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2)
독식하는 재벌 3세-102화(102/518)
102화. 잠룡 (5)
이토록 기분 나쁜 악수가 있었던가?
장례식장에 와서 상주를 욕하는 행동은 해선 안 되지만.
이 회장 손자는 상당히 기분 나쁜 사람이었다.
더러운 기분을 씻어 내기 위해 화장실로 가 몇 번이나 손에 비누를 묻혀 닦아 내었다.
“수건 여기 있습니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사람이 내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이 회장의 옆을 항상 지키던 사람으로 이 회장이 그를 박 군이라고 부르는 걸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이 회장님이 유독 그쪽을 애틋하게 생각하신 걸 알고 있습니다. 마치 후계자를 양성하듯이 그쪽을 대하더라고요.”
“제 이름은 박동하입니다. 편하게 박 팀장이라고 불러 주셔도 됩니다.”
박 팀장의 목소리는 쩍쩍 갈라져 있었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이 회장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수건을 전해 주려고 기다린 건 아닐 테고. 무슨 용무가 있나요?”
“이 회장님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박 팀장님이 24시간 이 회장님의 옆을 지키셨던 것 아닌가요? 그럼 이 회장님의 죽음을 제일 잘 아실 텐데요.”
“명동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터졌습니다. 이 회장님의 손자분이신 이영한 씨는 고령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만 저에게 말했지만, 회장님은 올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심장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셨습니다.”
중요한 사람을 잃으면 생각이 꼬이기 마련이었다.
박 팀장도 이 회장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음모론을 펼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직접 만나 본 이 회장의 손자 이영한, 그는 독사와 같은 눈과 차가운 손을 지닌 인물이었기에 박 팀장의 말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영한을 의심하고 있나요?”
“회장님은 평소부터 이영한 씨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계셨습니다. 그렇기에 명동과 관련된 그 어떤 일도 맡기지 않으셨고, 건물 몇 채를 상속해 먹고살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이 회장님이 돌아가셨으니 이제 그 모든 재산이 이영한의 소유가 되겠군요.”
“전부는 아닙니다. 차명으로 된 재산이 절반 이상이고, 차명 재산은 회장님과 저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박 팀장이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만한 일은 또 아니었다.
“집안싸움에 제가 낄 순 없죠. 정확한 증거가 드러난다면 박 팀장님을 도와드릴 순 있지만, 그 전에는 제가 먼저 나설 순 없습니다.”
“조만간 증거를 찾아 가지고 가겠습니다.”
“만약 의심이 사실이라면 박 팀장도 위험한 상황이지 않나요? 할아버지가 명동에 뿌린 모든 것을 가지고 오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회장님은 명동의 세력을 하나로 규합하는 데 거의 성공하셨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이 돌아가시자 세력의 절반 정도가 이영한 씨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을 따르던 기존 인원들은 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곰은 결국 명동의 주인이 되지 못하였다.
단 한 발짝만 더 나아갔다면 될 수 있었던 명동의 주인이었다.
대다수의 사채꾼이 광화문 곰을 따르기로 하였고, 적대 세력을 돈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와의 약속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분명 광화문 곰을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기로 하였다.
그가 죽음으로서 그를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지 못했으니 그의 후계자라도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도의상 맞았다.
그런데 누가 후계자지?
이영한? 아니면 박 팀장?
누가 정식 후계자인지 알지 못하는 한 나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박 팀장에게 마음이 기울긴 했지만, 이영한이 그랬다는 증거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이영한의 상세정보까지 확인을 했었다.
상주와 인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그의 상세정보를 알 수 있었고.
특이사항을 전부 읽어 보았지만, 그가 이 회장을 죽였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사업 관련 도움이 필요하시면 도움을 드릴 순 있어요. 하지만 명동의 주인이 되는 걸 돕지는 못하겠네요. 이 회장님의 뜻을 알기 전까지는요.”
“본부장님에게 부담을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회장님의 진정한 후계자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박 팀장의 상세정보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그의 상세정보에서도 이 회장의 죽음과 연관 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할아버지가 기다리시겠네요. 저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만났으면 하네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면 찾아뵙겠습니다.”
화장실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 나를 찾는 듯 기획실장이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큰 볼일을 보느라 조금 늦었네요. 어디에 계시죠?”
“현재그룹 장 회장님과 같이 계십니다.”
“장 회장님도 장례식에 오셨나요? 북한에 계시는 줄 알았더니 벌써 한국으로 돌아오셨나 보네요.”
기획실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을 했고.
할아버지와 장 회장이 술잔을 기울이고 계셨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놈아. 어른들이 너를 기다려야겠느냐? 너야 아직 창창하지만, 우리 같은 늙은이에겐 시간이 금보다 귀하단다.”
“내 앞이라고 너무 손자를 타박하는 거 아니오? 김 본부장 같은 재벌 3세가 어디 있다고 타박을 하는 게오. 마음 같아서는 내 손자로 데리고 오고 싶은데.”
“예끼! 이 사람아. 어디 남의 손자를 넘보는가. 허허허.”
두 명의 거성이 나를 두고 농을 나누셨다.
두 번의 인생을 살고 있는 나조차도 긴장되어 침을 삼켜야만 했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당연히 한 잔 올려야지. 태우조선을 사기 쳐서 팔아 치웠으면 한 잔이 아니라 수백 잔을 올려도 모자라지 않겠나?”
“태우조선 매각은 저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태우그룹은 월가의 투자회사에 매각했고, 그 회사에서 현재그룹으로 매각을 하였습니다.”
“그런 뻔한 눈속임에 내가 속겠나? 뭐 당한 사람이 멍청한 거니 책임지라고는 하지 않겠네.”
나를 떠보는 장회장이었다.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술을 따랐다.
“김 회장. 나는 요즘 걱정이 아주 크네.”
“걱정이 큰 사람이 소 떼를 몰고 북한까지 가는가?”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소? 내가 사라지면 자네 손자가 현재그룹을 얼마나 괴롭히겠나? 지금이야 내가 지키고 있으니 넘보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광화문 곰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기라도 하면 자네 손자가 현재그룹을 쥐고 흔들게 분명하지 않은가.”
할아버지보다 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장 회장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장 회장이 돌아가시고 나면 현재그룹에는 왕자의 난이 발생하게 되고.
그때가 오면 나는 현재그룹을 흔들어 이속을 챙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어 주십시오.”
“태우조선을 비싼 값에 팔아치운 대가로 약속 하나 해 주겠나? 내가 없어지면, 우리 장남이 현재그룹을 이끌 수 있도록 지지해 주게나.”
“제가 어떻게 현재그룹의 후계자를 지지하겠습니까?”
“싫다는 말이군. 그럼 후계자 다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해 줄 수 있겠는가?”
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걸음 물러나 계셨다.
“약속드리겠습니다. 현재그룹의 후계자 다툼이 발생한다면,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되었네. 자네가 부추기지만 않는다면, 순리대로 흐르게 될 게야.”
장 회장이 말하는 순리란 게 무엇일까?
나는 이미 역사를 알고 있었고, 현재그룹이 여러 개로 쪼개지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장 회장이 왕위에 앉히려고 하는 장남이 차남에게 밀려난다는 것도.
“후계자 다툼에 관여는 하지 않겠지만, 현재그룹과의 선의의 경쟁은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경쟁을 해야지. 김 회장이 그토록 외치는 세계화를 하려면 국내 기업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 현재그룹도 태우 같은 경쟁 상대가 있으니 더 발전할 수 있는 게고.”
장 회장은 시원하게 술잔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고.
그제야 할아버지는 구경을 끝내고 대화에 참여하셨다.
“자네 말만 들으면 내 손자 놈이 아주 대단한 사람처럼 들리는군.”
“대단한 사람 맞지. 외환위기에서 태우그룹이 멀쩡한 이유가 자네 손자 덕분이란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네.”
“그게 어찌 손자 덕분인가? 태우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노력한 덕분이지.”
“그보다 자네 손자 장가는 어찌할 생각인가? CL그룹 장녀와 선을 봤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그다음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더군.”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흐르지?
할아버지에 이어 장 회장까지 내 결혼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제 놈이 하기 싫다는데 내가 어찌하겠나. 증손자 보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도 들은 척도 안 하는 놈일세.”
“허허, 마음 같아서는 우리 손녀딸과 혼인을 시키고 싶지만, 그랬다간 현재그룹을 냉큼 집어삼킬 놈이라 우리 집안에서는 이미 포기를 했다네.”
“태우그룹만으로도 저에게 과합니다. 현재그룹에는 전혀 욕심이 없습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네. 자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가? 수백 개의 기업을 인수해 태우그룹을 세운 사람 아니던가.”
그건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나도 요즘 기업 인수 재미에 푹 빠지긴 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현재그룹 전체를 먹을 생각까지는 없었다.
“이 사람아 손자놈이랑만 놀 거면 나는 이만 일어나겠네.”
“어허, 오랜만에 봤는데 어찌 이리 빨리 간단 말인가. 오랜만에 둘이서 밤새 술잔을 기울여 보자고.”
할아버지와 장 회장이 술잔을 들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술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장례식장에서 빠져나와 강 대위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다이먼은 외부 컨설팅 업체를 차리면서 따로 사무실을 구했기에 꽤나 조용한 사무실이었다.
“대표님 술 마셨습니까? 제가 꿀물 한 잔 타 드리겠습니다.”
“꿀물은 됐고.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강 대위는 항상 바쁘게 지냈다.
다이먼이 기업 인수를 할 때면 기업의 약점을 찾아다녔고.
파업을 진행할 때면 노조 간부를 감시하는 일을 맡았었다.
지시한 일을 항상 120% 달성하는 그였기에 나는 그에게 많은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있었다.
“지시만 내리시면 어떤 일이든 해내겠습니다.”
“방금 광화문 이 회장님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죽음이 석연치가 않아서요.”
“이선일 회장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면 되는 일입니까?”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뺏으면 안 되죠.”
이 회장의 죽음은 박 팀장의 몫이었다.
나는 박 팀장과 이영한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명동뿐이었다.
“명동의 흐름을 파악해 주세요. 어느 세력이 명동을 장악하는지 그리고 혹시 외부에서 자금이 흘러들어 오는지도 알아봐 주세요. 특히 일본에서 돈이 들어오는지 신경 써 주시고요.”
“명동에는 이미 사람을 몇 명 심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친한 후배놈들이 명동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들을 통해 정보를 알아보겠습니다.”
“괜히 명동과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됩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세요. 정보를 얻지 못해도 좋으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광화문 곰의 후계자를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광화문 곰의 후계자인지 알 수 없으니 명동이 제대로 굴러가는지만 파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