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1)
독식하는 재벌 3세-101화(101/518)
101화. 잠룡 (4)
플랫폼이 출시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게임 플랫폼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던 우성일 사장의 마음이 뒤바뀌었다.
“플랫폼의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특히나 본부장님이 투자한 MC소프트의 린지가 엄청난 인기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수료로만 하루에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죠.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후속작이 계속해서 터져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중소 규모 게임 개발사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죠.”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은 천차만별이었다.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필요한 게임도 있었고, 몇백만 원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있었다.
그런 모든 게임을 우리 플랫폼에 담기 위해선 매력적인 정책이 필요했다.
“정책이라고 하시면, 투자금 지원 사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투자금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죠. 얼리 엑세스 시스템과 후원 시스템을 도입하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요.”
“얼리 엑세스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로 번역을 하면 ‘빠르게 접속하다.’가 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글로 번역하면 ‘앞서 해보기’ 정도가 되겠네요. 완성되기 전의 게임을 플랫폼에서 출시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게임사의 자금 부족을 해결할 수 있고, 유저 입장에서는 출시 이전에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게임 개발도 결국엔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플랫폼에 게임을 등록하면 다른 유통사와 계약하는 것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했다.
“미완성된 게임을 출시하면, 사용자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을 확실히 고지해야겠죠. 미완성 게임을 유저들과 같이 만들어 나가겠다고 하면 좋아할 유저들이 꽤 많을 겁니다.”
“플랫폼에 가입한 회사들에게 얼리 엑세스 관련 공문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미국 시장에도 진출을 할 겁니다.”
“아직 한국 시장도 안정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기엔 인력과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IT 업계는 사실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렇기에 IT 부서 직원의 숫자를 250명까지 늘리긴 했지만, 기존 IT 사업을 관리도 해야 했기에 여전히 부족한 숫자였다.
“IT 직원을 신규 채용해야겠군요. 경력직도 같이 채용 공고를 내세요.”
“몇 명이나 채용하면 되겠습니까?”
“500명 정도면 되지 않겠어요? IT 전문가부터 음악, 미술, 경영 그리고 수학까지 다양한 분야로 모집하세요.”
“경영 부분은 기획실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경영 분야를 채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IT 부서 경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 내부의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회사 경영이야 기획실과 비서실에서 책임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 내부도 경영 분야가 필요했다.
게임 화폐 관리부터 확률형 아이템 제작까지 모두 경영의 한 부분이었다.
“린지의 게임 화폐가 현실 돈으로 거래가 된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게임 화폐라고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죠.”
“경영 분야가 왜 필요한지 이제야 이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에 등록한 게임의 수익모델도 IT 부서에서 지원을 해 줄 겁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들어오는 수수료가 늘어나지 않겠어요?”
플랫폼은 수수료 장사로 돈을 버는 구조였다.
게임을 구매할 경우 5~10%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고.
게임 내부 아이템을 현금 결제할 시에도 동일한 수수료를 받았다.
“본부장님의 혜안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출시 기념 할인 행사를 시작하세요. 출시가 오래된 게임이나 고전 게임은 50%~75%까지 할인해서 판매하세요.”
“할인한다고 해서 고전 게임을 돈 주고 사겠습니까?”
“백화점이 왜 세일 행사를 하겠습니까? 세일이라는 단어만 봐도 지갑을 여는 사람이 소비자들입니다. 특히나 고전 게임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니 보다 쉽게 지갑을 열게 될 겁니다.”
게임 재활용은 분명 돈이 된다.
지금까지는 신규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만 유저들이 지갑을 열곤 하지만.
폭탄 세일과도 같은 행사를 진행하게 되면, 고전 게임으로도 눈을 돌리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겼죠?”
“플랫폼을 통해 출시한 게임을 불법 복제해 판매하는 곳이 여럿이라고 합니다.”
불법 복제 CD.
아직 저작권 개념이 약한 한국이었기에 제값 주고 게임을 사는 걸 꺼려 하는 분위기였다.
컴퓨터를 사면, 불법 복제한 게임을 깔아 주는 시대가 지금이기도 했다.
“강하게 규제를 해야겠군요. 정부에서 불법 복제를 강하게 규제하면 해결될 문제겠네요.”
“게임뿐만 아니라 음원 불법 복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려 봐야겠네요. IT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이니 불법 복제 시장의 문제점을 알리기만 하면 알아서 규제에 들어갈 겁니다.”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정부의 말을 듣겠습니까?”
돈 주고 게임을 사면 바보.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지금이었다.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고 해서 이런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긴 힘들긴 했다.
“그럼 일을 크게 키워야겠네요. 게임계, 음악계, 만화계, 영화계까지 다 같이 들고 일어서도록 만들어 보세요. 유명 가수들과 영화배우가 공익 광고에 나와 불법 복제를 막자고 나서면 효과가 좀 있지 않겠습니까?”
“불법 시장으로 손해를 보는 곳들이니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공익 광고 제작비 일부를 태우전자에서 지원해 주세요. 그래야 더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할 수 있겠죠.”
단숨에 불법 복제 시장을 뿌리 뽑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움직여야만 서서히라도 불법 복제를 지양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손해를 보더라도 불법 복제 CD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해 버리세요.”
“치킨 게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돈으로 찍어 눌러서라도 불법 복제 시장을 죽여 버려야죠. 태우통신 가입자에게는 플랫폼 게임 3가지를 구입할 수 있는 쿠폰도 나눠주시고요. 플랫폼을 이용해 게임을 사는 재미를 알게 만들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플랫폼과 태우통신의 사용자를 동시에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태우통신은 휴대폰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업도 같이 진행하고 있었고, 플랫폼 게임을 무료로 나눠 주면 10대, 20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꽤 출혈이 큰 치킨 게임이 되겠습니다.”
“1~2년 동안은 수익을 남기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니 초장에 확 기세를 가지고 와야 합니다.”
“태우전자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여 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돈을 쏟아부어도 크게 손해는 아니었다.
MMORPG 같은 인터넷 게임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도 메꿀 수 있었으니까.
***
1998년도 이제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태우그룹만 놓고 본다면 최고의 한 해가 되어 가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사건에 할아버지가 나를 긴급 호출하셨다.
“너도 뉴스를 봤으니 알겠지만, 결국 현재그룹 장 회장이 북한으로 소 떼를 몰고 갔구나.”
“정부에서 추진 중인 햇볕정책에 맞춰 현재그룹 차원에서 움직인 것 같습니다.”
“현재그룹과 정부가 더 끈끈해지겠구나.”
현재그룹은 여전히 재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항상 현재그룹을 뛰어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그룹의 대북 지원 사업을 민감하게 지켜보시는 할아버지셨다.
“현재그룹은 대북 사업 지원을 시작으로 북한과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그 시작이 되겠지요.”
“쯧쯧,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북한에 공을 들였는데 엉뚱한 사람이 열매를 따먹게 생겼구나.”
할아버지도 북한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이미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하시기도 하셨고, 남북 정상 회담의 가교 역할을 하신 적도 있으셨다.
그런데 그 역할을 현재그룹 장영주 회장에게 뺏겨 버렸다.
내가 보기엔 큰일이 아니었지만, 많은 대기업이 북한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었다.
물론 북한과 제대로 사업을 할 수만 있다면 큰 기회가 되긴 하겠지만, 최소 내가 회귀하기 전까진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끝까지 진행된 적은 없었고, 북한 사업에 투자를 한 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기도 했었다.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사업은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업만큼 위험한 일은 없지 않습니까.”
“정부의 분위기를 보니 이번만큼은 다를 것 같더구나. 동독과 서독처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희망 고문이라고 해야 할까?
남북 분위기가 좋아질 듯하다가도 미사일을 쏘는 곳이 북한이었고, 장 회장님이 소 떼를 이끌고 가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사업은 현재그룹에게 맡겨 두시지죠.”
“남북사업이야 그렇다고 쳐도 정부에서 현재그룹의 편의를 봐주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지지 않느냐. 현재그룹이 CL반도체를 먹은 것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까지 드는구나.”
“북한에 너무 미련을 두지 마세요. 현재그룹이 북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우리는 세계로 뻗어 나가면 됩니다.”
“허허, 그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계화지.”
겨우 할아버지를 달랬을 무렵.
비서실장 아저씨가 다급히 회장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이선일 회장이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광화문 곰, 이 회장 말이냐?”
“그렇습니다. 저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오늘 장례를 치른다고 합니다.”
“정말 돌아가신 겁니까?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왜 갑자기?”
몇 달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정정했다.
오히려 볼 때마다 젊어지고 있는 이 회장이었다.
최소한 명동의 주인이 되기 전까진 저승사자가 찾아와도 쫓아낼 것만 같안던 사람이 갑자기 별세했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령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자주 찾아가던 절에서 장례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가 봐야겠구나. 그 사람과 드잡이질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태우그룹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사람 아니더냐. 민재 너도 준비하거라. 같이 가자꾸나.”
할아버지와 난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내가 알던 것보다 이 회장의 인망이 두터웠는지 이미 장례식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를 알아본 사람들이 줄을 비켜 주었고.
할아버지와 난 이 회장의 영정사진을 보며 이배를 하고는 향을 피웠다.
그리고 몸을 돌리자 30대 청년이 상주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는 김 회장님 이야기를 자주 하시곤 했습니다.”
“네가 이 회장 손자인가 보구나. 이렇게 훤칠한 청년을 왜 그리 꽁꽁 숨겨 두었나 모르겠구나.”
할아버지는 이 회장의 손자와 악수를 나누고는 자리를 뜨셨고.
뒤이어 나도 이 회장의 손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 회장의 손자란 사람의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당신이 태우그룹 황태자? 할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우리도 좋은 사이로 지내자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나는 이 회장의 손자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의 손이 차가워도 너무 차가웠다.
마치 냉혈 동물을 만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