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3)
독식하는 재벌 3세-103화(103/518)
103화. 후계자 (1)
1998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연말 사장단 회의가 소집되기 전 나와 친한 사장들을 기획실로 불러들였다.
태우전자, 태우증권, 태우통신.
태우그룹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계열사의 사장들이었지만, 지금은 신입 사원인 양 공손히 보고를 하고 있었다.
“태우전자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특히나 IT부서의 성과가 눈이 부십니다. 미국에 진출한 게임 플랫폼은 단기간에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내년에는 1,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 플랫폼은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보다 6배 이상 많은 인구수를 지녔으니 당연히 비교가 불가한 시장 규모를 지닌 미국이었다.
“유럽과 남미 그리고 중국 진출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유럽의 경우엔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출시할 수 있고, 남미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엔 합작 회사가 아니면 진출하기가 어려워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중국 진출은 까다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다음으로 거대한 시장을 까다롭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고.
태우자동차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두기도 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중국 문제는 제가 해결해 보죠. 합작 회사를 만들면 수익의 절반을 넘겨줘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음원 사이트인 베리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우통신 이용자에 한해 베리의 이용요금을 50% 할인 정책을 펼친 덕에 사용자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방송 3사의 음악 방송도 도움이 되고 있나요?”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본부장님이 예상한 대로 한국 음악 시장은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아이돌 팬들은 응원하는 가수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다중 계정까지 사용하며 음원을 다운받거나 재생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음원 사이트는 아이돌 팬들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이돌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반 유저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음원 순위 사이트와 별개로 장르별 순위 시스템도 넣으세요. 그래야 일반 사용자도 거부감 없이 음원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IT부서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우전자의 차례는 끝이 났고.
이젠 태우통신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태우통신과 KS텔레콤의 격차는 이제 거의 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어느 쪽에서 이벤트를 강하게 하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플랫폼과 음원 사이트를 통한 가입자 유도가 있었던 덕분입니다.”
“KS텔레콤과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거군요. 내년에는 KS텔레콤과의 격차를 벌려 단독 1위에 올라서야 합니다.”
“다양한 할인 행사를 이미 진행 중이지만, KS텔레콤에서도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은 한정적이었다.
결국엔 파이 뺏기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싸움을 멈추기 위해선 압도적인 승자와 패자가 정해져야만 했다.
“출혈 경쟁을 하려고 한다 이거죠? 그러면 아예 돈으로 찍어 눌러 줘야죠.”
“통신 가격을 더 할인합니까?”
“무조건 KS텔레콤보다 10% 저렴한 가격으로 요금을 책정하세요. 그리고 TV 광고도 매분기마다 새로 출시하시고요.”
돈으로 싸움을 하자는데 피할 이유가 없었다.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태우그룹을 상대로 돈 자랑을 하다니.
“본부장님, 그런데 태우통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한계가 있습니다.”
“그 부분이라면 생각해 둔 게 있어요. IT부서를 태우통신으로 옮겨 버리죠.”
“IT부서는 이제 막 흑자로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성일 사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일이었다.
초기 투자는 태우전자가 했는데 과실은 태우통신이 먹게 생겼으니까.
“그러면 이렇게 하죠. IT부서를 이전시키지 않는 대신 IT부서에서 태우통신만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그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떤 서비스를 말씀이십니까?”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여러 게임을 플랫폼을 통해 즐길 수 있듯이 영화 플랫폼을 만드는 겁니다.”
내가 말하는 서비스는 OTT였다.
이미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OTT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고, 온라인을 통해 DVD를 대여해 주는 방식이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는 6~7년 뒤에야 넷플릭스가 시작하니 그 분야를 우리가 먼저 선점해 버리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그런 방식은 불법 복제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더 빨라지면 실시간으로 사이트에서 재생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전까지만 비난을 감수하면 됩니다.”
“어느 영화 배급사에서 그런 서비스에 동의하겠습니까?”
“신작 영화의 경우엔 힘들겠지만,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나 고전 영화 위주로 계약을 성사시키면 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일단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KS텔레콤과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더 벌릴 수 있으면 충분했다.
태우통신의 보고는 끝이 났고, 이젠 태우증권의 차례였다.
“펀드의 규모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홈 트레이딩 시스템의 경우엔 태우증권이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지금처럼만 해 주세요.”
태우증권은 딱히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1위 펀드와 1위 홈 트레이딩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고, 조만간 1위 증권사의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럼 오늘 대화를 잘 정리해 곧 있을 사장단 회의를 준비하세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3명의 사장이 고개를 숙인 후 본부장실을 나섰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강 대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일본 자금이 명동으로 흘러들어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아직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보고드려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자세히 말해 보세요. 일본 어디 쪽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있죠?”
[야쿠자 세력이 부산을 통해 일본 자금을 명동으로 보내고 있습니다.]“지금 당장 사무실로 갈 테니 자료를 준비해 놓으세요.”
나는 급히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고.
그사이 강 대위는 다이먼까지 사무실로 불러 두었다.
“일본 자금이 명동으로 얼마나 흘러들어 왔죠?”
“지금까지 파악한 금액은 대략 2천억 원 규모입니다. 비밀리에 들어온 금액은 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에서 한국 사채 시장을 노리는군요.”
다이먼이 관심을 보였다.
지금은 외부 컨설팅 업체를 관리하고 있는 다이먼이었지만.
그는 월가의 유명 투자회사의 에이스였고, 지금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명동 사채 시장이 확 쪼그라들었으니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겠죠.”
“일본에서 사채업을 하면 고작해야 20% 미만의 이자만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엔 상한선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소 2~3배 이상의 이자를 남겨 먹을 수 있으니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다이먼의 논리는 정확했다.
아직 금융 공학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이었고.
그에 반면 일본은 일찍부터 금융 공학이 발달했기에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외환위기로 이자 최고한도 법률을 폐지했으니 일본 대부업체의 입장에서는 군침이 흐르겠군요.”
“올해 1월에 최고이자율이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진출한 것도 다소 늦은 감이 있기도 합니다.”
“흠, 손을 쓰긴 해야겠군요.”
태우그룹 차원에서 손쓸 일이 아니긴 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또 전혀 상관없는 일은 아니었다.
내수 시장이 건전해져야 결국 태우그룹의 매출도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 대부업체가 국민들을 높은 이자율로 돈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면 결국 내수 시장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한테 들어와야 할 돈이.
일본 대부업으로 가게 생겼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이 투입되면 막을 순 있겠지만, 직접 대부업에 뛰어들게 되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중간 업자가 필요한 법이죠.”
광화문 곰이 그 중간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하늘의 별이 되어 버렸으니 다른 사람을 찾아야 했고.
광화문 곰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만 했다.
“우선 시간을 좀 끌어보죠. 제가 할아버지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죠. 대부업법을 대통령 시행령으로 실시하기만 해도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 자금이 주춤할 겁니다.”
“일본 기업이 그냥 들어왔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 정부, 관련부처, 정치인까지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 대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대부업체가 그냥 한국으로 들어왔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자금을 한국으로 끌어오겠지.
“카르텔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건드려 봐야죠.”
“타초경사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 요즘은 타초경사의 우를 범하지 말라고 자주 쓰이지만, 상대방의 정체를 드러내게 한다는 뜻도 있지요.”
풀을 건드리면 뱀이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물론 뱀을 상대할 힘이 없다면, 뱀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겠지만.
뱀을 상대할 충분한 자금이 있다면, 반대로 뱀을 사냥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 쪽 사람들을 움직여 보다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이들이 움직이겠군요.”
강 대위가 말하는 우리 쪽 사람이란 펀드 가입자를 뜻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까지.
파벌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펀드 가입이란 방법으로 영입을 시도했고.
그 숫자는 매년 큰 숫자로 증가해 이제는 거대한 파벌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광화문 이 회장의 죽음에 미심쩍은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망 선고를 내린 의사가 지난 주에 필리핀으로 떠났습니다.”
“찾을 수 있겠어요?”
“이미 필리핀으로 사람을 보내 두었습니다. 사람 찾는 데는 귀신 같은 놈들이라 금방 찾아 낼 수 있을 겁니다.”
“활동비를 넉넉히 챙겨 주세요. 돈이 부족해서 실패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요.”
“필리핀 5성급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점이 있습니다. 이 회장이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손자인 이영한에게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상속했습니다.”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은 광화문 곰의 죽음이었다.
분명 이영한의 상세정보를 확인했지만, 특이한 사항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이영한이 광화문 곰의 죽음과 큰 관련이 없다는 뜻일 터.
그런데 자꾸만 이영한이 의심되는 점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우선은 의사부터 신원을 확보하세요. 그리고 이영한이 누구와 만나는지도 자세히 파악해 두시고요.”
“24시간 밀착 감시하고 있습니다.”
“명동 사람은 의심이 많아요. 괜히 걸리거나 하는 불상사를 만들진 마세요.”
“명동이라고 해 봐야 아마추어들입니다. 우린 군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최신 장비까지 도입을 했습니다. 그들이 의심하는 범주 밖에서 감시가 가능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의문인 상황이었다.
우선은 풀을 건드려 뱀을 드러나게 해야지만 뭐라도 유추할 수 있었다.