여 불렀다.
“지분 20%에 100억 원이면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조건도 있으십니까?”
“태우전자에서는 이번에 게임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다양한 게임을 하나의 사이트를 이용해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죠. MC소프트가 만든 게임을 우리 플랫폼에서 독점 공급하고 싶습니다.”
“너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 같습니다.”
유통을 태우전자가 맡아 주는 셈이니 MC소프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조건일 터.
내 입장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앞으로 MC소프트가 만드는 모든 게임을 내가 만든 플랫폼에서 독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MC소프트가 만들 모든 게임의 유통 독점권도 가지고 싶습니다.”
“정말 그 조건으로 100억 원을 투자하시려고 하십니까? 아무리 태우그룹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그룹이라곤 하지만.”
“설마 돈이 썩어나서 이런 제안을 하겠습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야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겠지만, 저는 10년 아니 20년 후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려고 합니다.”
사실 먼 미래를 보고 시작한 사업은 아니긴 했다.
린지가 회귀 전과 같은 유명세를 떨치기만 해도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최소 수십억 원은 남게 된다.
이런 속마음을 모르기에 임진태 사장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투자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투자자를 만나 보았지만, 김민재 본부장님만큼 진심으로 다가온 곳은 없었습니다.”
“저는 IT 산업의 미래에는 한국 게임이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MC소프트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십니까? 제가 대학 다닐 때부터 같이 모여 다니던 친구들이 지금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소개시켜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임진태 사장님의 소개라면 언제든지 시간을 비워야지요.”
첫 공략 상대를 임진태 사장으로 정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나온 인재였고, 그의 친구들도 IT 업계의 거성이 될 인물들이었다.
“세부 계약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겠습니다.”
“태우전자 쪽에서도 법무팀과 기획실에서 세부 사항 조율을 맡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최대한 MC소프트 쪽에 맞춰 계약을 체결하라고 당부해 놓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부장님의 말씀처럼 10년, 20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향후 한국 게임 업계를 장악할 회사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게임이 필요했다.
***
게임 유통 플랫폼이라 부르려면 최소 1만 개가 넘는 게임 정도는 보유해야 했다.
게임을 많이 보유해야 유저를 끌어모을 수 있고, 그래야만 게임사에서 신작 게임을 플랫폼에 출시를 하게 된다.
시스템만 구축이 된다면 선순환이 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가 필수였고, 많은 게임을 보유한 게임사의 참여가 필요했다.
결국은 돈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고.
이런 문제라면 SAVE 투자회사를 통해 해결하면 되었기에 미국에 있는 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팀장 잘 지내고 있죠? 데이비드에게 들어 보니 요즘 널널하다고 하던데요?”
[데이비드가 그렇게 말 했습니까? 요즘 하루에 3시간도 못 자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실리콘밸리를 찾아가 유망한 회사를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IT 관련 주식을 사들이느라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살고 있습니다.]SAVE 투자회사는 IT 업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2년 동안은 IT 붐이 일어나니 들고만 있어도 최소 몇 배의 수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보유한 주식 중에 게임 관련 업체도 있나요?”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도 몇 곳 있고, 게임과 소프트웨어를 같이 개발하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잘됐네요. 게임사와 협의해 유통권을 확보하세요. 태우전자에서 조만간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게임 플랫폼을 출시할 겁니다.”
[게임 업계까지 뛰어드는 겁니까? 우선 우리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부터 접근을 하고, 데이비드에겐 대형 게임사와 접촉을 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한 팀장이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그를 어떤 말로 설득할지 생각까지 미리 해 두었는데 너무 쉽게 수긍해 버리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갑자기 게임 업계에 뛰어든다는데 반대하지 않으세요?”
[대표님이 하는 사업이라면 무조건 성공하지 않습니까? 제 예상보다 게임 업계의 미래가 더 밝다고만 생각했습니다.]“그러시군요.”
한 팀장의 목소리에서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몇 년 동안 나와 일을 같이해서 생긴 믿음이었고, 나는 그의 믿음을 실망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무조건 대박이 날 겁니다. 그러니 돈이 들더라도 게임 유통권을 확보하세요.”
[안 그래도 SAVE 투자회사 잉여자금이 남아돌고 있습니다. 게임 유통권을 확보하기 힘들면 아예 게임의 저작권 자체를 사 버리겠습니다.]나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한 팀장이었고, 그의 생각이 나쁘지 않기도 했다.
“아! 그리고 조만간 월가에서 압박이 들어올 겁니다. 우리가 너무 많은 IT 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화가 잔뜩 났겠죠.”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강제로 지분을 뺏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다른 종목의 주식과 바꿀 수 있다는 늬앙스를 풍기세요.”
[요즘 IT 주식보다 더 뜨거운 종목은 없습니다. 설마 IT 시장이 하락하실 거라 보고 계십니까?]“저랑 같이 일하셨으니 잘 아시잖아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종목은 결국엔 버블이 터지고 맙니다. 물론 지금 당장 IT 버블이 터지진 않겠지만 미리미리 대비를 해 둬야죠.”
닷컴 버블.
미국과 한국을 강타한 IT 산업의 거품 경제였다.
앞으로 2~3년 뒤면 일어날 일이었기에 지금부터 사전작업을 해 두어야 했다.
***
태우전자 IT 부서에서 게임 플랫폼을 완성했다.
250명으로 늘어난 IT 부서였고, 그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달라붙어 단기간에 그럴싸한 플랫폼 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사이트 이름도 ‘플랫폼’으로 정했다.
단순함이 때로는 가장 잘 통하는 법이었기에 정한 이름이었고.
SAVE 투자회사와 태우전자에서 열심히 영업한 덕분에 5천 개가 넘는 게임 유통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상외로 우성일 사장이 꽤 활약을 했다.
전자 업계에 오래 일한 사람이라 아는 인맥이 꽤 있었고, 그를 통해 확보한 게임이 500가지가 넘었다.
“드디어 오늘 플랫폼이 출시되는 날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조마조마합니다.”
“광고는 지난주부터 시작했죠?”
“그렇습니다. MC소프트의 린지 광고와 함께 플랫폼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강차할 MMORPG 열풍.
그리고 PC방 문화의 시작.
나는 이 두 가지를 보고 플랫폼을 지금 출시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전국적으로 PC방이 생기니 당연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수도 늘어날 것이고.
MMORPG를 즐기기 위해선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가능하도록, 린지를 비롯한 다양한 MMORPG의 유통권을 확보해 두었다.
이제 결과만 지켜보면 되었고.
무조건 성공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떨리는 마음으로 플랫폼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